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사, 대문 옆 화단 이야기
 
〇 한옥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면서, 어느새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주변의 ‘퓨전 한옥’, 큰 창으로 시공한 집들과 비교하면 구식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었습니다. 실내에서는 전통 한옥 창으로 절제하면서 주변 산과 먼 산을 느끼고, 문을 열고 토방이나 마당으로 나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화단은 크게 네 곳으로 계획했습니다. 돌로 쌓은 축대 사이 화단. 대문 옆 벽돌 화단과 담장이 완성되면 조성할 마당 안쪽 화단, 마지막으로 마당 화단입니다. 
 
- 돌과 돌 사이에서 얼굴을 내미는 꽃들을 바라보면서 소년감성으로 돌아가 꽃들과 대화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행복이었습니다. 꽃이 수명을 다하고 시들면,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면서 가위로 잘라주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우산을 들고 잔디처럼 보이는 송옆국의 작은 꽃들과 때묻은 마음속 아래에 숨겨져 있던 마음으로 대화를 했습니다.
 
〇 대문 옆 화단은 가을에 자리를 잡고, 봄에 꽃을 피우도록 추석 전후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맨 앞에는 우리나라 꽃, 무궁화 묘목 두 그루를 심었습니다. 쉽게 구할 줄 알았지만, 진디물이 꼬인다, 눈병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찾는 사람이 적어 어렵게 구했습니다. 아쉬움을 달래며, 노란 꽃이 피는 개량 무궁화를 어렵게 찾아 심었습니다.
 
그 다음은 작은 잎이 촘촘한 지옆국수나무, 키가 커도 전지할 필요 없는 측백나무, 그리고 화단의 중심이 될 자리는 나를 상징하는 나무를 심기 위해서 자리를 남겨두고, 7년생 산수유 두 그루와 대품 목수국을 심었습니다.
 
- 노년에 꼭 먹어야 하는 과일로 토마토, 사과, 블루베리, 아보카도라고 주장하는 글을 읽고 공감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화단에는 새와의 ‘전쟁’을 각오하며 블루베리도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고 우선 5그루를 주문했습니다. 나머지는 차츰 다른 종류로 채워볼 계획입니다. 사과는 사서 먹기로 하고, 토마토와 아보카도는 겨울이 지난 다음 심기로 했습니다. 
 
〇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대문 옆 화단을 꾸민 것은 대문을 드나들 때마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 무궁화
모든 국민이 잘사는 나라 → 지옆국수나무
스스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나라 → 측백나무
겨울이 길어도 진정한 희망을 전하고 → 산수유
현실을 감내하면서 풍성한 꽃을 끝까지 피우는 → 목수국처럼 살리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기 위해서입니다. 
 
= 필자는 버들 유(柳)씨입니다. 버드나무는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쉽게 꺾이지 않고 생명력이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나무의 가지는 위를 향하고 있지만 버드나무는 가지를 아래로 늘어트리고 있는 특성이 있고, 물가에서는 토양의 유실을 막아 주기도 합니다.
 
삼색버드나무(三色柳)를 식재하고 싶은 이유는 한 뿌리에서 3가지 빛깔로 태어나서 조화와 다양성을 상징하고, 버드나무의 꽃가루 피해가 없기 때문이지만, 망설이는 이유는 가지가 위로 뻣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유박사님의 멎진 계획을 응원합니다
한옥과 정원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집니다.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지만 소중한 경험이라 여겨집니다.
한채의 한옥을 짓는것이 아니라
유박사님의 인생을 다 담은 역사관을 짓고있는것 같습니다~
알아갈수록 대단한 마인드오아 실행력에 감탄합니다
쉼없이 기획하고 결과를 만들어가시는 그 능력에 저절로 고개숙여집니다
모쪼록 아픈곳없이 건강관리에도 집중하시고
그 아름다운곳에서 오감과 오행을 만끽하는 삶이 되소서~~~
K - culture 의 문화유산인
우리 한옥의 멋진 스토리에
감동과 노력이 느껴집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