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계획은 '천마산역 → 주먹바위 → 뾰족봉 → 천마산 정상 → 삼각지 → 천마의 집 → 수진사 입구'의 6.5km 구간을 4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1
천마산[天摩山]
높이: 812m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과 오남읍 경계를 이루는 천마산(812m)은 한북정맥에 맥을 대고 있다. 46번 경춘국도의 마치굴에서 북쪽으로 3㎞ 떨어져 있다. 산세가 험하고 복잡하다 하여 예로부터 소박맞은 산이라 불려왔다. 주봉을 중심으로 하여 북동쪽은 비교적 비탈이 급하고, 서쪽은 완만하다. 능선이 산정을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를 이루고 있어 어느 지점에서도 정상이 바라보인다. 북쪽 기슭에는 보광사(普光寺)가 있다. 1983년 8월 29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천마산은 서울 근교에서는 비교적 높은 산에 속하는 산으로서 산의 형세는 험하지 않으나 주 능선 길은 암릉이 많이 있으며 산세는 무척 아름답고 나무 또한 울창하여 사계절 많은 등산객이 찾는 곳이다. 천마산은 서울 근교의 당일 산행지로 인기가 있다. 산기슭에는 천마산심신수련장, 상명대학교 수련관 등 각종 연수원과 수련장이 들어서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산꼭대기를 중심으로 능선이 사방에 뻗어 있어 어느 지점에서나 정상을 볼 수 있는 특이한 산세와 식물상이 풍부하여 식물관찰 산행지로 이름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으며, 남쪽에 천마산 스키장이 있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청룡의 해, 등산방 첫 번째 산행은 남양주의 천마산에 오르기로 했다. 처음에는 눈 산행으로 자연 눈썰매장이라는 용문산 함왕봉에서 백운봉 코스를 계획했으나, 들머리까지 이동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 참여율을 고려해 천마산으로 바꿨다. 그렇다고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지만?! 천마산도, 완벽한 열차 산행으로 4호선 진접역에서 시작해, 경춘선 천마산역으로 하산하거나, 그 역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흥수와 얘기했었으나, 그럼, 20km 넘는 거리라, 정기산행으로는 부담스럽다. 해서 천마산역에서 시작해 정상을 찍고 수진사 입구로 내려오는 코스로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당일 참여자를 보고, 천마산에서 철마산까지 달린 후 진접역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리고 천마산은 2021년 8월 흥수와 둘이 서파교차로에서 시작해 수진사 주차장으로 하산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 산행이라[산행기], 천마산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초행이다.
산행 일인 1월 20일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종일 해를 보기 힘든 구름 낀 날씨에, 영상 3도에서 4도 사이의 기온, 그리고 4m/s 바람이라 체감 기온은 0에서 2도 사이다. 말인즉 춥고 조망은 꽝인 날씨라는 예보다. 해서 평소와 같이 겨울 산행 준비에, 정상주 안주로 불광역으로 가는 길목의 대조 전통시장에서 홍어(정확히는 가오리) 무침을 사 갈 예정이다. 그리고 4시간 내외의 산행이라, 하산 후 늦은 점심 겸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라 점심은 정상주 안주를 겸해 컵라면을 준비한다.
2 - 1
8시 32분 불광역에서 오금행 열차를 타고, 옥수에서 경의·중앙선으로, 상봉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는 코스로, 빠른 환승 출구와 환승 시간 등 좀 복잡하다. 해서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곳에서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코스를 캡처해 이미지로 저장했다. 그리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컵라면용으로 물을 끓여 보온병에 넣고, 8시 5분경 집을 나서, 불광역으로 향했다. 물론 그 길목인 대조 전통시장 단골집에서 홍어(정확히는 가오리) 무침을 샀다. 그리고 불광역으로 가 계획과는 달리, 8시 26분 열차로 옥수역으로 향했다. 그렇다고, 모든 열차의 시간이 변한 건 아니고, 다만 옥수에 6분 일찍 도착했을 뿐이다. 해서, 추가된 6분을 이용해 화장실을 다녀오려 했는데, 이미 승차장이라, 포기했다. 그리고 열차를 두 번 갈아타고, 9시 54분경 천마산역에 도착했다.
같은 열차를 타고 온 영빈을 승차장에서 만날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막 내린 승객을 찾아봤는데, 없다. 해서 아래로 내려가 대기실에서 찾아봤으나, 역시 없다. 그럼, 화장실이다. 예상대로 화장실에서 나온 영빈과 함께 버스로 천마산역으로 온 흥수를 만나기 위해 1번 출구로 나가기 위해 건너편으로 가려보니, 지하가 2번 출구 지상이 1번 출구로 출구는 같은 방향이다. 그리고 계단 위 도로에 흥수가 있는 게 보여, 계단으로 올라갔다. 이후 흥수와 만나, 편의점으로 이동해 컵라면 두 개와 빨갱이 페트 한 병을 사서 흥수와 영빈의 배낭에 나눠 넣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2 - 2
지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천마산 들머리는 역 1번 출구로 나와 도로를 건넌 후 10m가량 위로 올라가면 이정표가 반겨준다. 천마산 정상까지는 3.1km! 물론 산행 전 기동한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93.7m, 예상했던 대로, 강변에 있는 산의 들머리답게 낮은 곳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천마산 높이가 900m가 넘으니(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이렇게 알고 있었다), 표고 차는 최소 800m 이상으로 북한산 백운대보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어쨌든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좌회전하자, 천마산 탐방로 입구라는 사찰의 일주문 형태의 문(아니, 일본 신사 앞 '도리이'를 본뜬 건가? 하긴 그것도 일주문의 변형이기는 마찬가지지만)이 천마산행이 시작됨을 알린다.
문을 지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700m가량을 올라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좌회전은 '천마산 정상, 2.77km', 우회전은 '천마산 정상, 2.60km'로 왼쪽이 170m 길다. 고로 오른쪽보다는 완만한 능선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계곡인 오른쪽 길을 택해서 올라갔다. 그런데, 계곡 길이 다 그렇듯이 상류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급해 더워지기 시작해 가던 길을 멈추고,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은 후 다시 길을 재촉하자, 저 위로 능선이 보이고 그 직전 갑판 계단이다. 그 계단으로 능선에 도착하자, 이정표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20km, 고로 400m 올라오는데, 14분이 걸렸다. 하지만, 일단 능선에 올라섰으니, 정상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로 기대하고 능선을 따라가자, 언덕 아래에 또 이정표로, 우리 쪽으로는 방향 지시가 없고, 왼쪽은 천마산역, 오른쪽은 천마산 정상으로 남은 거리는 2.25km다.
아래 이정표에서 최소 100m 이상 왔는데, 거리는 50m가 더 멀어졌다. 동네 뒷산 이정표에서 흔히 보는 거라, 놀랍지도 않다. 어쨌든 산행을 시작하고 첫 번째 갈림길에서 능선 길을 선택했으면 왼쪽에서 올라와 여기서 만난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없지만, 좌나 우가 아니라, 직진해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도 보인다. 고로 사거리다. 등산로와 이정표는 별거 아닌 작은 봉우리를 우회하게 해 놓은 거다. 그렇다고 시키는 대로 하면, 산꾼이 아니라, 이정표는 무시하고 직진해 봉우리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곳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도착해 보니, 예상대로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직진 방향으로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천마산 정상이라기에는 너무 가까운 봉우리가 보인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지금은 폐장된 천마산 스키장이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반대편으로 가자,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보지 못한 빙판이라, 고개로 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 결과적인 얘기나, 고도가 높아질수록 빙판이 심해져, 뾰족봉을 지나고 나서는 아이젠 없이는 산행할 수 없을 정도다.
조심조심 빙판을 고개까지 내려와, 햇볕이 잘 드는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자, 빙판이 사라진다. 당연한 얘기나, 높이가 높아지자, 낙엽 져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 능선이 장관이라, 기록으로 남겼는데, 예상대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 한국 산에서는 익숙한 결과라 실망하지 않고, 9분 정도 가니, 휴양림 갈림길이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왼쪽의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91km, 오른쪽의 휴양림은 1.97km, 1시간 6분이 걸려, 천마산역에서 2.10km를 왔다. 갈림길에서 휴양림 방향을 보자, 10여 미터 아래에, 이번 산행 첫 번째 전망대가 보여, 아주 당연히 전망대로 갔다. 물론 보이는 건 아래에서 앙상하나 울창한 숲 사이로 봤던 것과 같다. 하지만, 아래와는 달리, 나뭇가지의 방해가 거의 없어, 감상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보이는 모든 걸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그걸 배경으로 막 도착한 영빈의 사진을 찍은 후 다시 갈림길로 돌아가 정상으로 향했다.
다시 길을 재촉해 50여 미터를 올라가자, 두 기의 돌탑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주변에서 돌을 주워 돌탑을 보강했다. 그리고 계속 가자 다시 갈림길로 암봉으로 올라가는 직진 등산로는 노란 테이프 금줄로 막아놓고, 등산로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있다. 아주 당연히 누군가 금줄을 제거한 길로 암봉으로 빙판이라 약간 위험하기까지 한 암봉으로 올랐다. 그래서 노란 테이프로 금줄을 친 거다. 그리도 두 친구는 등산로로 우회했다. 암봉을 오르며 보니, 왼쪽으로 설치한 지 얼마 안 된 갑판 계단이, 암봉 아래에는 자재가 놓여있다. 등산 앱이 반응하지 않아, 당시에는 몰랐는데, 천마산 뾰족봉이다. 등산 앱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감마저 없는 게 아니라,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정상에 도착하자, 최고의 전망대로 천마산에서 이어지는 천마지맥과 저 멀리 '불수사도북'의 불암산, 수도산과 뒤로 사패산과 도봉산, 북한산도 보인다.
물론 직진 방향으로는 천마산 정상이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빙판의 뾰족봉을 내려가자, 우회한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에 영빈이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고 있고, 흥수는 안 보인다. 영빈을 뒤로하고 천마산 정상으로 향하는데, 흥수가 반대편에서 내려오며, 영빈의 상태를 묻는다. 그리고 아이젠 없이는 올라갈 수 없어, 아이젠을 착용했단다.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알려주려 다시 내려온 거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등산로에서 벗어나,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배낭을 벗은 김에 아래에서 벗었던, 조끼도 꺼내 바람막이 안에 다시 입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이번 산행 최고의 급경사 빙판을 마나, 조심조심 올라가자, 갑판 계단이다. 그 계단으로 올라가자, 계단 정상 전망대에서는 흥수가 사진을 찍고 있다. 나 역시 흥수 옆으로 가 지난 온 능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갑판 계단으로 영빈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고, 정상을 향해 5분가량 올라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직진은 정상으로 210m, 좌회전이 하면, 2021년 8월 흥수와 둘이 시작한 천마지맥 산행 때[산행기], 흥수가 찾았던 도마치고개로 내려가는 등산로다. 총 49.4km의 천마지맥도 예봉산에서 운길산 갈림길까지, 포천의 서파교차로에서 천마산까지 달렸으니, 대략 35km 정도를 달렸다. 고로, 15km 정도만 이어주면 천마지맥 종주다. 당장은 아니나, 장래 갈만한 산이 없을 때 정맥과 지맥을 이어볼 생각이라, 곳곳의 갈림길을 미리 알아 두는 건 중요하다. 해서 그 갈림길을 기록으로 남기고, 10m 가자, 2021년 당시 좌회전 내려갔던 호평동 갈림길이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20km! 등산 앱은 반응을 안 하나, 동영상을 찍으며 가, 12시 2분 정상석을 배경으로 까만 소 인증을 남기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등산객으로 정신없는 정상에 도착했다. 그 정상석에 음각된 높이 812m를 보고, '응? 900m는 넘는 게 아니었어? 왜, 900m가 넘는다고 알고 있었지? 혹신 이전 산행인 청도 화악산[산행기]과 혼동한 건가?'
먼저, 인증 대상이 바뀌는 틈을 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겼다. 성질대로 하자면, 이대로 하산하면 되나, 천마산이 처음인 영빈이 있어, 인증을 남기기로 했다. 다행히 줄이 길지는 않아, 줄 서서 기다리는데, 앞선 팀이 개인 사진을 다 찍은 후 단체 사진을 부탁할 대상을 찾고 있어, 먼저, 찍어줄 테니, 우리도 찍어달라고 제안해, 서로의 인증을 찍어줬다. 이후 천마산이 초행인 영빈의 독사진을 찍은 후 주위를 둘러보니, 최고의 전망대다. 지난 산행 때 이미 알고 있었으나, 당시는 해 질 녘에 도착해 주변의 절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그 절경을 기록으로 남기고, 당연히 그걸 배경으로 인증도 남긴 후 정상을 떠나, 호평동 갈림길로 내려갔다. 여기서부터 마당재까지는 2021년과 같은 코스다. 그런데, 이미 12시가 지나 배가 고프다. 그런데, 바람이 강해 아무 데서나 상을 펼 상황이 아니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며, 마당재로 향했다.
12시 14분 호평동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내려가, 12시 16분 등산객의 비닐하우스가 점령한 갑판 전망대다. 당연히 뭐가 보이나, 전망대로 내려갔으나, 눈발이 날리고 있고, 북한산 방향은 짙은 구름이 끼어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어, 뾰족봉에서 이 방향 기록을 남긴 게 신의 한 수라고 자찬하며, 전망대에서 나와 갑판 계단으로 내려가자, 임꺽정 바위다. 경사져 약간 불편하기는 하나,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 그 굴로 들어가, 상을 차렸다. 등산로 옆, 정상은 아니나, 정상과 멀지 않은 굴에서 오가는 등산객의 부러움을 온몸으로 받으며, 삶은 달걀과 홍어 무침, 컵라면 등을 안주로 빨갱이 페트 한 병과 종이 팩 하나를 정상주로 마셨다. 준비해 온 모든 걸 40분 동안 먹고 마신 후,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깨끗이 없애고, 12시경 굴을 떠나 마당재로 향했다.
1시 17분 헬기장을 통과하고, 급경사 빙판길을 조심해서 내려가며, 오남저수지 갈림길을 찾았다. 처음 천마산 정기산행 계획을 세울 때는 참석자를 고려해 마당재에서 수진사 입구, 즉 호평으로 하산하는 계획을 세웠다. 막상 참석자가, 영빈, 흥수에 나를 포함 셋에 불과해, 짧은 코스 산행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에 모두 동의해 코스를 어떻게 연장할 것인가 산행 중 얘기를 많이 했다. 특히, 한번 갔던 코스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았던 나는 하산 코스가 지난 2021년 8월과 다르기만 하면 어디로 내려가도 상관이 없어, 마당재 직전에서 오남저수지로 내려가는 코스를 추천했다. 이에 대해 흥수는 그 코스는 너무 짧으니, 마당재에서 능선을 따라, 이름은 모르겠지만, 정상에서 뻗어 내려가는 능선 남서쪽 아파트까지 가자고 했다. 나야 코스가 길수록 좋은 인간이나, 영빈이 걱정돼 저수지 방향의 짧은 코스를 추천했던 거라, 흥수 안인 관음봉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마당재 오른쪽은 전부 초행이라, 다음 산행을 위해 그 갈림길은 숙지할 필요가 있었다.
해서 앱의 지도를 주시하며 마당재로 향해, 1시 36분 마당재 직전 오남저수지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발견했다. 갈림길에는 이정표도 있었으나, 계곡으로 내려가는 쪽에는 공식 방향 지시는 없지만, 고마운 선배 산꾼이 후배 등산객을 위해 '등산로 입구, 1.82km' 방향 지시 위에 오남리 방향을 표시했다. 우리가 내려갈 등산로는 아니나, 다음을 위해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 1시 36분 마당재에 도착했다. 역시 마당재에도 관음봉이나, 오남저수지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없다. 하지만, 능선을 따라가면 되는 거라, 이정표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간이 화장실 뒤로 인적이 보인다. 결과적인 얘기나, 관음봉 능선이 기복은 심했으니, 다행히 높낮이 즉, 표고 차가 크지 않아, 사람에 따라서는 산책로 수준으로 여길 정도였다.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좌우를 살피며, 능선 위 등산로로 관음봉을 향하며 가자, 누군가 흰 페인트로 '암바위'라고 쓴 바위가 있다. 그걸 보고, 영빈이 왜 '암'이지라고 묻는다. '암바위?' 그럼 멀지 않은 곳에 아니면, 모르는 사이에 지나쳐왔던 '수바위'도 있다는 거라고, 답하고 계속 가자, 예상대로 '수바위'다. 홈이 파인 건, 암(女), 뾰족한 건, 수(男)라는 기준을 가진 인간이 흰 페인트까지 동원해 낙서한 거로,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조망도 없는 능선 위 등산로를 따라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 관음봉으로 향하다, 가끔 뒤로 돌아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천마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전진해, 2시 24분 천마산 기도원 갈림길을 지났다. 그런데, 갑자기 '종교재단도 부동산으로 치부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도원 임야는 기부받았을까? 샀을까? 뭐 이런 추측을 하다가 든 생각이다.
빨갱이 반주로 점심을 잘 먹었는데, 계속 길을 가자,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라, 배낭 벨트 주머니에 든 에너지 바를 꺼내 먹기도 하며 가, 2시 37분 관음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이는 곳을 통과했다. 그리고 2시 51분 정상에 갑판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가 있고, 좌로 우회하는 등산로와 바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보인다. 아주 당연히 바로 치고 올라가는 등산로는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아, 인적이 희미하다. 하지만,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당연히 직진하는 등산로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자, 왼쪽은 갑판 전망대, 오른쪽 위에 생각지도 못한 정상석이다. 관음봉에 도착한 거다. 정상은 아니고, 바로 아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는 한 쌍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이야 두 친구가 도착해야 찍는 거라,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로 가 뭐가 보이는지 확인했다. 눈구름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천마지맥이다.
천마지맥을 기록으로 남기고 등산로를 보니, 두 친구가 정상으로 올라온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해 먼저, 전망대로 가 주변 조망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이후 삼각대를 이용해 정상석을 배경으로 단체 인증을 남겼다. 정상에서 할 일을 마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 쌍이 앉아서 쉬고 있던 갈림길 이정표로 갔다. 직진은 방향 지시가 없고, 오른쪽은 ''어남이고개'다. 흥수는 능선을 따라 아파트로, 나는 오남저수지 방향을 주장했으나, 둘 다 오남역이 목표라, 쉬고 있던 남성에게 오남역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 그가 알려준 대로 어남이고개로 우회전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방향 지시가 없는 능선이라 생각했던 곳은 바로 하산이고, 어남이고개가 능선으로 이어졌다. 고로 가장 긴 코스다. 그런데, 그 능선 좌우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 동네 뒷산답게 갈림길과 쉼터가 어지러워, 앱의 지도를 주시하며 갔다.
가끔 오르내리는 기복에 지친 몸을 끌고 올라가면, 다시 앞에 봉우리라는 지겹기까지 한 전형적인 한국 산을 달려, 3시 19분 '관음봉 0.90km'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직진으로 200m를 내려가면 '건성암 약수터'다. 그러나 우리는 방향 지시가 없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건성암 약수 맛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우회전해 50여 미터를 가자,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다. 직진은 봉우리 위로, 좌회전은 봉우리를 우회하는 길로 보여, 좀 편한 우회로로 좌회전했다. 그런데, 우회로가 아니다. 흥수가 주장한 대로 직진했어야 했다. 다행히 되돌아가지 않아도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어 봉우리를 넘어 고개로 내려가자, 다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직진은 '오남저수지 2.0km', 좌회전은 '어남이고개, 2.5km'다. 관음봉은 0.8km로 열심히 달려왔건만, 오히려 100m가 줄었다. 동네 뒷산 이정표에서 흔히 보는 거라 무시하고, 저수지 방향으로 20분 정도 가자, 헬기장으로 용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풍량과 풍향을 재는 기구도 보인다!
동네 뒷산답게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 너무 많아, 두 개의 등산 앱을 교대로 확인하며 가, 저수지 방향이 아니라, 좌회전했다. 그러자, 왼쪽으로 골프장으로 열심히 라운딩 중인 골퍼도 보인다. 윤형 철조망으로 보호받는 골프장을 바라보며 내려가자, 다시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골프장 입구 아파트 단지, 좌회전하면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도로다. 어디로 가던 도로는 맞지만, 오남역은 어디가 더 빠른지 알 수 없어, 계속 지도를 보고 있던 흥수는 직진을, 오남저수지에 꽂혀 있던 나는 좌회전을 주장해, 내 고집이 먹혀, 좌회전해 내려갔다. 하산로 길목 좌우로는 농막형 별장으로 보이는 건물 몇 동이 있다. 그걸 감상하며 가다가, 아이젠이 걸리적거려 그걸 벗어, 손에 들고 가, 4시 14분 오남리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은 마감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우리가 계획한 코스로 내려온 건 맞지만, 골프장에서 직진하자고 했던 흥수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날머리가 이렇게 번화가일 줄 상상도 못했다.
3
사실상 산행은 도로에 도착하는 순간 종료됐으나, 바로 앞에 보이는 정육식당에서 하산주를 마시자고 영빈이 제안했다. 하지마, 지난 송년 산행 때, 감자탕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며, 예상보다 추워 따듯한 국물을 먹고 싶었는지, 감자탕이 당겨 그걸 먹자고 했다. 해서, 흥수가 핸드폰 지도 앱으로 감자탕집을 검색한 결과, 현 위치에서 500여 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있는 걸 확인하고, 도로를 따라 내려가, 4시 31분경 '전가네, 뼈다귀 감자탕' 건너편에 도착했다. 그런데.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옆에 제주 흑돼지 순댓집이 눈에 띈다. 그걸 보고 영빈에게 일단 길을 건너, 감자탕집 상황을 보고, '아니다!' 생각되면 옆의 순댓집으로 가자고 했다. 신호가 바뀌어 길을 건너 먼저, 감자탕집 문을 열고 내부를 둘러봤다. 전통적인 감자탕집과는 거리가 먼 내부 환경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이미 흥수가 빨갱이 뚜껑을 열고 우릴 기다리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감자탕을 먹기로 했다.
식탁 옆에 배낭을 두고, 아이젠을 들고 화장실로 가 아이젠의 흙을 씻고, 손을 씻었다. 그리고 식당으로 돌아와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 이후,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감자탕이 나와 그걸 안주로 빨갱이 몇 병을 마셨는지 기억이 없다. 어쨌든 많이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뒤풀이 장소를 언급했던 진행과 통화해 동대문에서 2차를 하기로 했다. 해서 5시 30분경 식당에서 나와 광역 버스로 오남역으로 향해, 오남역에서 4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으로 갔다. 그리고 진행을 만나, 2차 장소로 갔다. 이후 역시 몇 병이 나 마셨는지 기억이 안 나게 마시고, 8시 25분경 술자리를 파해,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지하철로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깨어보니, 연신내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화정이라, 재빨리 열차에서 내린 후 건너편으로 가, 오금행 열차를 타고 연신내로 돌아갔다. 그리고 6호선으로 갈아타고, 구산에서 내려, 집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30분경이다. 기록을 보니, 동대문역에서 8시 31분 30초 개찰 후 승차장으로 갔고, 구산역에서 10시 20분 26초에 개찰하고 밖으로 나왔다. 고로 동대문역에서 구산역까지 1시간 50분 가까이 걸렸다. 연신내에서 화정을 왕복해 봐야 40분 정도, 동대문에서 구산까지 40분 정도, 그럼 1시간 20분이면 충분한데, 1시간 50분이 걸렸다. 30분은 어디서 헤맸을까?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 있다! 어쨌든 분실물 없이 무사히 집에 도착했으니 다행이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천마산역 → 주먹바위 → 뾰족봉 → 천마산 정상 → 임꺽정바위 → 마당재 → 관음봉 → 골프장 → 오남리'의 16.8km(램블러) 구간을 6시간 38분 동안 탐방했다. 이동 5시간 56분, 휴식 42분! 총 거리 16.8km 중, 임꺽정바위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 GPS가 발광한 기록 3km가량을 제외한 14km 정도가 정확한 산행 거리라 생각된다. 이 등산 앱을 계속 사용해야 하나?
관음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산행으로, 동네 뒷산이라 무시했던 천마산에 관한 선입견이 깨졌다.
종일 흐리다는 기상청 산악날씨에 별 조망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불암산에서 수락산, 사패산에서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 산행이었다.
간간이 날리는 눈발과 고지대와 음지의 빙판은 겨울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