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nning
둥글게 형광등을 싸고 있는 세상, 희미하게 보이는 나와 의자와 침대와 그리고 Cunning 없는 세상. 맥주박스를 힘겹게 옮기는 트럭아저씨, 뭐가 불만인지 볼멘 소리로 투덜거리면서 남자친구를 구박하는 여인, 내일을 향해 힘차게 뛰어노는 아이들, 뒷동산 머언 산, 그리고 강이 흐르는 앞마당. 적적하게 담배를 피워올리며 거리를 내다보는 어르신들. 자리를 옮기면, 누군가 한마디 한다. 의자에 앉아서 궁상을 떨고 있는 또 한 명이 있다고. 침대 머리맡에 놓인 스위치. 밤이 되면, 사라지는 모드. 세상은 둥근데, 정치를 하는 어르신들의 한마디. 어디 한번 잘 살아 봅세!
아무래도, 한국에선 못 살겠어요, 교통이 너무 안 좋아서요. 아이구, 서울 거리는 왜 이리 복잡하다냐? 여보게, 여기 어딘지 아슈? 내 아들 놈 집인데. 할아버지, 저도 여, 여기 처음인데요? … 막무가내로 내민 쪽지엔 <충북 청주시… : 교통이 좀 복잡하니까 중심을 똑바로 잡고 오세요> 어, 어라. 할아버지. 터미널로 다시 가세요. 잘못 오셨어요.
우리 당을 찍어주세요! 다 함께 잘 살아 봅시다! 저 양반들, 뭐야? 에잇, 저 **같은 새끼들. 할아버지, 말씀이 좀… 뭐, 내 말이 어떄서? 저런 놈들은 우리 나라에서 사라져야 해. 에잇, 퇴퇴퇴! 프랑스로 가고 싶어요. 세계일주하는 것이 저의 꿈이지요. 그래, 그래, 자네는 좋은 꿈을 지녔구만. 부디, 성공하게나. 아이구, 터미널로 가려면 어찌 가야하남? 여기서 지하철 2호선을 타시고…
둥글게 세상은 돌고 돈다. 베개를 꾸욱 안고 짠뜩 쪼그라진 잠이 든다. 아침이 들면 밤새 가시지 않은 피로와 맞선 악몽, Cunning없는 사회가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