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라 맞고 꽃멀미 하셨나요?안도현, <3월에서 4월 사이>
[겨레문화와 시마을 18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3월에서 4월 사이
- 안도현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 제비꽃 피고
▲ 꽃들의 세상이 된 봄에는 꽃보라를 맞고 꽃멀미를 한다.(그림 이무성 작가)
이제 봄이다. 아직 저 멀리 남촌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아직 여기까진 오지 않았지만, 봄의 전령사 얼음새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저 남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는 변산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 섬진강 매화마을에서는 매화 바람이 불고, 머지않아 우리는 흐드러지게 피어 꽃보라를 일으키는 꽃들을 보게 된다. 그렇게 3월과 4월 사이에는 온갖 꽃들이 다투어서 핀다.
곧 온통 꽃의 수채화 세상으로 변할 텐데, 이를 두고 꽃의 아름다움이나 향기에 취하는 것을 토박이말로 '꽃멀미'라고 하고, 꽃보라가 인다고도 말한다. 어떤 이들은 이런 꽃향기 가득한 세상에 편지를 쓸 때 “꽃보라 맞고 꽃멀미 하셨나요?”라고 속삭인다. 우리 모두가 시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 세상, 안도현 시인은 그의 시 <3월에서 4월 사이>에서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었다고 노래한다. 그런가 하면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 제비꽃 피고”라고 시를 쓴다. 산서중학교 뒷산, 산서주조장 돌담, 산서우체국 뒤뜰,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는 온통 꽃천지가 되는 것이다. 그뿐이랴. 이제 마파람이 불면 도심 공원도 전북 장수군 산서면처럼 환한 꽃세상이 되리라.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