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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조작의 비밀 _ 오카다 다카시
│프롤로그│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하는 심리 조작 기술
- 심리 조작 기술 : 독재 체제. 여론 조작. 언론. 마케팅. 영업.
- 심리 조작 기술은 타인을 조작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긍정적인 면도 있다. 자신의 심리 상태를 조절해서 능력을 발휘하거나, 한층 높은 목표를 실현시키는 효용이라는 점이다. 이런 심리 조작 기술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살리거나 곤란 일과 장해물을 극복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 개인에게 쓰이든 집단에게 쓰이든 심리 조작 기술은 사용 방법에 따라 인간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비인도적 착취 기술도 수 있고, 생활이나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의 가능성을 확대시켜주는 지극히 유용한 수단도 될 수 있다.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하는 극약인 셈이다.
- 나는 오랫동안 의료소년원에서 일하면서.. 반사회적 집단이나 인물에게 심리 조작을 당해 육체적, 정신적, 성적 착취를 받아온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젊은이들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받은 심리조작을 풀어야만 했다.
이 희소한 경험을 통해 사회 전반에 폭넓게 보이는 다양한 심리적 지배로부터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이 책에 그 정수를 소개하려고 한다. 독자들은 의외로 심리 조작 기술에 보편적인 진실이 담겨 있음에 놀랄 것이다.
1장 그들은 어떻게 행동을 설계당했나
테러리스트가 된 엘리트 청년들
- 테러리스트들은 언뜻 엘리트에 혜택 받은 계층에서 자란데다 장래도 유망해 보였는데, 그들에게는 그 외에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테러리스트가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심리 조작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다.
- 테러리스트들의 중요한 공통점
* 이상주의적이고 순수한 경향이 강하다.
* 사회생활이 어려움을 느끼거나 사회에 불신을 갖고 있다.
* 어느 시점에서 좌절감이나 소외감을 맛보고 정체성에 위협을 느낀다.
* 외부와 차단된 채, 하나의 목표를 쫒는 '터널'을 통과한다.
- 터널은 가늘고 긴 통로로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가면 빛이 없다.
터널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되어 있다는 점과 시야를 작은 점에 집중시킨다는 점이다. 터널을 빠져나가는 동안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차단되고, 출구라는 한 점을 향해 가는 와중에 어느 지점에서 시야가 좁아지는 시야 협착 증상이 나타난다.
우선 소규모 집단, 즉 배타적인 작은 팀을 준비한다. 이들을 특정 장소에 모아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하고, 그 이외의 생활은 할 수 없게 한 뒤 외부의 정보를 가능한 한 차단한다. 이 과정에서 공동생활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면 소규모 집단의 규칙이나 가치관에 자기도 모르게 지배당하게 된다.
요천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의사결정을 크게 좌우한다. 소규모 집단은 그 자체로 터널 역할을 해서 거기에 속한 이들의 시야를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도록 좁혀버린다. 따라서 터널 속에 있는 사람은 터널 안이 세계의 전부가 된다. 이제 자신들이 좁은 터널 안에 있다고 여기지 않고 그곳이 전부라는 사고로 단순화되어 간다.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구동 장치, '터널'
- 영웅 대접. 군대, 학교, 운동팀.. 대학이나 기업도..
- 아무리 긍정적인 목적을 가진 터널이어도, 터널인 이상 다양한 부작용이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집단의 목적이 지나치게 우선시 되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고 소홀해지는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절망감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거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서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 아이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터널의 폐해를 경계해야 한다. 외부와 접촉하며 다른 활동을 충분히 병행하면서 공연히 서둘러서 어린 나이에 선택지를 하나로 좁히지 않도록, 아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딴짓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거나 돌림길을 가는 듯이 보여도 결국은 그것이 지름길이 된다.
- 카리스마 지도자가 이끄는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자칫하면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주어진 직무를 다하고 위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일수록 자기도 모르게 그 조직을 지배하는 공기에 삼켜지고 마는 것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함정
- 그는 "당신은 인류를 위해 특별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존경하는 존재에게서 들은, 자신이 특별한 일을 해내게 된다는 말만큼 설득력이 큰 말은 없을 것이다.
- 인류 최초로 조직적인 자살 폭탄 공격을 시도한 집단은 가미카제 특별공격대인데, 맨 처음 자살 폭탄 공격에 나설 때 해군 중장 오니시 다키지로는 이제 일본을 구할 수 있는 길은 몸으로 부딪치는 작전밖에 없다고 설파했다. 이것이 무모한 명령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지만, "자네들은 적함으로 돌진해 가줄 것인가!"라는 물음에 못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강력한 집단 압력 속에서 배신자가 되는 일은 목숨을 잃는 것보다 무서운 법이다.
2장 타인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고액의 상품을 사게 하는 수법
- 영감상법(霊感商法)이란 손금을 봐준다고 접근하거나 '보이지 않는 신, 조상' 등을 언급하면서 고액으로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 상술을 말하며, 주로 포교와 함께 이루어진다.
- 맨 처음 접근해서 손금을 보는 이유는 신체접촉을 통해 애착이나 신뢰가 싹트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손금에 새겨져 있는 내면, 성격, 운명 등을 보는 위치에 서게 됨으로써 주도권을 쥐게 된다.
요컨대 이 판매 방법에 따르면, 손금을 보면서 성명 판단을 한 단계에서 거의 승부가 난다. 손금이나 이름을 살펴보면서 상대방이 어떤 고민이나 불만,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으며 또한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심리적 상황을 알 수 있다. 거기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손금을 봐달라는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는 사실을 뜻한다.
즉 판매자는 손금이나 이름을 보게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상대가 넘어올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으니, 사실 이 기술은 효율적으로 '호구'를 찾아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의존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스스로 인생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도 개척해가지도 못한다. 누군가가 뭔가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그런 사람은 속이기 쉬운 유형이며 손금이나 이름에 새겨진 '비밀'을 털어놓은 상대에게 쉽게 의존하게 된다.
심리 조작의 본질은 '속이는 것'
- 이른바 '예스 세트'라고 불리는 심리 조작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스라고 대답하도록 질문하는 방법이다. 질문을 받는 사람은 예스라고 대답하는 사이에 '나를 이해해주고 있구나'라고 느끼고,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말하는 대로 따르기 쉬워지고 뭐든지 예스라고 대답하게 된다.
즉 예스라고 대답할 만한 질문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취향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미리 알고 있으면 별 어려움 없이 '예스'라고 답하도록 질문할 수 있으며, 따라서 예스 셋트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선량한 상담자가 되어 구매를 결심하게 하는 방법도 심리 조작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 영감상법에서 찾은 심리 조작의 원리
* 비밀이나 고민, 과거를 말하는 것은 심리 조작으로 연결된다.
* 상대에 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하여 약점을 파고든다.
* 무슨 말에든 '예스'라고 대답하도록 질문을 유도한다.(예스 세트)
*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선량하고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 영감상법을 살펴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속아서 부당하게 비싼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판매원들이 거의 보수를 받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더 납득되지 않는다.
.. 노예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청해서 그 일을 하고 있다.
.. 여기에도 사람을 변모시키는 터널이 연관되어 있다. 자신의 의지로 그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리가 조작된 것이다.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 사회적 동물에게 신뢰 관계는 생존이 걸린 기본적인 토대다. 동료끼리 속이는 행위는 혐오하고 멸시해야 할 배신 행위로 간주된다. 동료를 속이면 집단 전체로부터 규탄받고 배제당했으며, 언젠가는 생존이 막막해지는 운명에 처해졌다. 믿을 수 없는 인간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곧 파멸을 의미했다. 그렇기 때문에 속이는 행위는 강하게 금지되어 있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료를 배신하기 보다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길을 선택했다.
- 그런데.. 마키아벨리가 말한 대로 신의나 인간미를 가장하면서 냉혹하게 계산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신뢰 관계를 깨면서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지배자로서 크게 성공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사회가 거대화되고 익명화되자 신용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이력을 쉽게 감출 수 있게 되었다.
-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이 지닌 본질적 요소
* 폐쇄적인 집단에서 가장 강한 위치에 서 있다.
* 약자에 대한 배려나 윤리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 사람을 지배하는 행위를 통해 쾌락을 얻는다.
비뚤어진 자기애가 만들어낸 환상
-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고 싶다는 바람이 구루를 계속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구루를 의심한다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의미를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 결핍과 지배라는 쾌감
- 심리 조작은 학대나 왕따, 괴롭힘과 공통된 뿌리를 갖고 있다. 공감 능력이 결여되고 타인과 따뜻한 유대감을 갖지 못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때, 그들을 지배하거나 이용하게 되기 쉽다. 왜냐하면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타인은 냉장고나 침대와 다를 바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조작해서 이용하는 것 말고 달리 무엇을 하겠는가.
3장 누가 심리 조작을 당하는가
- 심리 조작을 당한 사람이 지닌 최대 특징은 의존성이다. 컬트 종교에 빠지거나, 반사회적 동료에 의해 억압받거나, 폭력적인 배우자에게 매달리거나, 왕따나 학대를 당하거나, 과보호하는 부모에게 지배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사소한 일도 지배자의 의향이나 안색을 살피고 그 뜻을 따른다.
- 폐쇄된 집단은 개인의 자유로운 정신 활동이나 주체적인 행동을 두려워하고 제지한다. 회사, 연구기관, 학교 같은 조직조차 폐쇄적이고 경직되어 있을수록 이와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 컬트 교단에는.. 이와 같이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없게 하고 절대적인 수동 상태로 만드는 것이 심리 조작의 기본이다.
1) 의존성 인격장애: 자기를 과소평가하고 타인에게 의지한다
- 의존성 인격장애는 주체적이지 못하며 주위 사람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유형이다.
- 아버지가 알코올 의존증인 경우, 어머니의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경우, 어머니가 우울증이나 불안정한 인격장애를 지니고 있는 경우, 부모가 과보호로 자식을 기르는 경우.
- 의존성 인격장애룰 지닌 사람은 심리 조작을 풀 때 이런 점에 주의해야 한다. 멀리 떨어져서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점차 의존관계가 무너져간다. 새로운 의존 대상을 찾지 않으면 자신을 지탱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면 심리 조작이 풀어진다.
2) 피암시성: 수동적이며 무비판적으로 모든 정보를 수용한다
- 피암시성은 암시에 걸리기 쉬운 경향을 가리킨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정보를 믿어도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저하된 상태이다.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주체적인 의사로 행동하지 못하며 주어진 지시대로 행동하기 쉽다. 따라서 최면에 잘 걸린다.
- 타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거나 타인의 말에 영향을 받기 쉽다. 신앙심이 깊고 미신이나 초현실적인 현상을 믿는 경향이 있다. 과장된 이야기를 하거나 허언을 하는 경향이 있다.
- 피암시성과 관계가 깊은 인격장애는 의존성 인격장애뿐만이 아니다.
연기성 인격장애와 경계성 인격장애가 있다.
- 연기성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관심이나 주목을 받으려는 욕구가 강하며 과장된 행동을 즐겨 한다. 예전에는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라 불렸으며, 심인성 마비와 같은 신체 증상을 곧잘 일으킨다. 연기성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주목받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를 하거나 거짓말을 해서 주위 사람을 완전히 속이는 경우가 많다. 연기성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이 공상과 현실을 명확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공상을 현실처럼 믿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피암시성과 관계가 있다.
- 경계성 인격장애는 기분이 극단적으로 바뀌고, 대인 관계가 불안정해서 항상 버림받지 않을까 걱정하며 강한 자기부정이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의식이 해리되거나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 쉬운데, 이것은 자신과 타자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도 추측되듯이 경계성 인격장애 또한 피암시성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장애는 경계성뿐만 아니라 연기성이나 자기애성, 반사회성, 망상성 등의 인격장애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취약한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심리 조작에 걸려들기 쉽다.
- 피암시성이 높아 현실과 공상을 뚜렷하게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심리가 조작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의 심리를 조작할 수도 있다. 둘 다 매우 위험하고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한은 거짓말의 특징은 자신을 피해자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그것도 비극의 주인공과 같은 피해자로 가장해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얻어 완전히 제 편으로 만든다.
또 다른 특징은 진실과 비슷한 거짓말이기에 구체적이고 그럴듯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도저히 지어낸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마지막 특징은 거짓말로 인해 고발을 당해서 직장이나 사회적 명예, 경제적 손실 등을 입은 진정한 '피해자'에게 아무런 동정과 죄책감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거짓말을 한 당사자조차 자기도 모르게 사실인 듯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3) 불균형한 자기애: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내면이 항상 불안정하다
- 근래 들어 인격장애의 특성 중 자기애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안정하여 일그러진 비대한 자기애는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의 문제로 지적했는데, 사실 심리가 조작되는 이들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강력한 존재감을 내보이는 타자에게 종속됨으로써 안심감을 얻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했던 시대에는 타자본위여서 타인에게 영향을 받기 쉬운 의존성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이 심리 조작의 제물이 되기 쉬운 전형적인 유형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언뜻 보면 전혀 반대의 유형으로 보이는, 지극히 자기본위적이며 명확한 자기주장을 지닌 듯한 사람들이 심리 좍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이런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불균형한 자기애를 지니고 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마음속에 과대한 소망을 지니고 위대한 성공을 꿈꾸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을 품고 있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큰 이상을 꿈꿈으로써 어떻게든 균형을 이루려고 한다. 현실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 빛나고 있을 때는 그런 불균형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현실 생활이 제대로 풀리지 않게 되면 양자의 차이가 급속하게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 이런 일그러지고 설익은 자기애를 안고 있는 사람은 어딘가 아이같은 미숙함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순수함이나 이상주의적인 형태로도 나타나고, 극단성이나 과격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테러리스트나 컬트 종교의 신자들에게서 관찰된 특징은 그들이 불균한 자기애의 소유자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4) 스트레스와 고립감: 현대사회가 취약한 환경을 만든다
- 같은 사람이라도 심리 조작을 당하기 쉬울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평소라면 심리 조작 기법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심리조작에 농락당하는 때가 있다.
바로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고 있거나 아니면 본인을 지탱해주던 요소가 취약해졌을 때다. 원래 빈틈없이 강하던 사람도 좌절하거나 병, 이별, 경제적 곤경 등으로 마음이 약해졌을 때 심리 조작을 당하기 쉬워진다.
- 그전까지 자신의 결함이나 문제, 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기존 체제나 적의 공격, 혹은 부당한 행위의 결과하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성의 배출구를 만들어준다. 자신의 문제로 고만하는 것보다 부당한 적을 증오하고 복수를 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게 한다. 그 결과 자신을 괴롭히던 자기부정에서 해방되고 자신의 가치를 되찾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 지금까지의 신념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새로운 환경이나 가치관에 '과잉적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의존성과 피암시성이 높은 사람은 '과잉적응'이 일어나기 쉽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한편, 가혹한 환경에 격리되어 고문을 받고 사상 개조나 세뇌를 받는 경우에도 신념을 관철시켜 심리 조작이 먹히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확실한 소속 의식을 지니고 있거나 흔들리지 않는 신앙이나 신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토르 프랑클은 자신이 절망하지 않고 살아남게 된 요인 중 하나로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아내와 대화를 나누었던 것을 들고 있다. 혹한 속에서 몇 시간동안 서있으면서도 그는 그런 혹독한 상황을 아내에게 농담 섞어 말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진작에 죽고 없었다. 프랑클이 이 사실을 안 것은 그가 해방되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였다. 아내는 물론 부모도 이미 죽고 이 세상에 없었다. 그가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었단 아내는 이미 그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프랑클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존재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 그를 절망과 죽음으로부터 지켜주었던 것이다.
4장 무의식은 어떻게 조작되는가
고전적인 심리 조작 기법
- 이 시대의 심리조작은 남몰래 품고 있던 야심이나 적의나 공포심을 교묘하게 부채질하여 이용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브루투스, 멕베스, 마키아벨리..
- 논리정연한 이론으로 상대의 저항을 무너뜨려서 상대를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이 방법은 결코 쉽지 않다. 오히려 선의를 가진 제3자의 의견을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당신은 속고 있다'고 암시를 주거나 '되려고 하면 왕도 될 수 있는데'라며 예언과 같은 말을 슬쩍 흘리는 편이 정공법으로 설득하는 것보다 마음을 움직인다.
- 직접적인 설득은 타인을 자신의 생각에 따르게 하겠다는 의도 아래 이루어진다. 그런데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본능적으로 타인의 의도에 좌우되기를 거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공법으로 설득하면 함락시키기 어렵다.
한편 제3자적인 암시는 설득하겠다는 의도를 감춤으로써 오히려 강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치료에 사용된 최면술과 자기암시 요법
- 에밀 쿠에는 프랑스 낭시에서 베른하임의 방법을 한층 반전시켜 자기암시 요법을 확립한 사람이다. ..
반드시 좋아진다고 환자를 격려하면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롣 지도하면서 증상이 좋아진다는 암시를 주었다.
쿠에는 불명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암시를 주었다.
"매일 밤, 당신은 자고 싶을 때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잠들어 있을 거예요. 당신은 조용하고 평온하고 깊은 잠에 들 것이며, 악몽이나 나쁜 상태에 시달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눈을 뜨면 당신의 정신은 밝고 맑을 것이며 적극적으로 일하고 싶은 기분이 될 거예요."
이와 같이 한층 좋아진 상태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말해주었다. 더불어 치료 중이나 재활 중에 "나는 할 수 있다", "증상이 사라진다"와 같은 말을 외치게 했다. 게다가 '쿠에의 암시'로 알려진 말을 집에서도 매일 외게 했다.
가령 "나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더 나아지고 있다"와 같은 말이었다.
- 쿠에의 자기암시 요법은 간단하고 누구라도 혼자서 알 수 있으며 오늘날에도 자기암시는 다양한 치료나 훈련에 이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심리 조작 기술은 좋은 방향으로도 쓸 수 있다.
프로이트의 고민과 포로가 된 융
- 쿠에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빈에서 의사가 된 사람이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프로이트의 최면요법은 최면 상태에서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는 사건에 대해 말하면, 그 상처가 원인이 되어 나타난 증상이 개선된다는 것이었다.
프로이트가 최면적 암시법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는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 중증 환자일수록 암시에 의한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는 아무리 애를 써도 최면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런 사람에게는 최면 치료를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좀 더 결정적인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최면이란 방법에 의지하면 자신의 문제와 마주 서서 인식하는 과정이 방해받기 때문이었다. 프로이트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문제와 마주 서서 저항하는 마음을 인식하고 문제를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치료자에 의한 심리 조작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심리 조작으로 회복하는 일이 진정한 회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프러이트가 최면을 포기하고 의식이 맑은 상태에서 대화를 하여 치료를 실행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 치료가 진행되면서 혼자는 치료자를 지나치게 이상화하며 집착하거나 연애감정을 품었고, 또는 반대로 치료자에게 반발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품게 되었다.
.. 프로이트는 이 현상을 '전이'라 불렀다.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고 이상화하며 호의를 품는 경우를 양성전이, 반대로 화나 증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품게 되는 경우를 음성전이라고 한다.
- 더욱 골치 아픈 문제는 전이 감정을 갖게 되면 치료자도 그에 호응하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인데, 바로 '역전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환자가 치료자를 이상화하거나 연애 감정을 갖게 되면 치료자도 거기에 휘말리기 쉽다. 반발이나 적의를 품게 되면 어느새 치료자도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고, 그 환자를 싫어하게 된다. 환자가 투영된 존재, 가령 '환자가 싫어하던 아버지'라는 역할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전이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가가 치료의 성패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전형적인 사례가 카를 융이다. 그는 환자였던 여러 여성들과 도를 넘어선 관계를 가졌다. 프로이트의 입장에서 보면 융은 전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로가 된 셈이다.
은행 강도를 만든 교묘한 최면술
- 최면에 의해 꼭두각시가 되어 은행강도 범죄를 저지른 하프루프.
본격적으로 악용되기 시작하는 심리 조작
- 최면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앨런은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면 상태에 놓인 사람은 평소보다 훨씬 기억력이 뚸어나다는 점이었다. 최면 상태에 놓이면 복잡한 지시나 방대한 자료를 별 어려움 없이 기억하고 한 자 한자 모두 뚜렷하게 떠올렸다. 게다가 꽤 오랜 시간동안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본인은 자신이 그런 기억을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다시 최면 상태에 빠졌을 때만 그 기억을 꺼낼 수 있었다.암호를 정해서 자물쇠를 잠가놓으면, 암호를 아는 사람만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천재 밀턴 에릭슨의 등장과 더블 바인드 기법
- 천재 에릭슨은 끊임없이 노력하여 정신분석이나 종래의 최면 치료와는 또 다른 각도에서 잠재의식에 접근하는 기법을 만들어냈다. 그 기법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심리 치료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 응용되었다.
- 에릭슨이 사용한 기법 중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 중 하나가 '더블 바인드'다.
상대가 무언가 해주기를 바랄 때, 그 일을 할 생각이냐 아니냐고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선택지를 준비해 질문하는 방법이다. 복수의 선택지가 제시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결국 같은 결과로 유도된다.
이 기법은 영업이나 판매 등에서 응용되고 있다. 자동차를 살까말까 갈등하는 고객에게 "이 장치를 달아놓을까요?" 아니면 "자동차 색깔은 흰색을 좋아하세요? 아니면 검은색을 좋아하세요?"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기법은 강력해서 이전에 몇 번이고 당했어도 매번 또 당하게 된다.
- 더블 바인드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가령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고 싶을 때 노골적으로 공부하라고 독촉하면 그다지 효과가 크지 않다. 강요당하는 느낌이 들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저항하게 마련이다. 이를 때 더블 바인드 기법을 사용해서, '국어와 산수 중 어느 쪽부터 할까?", "숙제는 엄마와 함깨 할래? 아니면 혼자서 할래?"라고 물으면 아이는 대개 어느 쪽인가를 선택하고 순순히 책상 앞에 앉는다.
- 더블 바인드는 '함의(Implication)'라 불리는 기법 중 하나다. 인간의 마음은 불가사의해서 직접적으로 뭔가를 하라는 말을 들으면, 명령받았다고 받아들여 마음속에서 저항이 생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넌지시 말하거나, 하는 것을 전제로 놓고 말하면 저항감이 생기기 어렵다.
- 어느 날 아무리 애를 써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10대 소년이 에릭슨을 찾아왔다. 에릭슨은 소년의 말을 경청한 뒤 단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너의 행동이 얼마나 변할 지 상상조차 못하겠는데."
에릭슨의 말은 소년이 변하리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단정 짓지도 않고 있었다. .. 실제로 간단한 그 말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소년의 행동은 변화기 시작했다.
- 2장에서 예스 세트라는 기법을 소개했다. .. 이 예스 세트를 세상에 내놓은 사람도 에릭슨이다. 이 또한 저항을 돌파하는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여하튼 "노!" 대신 상대가 "예스!"라고 답하도록 유도하면, 상대의 저항을 없애고 본심에 다가서거나 결단을 좌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지어 에릭슨은 단정적인 뉘앙스를 없애기 위해 부가의문문을 즐겨 사용했다.
예를 들면, "그와 헤어지고 싶나요?"라고 직접적으로 질문하지 않고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죠?라고 묻는다. 또는 "그와 헤어지고 싶나요? 아니 그럴 리가 없죠."와 같이 자신이 한 말을 부정한다. 이렇게 하면 "오뇨."라고 부정하고 저항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저항하는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소 거리감이 있는 사람인 경우에는 저항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대화의 실마리를 붙잡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말하고 싶지 않다고.. .. 꽤 분명하게 말해주는구나. 의지가 강해서 좋아. 예전부터 이렇게 단호한 성격이었어?"와 같이 말하는 것이다.
가까운 사이라면 "말하고 싶지 않다"는 저항에 공감해주면서 돌파구를 열 수 있다. "말하고 싶지 않다고... ... 네가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당연하지. 너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와 같은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말하고 실지 않다고.. .. 혹시 화내고 있는거야?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 내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말해줘."하며 배후에 있는 상대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방법도 유용하다.
"말하고 싶지 않다고.. .. 그런 말을 들으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네. 그게 그렇잖아.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 참 난처하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지 가르쳐 주면 좋겠어."
조작하지 않는 조작
- 상대의 심리를 조작하는 경우,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하나는 상대를 지배하며 주체성을 빼앗고 마음먹은 대로 조작하는 방법이며,
또 하나는 상대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선택권을 지닌 존재로 인정해서 결과적으로 행동을 조작하는 방법이다.
물론 그 중간단계도 있는데 상대의 감정이나 의사결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이 두 가지가 양극에 있다고 보면 된다.
- 대부분의 경우 '심리 조작'이라고 불리는 상태는 전자를 가리킨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실행되는 심리 조작 기법은 이처럼 언뜻 봐도 분명한(단, 심리 조작을 당하는 본인을 제외하고) 심리 조작이 아니다. 반대로 본인의 주체성이나 의사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기 위해 중립적인 선의의 제3자라는 입장에 서려고 한다.
- 고객에게 판매하고 싶은 상품을 사게 하려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고,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 등 고객의 니즈를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그리고 고객이 그런 문제를 정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자연스럽게 무엇이 필요한지 분명해질 뿐만 아니라 도리어 고객이 스스로 적합한 상품은 없는지 물어오게 된다. 판매하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고객이 먼저 사고 싶다고 나서게 되는 것이다.
중립적인 선의의 제3자로서 상담을 하는 중에 상대의 니즈를 완전하게 파악할 뿐 아니라 신뢰도 획득하는 방법은, 상대를 강인하게 조종하려고 하거나 무리하게 설득하려고 하는 방법보다 훨씬 성공률이 높다.
- 연애나 사교의 자리에서도 이런 자세는 안전하고 유효한 접근 방법이다. 자신의 속셈이나 진정한 관심을 들키지 않고 선의 친절한 제3자로 봉사한다는 자세가 목적 달성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5장 행동은 어떻게 조종되는가
잘 알려지지 않은 파블로프의 실험
- 4장에서 최면이나 암시를 이용하여 무의식에 접근하는 방법을 토대로 한 심리 조작 기술을 살펴보았다. 그 기술은 최면이나 암시로 교묘하게 이성을 마비시키며 차츰차츰 지배력을 확대시켜가는 방법이다.
또 다른 유형의 중요한 심리 조작 기술이 있다. 무의식이 아니라 행동에 작용을 가하여 사람을 조종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행동주의 심리학 혹은 행동심리학이라 불린다. 간단하게 말하면 당근과 채찍으로 원하는 행동이나 생각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행동의 성형수술'이다. 이것은 기존의 가치관과 인격을 없앤다는 의미에서 세뇌라고 불리는 기술과 직결된다.
최면술이나 암시에 의한 심리 조작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근대적인 심리 조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기술은 혁명으로부터 사회주의 체제가 된 러시아에서 비롯되었다. 러시아 사회는 제정러시아가 무너지고 나서도 여전히 구세력의 전통이나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진정으로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중과 구세력의 사상을 개조해야 했다.
비로 그 때 안성맞춤인 새로운 기술이 러시아에 등장했다. 그 기술은 이반 파블로프라는 천재 생리학자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잘 알다시피 파블로프는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벨을 울리면 그것만으로도 개가 침을 흘리게 된다는 조건반사를 발견한 학자다.
.. 레닌은 연구 내용에 대해 물어보고, 특히 파블로프의 개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레닌은 "실로 흥미로운 이야기다."라며 감상을 피력하고, 파블로프에게 크렘린 궁에 잠시 손님으로 머물면서 지금까지 진행한 작업의 개요를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파블로프는 석 달에 걸쳐 400쪽의 보고서를 정리해서 제출했다. 레닌은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고 파블로프를 불렀다. 단 하루 만에 보고서를 모조리 읽은 것이었다. 그는 매우 감격한 표정으로 "이로써 혁명의 미래가 보장되었다"라고 말했다.
- 1)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먹이를 주기 전에 벨을 울리는 것을 조건형성이라고 한다. 조건형성을 하면 원래 생리적으로 관련이 없는 자극(벨 소리)에 의해 생리적으로 관련이 있는 자극(먹이)을 대하는 것과 같은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고전적 조건형성'이라고 불리는 행동 조작 기법이다.
조건형성은 연합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는 관계가 없던 두 가지 현상이 몇 번 같은 시기에 일어나면 관계를 맺게 되고, 원래 관계가 없던 자극에 의해 똑같은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뇌에 자동적으로 회로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 원리를 응용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심리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생활과 행동을 유형별로 분류해놓고, 다음 행동이나 생각으로 전환시킬 때 신호가 되는 자극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해놓은 음악을 틀거나 벨을 울리는 행위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조건자극을 안정제로서 이용할 수도 있다. (좋은 상황일 때 행하는 말이나 동작과 같은 긍정의 제스처 -> 자신감과 안정감을 주는 조건 자극이 된다 -> 힘들거나 남담했을 때 긍정의 제스처를 취하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꾸로 대응한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을 때 했던 대로 하지 않고 전혀 다르게 대응한다.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은 의지할 곳을 잃게 되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게 된다.
-2) '역설적 단계'
조건형성도 심리 조작의 중요한 기술이지만 파블로프는 세뇌와 관련된 더욱 중요한 발견을 했다.
개는 벨 소리를 들으면 먹이를 주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침을 흘리는 데, 파블로프는 이 단계를 '등가적 단계'라고 불렀다.
하지만 일단 조건형성이 된 위라도, 벨을 울리고 먹이를 주지 않는 등 일관성 없이 대응하면 점차 침을 흘리는 반응도 제멋대로 변하고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즉 벨 소리를 들었을 때 반응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게 된다. 게다가 작은 벨 소리에는 크게 반응하면서 큰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는 등 반응이 거꾸로 나타나는 경향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파블로프는 이 단계를 '역설적 단계'라고 불렀다.
역설적 단계는 혼란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전의 규칙이나 틀을 믿을 수 없게 되며, 진행해야 할 방향이나 믿어야 할 기준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즉 기존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뒤흔드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예측된 사건이 안정제로서 작용하는 것과는 반대로 예상치 못한 사건은 불안감을 높인다. 실제 세뇌에서는 일단 안정제로 의존하게 만들어놓고, 그것을 갑자기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그런 심리 상태에 놓이게 해서 긴장이 높아졌을 때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를 넌지시 알려준다. 불안한 심리 상태에 놓여 있었기에 불안한 상태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타협하고 상대가 말하는 대로 따라하게 된다.
이것은 변덕스럽고 지배적인 인물이 의존적인 사람을 조종하는 전형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는 지배하는 사람의 긍정적인 반응이 안정제로서 작용한다. 그리고 지배받는 사람은 어느 샌가 이 안정제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안쓰러울 정도로 노력하고 상대에게 헌신하게 된다.
역설적 단계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을 이해하거나 타인의 행동을 조작할 때 유용하다. 하지만 세뇌를 하기 위해서는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3) '초역설적 단계'
파블로프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놀랄 만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
1924년 레닌그라드에 대홍수가 덮쳐 파블로프의 실험실도 피해를 입었다. .. 실험용 개들은 도망치지도 못한 채 허우적거리며 물에 빠져 죽기 일보직전에 구조되었다.
벨 소리를 들어도 개들이 반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 믿을 수 없게도 몸에 배어 있던 조건반사가 없어진 것이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충격적인 사건이 조건반사를 없애버렸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번 조건형성을 조작하여 조건반사가 일어나게 했다. 그러고 나서 똑같이 우리에 물을 흘려보내 개들을 죽음의 위기에 놓이게 하자 역시 조건반사가 없어졌다.
학습된 조건반사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개의 성격이 정반대로 바뀌곤 했다. 얌전하던 개가 난폭해져 사람을 물거나, 반대로 난폭하던 개가 얌전해지기도 했다.
극한 상태로 내몰렸던 경험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행동을 180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벼랑 끝에 서게 되었을 때 기존의 프로그램이 해제되고,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바꿔 쓰기 쉽게 된다.
- 세뇌를 당할 때나 자발적으로 개심(改心)할 때 어떤 극한 상태가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극한 상태가 없으면 가치관의 역전이 일어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 가령 선종에서도 수행할 때 스승이 제자를 대하는 방법은 지극히 불합리하고 무의미한 학대에 가깝다. 이 불합리한 학대 행위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 새로운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훌륭한 지식이나 직위 등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갓난아이와 같이 무력하다고 느끼는 극한 상태가 필요하다.
세뇌와 종교적 수행은 종이 한 장 차이의 행위이며, 그것을 통해 해탈과 세뇌가 이루어진다. 이는 기존의 가치관을 없애버린다는 점에서 공통한다.
**(여시아해) 결국 세뇌의 프로세스는 '등가적 단계'(조건반사) -> '역설적 단계'(혼란, 불안-> 조종) -> '초역설적 단계'(리셋->세뇌, 개심)로 구성되는 듯.
딴 사람이 된 추기경과 전쟁 포로들
- 파블로프의 연구는 미국으로 건너가 행동주의라고 불리는 심리학 영역을 발전시켰다. 행동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왓슨이나 그 후계자 버러스 스키너가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 그들은 파블로프의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 조작적 조건형성이라고 불리는 방법을 확립하였다.
- 조작적 조건형성의 원리는 단순하다.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칭찬(기분 좋은 자극)을 해서 긍정적으로 강화시키고,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벌(불쾌한 자극)을 주어 부정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방법을 수미일관되게 실행하면 바람직한 행동이 증가하고 잘못된 행동이 감소한다.
- 행동주의는 인간적이라고 하기 힘든 면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완전히 무시했다.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이런 조건형성 조작이 정말 단시간에 인간의 사상이나 신조까지 바꿀 수 있을까? 아무래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밨에 없다. 놀랍게도 공산주의 진영에서는 이미 이런 비인간적인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 체포되었다가 5주 후에 돌아온 신학자와 추기경, 한국전쟁에서 중국에 포로가 된 미군 조종사
마치 로보토미(전두엽 백질 절제술)라도 받은 것처럼 주체성과 인격을 빼앗기고 시키는 대로 조종되는 좀비가 되어 있었다.
-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실행된 심리 조작 기술에 대한 조사가 극비리에 이루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련에서 진행된 방법의
1단계는 저항을 없애고 부드럽게 만드는 기간이었다.
감금 완전 차단. -> 고독, 형편없는 식사와 추위, 밝은 불빛 등 -> 4~6주, 극도의 불안, 환각.
2단계는 완전히 지배하고 조종할 수 있게 만드는 단계. 원하는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잘못이나 죄상을 털어놓으라고 지시한다. 주로 글로 쓰게 한다.
대체 자신이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상대가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도 모른 채 불확실한 사실이나 자기 변호적인 사실을 쓰면 눈앞에서 북북 찢어버리고 다시 쓰게 한다.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며, 앞에서 썼던 사실과 모순되는 사실을 써도 욕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 뒤 다시 쓰라고 명령했다. .. 처벌과 칭찬..
이런 일이 수없이 되풀이되는 사이에 글을 쓰는 사람은 무엇이 사실인지는 어찌 되든 상관 없는 문제로 여기고,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무엇을 고백하면 좋을지만 생각하게 된다. 상대의 미묘한 반응의 차이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눈치 채고, 내용을 거기에 맞게 쓰게 된 것이다.
.. 이 단계에 이르면 이제 이전에 갖고 있던 신조나 존엄 따위는 어찌되든 상관없고, 단지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남게 된다. 가령 그것이 자신의 유죄를 입증하는 자백이든 목숨과 명예를 빼앗는 일이든 개의치 않게 된다.
자신이 완전하게 복종하지 않으면 절대 신문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제물이 된 사람은 스스로 나서서 사실을 조작해 고백하고, 그 사실을 어떡하든지 신문관이 믿게 하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지극히 효율적으로 자신의 죄를 스스로 납득하게 된다.
전체주의 심리학과 세뇌 기술의 발견
- 미국의 정신과 의사 로버트 제이 리프턴의 '사상 개조와 전체주의의 심리학'은.. 사상 개조를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를 여덟 가지로 정리했다.
- 사상 개조를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덟 가지 요소
첫 번째. 환경 조절. 사상 개조를 방해하는 외부 정보, 사람 접촉을 차단. 내면의 생각까지 규제.
두 번째. 신비성 조작. 위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명을 다하는 신념.
세 번째. 순수성 요구. 세뇌를 받은 사람은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시달리며 자기 비판.
네 번째. 자아비판. 자기폭로와 자아비판을 할수록 자신의 죄가 순화된다고 믿는다. 동료 간에도 서로 고백하며 연대감.
다섯 번째. 성스러운 과학으로 이념을 자리 잡게 한다. 이념을 의심하는 것은 신을 의심하는 것과 같은 죄.
여섯 번째. 교조주의적 상투적 표현 사용. 해방, 인민, 자본가, 제국주의 등 이분법적 표현 사용. 저절로 가치관이 조종.
일곱 번째. 이념이 개인보다 높은 위치. 전체주의와 컬트 종교의 공통 특징. 이념은 절대적, 개인의 삶보다 우선.
여덟 번째. '생존 불허'. 이념이 일치해 완전히 선한 존재에게만 생존 허락. 그밖의 존재는 처형.
- CIA의 MK 울트라 계획
미국에서는 CIA를 중심으로 세뇌 기술에 대한 연구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1950년 블루버드 계획 -> 이듬해 아티초크 계획으로 변경 -> 1953년 악명높은 MK 울트라 계획으로 발전.
- 도널드 헤브(Donald Hebb) 박사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실험.
캐나다 맥길 대학. CIA 후원. 그는 이 영역에서 파블로프에 버금가는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다.
- 피험자는 소리가 완전히 차단된 챔버 안에 누워있어야 했으며, 불투명한 유리로 된 고글을 쓰고, 두꺼운 장갑을 끼고, 손과 발은 판지로 만든 통 속에 넣고, 일체 다른 물건에 접촉할 수 없게 했다. 게다가 가공 고무로 만든 베개에 파뭍어 놓은 스피커에서는 "쏴~"하는 백색 소음이 흘러나왔다. 즉 감각적인 자극을 일체 차단한 상태에 놓여 있게 했다.
피험자에게는 하루 20달러라는 당시로서는 매력적인 보수가 지급되었으며,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그 상태로 지낼 수 있었다. 원하면 식사를 하거나 용변을 볼 수도 있었다. 그저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 실속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실험을 해보았더니 그것은 상상도 못할 만큼 가혹한 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22명의 피험자 중 24시간 이상 챔버에서 지낸 사람은 불과 절반인 11명 뿐이었으며, 이틀을 지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피험자들에게는 눈에 띄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한 사람은 자동차를 몰고 집으로 가다가 충돌 사고를 냈고, 또 다른 사람은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할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나 장소를 알 수 없게 되거나 방향 감각 장애가 생기고 거리 감각이 이상해졌다. 집중력이나 사고력 장애도 일어났다. 평소라면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도 조리 있게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몇 사람은.. 환상, 환청, 환각, 피해망상..
- 헤브 박사의 실험은 감각 차단이 방향 감각 장애와 같은 감각 장애뿐만 아니라 환상이나 피해망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힌 최초의 실험이었다.
헤브 박사가 심리 조작에 역사에 남을 중요한 발견을 한 것은 그 다음 실험이었다.
헤브 박사는 피험자들에게 "솨~"하는 백색 소음을 듣든지, 아니면 단조로운 내용이지만 음악이나 강의 녹음 테이프를 듣든지 둘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그러자 모두가 한결같이 백색 소음이 아닌 녹음테이프를 선택했다. 미국 민요인 '언덕 위의 집'이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테이프, 주식시황을 방송하는 테이프, 6세 아이를 대상으로 한 종교 이야기가 담긴 테이프 등이었는데, 단조롭고 지루한 내용이라도 백색 소음보다는 기분 전환이 되는 모양이었다.
헤브 박사는 거기서 더 나아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언덕 위의 집' 대신 초현실 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테이프를 들려주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챔버에 들어가기 전에는 전혀 초현실 현상을 믿지 않았던 사람이 챔버에서 나오자 초현실 현상에 대한 견해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 도서관에 가서 초현실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조사하는 사람이나 실제 유령을 보게 된 사람까지 나왔다.
- 헤브 박사의 실험은 감각 차단 상태에서 자극을 주면, 평소와는 전혀 다를 정도로 인간의 정신이나 뇌에 엄청나게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그것은 동시에 이 기술을 악용하면 사람의 사상이나 생각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우리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양의 자극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극은 바꿔 말해 정보라고도 할 수 있다. 입력 정보가 지나치게 부족하면 뇌는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입력 정보가 극도로 부족한 상태에 놓이면, 뇌는 어떤 정보라도 받아들이고 흡수하려고 한다. 그 전까지 믿고 있던 신념과 다른 내용의 정보라도 별 다른 저항 없이 흡수하려고 한다. 그 결과 그 정보가 강하게 침투하여 신념이 바뀌는 일이 일어난다. 이것이 그야말로 세뇌의 원리다.
- 세뇌를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원리로는 정반대의 방법도 있다. 정보 차단이나 감각 차단과는 반대로 정보나 자극을 과잉으로 공급받는 상태에 마냥 있게 두는 것이다.
정보 과부하 상태가 계속되어도 뇌는 차츰 주체적인 사고력이나 판단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처음에는 강한 반발과 저항감을 불러일으키는 생각이라도 계속해서 듣게 되면, 차츰 그것이 올바른지 잘못되었는지 판단하지 않게 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기억을 다시 쓰는 기술
- 외상적인 기억을 없애고 이를 무해한 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치료를 통해 보여준 사람은 프랑스 천재 학자 피에르 자네였다. 그는 최면을 사용해서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기억을 다른 기억으로 바꾸었다.
그 뒤 정신의학은 최면술로 무의식에 접근하는 방법을 버리고, 자각과 이성의 힘으로 외상적 기억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외상적 기억을 없애지 않아도 그것과 마주 보는 작업을 되풀이하면 정식적으로 동요하는 일 없이 그 기억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과 기술이 필요했다. 누구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간단한 일도 아니었다. .. 정신분석이나 심리요법이 대화를 중시하며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는 치료에 매달리고 있자, .. 좀 더 빠르고 누구라도 가능한 기술로 외상적인 기억을 없애거나 유용한 기억으로 바꿀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 전기경련요법(Electric Shock Therapy)
도널드 캐머런. 대화로 하는 치료보다 물리적이며 기계적인 치료에 관심.
전기경련요법은 환자의 관자놀이에 전극을 대고 100볼트 전압을 가해 간질 발작을 일으킴으로써 뇌를 리셋시키는 치료법이다.
이것은 간질 발작이 일어나면 환자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현상을 보고 떠올린 방법이며, 지금도 실제 우울증 치료 등에 사용되고 있다.
('저전압'이라고 불리는 악질적인 방법. 간질 발작 전압보다 낮은 전압. 간질 발작이 없으므로 의식이 유지되는 한편 대량의 전류가 뇌에 들어가 격렬한 고통과 공포를 유발 -> 편리한 고문 수단.)
- ECT는 '건망(기억 장애)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환영받았다. 이른바 역행성 건망아라고 해서 뇌에 전기 자극을 받기 전 시점의 기억이 없어졌다. 요컨데 자신이 ECT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한 번 정도 전기 자극을 받으면 단기간의 기억만 읽기 때문에, 보통 치료 호ㅛ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몇 차례 자극을 받아야 했고, 그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기억 장애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었다.
치료를 하는 데는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이지만, 이로 인해 전기 자극은 정보기관이 불리한 기억을 없애고 싶을 때 더할 나위 없는 수단으로 쓰이게 되었다. 저전압으로 고문하여 정보를 캐낸 뒤 높은 전압으로 간질 발작을 일으키면,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할 수도 있었다.
- 수면학습장치
기억을 없애는 방법으로는 ECT가 안성맞춤이다. ECT를 완벽하게 시행해서 기존의 기억과 사고 패턴을 없앨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뒤에 새로운 사고 패턴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되는 것일까.
그때 우연히 광고 하나가 캐머런의 눈에 들어왔다. 당시 막 판매되기 시작했던 수면학습장치 광고로, 그 아이디어가 새로운 치료에 사용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수면학습장치는 맥스 셰로버라는 미국인이 고안했으며 잠자고 있는 사이에 학습하고 싶은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면 어느새 학습이 되는 장치이다. ..캐머런은 셰로버에게 물어 수면학습장치의 단순한 원리를 ㅇㅏㄹ게 되어, 고액의 장치를 사지 않고, 전기회로에 훨한 조수에게 지시해서 치료용 수면학습장치를 만들게 했다.
이로써 ECT로 기억을 소거하고, 수면학습장치로 사고 패턴을 재구축하는 캐머런 치료법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캐머런은 이 치료법의 전반부를 '패턴 소거(depatterning)'라고 부르고, 후반부를 '정신적 구동(Psychic driving)'이라고 불렀다. 기존의 유해한 사고 패턴이나 기억을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사고 패턴을 말뚝 박듯이 심어놓는다는 뜻이다.
전반부는 무정적 메시지를 반복해서 들려주는 부정적 구동 -> 후반부는 긍정적 메시지의 긍정적 구동.
캐머런의 치료는.. 개선된 사람도 있었지만, 기억 장애, 강박관념 등 부작용을 ㄱㅕㄲ는 사람도 있었다. -> 소송으로 명성 하락.
- 영국의 윌리엄 사잔트. 약물 + ECT -> '수정마취법'
- 환자를 절대적으로 수동적인 상태에 있게 하고, 일방적으로 수정을 가해 치료한다는 점에서 캐머런과 사잔트의 기본 원리와 수법은 같았다. 그런 점에서는 비밀경찰이나 정보기관, 컬트 교단이 행한 세뇌 기술과 다를 바가 없었다.
새로운 심리 조작 기법의 등장
- 냉전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세뇌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긴장이 완화되자 차츰 세뇌 기술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 심리조작 연구는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겨졌으며, 연구 성과가 사회 전면에 등장하면서 신도나 고객을 확보하거나 선거 때 표를 획득하는 데 이용되었고 새롭게 발전하게 되었다.
- 서브리미널(Subliminal) 효과
지각할 수 없을 정도로 순간적인 자극이 인간의 판단이나 행동에 미칠 가능성.
1957년 제임스 비커리라는 마케팅 컨설턴트. '피크닉'이란 영화의 영상에 '팝콘을 먹어라'나 '콜라를 마셔라'라는 문자를 순간적으로 비치게 하고 그 효과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팝콘은 57.7%, 콜라는 18.1% 매출이 신장되었다고 한다. 비커리는 처음으로 '서브리미널'이라는 말을 사용해 이 기법을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잠재의식에 미치는 자극은 감각적으로 지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성으로도 판단할 수 없지만,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았다.
MK 울트라 계획으로 대표되듯이 종래의 심리 조작 기술인 최면, 전기 충격, 조건형성 조작, 약물 모두에 공통적인 한계점이 있었다. 격리나 구속을 하고 노골적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다양한 조작을 강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은 나중에 물의를 일으키게 되고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규탄을 받게 되었다.
이에 반해 서브리미널 효과를 이용한 방법은 두 가지 면에서 혁신적이었다. 사람들이 눈치 채기 어렵고, 한 번에 수많은 사람에게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바야흐로 새로운 심리 조작 기법이 등장한 것이다.
서브리미널 효과를 노골적으로 이용한 기법은 그 뒤 사회의 경계심이 강화되면서 규제 대상이 되었지만, 부드럽게 암시 효과와 조합되어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기법은 현재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 HAARP(High-Frequency Active Auroral Research Program)
사람을 죽이지 않고 적의 반격 능력을 빼앗아 군사적인 승리를 거두는 기술의 필요성이 새롭게 대두되었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부시 정권이 내세웠던 프로젝트가 '고주파 활성 오로라 활동 연구 프로그램(High-Frequency Active Auroral Research Program)'이다.
이 프로그램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전자파로 발생시킨 자기장의 작용으로 지구상의 일정 지역에 있는 사람들의 정신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6장 심리 조작의 원리와 기법은 무엇인가
- 악질적인 심리조작은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 행위이지만, 심리 조작의 원리가 올바른 목적으로 온화하게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형태로 활용되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양한 교육, 계발, 단련 등이 그 예이다.
- 주체성을 빼앗고 인생을 착취하는 방법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과 그 속에 잠재해 있는 위험성에 대해 살펴보겠다.
제1의 원리: 정보 입력을 제한하거나 과잉되게 한다
- 정보 입력이 극단적으로 부족해지거나 과잉되면 사고 패턴이나 행동 패턴이 변하는 계기가 된다. 다만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 정보 부족
정보가 극단적으로 부족하게 입력되는 상태는 감각 차단 상태이다. 감각 차단 상태에 놓이면 인간의 뇌는 정보에 굶주리게 되고, 어떤 정보라도 입력시키고자 하는 과잉 흡수 상태가 된다. 본래는 수용하기 어렵던 사상도 정보에 굶주린 상태에서 접하게 되면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세뇌의 기본. 격리, 단절, 터널 상태 -> 정신적인 시야 협착 상태.
컬트 교단이 표교활동을 펼치고 사람들에게 신앙을 심어줄 때는 물론이고 독재국가의 비밀경찰이나 정보기관이 정치범이나 적국의 스파이를 '개종'시켜 앞잡이로 만들 때도 이 원리가 이용되어왔다.
- 교육효과를 높이고 능력을 계발시킬 때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려면, 정보나 자극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뇌를 지루한 상태에 놓이게 해야 한다. 일정한 기간 동안 단조로운 생활을 하게 해서 자극이나 정보에 굶주리게 하면 약간의 지식만 가르쳐줘도 마른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흡수하게 된다.
평소라면 지루하기 그지없는 단조로운 자극조차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 기숙사나 합숙.. 일종의 터널을 만들dj 한 점의 빛만 바라보고 나아가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 정보 과잉
성과를 빨리 내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주면, 정보를 수용하는 사람은 흥미와 의욕을 잃어버린다. 그보다 더 나쁜 일은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상대의 주체성을 빼앗아 꼭두각시나 로봇으로 만들고 싶으면 항상 정보 과잉 상태에 있게 하고, 뇌를 정보 처리로 허덕이게 해서 아무것도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놓으면 된다.
실제 세뇌에는 이런 방법이 곧잘 사용된다. 끊임없이 음악이나 녹음테이프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방에 있게 하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통을 주고 불안감을 조성해서 한시도 편안하게 있지 못하게 하여 뇌를 지치게 만들고 집중력을 빼앗는다. 그리고 지칠 대로 지쳐 처리 능력이 저하된 시점에 사정없이 대량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면 뇌는 용량 초과 상태에 놓여 주체적으로 정보를 성택할 수 없게 되고, 생각하는 힘과 저항하는 힘을 잃게 된다.
- 스튜던트 애퍼시(Student Apathy)
오랜 수험 공부에서 해방된 학생들에게 보이는 무기력증.
이것이 강제수용소를 체험한 사람들의 증상과 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뇌가 혹사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원리: 뇌를 지치게 만들어 생각할 여유를 빼앗는다
- 제1의 원리를 다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뇌의 용량 자체를 저하시킨은 방법이 함께 사용된다.
.. 신경생리학적으로는 뇌의 전달 물질을 고갈시키는 방법이다. 피로, 불면, 영양 부족, 극도의 스트레스로 뇌의 전달 물질이 바닥나면 뇌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게 된다.
- 영ㅇㅓㅂ사원이 기관총처럼 퍼붓듯이 말하는 것 : 정보를 계속 주입하여 주체적으로 생각할 힘을 빼앗고 수동적인 자세로 만들어 심리 조작을 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방법.
세뇌할 때.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
- 학습, 자기계발, 수련 등
유익하고 즐거운 활동처럼 보이는 일을 시키지만 결과적으로 수면을 빼앗고 몸을 지치게 만든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끝없이 이야기나 강의를 하고 집회를 한다. ..결국 심리적인 저항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 이런 상황에 오랜 시간 놓이면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없게 되고, 상대의 안색을 살피며 거기에 맞춰서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태는 학대를 계속 받아온 아이의 상태와 비슷하다.
- 사람은 예측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처할 수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면 약한 모습을 보인다. 정신이 좀먹기 시작하는 사람도 수두록하다. 파블로프의 역설적 단계가 이미 만들어진 행동패턴을 흔드는데 상당히 효과적이었듯이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방법은 세뇌나 사상 개조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 고문이나 폭력은 사상 개조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 폭력으로 무언가를 강요하면 할수록 상대방은 완고하게 입을 다물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와는 반대로 전향하는 사람도 이었다. .. 이렇게 전향시키는 데는 고문보다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격리나 단조로운 생활을 강요해서 정보를 결핍시키고 고독과 불안에 떨게 하고 허무하게 소비되는 시간에 대해 초조감을 느께게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 Staccato Question
신문 대상자에게 연달아 질문을 던져 뇌의 처리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것이다. 매우 효과적이다. 천천히 하나하나 질문을 하면 조리에 맞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지만, 틈을 주지 않고 연관성 없는 질문을 잇달아 퍼부으며 몰아세우면 정합성을 생각하면서 대답할 수가 없게 된다. 같은 질문에 대해 미묘하게 답이 달라지는 순단, 그것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면 거짓말임이 밝혀지고 이야기는 뒤죽박죽 된다. 그때 더 집요하게 추궁해서 작은 정보라도 말하게 하면, 작은 구멍으로 둑이 무너지듯이 이윽고 모조리 털어놓게 된다.
- 이것은 아이들 교육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이렸을 때부터 지나치게 공부를 시키면 매사에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제3의 원리: 구제를 확신하고 불멸을 약속한다
- 제1의 원리와 제2의 원리로 주체성이나 판단력을 저하시켜 불안감을 높이고, 기쁨이나 즐거움을 잃어버린 상태로 만드는 과정은 사전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정신적인 저항력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빼앗고 나면 드디어 핵심으로 들어간다.
바로 '당신에게도 구제될 길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동료가 되어 뜻을 같이하면 멋진 의미를 지닌 인생이 시작된다고 희망을 약속한다.
- 격리시키고 정보를 차단해서 결핍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에게 희망이나 사랑을 주면 그것은 한층 더 빛나는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희망과 사랑을 부여하는 존재가 강한 확신과 신념으로 가득 차 있으면 구원자로 비춰진다.
.. 지금까지의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하고, 지금 깨달은 사실이 위대한 진리라고 느낀다. 고통에서 도망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방편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새로운 신앙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 테러리스트나 스파이의 마음을 돌려서 협력자로 길들이는 경우에도 같은 원리가 이용된다. 이대로는 절망과 고통과 죽음밖에 없는 엄격한 현실을 충분히 알게 한 뒤 마음만 먹으면 살아남아서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구원을 약속하는 것이다.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는 만큼 몰아붙이고, 절망의 바닥에 내동댕이친 다음에 갑자기 태도를 부드럽게 해서 따뜻한 손을 내밀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 구세주는 현실적으로 사람들을 구원하는 존재라기 보다는 구원을 약속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언제가 되면 구원되고, 무엇을 하면 구원된다와 같은 조건이 붙는다. 정말로 구원할 마음이 있다면 언제니 뭐니 하는 약속을 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구원해주면 좋을 텐데 그러면 구세주라는 개념은 성립되지 않는다. 오로지 나를 믿으면 구원된다고 사람들에게 믿음을 요구한다.
기쁨이나 희망 그리고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구원이란 말은 강하게 마음속으로 침투하고 기꺼이 거기에 매달린다. 그렇기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크더라도 구원되기 위해서라면 그런 것쯤은 하잖은 희생으로 생각한다. 자동차도 팔고 집도 팔아 시주를 하고 헌금을 한다. 심지어는 테러리스트가 되어 스스로 목숨조차 바친다.
- 현대인은 대부분 보편적인 가치에 굶주려 있기 때문에 이 점을 노리고 공격하면 휘청거리기 쉽다. 이것은 마치 애정에 굶주린 여성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말에 현기증을 일으키며 상대에게 넘어가는 것과 같다.
이것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엄청난 재앙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원리이지만,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면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리이기도 하다.
제4의 원리: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 하며 배신을 두려워한다
-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인간은 일단 동료라고 인정하면 서로에게 충성를 다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심리 조작을 거는 자는 동료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친밀감을 내세우며 애정과 공감을 적극적으로 나타낸다.
가령 '애정 폭탄(Love Bomber)'이란 것이 있다. 집중 포화를 하듯이 신도들이 입교 후보자에게 '사랑합니다'라고 계속해서 말해주는 방법이다. .. 부끄럽기도 하고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소중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평소에는 맛볼 수 없는 쾌감이고 기쁨이다.
- 그리고 친밀감과 호감을 갖게 된 사람이 하루만 더, 일주일만 더 세미나에 참석해보지 않겠냐며 권유하면 냉담하게 거절하지 못하게 된다. 조금씩 보여주면서 단계적으로 끌어들이다가 어느새 푹 잠기게 하는 것이 이들이 권유할 때 쓰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인정 욕구는 상당히 강력해서 자신을 인정해주는 존재에게는 긍정적인 감정과 충성심을 갖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을 인정해주는 존재를 배신하는 행위에는 강한 심리적 저항을 느끼게 된다. 이 심리적 저항은 심리 조작의 힘이기도 하다.
- 부드럽게 대해주면 배신할 수 없다는 이 원리는 뒤집어 생각해보면 사람은 배신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동물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즉 조직이나 동료에게 인정받고 있다고 믿으며, 스스로 나서서 희생하려고 했어도 만일 그 생각에 의심이 생기면 심리 조작이 풀어진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의심을 자극하고 팽창시켜서 탈쇠뇌뿐 아니라 역심리 조작을 하는 일도 가능하게 된다.
제5의 원리: 자기 판단을 불허하고 의존 상태를 유지시킨다
- 희망을 약속하고 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는 제3, 제4의 원리는 결코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격려하는 데 있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악질적인 심리 조작으로 실행되면 주체적인 행동이나 자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 컬트 종교는 신도마다 멘토(상담역)가 되는 선배가 있으며, 세세한 일까지 모조리 멘토와 상담하게 한다. 모든 것이 자신 이외의 존재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인생의 의미와 희망을 약속해준다고 해도 스스로 자신의 인생조차 결정해갈 수 없다면,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뒤에 무슨 희망이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런 상황은 상류층 아이들에게도 일어나기 쉽다. 어렸을 때 엄마가 아이 대신에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의사결정까지 해주었다면,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대신해주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 교제 상대를 선택하거나 프러포즈에 대한 답변까지 엄마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주체성을 갖지 못하고 완전히 타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컬트 종교의 신자와 오십보백보라고 말할 수 있다.
- 이와 같이 심리 조작의 원리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거기에는 심리 조작의 기법이니 뭐니 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 인간이 안고 있는 본성적인 약점이나 과제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 약점이나 과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나 사회가 붕괴될 때 한층 심각하고 깊은 문제로 나타나기 쉽다. 스트레스나 상처를 받은 마음을 끌어안고, 보편적인 가치나 애정에 굶주린 고독한 현대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함정이나 위험을 인식하고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7장 심리 조작은 풀 수 있는가
- "세뇌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옴진리교에 들어간 것입니다."
심리 조작은 조작하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조작하거나 지배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미 그것을 원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심리 조작을 당하는 것이다. 강하고 흔들임 없는 존재와 동일시되고 싶은 마음이 심리 조작 기술에 걸리게 만든다.
- 따라서 심리 조작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심리 조작을 거는 사람의 잘못이나 죄를 밝혀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심리 조작에 걸린 사람이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에게 의존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을 지탱해갈 수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결국 의존과 자립의 문제다. 스스로 자신을 지탱해가는 일이 당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신뢰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립해나가는 것이 심리조작에서 벗어나는 가장 올바른 길이다.
그런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채 의존하던 존재에 대한 환멸만 갖게 되면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되어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망상에 빠져 현실을 부정하고 계속 의존하려고 하거나 다른 의존 대상에 달라붙게 된다. 이찌 되었든 모두 진정한 회복도 자립도 아니다.
정면 대결, 디프로그래밍
- 디프로그래밍(탈세뇌)은 달리 보면 역세뇌라고도 할 수 있는데, 세뇌한 측이 시행하는 방법을 뒤집어 적용하는 방식이기에 그 과정에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세뇌가 피험자를 격리하고 방해가 되는 사람이나 정보를 차단시키듯이 디프로그래밍도 우선 본인을 교단이나 동료 신도와 격리시켰다. 심리 조작을 걸어노흔 존재에게서 멀어져 있지 않는 한 거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다음 단계에서는 본인의 ㅅㅣㄴ념에 타격을 주어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든다. 교단의 문제점이나 교리의 모순점을 밝혀내고, 단지 이용되고 착취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세뇌를 당한 사람은 당연히 거짓말이라든지 근거 없는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하면서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증거를 준해서 줄기차게 설득해야 한다.
.. 애초에 정면 대결 기법은 철저하게 공격해서 백기를 들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대립이 심화되어 신념을 강화시키거나 한층 집착하게 만들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만일 탈세뇌시키지 못하면 격렬한 적의나 증오를 갖게 되어 그 뒤에 대처하기가 한결 어려워진다.
세뇌를 깨트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 극도의 긴장감이나 두려움, 피로 등이 세뇌에 이용되듯이 이와 같은 요소들은 종종 탈세뇌에도 활용된다.
- 탈세뇌에 성공하면 친구나 가족을 되찾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그들에게 최악의 적이 되는 마지막 도박과 같다. 그래서 일단 시작하면 철저하게 공격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어영부영할수록 위험한 방법이다.
탈세뇌를 위한 국가의 개입
주체성을 존중하는 엑시트 카운슬링
- 탈세뇌의 거친 방법이 비난을 받고 본인의 자유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본인의 건강이나 행복한 삶이 위협받는 경우에도 가족이 개입하기가 어려워졌다.
기존의 탈세뇌 기업에 대한 반성으로 새롭게 등장한 기법이 엑시트 카운슬링이다.
- 정면 대결을 중시하는 탈세뇌와 대조적으로 엑시트 카운슬링은 수용과 공감으로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가족 간의 관계를 호복하는 게 중점을 둔다. 왜냐하면 심리 조작의 근본적인 문제는 의존성이며, 가까이에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타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반대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되찾으면 자신의 주체성을 훼손시키는 대상에게 구태여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 (여시아해) 'Escape from'이 아니라 ''Escape to'가 더 중요하다.
유대감과 자기의식의 회복
- 의존적 관계에서 탈출해서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래 있어야 할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의 가치를 더욱 건전한 형태로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간의 관계가 회복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와 긍정적인 관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 디프로그래밍이 임무를 맡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의뢰한 가족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과 대조적으로 엑시트 카운슬링은 오히려 가족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신뢰 관계를 되찾으려고 한다. 이것은 어떤 의존 관계이든 거기에서 벗어나게 할 때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 심리 조작 문제는 결국 자립과 의존의 문제로 귀결된다.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에필로그
- 심리 조작이란 주제는 현대인에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주체성이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현실감이 희박한 불균형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스스로 선택했다고 말할 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나 공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체험만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에 비춰보아서 판단하고, 냉철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심리 조작은 테러리스트와 같은 언뜻 보기에도 위험한 집단의 전매특허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냥한 얼굴을 하고 당신에게 봉사하는 존재로서 어느 결에 당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와서 당신을 조종하는 수단으로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마음에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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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사이비 종교는 어떻게 심리를 조작하고
불법 다단계, 테러 조직, 사기꾼은 어떻게 사람을 현혹하는가
연약한 인간의 본성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위험한 심리학의 실체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불법 다단계에 들어가고, 테러리스트가 된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도 적지 않다. 왜 그들은 자신에게 허락된 자유를 모두 포기한 채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하는 길을 선택한 것일까? 우리는 흔히 나약한 마음을 지녔거나 타인에게 쉽게 의존하는 사람이 심리 조작에 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성향을 지닌 사람이 심리 조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심리 조작은 보다 더 교묘하고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일본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심리 조작’이라는 영역을 깊이 있게 탐구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하나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리 조작에 걸리기 쉬운 성격 유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비밀스러운 기술은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놀라운 실험과 진기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의지할 곳 없는 사회에서 불안정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심리 조작이 도처에 널려 있음을 알려준다. 독자들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레 심리 조작의 원리를 이해하고, 단단하게 자신을 지키며 사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평범한 그들이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이유
불안한 내면이 심리 조작의 희생양을 만든다
9·11 테러가 발생한 뒤 미국에서는 테러리스트가 자라온 환경과 그들의 심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전까지 테러리스트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고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실제로는 풍족한 생활을 하며 대학까지 나온 이들이 많았다. 또,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사이비 종교 집단에 들어가 가족과 연을 끊고 물건을 팔러 다니는 경우도 종종 접한다. 최면에라도 걸린 듯 자신이 속한 집단의 목표를 이념으로 삼아 교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 조작을 당하기 쉬운 다섯 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 늘 타인의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상대방을 배려한다(의존성 인격장애)
‧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높은 피암시성)
‧ 높은 이상을 꿈꾸는 한편, 마음속에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불균형한 자기애)
‧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이 약해진 상태다(스트레스와 갈등)
‧ 주변에 믿고 의지할 대상이 없다(취약한 지지 환경)
이 중에서도 특히 의존성 인격장애 문제를 심리 조작에 걸린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지 못해 상대방에게 판단을 의존하고 항상 타인의 안색을 살피는 것이다. 오히려 자기를 대신해 결정해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개인의 소외감이 심해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불안정한 내면을 다스리기가 더욱 힘들다. 똑같은 환경에 놓이더라도 심리 조작에 잘 걸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취약한 마음 밭을 지닌 사람들이다.
교묘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심리 조작의 비밀
심리 조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제1의 원리: 정보 입력을 제한하거나 과잉되게 한다
‧ 제2의 원리: 뇌를 지치게 만들어 생각할 여유를 빼앗는다
‧ 제3의 원리: 구제를 확신하고 불멸을 약속한다
‧ 제4의 원리: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 하며 배신을 두려워한다
‧ 제5의 원리: 자기 판단을 불허하고 의존 상태를 유지시킨다
저자는 위와 같이 심리를 조작하는 다섯 가지 원리를 통해 심리 조작이 고도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힌다. 테러 집단이나 사이비 교단은 심리 조작을 위해 조직원들을 '터널'과 같은 환경에 가둬놓는다. 인민사원의 교조 짐 존스가 미국 가이아나에 세운 '존스 타운'은 그야말로 허울 좋은 수용소였다.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은 의존적이고 애정을 갈구하는 이들을 강하게 몰아세우며 점점 주체성을 상실하게 만듦으로써 다른 생각이 들어갈 자리를 차단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심리 조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이비 종교나 테러 조직 같은 극단적인 사례 말고도 불법 다단계 회사의 회원 모집이나 상품 판매에서부터 현란한 말발과 교묘한 질문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사기꾼들도 많다. 원하는 방향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예스 세트'나 '더블 바인드 기법'은 그 수법이 무척 노련해서 금방 깨닫기 어려운 심리 조작에 해당한다. 영화 화면에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며 상품을 뇌에 각인시키는 '서브리미널 효과'도 심리 조작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이다. 이처럼 심리 조작은 다양한 층위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며, 당하는 사람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내면을 지배하고 행동을 조종하고 있다.
생생하게 펼쳐지는 20세기 심리 조작의 역사
《설득의 심리학》보다 강력하고 추리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심리 조작의 본질은 ‘속이는 행위’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대부분 두려움과 증오, 불안 등이 내재되어 있다.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심리를 이용해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파블로프의 가설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이들의 행동 원리를 설명해준다. 최면술과 암시로 대표되는 심리 조작은 초기에는 심리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다. 프로이트 또한 치료에 최면술을 사용했지만 부작용을 염려해 해석을 통한 치료법을 개발했고, 이것은 융을 거쳐 정신분석학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후에 실제로 심리 조작 기술을 악용하는 이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사이비 종교를 만들거나 최면을 걸어 은행 강도가 되게 하거나 추기경을 세뇌시켜 권력 구도의 재설계를 꾀하기도 했다.
냉전 시대에는 정보기관과 국가가 직접 나서 심리 조작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전쟁 포로를 신문하거나 실험 대상으로 한 연구나 군인들을 자유자재로 조종해 기밀을 빼내는 활동에도 이용되었다. 주로 국익을 위해 비윤리적인 목적으로 연구되던 심리 조작은 전체주의 심리학과 행동주의 심리학으로 발전하게 된다. 냉전이 끝나자 세뇌 연구는 급속도로 쇠퇴했고, 보이지 않게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 보편화된 기술로써 대중의 잠재의식을 자극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교묘하게 우리를 조종하는 악당들의 심리학이자
그들로부터 불안한 자신을 지켜내는 가장 완벽한 방어법이다
심리 조작은 생각보다 단순한 형태로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서 ‘도를 아느냐’며 접근하는 이들을 만나고, 다단계에 빠진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고, 권력의 선동을 의심한다. 심리 조작의 덫은 이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결국 이 책으로 인간이 자신의 연약한 본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심리 조작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부분 보편적 가치와 애정에 굶주려 있고, 또 인간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존재를 쉽게 배신하지 못한다. 심리 조작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그런 취약한 심리를 파고들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끔 만든다. 상처받기 쉽고 고독한 현대인이 심리 조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기르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자신의 의지와 주체성을 잃지 않고, 불안정한 내면을 다스리려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심리 조작을 깨닫고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오카다 다카시岡田尊司
도쿄대 철학과를 중퇴하고 교토대 의학부에 들어간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정신의학 연구에 매진하며 교토의료소년원과 교토부립라쿠난병원 등에서 근무했다. 2013년에는 삶이 힘들고 팍팍해도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제든 가볍게 들러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 기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오카다 클리닉’을 개원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단하고 치유한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와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일본에서 아마존 심리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밖의 지은 책으로 《상처받는 것도 습관이다》,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 《나는 왜 적응하기 힘들까?》, 《아버지 콤플렉스 벗어나기》,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 등이 있다.
옮긴이 황선종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일본 다이토분카대학 일본어과를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일본어학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차별받은 식탁》, 《둥지로부터 배우다》, 《독불장군 상대하기》, 《이익의 90%는 가격 결정이 좌우한다》, 《공간배치의 방정식》, 《독서력》, 《하버드 합격기준》, 《집짓기 해부도감》, 《가게 해부도감》 등이 있다.
첫댓글 https://youtu.be/G--kMbvU9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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