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 3,7-14; 루카 11,15-26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성 요한 23세 교황 기념일입니다. 1958년 10월 9일, 비오 12세 교황님이 서거하자 전 세계 51명의 추기경들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로마로 모였습니다.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된 열두 차례의 투표 끝에 안젤로 주세뻬 론깔리 추기경이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되자, 사람들은 교황 선거가 난항을 겪었고, 과도기적 인물로 그분이 선출되셨다는 것을 알아 차렸습니다. 론깔리 추기경님은 당시 77세이셨습니다.
그러나 교황님이 되신 이듬해인 1959년 1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하시자, 세상은 깜짝 놀랐습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은 사람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습니다. ‘과도기의 교황’이라 불린 분에 의해 가톨릭교회는 지난 2천 년의 역사 중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맞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요한 23세 교황님은 또한 회칙 ‘어머니요 스승’과 ‘지상의 평화’를 통해 당대의 사회 문제와 세계 평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셨고, 이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교황님이 되신 후 36개 언어로 방송된 강론에서 교황님은 세계의 모든 정치 지도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왜 우리의 머리와 재산을 전쟁하는 데다 써야 하는 걸까요? 시민들을 바라보십시오. 그들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그들은 전쟁과 죽음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다만, 평화와 생명입니다.”
또한, 공의회가 시작되던 날인 1962년 10월 11일, 바로 64년 전 오늘인데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의 가장 큰 소망은 모든 믿는 이들의 일치에 있습니다. 지금 나는 눈앞에서 비추고 있는 세 개의 위대한 빛을 봅니다. 모든 가톨릭 신자들을 하나 되게 하는 일치의 빛, 우리 교회와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들을 하나 되게 하는 일치의 빛, 그리고 우리와 다른 종교들과의 사이를 비추고 있는 사랑과 이해의 빛이 그것입니다.”
1963년 6월 3일, 시골 마을의 본당 신부가 되고 싶으셨던 착한 목자 요한 23세 교황님은, 온 세상과 가톨릭교회가 하나의 마을임을 가르쳐 주시고 선종하셨습니다. 2014년 4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해 시성되셨습니다.
어제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인들에게, 성령을 받기 위해 율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믿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거짓 사도들은 아마도 갈라티아인들에게 할례를 받아야 아브라함의 상속 재산을 물려받는, 아브라함의 자손이 된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이를 반박하면서 바오로 사도는 “믿음으로 사는 이들이 아브라함의 자손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브라함의 상속 재산을 받는다는 것은, 단지 땅이 아니라, 장차 다가올 축복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같은 혈통이 아닌 사람의 자손이라는 것은, 그를 본받고 그와 같이 행하는 것을 뜻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는 길은, 아브라함이 했던 일을 본받아 똑같이 행하는 것인데, 그것은 할례가 아니라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창세기 12장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모든 민족들이 네 안에서 복을 받을 것이다.” (12,3) 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바오로 사도는 이 말씀을 인용하시며 이방인인 갈라티아인들 역시 아브라함 안에서 복을 받게 되고, 이는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을 본받아 믿음의 사람이 됨으로써’라고 강조합니다.
율법에 따른 행위에 의지하는 자들은 다 저주 아래에 있기에, 예수님께서는 이 저주를 풀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스스로 저주받은 몸이 되셨는데, 왜 그 저주의 멍에를 다시 메려 하느냐고 바오로 사도는 묻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시자, 군중 가운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시험’이라는 단어는 ‘유혹’으로도 번역되는데요, 엊그제 복음 말씀에 나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라고 하셨는데, 이 ‘유혹’과 오늘 복음의 ‘시험’은 같은 단어입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구절이 어제 복음과 연관된다면, 오늘 복음은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와 연관된다 하겠습니다.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해 주기는커녕, 예수님을 시험하는 그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서 중립은 없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거나, 예수님을 반대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통해, 예수님께서 보내신 성령을 통해, 하느님 나라는 이미 여기에 와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바오로 사도를 통해 옛 율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는 것이 당신의 이끄심을 따르는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성령께서는 60년 전, 요한 23세 교황님을 통하여, “교회의 문을 활짝 열라”고 말씀하셨고, ‘일치와 평화와 생명’이 당신의 길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성령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 가난과 정의와 생태 문제에 대해 세상과 연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나의 삶에서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성령께서는 어떠한 말씀을 하고 계실까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미사를 주례하시는 성 요한 23세 교황님
출처: Pope John XXIII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