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현 신부의 문화와 세상]
영화 "킹스 스피치"
결국 문제는 내(우리) 안에 있는 것.
김경현 신부 (스테파노, 병천교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세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세계 인구 셋 중 한명이 보기 드문 이 장면을 시청했다고 한다.
성공회 예식의 진수를 보인 덕에 성공회 교인수가 증가했다는 언론의 호들갑은 둘째 치더라도,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 장엄한 성사예식이 생중계 되는 동안 누군가가 각 예식의 의미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여하튼 세계는 물론 우리국민들도 새삼스럽게 영국 왕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는 것은 사실인 듯. 덩달아 우리 성공회에 대한 관심도 늘었으면 좋겠다.
이 영국 왕실에 관한 영화가 있다.
1930년대 영국 왕 조지 5세의 첫째 아들 에드워드 8세는 두 번의 이혼경력이 있는 심프슨부인과 결혼하기위해 왕위를 포기한다.
세기의 로맨스였다.
결국 왕위는 동생에게 돌아가고 그가 현 영국 국왕인 엘리자베스2세의 아버지인 조지 6세이다.
그는 자신이 왕이 될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극심한 말더듬증을 치료하기 위해 아내의 소개로 라이오넬 로그라는 언어치료사를 만난다.
그는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무면허 치료사였지만, 기발한 언어교정 방법을 통해 열정적으로 (아직은 왕자였던) 조지6세를 훈련시킨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 깊은 친구 사이로 발전하고, 왕자는 조심스레 자기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어린 나이에 강요된 엄격함, 안짱다리를 교정하기 위한 치료 과정, 오른손잡이가 되도록 훈련받아온 엄격한 법칙)등 좀처럼 드러내기 어려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치료가 채 끝나기 전에 치료사와 우여곡절이 있는 상태에서 아버지 조지 5세가 갑작스레 서거하게 되고, 졸지에 그는 영국왕 조지 6세의 자리에 오른다.
세계적인 선동가 히틀러에 맞서 조지6세는 영국 왕으로서 대국민 연설로 국민과 우방국의 마음을 움직일 선전포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 공포의 마이크 앞에 서서 국민을 향해 뜨거운 결집을 호소한다.
영화 보는 사람의 가슴마저 졸이게 하는 명장면이다.
아버지와 형의 그림자에 짓눌린 둘째 왕자가 영국 국왕이 되기까지 자기 내면을 극복하는 장면이 영화 깊숙이 깔려있다. ]
내로라하는 수 많은 언어치료사도 하지 못했던 일을 변변한 공부 한 번 해본 적 없는 라이오넬을 통해 그는 한 가지를 깨닫는다.
그것은 이제껏 자신을 짓누르던 모든 내면의 고통은 결국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는 것도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문제는 자기 안에 있었던 것이다.
핑계대기 좋아하는 나에게 몬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백한다면, 그것이 하느님 나라의 공동체의 원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성공회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