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35. 연말 연시의 풍경
한 해가 마무리 된다. 마지막 밤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저녁부터 간간히 들리던 폭죽소리가 9시쯤 되자 본격적으로 사방에서 들려온다.
우리는 그래도 코리안 빌리지, 우리 만의 담 안에 있어서 조금 덜하다고 느꼈는데 자정이 가까워지자 이건 완전히 포화에 갇혀 전쟁터에 있는 느낌이다.
쉬지않고 쏘아대는 총소리, 폭죽소리, 나팔소리, 이런 것들이 뒤섞여서 끊임없이 들려온다.
누워서 잠을 청해 보지만 때론 지축이 흔들릴만큼 크게 터지기도 한다.
꼭 이렇게 요란한 밤으로 송년을 해야 하는지 우스꽝스럽다.
시끄러운 소리로 악귀를 쫓는다는 중국의 풍습을 받아들인 거라고도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는 스페인과 미국, 중국, 여러 나라의 풍습들을 뒤섞어서 자기네의 문화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날은 춥고 바람은 거칠다.
큰 나무들이 빼곡하게 서 있는 우리 빌리지의 뜰은 그 바람소리가 진짜 대단하다. 꼭 기마부대가 달려가는 것 같다.
그래도 하늘엔 제법 밝아진 달이 떠 있다. 침대 머리맡에 달빛이 흘러넘친다. 무엇보다도 별들이 총총하다.
내 폰에는 한국에서, 또 필리핀에서 지인들이 보내온 송구영신의 카톡문자들이 많이많이 들어온다.
이모티콘이 참 흥미롭다.
한국에서 보내면 즉시 이 곳에서 받아보니 세상은 참 좋기도 하다.
별달리 비장한 마음가짐도 없이 더구나 설레임 같은 느낌은 잊은 지 오래인 채 그저 그렇게 또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가 오고 있다.
간절히 뭘 빌어야 하는지도 깨닫지 못하도록 내 마음도 무디어 있다.
그래도 새 해 첫날은 성당에 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를 참례해야겠다.
어떤 착한 분이 미사 후에 떡극을 끓여주겠다고 한다. 참 고맙다.
세상 모든 일에, 그리고 내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어본다.
첫댓글 필리핀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아도
노는 것 하나는 화끈하게 노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10월 부터 시작되고
요란한 것 같다.
연말 연시 분위기도 한가지 인가보다.
있고 없는 것에 관게 없이 낙천적인 것 같다.
더운
지방 사람들
동작 봐라 동작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