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서 파는 흠집 제거제, 무작정 사면 후회
TV 채널을 넘기다 홈쇼핑에 시선이 멈춥니다. 차에 난 상처를 지우는 마법 제품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내차 흠집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심각한 데 몇 번만 쓱쓱 문지르니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어느새 주문 버튼을 누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동차 흠집 제거제'입니다.
그런데 도착한 흠집 제거제로 차를 문질러 보면 광고처럼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사용 후기를 찾아봐도, 주변 이들의 반응도 냉담한 건 마찬가지. 자기 것을 줄테니 가져다 써보란 말도 듣습니다. 그렇다면 화면 속 모습처럼 감쪽같이 흡집이 제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힌트를 조금 드리면 도장에 생긴 상처의 종류와 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폴리싱(광택) 원리
도장에 난 상처를 제거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그중 폴리싱(광택)을 중점으로 다룰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자동차 도장 구조를 간단히만 알아보겠습니다. 자동차 도장은 보통 철판에 페인트를 잘 붙게 하는 프라이머 도장, 색을 내는 컬러 페인트, 이를 보호하고 광을 내는 클리어 코트로 이뤄집니다.
폴리싱은 이중 가장 윗부분인 클리어 코트에 난 상처를 거친 입자로 문질러 반듯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직설하면 표면을 일정 부분 갈아내는 작업이죠. 도장면은 빛이 일정하게 반사돼야 보기 좋습니다. 그래야 더욱 반짝여 보입니다. 하지만 흠집이 생기면 빛이 다른 방향으로 반사되고 그 부분은 눈에 띄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작업이 폴리싱입니다. 우리가 TV 홈쇼핑에서 보는 흠집 제거제는 폴리싱 작업에 사용되는 연마제 종류가 대부분입니다.
다른 페인트가 묻었을 때 효과 탁월
도장이 손상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내차 페인트가 깎이거나 다른 페인트가 묻는 경우입니다. 위에서 다뤘지만 연마제를 이용한 폴리싱은 다른 페인트가 내차에 묻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눈으로 봤을 때는 상처가 비슷해 보여도 내차 도장면이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직접 구입한 흠집 제거제를 활용해 손으로 작업해도 효과가 좋습니다. TV 광고를 보면 막대로 차를 손상 시킨 후 감쪽같이 복원합니다. 상당한 힘을 가해 극적인 상황도 연출하죠. 상처도 눈에 도드라져 보이지만 이는 막대의 페인트가 차에 묻은 흔적입니다. 내차 도장이 벗겨지지 않았으니 묻은 페인트가 연마제로 깨끗하게 닦이는 모습입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작업할 때 사용하는 융의 결이 곱고 일정해야 합니다. 시작 전 융에 이물질이 없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겠죠. 보태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문질러야 보다 나은 작업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깊은 상처는 손으로 연마 불가
손톱으로 도장면을 쓸었을 때 걸릴 정도의 상처는 수작업 폴리싱으로 복구하기 어렵습니다. 빛을 비추어야 약하게 보이는 흠집, 예를 들어 자동 세차 스월 마크 정도에 효과적이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반 소비자용 연마제는 전문가용에 비해 얇은 입자를 사용합니다. 굵은 입자를 쓰면 단 번에 광이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또한 컬러 페인트까지 도달한 상처는 손으로 문질러 연마하기 어렵습니다.
깊지만 얇은 상처에는 오히려 펜, 매니큐어 타입에 바르는 흠집 제거제가 효과적입니다. 갈아내지 않고 주변 페인트를 녹여 홈을 메우는 방식이죠. 도장에 난 상처를 물파스로 없애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다만 이 방법도 도장 표면의 굴곡이 생겨 새차 상태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폴리싱, 절대 만만치 않은 작업
필자는 과거 디테일링 숍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는 외장 관리 전문점, '광택집' 정도로 불렸지요. 보조 역할을 하며 지켜본 전문 폴리싱 작업은 상당히 복잡하며 고된 과정이었습니다. 차 한 대 작업에 족히 하루는 걸렸지요. 폴리싱 전 유분을 없애는 탈지 작업, 근육통을 유발하는 광택기의 무게. 도장 상태에 따른 컴파운드(입자 크기별), 융과 패드 선택도 중요했습니다. 자칫 방심하면 페인트가 벗겨지는 일도 많습니다.
이처럼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작업을 직접, 그것도 수작업으로 비슷한 효과를 내는 건 어불성설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중에서 흠집 제거제를 구입하기 전 지금 내차 상태와 어떤 수준의 결과를 기대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