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평가와는 무관한 잡설에 가깝습니다. 파묘, 듄2 모두 재미있게 봤습니다.
* 파묘
저는 오컬트, 공포 영화 쪽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좀 그쪽 장르에 익숙한 편이죠. 아마 저처럼 그 장르에 익숙하신 분들은 파묘 후반부에 어? 뭔가 이상한데? 라는 생각을 대부분 하셨을겁니다. 공포 영화의 최종 보스가 물리적 실체를 가진다는 점이 보통 공포영화에서는 채용하지 않는 설정이거든요.
일반적으로 공포영화의 공포를 만들어내는 존재들은 우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대적이 불가능합니다. 설정이 애매하면 적어도 정체, 특징 들을 모호하게 표현해 버리는 경우도 많고요. 공포는 무지에서 온다고 하던가요, 공포의 근원을 아주 명확하게 딱 떨어지게 표현해주지 않아서 대처법을 찾기 힘들게 해버리는 거죠. 그게 아니면 초자연적 현상, 혹은 정신체 이런 설정으로 아예 닿지도 않게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봉길의 쇠파이프가 오니의 다리에 박히는 순간, 어? 하게 되는거죠. 딱히 데미지가 들어간거 같진 않지만 물리적 실체가 있다는거 자체가 중요한거죠. 그때부턴, 70kg이나 나갈까 싶은 봉길이 아니라 120kg대의 범죄도시 버전의 마동석이 나서면 어떨까, 같은 반쯤 농담섞인 생각부터, 샷건 한방이면 결국 너덜너덜해지지 않을까, 낮에 가니깐 묘에 처박혀 있던데 그냥 불질러주면 많이 따뜻해하면서 열반에 들지 않을까? 그냥 일반인인 최민식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도, 2000kg 의 쇳덩이인 차로 시속 100km로 처박으면 멀쩡하기가 거의 불가능할껀데... 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겁니다ㅋ
이게 공포영화에서 공포의 근원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거나 아예 닿을수 없는 존재로 설정하는 이유입니다. 오니가 창에 닿는 순간,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잘하면 조질수 있을거 같은, 공략의 대상이 되어버리거든요.
파묘를 다 보고 나오면 보통 정신체의 형태를 많이 띄는 정령이라는 개념을 가져오면서도 굳이 왜 오니가 물리적 실체가 있어야 했는지 이해는 갑니다만.. 묘한 지점이죠.
* 듄2
전 듄1을 못봤고 전투관련 설정을 모른채로 스토리라인과 주요 등장인물(세력) 정도만 알고 2를 보러 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던 시점에는 설정들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사실 마블 같은 영화들을 봐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대충 시속 2000km 정도의 속도를 내는 총알보다 강력한 냉병기 혹은 주먹질이라는건 존재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슈퍼히어로 물들은 근원적으로 논리적인 모순이 발생하는 경우가 너무 많죠.
듄2도 총(꼭 화약병기가 아니더라도)을 왜 안쓰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의문이 계속 있었습니다. 초반 하코넨 병사 vs 프레멘 부터 총을 썼는데, 왜 이후 전투들은 주로 칼로 이루어지는가 하는거죠. 이후 헬리콥터에서 기관샷건(?) 같은것도 막 쏘고, 알라의 요술봉 정도 사이즈의 빔병기로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기계들도 반으로 갈라버리던데, 왜 굳이 칼로 싸우는가.
그냥 핵미사일을 황제 머리위에 떨궜으면 30초만에 끝나는 전투 아니였나, 왜 굳이 비껴친 다음(근데 핵미사일을 비껴친다는게 논리적인 표현인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달려들어서 또 칼질을 하는가. 그리고 우주제국의 황제를 때려잡는데, 무슨 동네 조폭 나와바리 싸움 정도의 숫자로 정리가 되는게 말이 되나.. 등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대 영화, 원작 소설의 명성 등에 비해 설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찾아보니 나름대로는 논리를 갖추고 있더라고요ㅋ 보호막이라는 일정 속도 이상의 물체를 막아내는 물건이 있어서 재래식 총 종류는 무력화, 그런데 그 보호막이 모래벌레를 꼬이게 만든다는 설정, 또 그 보호막이랑 라스건이 닿으면 핵폭발 수준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는 점, 보호막-라스건 폭발은 꼭 보호막 쪽에서 터지는건 아니라는 점 등등 이런저런 설정이 있더라고요.
또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전쟁무기(대표적으로 핵무기)등은 금지되어 있어서 핵을 대놓고는 못 쓰고, 소수의 냉병기로 치고 받아서 승패를 나누도록 하는 일종의 조약이 있어서, 핵무기를 비껴친 이유, 그리고 동네 조폭 싸움 정도로 우주제국의 황제를 잡아낸다는 점 등이 나름대로는 설명이 되더라고요.
영화적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낸 설정이 아니라 소설 설정이 저렇다는게 좀 신기하긴 하더라고요. 영화라면 티모시 살라메가 칼들고 멋있게 액션 해주면 좋겠지만, 소설에서 굳이 왜...? 싶긴 한데.. 아무튼 어떤 논리적 근거가 있다는건 좋더라고요.
* 듄의 여배우들
제가 좋아하는 여배우들이 잔뜩 나와서 더 좋았습니다.
제시카 역의 레베카 페르구손, 우리에게는 미션 임파서블의 일사 역으로 익숙하신 분입니다.
한컷 나오긴 합니다만.. 엘리아 역의 안야 테일러조이, 넷플릭스의 퀸스 겜빗으로 유명해지셨죠.
공주 역의 플로렌스 퓨. 작은 아씨들, 블랙 위도우, 오펜하이머 등이 유명하지만 저는 미드소마로 기억하는 배우 입니다.
페이드 로타를 유혹하는 베네 게세리트로 나온 레아 세두,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처음 본거 같고, 미션 임파서블에서 인상적이였죠. 이후에 007 등 많은 영화에 나왔고,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닌데 뭔가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입니다.
젠데이아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라서 생략...ㅋ
* 반딧불이
여러분 축하해주세요. 제가 진짜 몇년만에 처음으로 극장에서 폰을 아무도 꺼내지 않는 기적을 맛봤습니다. 저는 듄2를 대구cgv 아이맥스관에서 봤고, 아이맥스 까지 굳이 찾아와서 보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듄 2를 보는 동안 아무도 핸드폰을 꺼내들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이게 몇년만인지 모르겠네요..
첫댓글 듄은 배경지식을 좀 알아야 훨씬 재밌게 볼수있겠더라구요
개인적으로 파묘는 B급 영화본 느낌이고 듄은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관크가 영화감상을 진짜 방해합니다. 전 듄2 2회차 관람했는데(1회차는 아이맥스, 2회차는 mx관) 2회차때 역대급 관크 겪었습니다. 장애아같은데 영화시작부터 내내 혼자 떠들더라구요. 도저히 영화감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같이온 부모는 돈이 아까웠는지 꿋꿋히 버텼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는지 핵무기 탈취할때 나가더라구요. 그래도 그전까지 망쳐서 2회차지만 전혀 머리속에 영화가 안들어왔었습니다
저도 파묘 보면서 김동현 왔으면 이겼겠는데? 샷건 한방이면 귀신도 성불하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ㅋㅋ 듄 보호맏 설정도 나중에 알게 되었거요ㅎㅎ
공감합니다.
파묘는 주말에 봤고, 듄은 아마 이번 주말쯤 보겠네요.
파묘 감상평 전반적으로 동의하며 어디 리뷰에서는 아예
최종 빌런 나오는 순간 '오컬트물에서 크리쳐물로 장르가 바뀌어 버렸다' 하던데 이 평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헤밍웨이도 자기 소설을 쓸 때 빙산 이론을 거론하며,
'(물 위에 일부만 떠 있는 빙산처럼) 작품에서 생략해서 잃어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반대로 생략해 버린 부분이 남아있는 부분을 더욱 강력하게 해 준다.' 했는데
이 측면에서 파묘는 상당 부분 실패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관람객 대다수의 평대로 물리적으로 훨씬 약한 전반부 친일파 귀신이
후반 귀신보다 공포감은 더 높았다는 게 중론이죠.
이건 파묘가 오컬트, 심령물로서의 장르적 법칙과 매커니즘에도 어긋났을 뿐 아니라(감출수록 신비하고 괴이해진다는),
문학과 좋은 이야기의 작법 측면에서 보더라도 꽤 허술한 부분이 많다는 뜻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영화 자체도 그렇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초중반까지의 강력한 흡인력, 독창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캐릭터, 정치적 함의, 나름 촘촘한 미장센 등등
분명 허술한 영화인데 호감가는 요소들이 있어 개인적으로 걸작이나 명작은 못돼도
관객에 따라 좋은 영화로서가 아닌 한국 당대를 포착한
문화 컨텐츠로서라도 한번쯤은 볼만한 작품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같은 장르의 최고점이자 대선배인 곡성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차라리 최민식의 이전작 대호랑 유사한 점이 많음.)
나아가 이 정도 수준의 영화가 천만영화가 되어도 괜찮냐고
성토하는 목소리까지 있던데,
사실 원래 천만영화나 초히트 영화라는 게 작품성이나 완성도랑
정비례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외려 당시의 정치 사회적 사건과 그 이후의 파장,
사회적 이벤트에 반응하는 관객들의 집단심리(반미감정이 한창일 때 개봉해
봉감독 작품 중에는 평가가 박하던 괴물,
고 노 대통령 탄핵 직후 왕의 남자 등이 초대박 터진 것처럼),
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당대 관객들의 호감도,
그리고 그도 아니라면 순전히 운빨 비스무리한 요소나
당시에 발현되는 애국심 등이 요상하게 뒤섞여 빚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심형래의 껄짝 디워의 예 처럼) 뭐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래 오컬트나 오파츠에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어쨌든 파묘는 개인적으로 꽤 재밌게 봤어요..
파묘 100프로 동감..
귀신이 육체를 가지려면 누군가의 몸에 들어가든지 해야지..에효..
파묘에서 다들 띵하는 부분이 지적하는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갑자기 덩치 큰 몹 잡기 게임이 된 느낌...
듄2는 아이맥스로 2번 봤는데(용아맥 포함)...서사나 설정은 1 재개봉을 몇개월 전에 봐서 익숙했는데 다 보고 나니 굳이 아이맥스로 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너무 익숙한 성장 스토리인데 마지막 각성하기까지 주인공, 내면?에 너무 집중한 느낌입니다
아이맥스에 기대한 포인트가 제 기대완 달랐어요
공포영화 장르 모두를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죠? 사람이 범인이거나, 동물 등 괴물류의 공포영화도 많아서요. 오컬트에 한정해서 말씀하신 거라면 동의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둘 다 아직 안봤는데 theo님 글이 너무 재밌어서 피해갈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