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유통일원화 성과와 폐지이후 전망의약품
유통일원화제도가 올해를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제도시행 17년만의 일이다.
일명 유통일원화는 의약품을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공급할 때 반드시 도매업체를 경유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이 법은 지난 1994년 7월 의약품 유통투명화와 물류비용 절감 등 정책목표로 제정된 바 있다.
법 제정 당시 국내 의약품 유통 시장은 도매를 통한 유통이 20%대에 불과할 정도로 제약사 직거래가 성행했었다.
이로 인해 음성적
리베이트 남발 등 비정상적 가격 시장이 형성되면서 의약품 납품 부조리가 심화됐다.
이에 정부는 유통일원화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높아진 도매 위상…병원-제약 사이에서 중추적 역할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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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매업계 매출 추이 |
유통일원화 이후 도매업계에는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무엇보다 병원과 제약 사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 도매업체 위상이 그 어느때 보다 높아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회고했다.
유통일원화 제도를 도입한 당사자인 지오영 이희구 회장은 "지난 17년 간 도매업계는 병원과 제약사 사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제약사들의 저마진 정책속에서도 그 역할을 조용히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제도 도입 이전에만 해도 20%대에 불과했던 유통일원화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60%를 넘어섰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만큼 유통일원화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도매업계 위치를 한단계 높여준 계기가 됐다는 말이다.
이 회장은 이어 유통일원화를 통한 순기능을 그 두번째 성과라고 덧붙였다. 유통일원화를 통해 국내 의약품 유통체계가 한단계 더 투명화됐고, 선진화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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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지오영 등 대형도매들이 물류센터를 구축, 3자 물류가 안착되고 있다. |
또 유통일원화는 도매 대형화 등 유통선진화 단계를 유도,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1994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업체가 2001년 6개, 2005년 17개, 2008년 29개로 급격히 증가한 것.
대형 도매 업체들이 등장은 다시 물류시설 변화를 이끌었다. 실제 노동집약적인 수작업 시설에서 자본집약적인 자동화 시설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지오영은 80억원을 투자, 인천 물류센터를 증축했고 유니온팜, 복산약품 등 대형도매들 또한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3자물류가 안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백제약품은 통합물류센터 구축을 위해 경기도 평택시에 9000여평 규모 부지를 매입했다. 현재 시설 설비 설계 마무리 과정 중에 있으며, 2011년 말까지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일원화 규제 일몰 사실상 확정…도매업계 지각변동 불가피"이처럼 도매업계 위상을 한단계 높여줬던 유통일원화는 올해를 끝으로 규제 일몰된다.
이에 따라 도매업계에는 다시한번 변화의 물결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 병원-제약, 직거래 가능성은= 도매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단연, 병원과 제약사간 직거래 부활이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병원측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직거래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A도매업체 관계자는 "실제 대형사립병원의 경우 직거래를 염두해 두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일부 대형사립병원 입찰이 지연됐던 것은 유통일원화 규제 일몰 여부도 적지않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형병원들은 전면적인 직거래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항암제 등 일부 품목에 한해 직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두곳의 도매상과 거래하는 것보다 수백여 곳에 달하는 제약사와 거래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만큼, 직거래로 돌리는 병원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 모 사립병원 입찰관계자 또한 "직거래를 고려했지만, 여러 측면에서 병원측 부담이 크다"면서 "도매업체가 병원에 상주하면서 재고물량 파악, 주문, 결제까지 모두가 손쉽게 이뤄지고 있는데 직거래로 갈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미급 병원에서는 전면적인 직거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B도매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대형병원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급 병원들이 은밀한 뒷거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시장형 실거래가 도입 이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의약품도 싸개 구입하고, 뒷거래를 통해 또다른 수익도 낼 수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제약사도 '
1원낙찰' 등 초저가 낙찰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은밀한 거래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 "전납도매 등 군소도매 줄도산 우려"= 중소병원들의 직거래 움직임 감지는 곧 전납도매 등 군소도매 줄도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시행 이후 지방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1원낙찰'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납도매 또는 품목도매 잇점이 사라지고 있는데다 직거래마저 성행한다면 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C도매업체 사장은 "대형병원을 주 거래처로 잡고 있는 대형도매는 그나마 유통일원화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며 "문제는 소수 품목으로 영업 경쟁을 펼쳐왔던 군소도매들이다"고 전했다.
그는 "도매업계 특성상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힘들지만, 마음이 맞는 업체간 합병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실제 서로 짝사랑(합병을 고려하고 있는)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변해야 산다…병원-제약에 도매 역할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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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매업계는 유통일원화 규제 일몰과 함께 최근 급변하고 있는 제약환경 변화에 따라 기능 고도화 등 역할 강화 요구에 직면해있다. |
"병원과 제약사에 의약품 유통에 있어 도매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줘야 한다."
도매업계 한 원로는 이제는 도매업계 스스로가 변화를 통해 살길을 찾아가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담당해왔던 유통일원화가 폐지된다"면서 "앞으로는 도매 거래 순기능 제고만이 업계가 살아 남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유통일원화 폐지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쌍벌제 등과 함께 오히려 호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D도매업체 사장은 "그동안 도매업체들은 외형성장을 위해 백마진 경쟁, 1원낙찰 등 영업 일변도 정책으로 일관해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영업이 아닌 투명 경영과 관리가 우선돼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중소형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도매업계 현실상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이 어렵기 때문에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몇해전 식약청이 도매상 의약품 보관 상태 조사를 나와 크게 실망을 하고 돌아간 사례가 있다"면서 "하지만 동사의 경우는 적은 자금을 투자해 의약품을 분류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정부에서 업계에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벌써부터 폐단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부가 합법적인 영업을 할 수있도록 멍석을 까라줬으니 우리는 투명경영과 철저한 의약품 관리 시스템을 구축, 그 멍석에서 즐기면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