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시적 대상의 말을 빌려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적 대상이 스스로 말하게 하라는 의미이겠다. 어떤 대상이든 제 힘으로 갖춘 것이 있으니 그것의 내용을 존중하라는 의미이겠다. 억지스럽지 않고, 당연하고, 순리에 맞는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하고, 그런 것을 잘 이해해서 쓴 시는 무결한 아름다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일 테다.
한편 시인은 물염(勿染)의 시를 쓰라고도 말한다. 물염은 세속적인 것에 물들지 않는다는 뜻이니 성품과 행위가 청렴하고 결백한 것을 일컫는다. 시를 짓는 일도 수심(修心)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