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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소속으로 뛰던 퍼비스 파스코(가운데)는 2007년 4월 12일 KTF와의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심판을 폭행한 뒤 KBL로부터 영구 제명당했다. 당시 파스코는 심판 판정이 불공평해 저지른 일이라고 변명했지만 선수의 다듬어지지 않은 인품과 구단의 잘못된 관리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 |
SK 장지탁 사무국장은 25일 오전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수원지검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 콜린스의 대마초 흡연 사실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곧 교체될 것이라던 콜린스는 장 국장에 따르면 25일 오전까지 팀 숙소에 머무르고 있었다. 선수를 잘 관리해야 할 책임이 구단에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 국장은 “책임이 없지 않으나 선수들이 외박을 하거나 쉬는 동안 일일이 따라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기 쉬운 말이다. 외국인 선수는 거액을 지불하고 불러들인 구단의 자산일 뿐 아니라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안은 모기업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소박하게 지적하자면 문제아를 둔 부모가 “학교에서 말썽을 피운다고 일일이 따라다니며 돌봐야 하느냐”며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장 국장은 국내 팀들이 외국인 선수들을 극진히 ‘모시는’ 것은 “손님 접대를 잘 하려는 우리의 국민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콜린스를 감싸기 위해 줄곧 노력했는데, “부인과 자녀들이 한국에 같이 있어 대마초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수원지검에서 자세한 얘기는 안 해 주지만 상습적으로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큰 죄였으면 그렇게 금방 내보내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L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가 말썽을 피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에는 전주 KCC의 재키 존스와 SK의 에릭 마틴이 대마초를 흡연하다 발각돼 리그에서 영구 제명됐다. 외국인 선수들의 놀이터로 유명한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코트 안에서도 적잖게 말썽을 피웠다. 2007년에는 창원 LG의 퍼비스 파스코가 경기 중 심판을 폭행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거친 행동을 일삼는 선수는 그동안 부지기수였다. 인천 전자랜드 구단의 부상 진단과 퇴출 결정에 불만을 품고 경기장에서 소란을 피운 크리스토퍼 무어도 있었다. 1999년에는 LG의 마일로 브룩스가 이충희 감독을 폭행하는가 하면 대우에 불만을 품은 같은 팀의 버나드 블런트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미국으로 야반 도주했다. 97년 기아에서 뛰다 99년 SBS(현재의 KT&G)로 이적한 클리프 리드는 삼성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걷어차 퇴장당하는가 하면 구단 관계자에게 뒷돈과 매춘을 요구하는 등 말썽을 피우다 2000년 끝내 퇴출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성적에 목맨 감독·코치와 단장·사무국장을 포함한 프런트들의 무능과 무책, 그리고 도덕이나 가치관의 실종에 원인이 있다. 말썽을 부리는 선수도 경기력만 뛰어나면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어정쩡한 관리, 그리고 실력만 좋으면 인품은 뒷전으로 삼는 무책임한 선수 영입 등이 빚어 낸 결과다. 선수 인품의 문제는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실력만 좋으면 괜찮다는 식의 접근은 KBL이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며 시작한 리그가 맞는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콜린스의 예를 들어 보자. 그는 이미 미국에서도 말썽을 일으킨 경력이 있는 선수였기에 SK가 특별 관리를 했어도 모자랄 판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자란 콜린스는 13세 때 한 여성을 흉기로 가격해 60일간 소년원 신세를 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팀 동료를 구타한 후 소년원에서 6개월을 복역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3만5000달러의 벌금형도 받았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내지 않았다. 타임스는 콜린스가 고등학교 시절 7개월에 걸쳐 27개의 크고 작은 사고를 저질러 정학도 여러 차례 받았다고 전했다.
콜린스는 고등학교 시절 현재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인 카멜로 앤서니, 크리스 보시, 아마레 스터드마이어와 함께 2002 전미 고교 올스타 팀에 선정될 정도로 실력 있는 유망주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NBA 드래프트에 뛰어들었고 미국 농구 전문 사이트 등에서도 NBA 진출이 유력할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뽑히지 못했다. 구단들이 그의 과거 행실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직후 토론토 랩터스가 콜린스에게 훈련에 참여할 기회를 줬지만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방출시켰다. 당시 랩터스는 콜린스의 코트 밖 품행을 이유로 들었다. NBA 팀들이 모두 행실을 문제 삼아 기피한 선수가 한국에서는 당당히 그것도 특별 대우를 받아 가며 선수생활을 했다.
하지만 2005~2006 시즌을 인천 전자랜드와 대구 오리온스에서 보낸 리 벤슨에 비하면 콜린스는 양반이다. 벤슨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오클라호마·캘리포니아 등 미국대학농구(NCAA) 1부 리그 학교들이 눈독을 들였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마약 거래와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93년부터 8년 반을 복역한 전과자다. 2004년 SK와 가계약했지만 숙소를 보고는 “내가 머물던 감옥 같다”며 줄행랑을 쳤다. 이듬해에는 전자랜드와 계약했다. 2년 연속 한국 팀들은 전과범을 데려오기 위해 사력을 다해 경쟁했던 것이다. 한국은 외국인 선수들의 천국이다.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들과 가족에게 홈 구장 근처 숙소를 제공하고 그들의 어린 자녀들의 학비를 내주기도 한다. 구단은 방문하는 가족의 왕복 항공료와 용돈을 부담한다. 쉬는 날 특급호텔 숙박권을 건네주는 팀들도 있다. 유럽·중동·동남아·남미 리그를 경험한 선수들도 이런 좋은 환경에서 농구를 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울산 모비스의 오다티 블랭슨과 안양 KT&G의 캘빈 워너는 KBL을 경험한 아비 스토리(전 원주 TG), 올루미데 오예데지(전 서울 삼성) 등에게서 “한국은 돈을 많이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 2명에 대한 총 연봉 상한선은 40만 달러(약 5억4000만원). 여기에 각종 승리수당과 성적에 따른 보너스도 지급된다. 모든 생활을 구단이 부담하고 경기만 뛰어 주면 현금이 틀림없이 주머니로 들어오니 한국이야말로 미국 출신의 삼류 선수들에게는 한 밑천 잡을 수 있는 금광과 다름없다. 전주 KCC의 캘빈 올덤 코치는 한국 구단들의 선수 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올덤 코치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NCAA·NBA 등에서 경력을 쌓은 경험 많은 인물이다. 그는 “한국에 오는 선수들이 대부분 나이가 적고 경험이 부족해 어울리지 말아야 할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외국에 나오면 그 나라의 법이 자신들한테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구단에서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이다.
올덤 코치는 “돈을 많이 받고 농구를 잘한다고 해서 코트 밖에서도 바른 생활 사나이가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구단에서는 돈을 잘 주니까 알아서 잘 하리라는 기대를 하겠지만 아직 어리고 집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선수가 적잖다”고 말했다. 올덤 코치는 선수와 구단 프런트 간의 개인적(personal)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멀리서 누구를 데려와 성적을 내주길 기대한다면 그 선수를 한 인간으로서 알아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선수들을 단지 돈 벌러 온 이들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팀에서 책임지고 경기장 밖의 생활도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외국인 선수를 처음 기용하기 시작한 97년 이후 한국 프로농구는 달라진 점이 전혀 없다.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을 이리저리 바꾸고 선발할 선수의 자격(주로 몸값과 경기력 수준)에도 변화를 주었지만 “농구만 잘해서 우리를 우승시켜 주면 어떤 일이든 구단에서 해결해 주겠다”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런 태도 때문에 순진했던 선수도 한 시즌만 지나면 곧잘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선수가 되어 대박의 추억을 간직한 채 한국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자료원 중앙일보 2009.2.8 유지호 기자
첫댓글 이번에 새넌하고 워너하고 참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