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conte)>
별명에 얽힌 이야기
靑山 손병흥
그 사람의 생김새나 버릇과 성격 따위의 특징을 가지고서 남들이 본명 대신에 지어 부르는 이름을 말하는 별명(別名)은, 대부분 본인이 스스로 원해서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과정에서 한 동네의 소꿉동무나 학교의 친구들로부터 얻게 되거나, 주로 ‘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하여 남들이 지어서 부르는 이름’을 말한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별명은 제3자가 불러주는 것이기에 보다 객관적인 공정한 것으로도 볼 수가 있는데 비해, 이른바 자칭(自稱) 별명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일컬음’이라는 뜻을 지닌 자신이 주관적으로 부르는 것인지라, 좀 더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가 있을 정도의, 그 개념에 대한 객관성과 주관성의 차이가 있다고 보아진다.
이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자라는 과정에서, 한 동네의 소꿉동무나 학창시절의 친구들로부터 얻게 되는 한두 개의 애칭으로 별명을 가지게 마련이지만, 대부분 세월이 흘러서 대개 성인이 된 뒤에는 자연스레 잊어지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따금씩 허물없이 자라왔던 죽마고우인 어린 시절의 친구들로부터 문득 향수어린 별명을 듣게 될 때면, 비록 잠시 난감하거나 놀림거리가 될지라도 더욱 정감어린 동심에 젖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외형이나 성격의 일면을 꼬집어 나타내는 것이다 보니, 대개 외형의 유사성에 근거를 둔 짐승의 이름이나 비속어들이 자주 쓰이므로, 이를테면 꺽다리·발바리·땅개·망태기·돼지·말코·작대기·왕눈이·깜둥이·너구리·영감·놀부 등과 같은 것이 있는데, 적어도 대체적으로 성격상 주인공과의 장난기 있는 특별한 사건이나 유사성과 일치감이 있어야 만이, 이후에도 애정 어린 별명으로 따라다니며 정착을 하게 된다.
하기 사 대한민국의 축구선수 출신 감독으로, 2017년부터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은 뒤에 2018 AFC U-23 컵(준우승)에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4위)에서도 마찬가지로 매 대회마다 팀의 역대 최고 성적을 갱신하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오면서, 2018년 동남아 축구협회 대회인 스즈키컵도 10년 만에 우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2019 AFC 아시안컵에서는 8강까지 올려놓았던 박항서 감독의 별명은, 이미 20대부터 머리가 빠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머리 링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며, 역사적인 인물로서 신라시대 탄금가로 대악(碓樂)을 지었던 백결선생(百結先生)은, 너무나 살림이 궁핍하여 기운 옷을 거듭 기워서 입고 다녔다고 하는 전설에서, 여태까지도 그의 이름은 잘 모르는 채 오로지 별명으로만 전해져오고 있다는 사례도 있다.
그 외에도 조선시대에 사대부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하였던 아호(雅號)나 필명(筆名)의 전통도, 크게 보면 본명을 존중하는 심리에서 나온 것이며, 일종의 아호나 필명과 예명(藝名)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별명의 범위에 든다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덧붙여 별명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하여튼 불리어지는 명칭에 관해 너무나 큰 문제로 대두될 정도의 이슈가 되기도 할 뻔했던 사례 중에서, 일종의 '콘돔'에 대한 새 이름을 지을 때 나름대로의 그 의미를 담아 '애필(愛必)'로 정했다가, 부득이하게 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너무나 강력한 항의로 인해 취소가 된 바도 있다.
더욱이 스타들의 캐릭터와 각자 개성에 맞게끔 붙여진 각양각색의 독특하고 희귀한 별명들을 갖게 된 사연들도 많으며, 그중에서 <코요태>의 신지는 동그란 얼굴과 까만 피부 때문에 ‘까만 거북이’로, 이정현은 튀어나온 머리모양 탓에 ‘짱구’요, 주영훈은 남들보다 유난히 크고 둥근 얼굴 때문에 ‘호빵 맨’으로 불리어졌고, 임창정은 여드름이 많은 얼굴과 피부 때문에 ‘달 표면’으로 불리어졌을 뿐만 아니라, <SES>의 유진은 축 쳐진 눈과 새까만 눈동자하면 떠오르는 동물인 외모에 빗대어 ‘팬더’로, <HOT>의 강타는 그의 얼굴이 까맣다고 하여 ‘깜상’으로 불리어지기도 하였다.
아울러 <젝키>의 은지원은 깔끔하고 잘 생긴 외모 덕분에 ‘뺀질이’로, 노사연은 얼굴보다 입이 더 크다고 해서 ‘하마’요, <핑클>의 성유리는 항상 웃고 다녀서 ‘실실이’로 불리어졌고, <젝키>의 강성훈은 항상 방실방실 웃고 다닌다고 해서 ‘방글이’로 불리어졌으며, 김경호는 고집이 너무 세고 보수적이라고 해서 ‘청학동’으로 지칭해 통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비록 남들로부터 불리어지는 별명일지라도, 한사코 그런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어떤 사람이 있어 사연을 알아보았더니 이런저런 사유가 담겨져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서 듣기 싫어했다던 그의 수치스런 별명을 굳이 밝히자면 ‘호구’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럴만한 지칭이나 사유가 연관된 것을 들라고 치면, 단지 그의 이름이 ‘나효규’였지만 발음상 대개 ‘호구’로 불리어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