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차표지 발급 ‘사람 중심’ 바꾸자
자동차→개인 “이동권리 보장”, 오·남용 우려도
18만여명 늘어날듯 “구역 확대, 불법주차 단속”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7-04 19:09:29
▲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최혜영 의원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등과 함께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 사용 자동차 표지 발급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 대상을 ‘자동차’가 아닌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지만 “관리는 어떻게 할건데?”, “불법주차가 더 늘어난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해외에서처럼 자동차 소유와 관계없이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이동 보조가 필요할 경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게끔 ‘수요자 중심’이 돼야 하지만, 이용자가 늘며 생기는 주차공간 확대, 불법주차 등을 막기 위한 보완책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최혜영 의원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등과 함께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 사용 자동차 표지 발급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은 장애인 당사자의 쉬운 승하차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보행장애가 있는 장애인, 그 가족이 보유한 자동차, 장애인복지시설·단체 등이 보유한 자동차에만 발급된다. 장애인 당사자 소유의 차량이 아닐 경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없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자동차 소유와 관계없이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이동 보조가 필요할 경우 주차표지를 발급하고 있다. 보행자 거리나 주차금지구역에도 예외적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주차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텍사스주의 경우 ‘장애인 주차표지는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동승할 때만 유효’하며 ‘장애인이 없는 상태에서 장애인 주차공간을 이용하는 자’에게는 최대 약 150만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최대 5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용석 정책위원.ⓒ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용석 정책위원은 장애인 주차표지 제도가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면서도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정책위원이 장애인 차량을 운행하는 당사자 10명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총 6명이 '사람' 중심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 제도에 찬성했다. 그 이유로 '다른 차를 이용할 경우에도 주차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반면, 반대를 꼽은 3명은 ‘불법주차가 더 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이 정책위원은 '발급 이용자 확대로 인한 주차공간 부족', '주차표지 대여나 도난 등으로 인한 불법주차', '새로운 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란' 등의 우려 점이 있다면서 보완책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 정책위원은 “자동차가 아닌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주차표지를 발급함으로써 자동차의 소유 여부나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대한 이용 권리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18만여명의 새로운 지원 대상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주차공간의 물리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 속 장애인전용 주차공간의 설치비율 확대를 꼽았다.
▲ (왼쪽부터)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정책위원장,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경 연구개발팀장, 보건복지부 박종균 장애인권익지원과장.ⓒ에이블뉴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정책위원장도 “주변 척수장애인들에게 여쭤봤더니 차량 위주에서 사람 위주로 바꾸는 것 좋다고 하지만, 관리는 어떻게 할건데? 라는 질문이 따라온다”면서 역시나 보완책이 함께 가져가야 함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 법정주차대수 확대 ▲주차증 발급 등의 시스템 준비 ▲불법주차 관리 엄중한 단속, 강력한 공권력 개입 ▲장애인식개선교육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관련 내용 포함 등을 제시했다.
이 정책위원장은 “어느 범위까지 발급증을 확대할 것인가, 어떻게 사용자를 쉽게 인지하게 할 것인가, 언제 어디에 부착할 것인가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사전연구가 필요하다. 실태조사와 욕구 조사도 면밀히 해야 한다”면서도 “당장이라도 사고대차를 위한 렌트카나 임시장애인을 위한 발급은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이혜경 연구개발팀장 또한 주차표지 발급 오·남용 가능성,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및 주차단속 등의 문제점을 꼽으며, “다양한 장애인단체와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충분한 의견을 조사해 파악한 후, 관계부처, 임차 및 공유 차량업체 등 다양한 관계기관들과 장기적 플랜을 갖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박종균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현재 제도는 본인 차량이 없는 장애인들, 렌트나 타인의 차량을 이용할때 이용하기 어렵다 등의 이유로 차량 중심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가는게 맞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오·남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실효적 단속수단이 필요하다. 특히 장애인이 있는 가족들이나 기관들이 주차증을 받아서 장애인 탑승하지 않았음에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시민 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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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