캐나다 토론토의 한인성당인 예수성심성당(옛 성녀이소사성당)의 주임신부 인사를 놓고, 토론토 교구청(청장 엠브로직 추기경)과 한인 신도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갈등은 성당 폐쇄와 성당 경찰 진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캐나다의 주요 신문도 연이어 대서특필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사건은 신앙생활을 중심으로 단결해온 이민사회에도 큰 갈등을 낳고 있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교구청의 인사와 강경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성녀이소사성당의 교인들은 대변인 김영해씨와 전 사목위원장 유성식씨 등 1999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보내 바티칸의 중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사건 경과=12년 전 성당을 창립해 신자 2000여명의 성당으로 이끈 이인주 주임신부가 지난해 5월 돌연 런던으로 발령나 떠났다.
후임으로 칠레에서 사목하던 오세만 신부가 부임해 왔다.
김영해씨 등은 지난 1998년 성당을 개인적 명성과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 경고를 받고 나간 20여명의 신자들과 인근 한인성당의 한 신부가 이런 사태를 주도했다고 믿고 있다.
토론토교구청이 이들의 요청을 받아 오 신부의 파견을 서울대교구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 신부를 교체해 버렸다는 것이다.
김씨등은 그동안 이에 대한 항의로 주교좌성당과 교구청 앞에서 7번이나 시위를 벌였다.
김씨는 “이 신부 교체설이 나돌던 지난해 5월23일 교인들이 교구청의 이민담당 디 안젤레스 주교와 존 머피 사무처장, 몬시뇰 폴리토 인사국장 등과 회합을 갖고 풍문의 확인을 요청했을 때 그들은 `근거없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나 4일만에 인근 성당의 한 신부에 의해 성녀이소사성당의 주임신부 교체가 확인되고 6월1일 교구청이 오 신부 부임을 발표하면서, 교구청의 거짓말과 한인들을 무시한 일 처리에 교인들이 분노한 것”이라고 말했다.
7월1일 신임 오 신부 부임미사 때 신자들은 “교구청이 약속한 공청회를 먼저 할 것”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에 교구청은 7월6일 `신자들에 의한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성당을 폐쇄했다가 12월2일, 예수성심성당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문을 열었다.
교구청은 또 성탄 전야인 12월24일 반대파 신자 18가구에 대해 “동서로 약 50㎞ 안에 있는 외국성당은 물론 교구청 관할 구역 안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경고장을 보냈다.
12월30일 미사 때는 교구청의 요청으로 경찰이 성당에 진입해 반대파 신자 14명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한 여자신도가 울부짖다가 기절해 구급차에 실려가는 소동을 빚었다.
반대파 신자들은 “경고장을 받은 18명은 이날 한 명도 성당에 나가지 않았는데도 영문도 모르는 14명이 봉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인사 배경 논란=올들어 토론토 최대신문인 <토론토 스타>와 <내쇼날 포스트> 등이 1면과 특집으로 잇따라 다루고 있고, 현지 한국신문인 <코리아뉴스>와 <중앙일보>, <한국일보>들도 이 사건과 사진들을 크게 싣고 있다.
교구청 대변인 수잔 스코소니는 <내쇼날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8년 전임 이 신부가 캐나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14살 소녀의 어머니와 함께 그 소녀의 관장을 도운 것이 문제가 됐다.
그 사건이 경찰 조사에 의해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교구청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간주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영해씨는 “같은 해 성당이 교구청으로부터 갑작스런 회계감사를 받았고, 이 신부가 1주일 동안 교구청이 운영하는 정신치료센터에서 정신감정을 받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순전히 98년 떠난 신도의 음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정문제도 논란거리다.
교구청은 “교구청 및 캐나다 세관에 보고한 것과 (신자들에게 발급한) 세금공제용 영수증 금액간에 7만4619달러가 차이가 난다”며 “회계 기록은 없어지고, 교인들의 기부금은 해외로 보내졌고, 교회엔 60만달러 이상의 빚만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영해씨는 “아무도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교인들이 따로 기금을 조성해 멕시코와 남북한의 굶주리는 사람과 장애아들을 돕는데 썼다”면서 60만달러의 빚에 대해서도 “성당 부지와 건축비를 지불하기 위해 8년전에 은행에서 대출한 270만달러 가운데 60만달러만 남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구청은 “지난 98년 교구청의 서면 승인없이는 독자적인 모금 활동을 하지 말도록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성녀이소사성당의 회계를 연방세금조사관들에게 인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대파 각계 호소=반대파 교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주장을 담은 글을 `평신도 정의구현위원회' 홈페이지(www.geocities.com/leesosa2002)와 한국주교협회(www.cbck.or.kr), 북미주종신부제 홈페이지 등에 호소하고,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대주교 등에게 공개 서한을 띄워 사건 해결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또 “토론토 교구청이 소수민족인 한국 교인들에 대해 무리하게 다루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교포사목을 위해 신부를 파견했지만, 성당은 토론토교구청의 영향 아래 있기 때문에 서울대교구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지금으로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