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천변과 거리를 누벼
십일월 초순 금요일이다. 어제 아침 근교로 산책을 나서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은 주남저수지 건너편 갯버들이 자라는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다. 최근 가월 뒷동산에 조성해둔 산책 데크를 따라 올라가니 정오가 되었는데 그즈음 안개는 걷혀 광활한 주남지를 조망하고 왔다. 새벽녘 몇 줄 글을 남기고 김성호가 쓴 생명 과학자의 삶에 깃든 생명 이야기 ‘ 생명을 보는 마음’을 읽었다.
아침 식후는 도심을 거니는 산책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퇴촌삼거리로 나가니 자투리공원에는 알록달록한 바람개비가 여럿 세워져 있었으나 바람이 불지 않아 돌지는 않았다. 요즘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지역민을 위한 일이라면 설치미술도 제공하는 적극 행정이었다. 수변 산책로에는 여름내 꽃을 피웠던 배롱나무꽃은 모두 저물었고 일찍 낙엽이 진 벚나무는 나목이 되어갔다.
창원천 천변으로 내려서자 길섶에는 이삭이 팬 수크령이 이슬을 맞아 강아지풀꽃처럼 보였다. 수크령 군락지로 아침 햇살이 비치니 물결처럼 사방 연속무늬가 번져 사진으로 남겼다. 가을 가뭄 속에도 하천 바닥에는 기본 유지 수량이 흘러 낮과 밤의 큰 일교차로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이른 아침 엷은 안개가 번지는 천변 풍경은 대중목욕탕의 온탕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같았다.
천변에는 여름 태풍 이후 잎줄기를 바삐 키워 가으내 꽃을 피운 고마리는 거의 시들고 흰여뀌는 아직 꽃잎이 보였다. 언덕에 자란 쑥부쟁이꽃은 청초하게 늦가을을 장식했다. 당국에서는 여름에 예초를 일찍 마쳐 놓아 그새 움이 새로 돋아난 개망초와 금계국은 초여름에 피웠던 꽃을 한 번 더 피웠다. 냇바닥에 자라는 노랑어리연은 꽃잎은 저물고 동그란 잎사귀만 갈색으로 변해갔다.
봉곡동으로 건너는 징검다리 근처 덩치가 큰 왜가리 한 마리가 먹이는 찾지 않고 사진을 찍어주십사는 듯 우아한 동작을 취했다. 왜가리는 여름 철새로 이맘때면 대부분 남녘으로 내려갔고 지금 보이는 몇몇 녀석은 먼 비행을 단념하고 겨울을 여기서 나려고 작정했다. 여름 철새로 우리 지역에 텃새가 되다시피 눌러사는 녀석으로는 왜가리 말고도 중대백로나 쇠백로도 가끔 보였다.
명곡교차로 부근 반송 소하천이 흘러온 생태보도교 목책 아래를 굽어보니 냇바닥에 팔뚝보다 굵은 여러 마리 잉어들이 어슬렁거리며 헤엄쳐 다녔다. 지난날 학생들과 수학여행으로 오작교가 놓인 남원 광한루 연못에서 봤던 커다란 잉어가 생각났다. 창원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되면서 물고기의 종과 개체 수가 많아졌고 상위 포식자 수달도 나타나 먹이활동을 함이 관찰되기도 했다.
천변 산책로에서 창원농업기술센터 양묘장을 찾아가 겨울 거리나 공원에 심으려 가꾸는 꽃모종을 살펴봤다. 꽃양배추 외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포트에 담겨 자랐다. 합포구 현동 묘촌 양묘장에는 더 다양한 종류의 모종이 자라고 있을 듯했다. 양묘장 구석 유기견 보호소에는 개들이 와글와글 짖어댔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들은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길 애타게 기다리는 듯했다.
창원농업기술센터와 이웃한 파티마병원을 찾아 제 증명서 발급 코너에서 작년에 서울에서 받은 종합 검진 이후 후속 검진 진료비 영수증을 챙겼다. 병원을 나와 대원동 레포츠공원을 지나니 중년 남녀들이 그라운드골프를 즐겼다. 공원에 자라는 낙엽활엽수는 단풍이 물들어 낙엽이 지고 있었다. 창원 수목원으로 드니 공공근로에 나선 아낙들이 일손을 멈추고 담소를 나누며 쉬었다.
교육단지를 거쳐 시청 근처 안과와 피부비뇨기과에도 지난날 들렀던 적 있어 진료비 영수증을 받아 모았다. 이후 점심때가 일렀지만 인근 상남시장 대끼리 장터를 찾아 보리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식후 용지호수 어울림 도서관을 찾아 먼저 읽은 ‘목숨’ 소설 1, 2권에 이은 3권은 타관 대출 도서로 예약해 놓았다. 반송시장 동네 내과와 외과에 다녔던 진료비 영수증도 모아 두었다. 23.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