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과 우리말 / 충남 예산 삽교 등
삽다리와 샅(사이)
사이의 뜻으로 붙여진 ’샅(間)‘ 이름
내 고향 삽교를 아시나요
맘씨 좋은 사람들만 사는 곳
시냇물 위에 다리를 놓아
삽다리라고 부르죠
내 고향 삽다리를 아시나요?
서울역에서 장항선 타고 천안을 지나고 온양을 지나 수덕사 구경을 하려거든 삽다리 정거장서 내리란다. 1.4 후퇴 때 이곳에 내려간 조영남의 노래이다. 흐르는 물에 다리를 놓아 ‘삽다리’라 했단다. 내에 삽을 다리처럼 놓아서 그 이름이 나왔다고 하기도 하고.
엉뚱한 이야기도 있다. 이 삽다리 다리 이름인데 맨처음에는 그 다리가 섶으로 놓은 섶다리였다는 것이다. 그 섶다리가 변하여 삽다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삽다리의 본래 이름이 가운데의 들이라는 뜻의 삽다리(삽들)였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곳의 다리가 있기 전에는 이름이 없었을까?
삽다리의 ‘삽’은 ‘사이’라는 뜻의 ‘샅’이 변한 것이다. 샅바, 사태살(샅애살), 고샅 등의 ‘샅’은 ‘사이(間)’의 뜻이다. 같은 예산군의 예산읍 향천리의 ‘삽티’(고개)도 ‘사이의 재’란 뜻인데, ‘새재’와 같은 뜻의 땅이름이다.
예산군의 삽다리는 본래 덕산군 대조지면의 지역이었다. 이 삽다리(삽교.揷橋) 마을은 일제 초기인 1914년에 신흥리와 평촌, 상성리, 하성리의 각 일부와 장촌면의 도리 일부를 병합하여 삽교리가 되어 예산군 삽교면(읍)에 편입된 곳이다.
삽다리는 가운데 들의 뜻
삽다리에서 ‘다리’는 ‘들’의 뜻이며, 삽다리는 ‘삽들’이 변한 이름이다. ‘삽교’에서 ‘교(橋)’는 ‘다리’가 아니라 ‘사잇들’의 뜻인 ‘삽들’의 ‘들’이 ‘다리’와 음이 비슷하여 의역하여 붙인 것이다. ‘넓은 들’의 뜻인 ‘널들(너다리.너더리)’이 ‘판교(板橋)’가 된 이치와 같다.
우리말에서 두 낱말이 합쳐져 복합어가 되는 경우, ㅂ(비읍) 음이 사이에 처가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음운상으로 ㅂ음 첨가라 한다. 샅다리는 샅과 다리라는 말 사이에 ㅌ 대신 ㅂ이 들어간 예이다.
삽다리는 전국 여러 곳에 있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춘천시 북산면, 충남 당진군 송악면 가교리 등.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도 삽다리가 있는데, 역시 ‘사이의 들’이란 뜻이다.
샅+다리 > 샅다리 >삽다리(삽교)
우리말에선 ‘샅’이 ‘삽’으로 잘 변한다. ‘샅’이 ‘사이’의 뜻임은 우리말의 ‘사태(샅+애)’나 ‘샅바(샅+바)’란 말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사의’의 뜻인 ‘샅달’이 ‘샅다리’가 되고 다시 ㅂ이 첨가되어 ‘삽다리’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ㅂ 첨가’의 예로는 대싸리(대+싸리.댑싸리), 메쌀(메+쌀.멥쌀). ․저때(저+때.접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예산의 삽다리 근처에는 벌판에 새 마을이었다는 신뜸, 새뜸이 있고, 그 북동쪽 삽교천 물가에는 전에 장터였다는 구장터 마을이 있다. 삽교천을 따라 더 북쪽으로 가면 새터말, 양지뜸, 두루머리, 보안말, 떼말 등이 있다.
삽교읍 일대에는 안뜸, 새뜸, 신뜸, 양지뜸, 외뜸과 같이 ‘뜸’이 들어간 이름의 마을이 많은 데, 여기에서 ‘뜸’은 본 마을에서 따로 떨어진 작은 마을 단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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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척말
-샅 샅바 고샅 사태살 사타구니
* 친척 땅이름
-충남 당진군 송악면 가교리의 삽다리
-강원 춘천시 북산면 조교리의 삽다리
-강원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의 삽다리
-경북 군위군 부계면 명산동의 삽들
-전남 보성군 웅치면 유산리의 삽들
-경북 고령군 성산면 대흥동 삽재(삽령.嶺)
2022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