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문답(兪兪問答)
‘네(兪)’라는 긍정의 대답으로 하는 문답
兪 : 대답할 유(入/7)
兪 : 대답할 유(入/7)
問 : 물을 문(口/8)
答 : 대답 답(竹/6)
위백규(魏伯珪)의 ‘존재집(存齋集)’에 ‘연어(然語)’란 글이 있다. 매군(梅君), 즉 인격을 부여한 매화와 나눈 가상 대화록이다.
토막의 문답이 길게 이어졌는데, 대화 규칙은 누가 먼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답은 ‘유(兪)’ 한 글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兪)는 ‘네’라는 긍정의 대답이다. 말을 꺼낸 사람이 허튼 말을 하면 대화가 끝난다.
위백규가 말한다. “살길이 많은 자는 사는 것이 죽을 맛이다. 군자는 사는 이유가 한 가지일 뿐이어서 사는 것이 즐겁다(生之路多者, 其生也死也. 君子之所以生者一而已, 故其生也樂).” “네.”
“자신의 잘못을 덮어 가리는 자는 남의 작은 잘못 들추기를 좋아하고, 남의 선함을 시기하는 자는 남이 면전에서 칭찬하는 것을 기뻐한다(自掩其非者, 好摘人之細過. 猜忮人善者, 喜人面譽).” “네.”
“꽃이 시들지 않고는 열매가 맺히지 않고, 소금은 볶지 않으면 짠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을 구하는 자는 알찬 행실이 없고, 늘 편안한 자는 재목을 이루지 못한다(花不謝實不成, 鹵不熬醎不成. 是以求名者無實行, 恒逸者無成材).” “네.”
“남에게 끝없이 요구하는 자는 이미 남에게 줄 수 없는 자이고, 남이 끊임없이 떠받들어 주기를 바라는 자는 이미 남을 섬길 수 없는 자이다(求諸人無厭者, 已不能與人者也. 欲人承奉不已者, 已不能事人者也).” “네.”
이어지는 대화도 있다. “올해는 장마로 괴로웠습니다.” 매군(梅君)이 말했다. “덕분에 제 몸에 이끼를 길렀습니다.” 내가 웃었다.(子華曰: ‘今年霖雨苦矣.’ 梅君曰: ‘吾因以養吾苔.’ 子華笑.) “하늘은 어떤 존재입니까?”
매군이 말했다. “봄바람이 불면 내가 싹트고, 양기가 회복되면 내가 꽃을 피웁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하늘이라 합니까?” “네.”(子華曰: ‘天果何如?’ 梅君曰: ‘春風吹矣, 吾芽. 陽氣復矣, 吾花. 人以是謂之天乎?’ 子華曰: ‘然’.)
가끔 규칙을 깨고 대답도 한다. 매군이 말했다. “밤은 고요하고 달빛이 밝은데, 맑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즐겁군요.”(梅君曰: ‘夜靜月明, 淸風至矣.’ 子華曰: ‘樂’.)
양명한 햇살 속, 꽃그늘 아래 앉아 매화와 이런 대화나 나누며 한봄을 건너갔으면 싶다.
▶️ 兪(대답할 유, 나라 이름 수)는 형성문자로 俞(유)의 본자(本字)이다. 그래서 兪(유, 수)는①대답(對答)하다 ②응답(應答)하다 ③보답(報答)하다 ④그러하다, 수긍(首肯)하다 ⑤지나가다 ⑥편안(便安)하다 ⑦병이 낫다 ⑧더욱 ⑨성(姓)의 하나, 그리고 ⓐ나라의 이름(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대할 대(對), 대답 답(答), 허락할 락(諾)이다. 용례로는 신하의 말에 대하여 내리는 임금의 대답을 유음(兪音), 신하의 물음에 대하여 답하는 임금의 명령을 유명(兪命), 임금이 거둥할 때 어린이가 궁문에서 외치는 소리를 유아(兪兒), 이마에 흰 점이 입으로 흘러 들어가는 형상을 일컫는 말을 유응(兪鷹), 임금의 허락을 이르는 말을 유준(兪準), 임금이 허가함을 윤유(允兪), 백유가 매를 맞으며 운다는 뜻으로 늙고 쇠약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 슬퍼함을 이르는 말을 백유읍장(伯兪泣杖), 백유의 효도라는 뜻으로 어버이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일컫는 말을 백유지효(伯兪之孝), 유부兪蚹와 편작扁鵲의 술법 곧 이름난 의사의 훌륭한 치료법을 일컫는 말을 유편지술(兪扁之術) 등에 쓰인다.
▶️ 問(물을 문)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門(문; 출입구)으로 이루어졌다. 말이 나는 곳, 남의 안부를 묻거나 죄인에게 따져 묻는 일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問자는 '묻다'나 '방문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問자는 門(문 문)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門자는 양쪽으로 여닫는 문을 그린 것으로 '문'이나 '출입구'라는 뜻이 있다. 問자는 이렇게 문을 그린 門자에 口자를 더한 것으로 남의 집을 방문해 질문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외에도 외부소식은 문을 통해 들어온다 하여 '알리다', '소식'과 같은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問(문)은 (1)물음. 질문(質問) (2)옛날, 경서의 뜻 따위를 구술 시험(試驗)으로 묻는 문제(問題) 등의 뜻으로 ①묻다 ②문초(問招)하다 ③방문(訪問)하다 ④찾다 ⑤알리다 ⑥부르다 ⑦소식(消息) ⑧물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물을 자(咨), 물을 신(訊), 물을 순(詢), 물을 추(諏), 물을 자(諮)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대답 답(畣), 대답 답(答)이다. 용례로는 남의 상사에 대하여 슬픈 뜻을 나타냄을 문상(問喪), 웃어른에게 안부를 여쭘을 문안(問安), 남에게서 글자를 배움을 문자(問字), 모르는 것을 알려고 물음을 문구(問求), 서로 묻고 대답하고 함을 문답(問答)예절을 물음을 문례(問禮), 앓는 사람을 찾아보고 위로함을 문병(問病), 죄를 지은 사람이 죄의 사실을 진술하도록 하는 심문을 문초(問招), 물어서 의논함을 문의(問議), 대답이나 해답 따위를 얻으려고 낸 물음을 문제(問題), 잘못을 캐묻고 꾸짖음을 문책(問責),묻는 항목을 문항(問項), 의심하여 물음을 의문(疑問), 남을 찾아가 봄을 방문(訪問), 의문이나 이유를 캐 물음을 질문(質問),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익히는 일을 학문(學問), 캐어 물음이나 따져서 물음을 신문(訊問), 일일이 따져 물음을 심문(審問), 상대방의 말을 되받아 묻는 것을 반문(反問), 문제나 물음을 냄 또는 그 문제를 설문(設問), 잘못된 점을 따져 물음을 힐문(詰問), 캐묻지 아니함을 불문(不問),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뜻으로 묻는 말에 대하여 아주 딴판인 엉뚱한 대답을 일컫는 말을 문동답서(問東答西), 병든 데를 찔러 보는 침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을 시험으로 미리 검사하여 봄을 이르는 말을 문안침(問安鍼), 정의 경중을 묻는다는 뜻으로 천하를 빼앗으려는 속셈이나 남의 실력을 의심하는 행위에 비유하는 말을 문정경중(問鼎輕重),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뜻으로 묻는 말에 대하여 전혀 엉뚱한 대답을 일컫는 말을 동문서답(東問西答), 굽음과 곧음을 묻지 않는다는 뜻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일을 처리함 또는 잘잘못을 묻지 않고 함부로 행함을 일컫는 말을 불문곡직(不問曲直), 농사일은 머슴에게 물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은 항상 그 부문의 전문가와 상의하여 행해야 한다는 말을 경당문노(耕當問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한다는 뜻으로 마음속으로 대화함을 이르는 말을 자문자답(自問自答), 어리석은 질문에 어리석은 대답 또는 우문은 자기의 질문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우문우답(愚問愚答) 등에 쓰인다.
▶️ 答(대답 답)은 ❶형성문자로 荅(답)은 통자(通字), 畣(답)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대 죽(竹; 대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合(합→답)으로 이루어졌다. 종이가 없던 때에 사용하였던 대나무(竹)쪽에 편지(便紙) 내용에 맞게 회답한다고 하여 대답하다(對答--)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答자는 '대답하다'나 '회답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答자는 竹(대나무 죽)자와 合(합할 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合자는 뚜껑이 있는 그릇을 그린 것으로 '합하다'는 뜻이 있다. 그런데 答자의 금문을 보면 竹(대나무 죽)자가 아닌 艸(풀 초)자가 쓰였었다. 이것은 答자가 본래는 식물과 관련된 글자였음을 의미한다. 答자는 본래 '콩깍지'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여기서 合자는 콩을 봉하던 콩깍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해서에서부터는 艸자가 竹자로 바뀌면서 죽간(竹簡)으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여기서 '답하다'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答(답)은 (1)대답(對答) (2)해답 (3)회답(回答) 등의 뜻으로 ①대답(對答), 회답(回答) ②해답(解答) ③장소(場所) ④소리의 형용(形容) ⑤대답하다(對答--), 답하다(答--) ⑥응낙하다(應諾--), 동의하다(同意--) ⑦갚다, 보답하다(報答--) ⑧응대하다(應對--) ⑨은의(恩義)로 대하다(對--) ⑩맞대응하다(-對應--) ⑪합당하다(合當--), 합치하다(合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대답할 유(兪), 대할 대(對), 허락할 락(諾) 등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물을 문(問) 등이다. 용례로는 어떠한 물음에 밝히어 대답함을 답변(答辯), 절을 받고 답례로 하는 절을 답배(答拜), 말이나 동작 또는 물건으로 남에게서 받은 예를 다시 되갚는 일을 답례(答禮), 시험 문제의 해답 또는 해답을 쓴 종이를 답안(答案), 회답하여 보내는 편지를 답장(答狀), 회답의 통신이나 서신을 답신(答信), 다른 사람의 방문에 대한 답례의 방문을 답방(答訪), 사람이 상대의 물음이나 요구 또는 부르는 말에 곧 응하여 어떤 말을 하는 것을 대답(對答), 물음이나 부름에 응하여 대답함을 응답(應答), 물음과 대답으로 서로 묻고 대답하고 함을 문답(問答), 무슨 문제를 풀어서 답함 또는 풀어 놓은 답을 해답(解答), 입은 혜택이나 은혜를 갚음을 보답(報答), 시나 노래에 서로 응하여 대답함을 화답(和答), 옳은 답이나 바른 답을 정답(正答), 그릇된 대답을 오답(誤答), 자리에서 곧 대답함을 즉답(卽答),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뜻으로 묻는 말에 대하여 전혀 엉뚱한 대답을 일컫는 말을 동문서답(東問西答),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뜻으로 묻는 말에 대하여 아주 딴판인 엉뚱한 대답을 일컫는 말을 문동답서(問東答西),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한다는 뜻으로 마음속으로 대화함을 이르는 말을 자문자답(自問自答), 입을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묵묵부답(默默不答), 한편 묻고 한편 대답함을 일컫는 말을 차문차답(且問且答), 어리석은 질문에 어리석은 대답 또는 우문은 자기의 질문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도 쓰는 말을 우문우답(愚問愚答),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을 일컫는 말을 우문현답(愚問賢答), 한 번 묻는 데 대해 한 번 대답함 또는 이를 되풀이하는 문장을 일컫는 말을 일문일답(一問一答), 머리를 푹 숙이고 대답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저두부답(低頭不答), 어렵고 의심나는 것을 서로 묻고 대답함을 일컫는 말을 난의문답(難疑問答), 못 할 대답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언부답(無言不答),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소이부답(笑而不答), 머리 숙이고 대답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저수부답(低首不答), 사리가 바른 데는 항변할 말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사가답(無辭可答), 편지의 회답도 자세히 살펴 써야 함을 이르는 말을 고답심상(顧答審詳), 잠자코 대답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묵연부답(默然不答), 질문을 글로 써서 보이고 이것에 대하여 회답을 글로 써서 보이는 일로서 구두에 의하지 아니하고 글을 써서 문답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필문필답(筆問筆答), 물으면 묻는대로 거침없이 대답함을 일컫는 말을 수문수답(隨問隨答)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