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자들이 격돌한 1라운드 마지막 대국에서 김은지 3단(왼쪽)이 사흘 전에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를 우승했던 오유진 9단의 기세를 눌렀다.
2022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본선 1R
김은지 3단, 오유진 9단에게 160수 불계승
1라운드 마지막은 여자랭킹 3-4위 간의 빅매치로 진행됐다. 9월 기준으로 3위는 김은지 3단, 4위는 오유진 9단. 8월에는 오유진이 3위, 김은지가 4위였다.
10월 첫날 오후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본선리그 1라운드 4경기는 오유진 9단이 사흘 전에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를 우승한 직후의 대국이어서 더 관심을 받았다.
▲ 김은지 3단은 올해 130국째를 두었다. 살인적인 대국수다(기사협회리그가 34판을 차지한다). 3개월 연속 20판 이상(6월에 20판, 7월에 21판, 9월에 22판) 대국하는 강행군을 해오다가 9월에는 4판만을 두었다.
6년 만에 세계 챔피언 자리에 다시 앉아 아홉 살 아래 후배와 대결했다. 1라운드 대진은 랭킹 역순으로 대국하고 싶은 상대를 지명한 방식. 김은지 3단이 지명할 차례에는 오유진 9단만이 남아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열다섯 살의 강자 김은지 3단이 기세등등한 내용으로 '오청원배 여왕'을 꺾었다. 160수 만에 오유진 9단의 항서를 받아냈다. "아주 훌륭한 내용을 보여주었다"는 K바둑 중계석의 박경근 해설자. 아래는 두 기사의 국후 감상이다.
▲ (51~56) 국후 김은지 3단이 말한 씌움수는 54, 오유진 9단이 후회한 수는 55. 이후의 공방에서 승률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했다. 다만 두 기사의 감상과는 달리 인공지능은 54보다는 A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고, 55 대신에 B로 찔러가는 수에 75% 승률을 제시했다.
"초반에는 어려웠는데 중앙에서 날일자로 씌우면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흑이 타개를 잘하는 게 잘 안 보여서 실전처럼 두긴 했는데 안에서 악수를 두면서 살게 되면 백이 확실히 괜찮은 것 같다." (김은지)
"석점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나쁘다고 보았다. 붙이는 장면에서 장고를 했는데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실전처럼 두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오유진)
▲ 오청원배의 바둑여왕 오유진 9단. 9월 이후 김은지 3단에게 패한 후 여자기사를 상대로 거둬 왔던 8연승이 끊겼다.
김은지 3단은 상대전적에서도 3승2패로 앞섰다. 2연패 후 3연승이다. 2020년에는 오유진이 2승을 챙겼고 2022년에는 김은지가 3승을 거뒀다. "본선리그에서 6승1패 정도로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는 김은지는 "우승은 결승에 간 후에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2라운드에서는 오유진 9단이 김경은 3단을, 김은지 3단이 박지연 6단을 만난다. "시간활용을 잘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좀 생각해야겠다"는 오유진 9단이고, "평소처럼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김은지 3단이다.
▲ 15세의 여자랭킹 3위 김은지 3단. 상승세가 무섭다.
▲ 국내외 3관왕 오유진 9단. 우승 후 긴장이 풀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