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안 적는데, 오늘 큰 맘먹고 아고라에 올렸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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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외가의 아제는 일본 후쿠지야마라는 곳에 계십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1년에 꼭 2차례는 한국에 오십니다. 지금은 아흔이 다 되셨는데도 몸이 성치 못하신데도 꼭 오십니다. 지난 번은 몸이 안 좋으신데도 한국 오신다고 여름에 가방까지 다 싸놓고는 결국은 못오시고 겨울에 몸이 조금 나아지셨을 때 오셨지요.
제가 20년전 대학생 때, 일본 댁에 갔다가 아제가 저한테 불러주신 노래가사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트롯트였는데, 자기만의 가사를 붙이신거죠.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그것도 일본 땅에서 모진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야 했던 분의 노래였기에 가슴에 많이 와 닿았더랬습니다. 그 세월 동안 일본으로 귀화도 않고 한국인으로 사실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집의 형들도 아무도 귀화않고 자이니치의 신분으로 살아갑니다. 얼마전 왔던 형 한분의 여권에 허호령이라고 찍힌 이름을 보니 또 한번 마음이 찡했지요.
20년전, 아제가 부르셨던 노래가사를 제가 받아 적었던게 있습니다. 한국에 가면 꼭 전해주겠노라고... 마음속으로 약속을 했지요. 그런데,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를 몰랐지요. 그때만 해도 인터넷이 이렇게 활성화 되기 전이었고, 그러다가 그 가사를 적은 쪽지는 어느 서랍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작년에 우연히 다시 일본 아제댁을 방문했을 때, 그 가사를 꼭 찾아서 여러분들에게 전해주겠노라고 다짐을 했지요. 그러고서도 이제야 올립니다. 재일교포라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설움들이 녹아 있는 가사입니다. 그 고생을 하시면서 이제 자녀분들도 모두 일본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사회인으로 키워내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가사 올리겠다던 약속 이제야 지킵니다. 20년만에... 죄송해요. ^^
나훈아의 - 나그네 설움 유튜브로 올립니다. 원래 노래에 1, 2절이 있구요.
http://www.youtube.com/watch?v=2BEQswwdMzs
아래가 저희 아제가 적으셨던 3절, 4절 입니다.
3절.
좋다던 일본땅에 와서 보니 차와라.
인생길 고개마다 설움이었다.
대장부 일신천금 몸을 세워서
잊었던 우리 청춘 찾아나 보자.
4절.
현해탄 건너서서 수십년의 한 평생.
그립던 내 고향도 타향같구나.
평화의 꽃이 피는 삼천리 강산.
영화의 깃발날려 번영해다오.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십시오.
첫댓글 주위 보면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사는거 쉽지가 않던데.... 오랜 시일이 걸렸지만 약속 지켜서 뿌듯하시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동안 계속 마음에 걸렸었거든요. ^^
음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일본서 평생 고생하셨어도 한국이 이렇게 성장한걸 보고 뿌듯하실듯하네요 15년전만하더라도 일본에서 한국위상은 정말 필리핀이나 다를게 없었죠
80년대에는 저 아제분이 오시면 우리로선 상상도 못하는 것들을 갖고 오셨죠. 바나나야 파인애플이야, 컵라면 처음보고 정말 신기했었지요.
그간 설움이 느껴집니다. 어르신들 약속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격려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이런 곳이라도 있어야 글을 올리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