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는 예전에 영국 식민지 였다가 독립했지만 아직도 많은 영국의 잔재들을 볼 수 있다.
교회가 한국처럼 많은 것도 그런 영향 중 하나라고 본다.
일요일이면 소규모 장사하던 사람들도 상당수가 오전에는 가게문을 닫고 예쁜 새옷들을 차려 입고 온가족이 교회로 향한다. 보기 좋은 모습들이다.
나는 종교가 없어서 토, 일요일에는 큰 길가에 있는 대형 슈퍼 까루프를 오전 오후 두 번 다녀온다, 걷기운동 삼아 주말엔 하루 1만 2천보를 걷는다.
까루프 슈퍼 맞은 편에도 교회가 하나 있다. 지난주부터 그 교회에 군인 별 하나 짜리가 예배를 보러 온다. 경호원부대를 데리고 오는데 큰 트럭에 가관총을 든 쫄병같은 군인 40~50 여명과 장교들이 탄 펠리세이드 SUV 7~ 8대와 육중한 SUV 10 여대와 경찰차 2~3대가 와서 주변 정리와 경호를 한다. 경호군인들은 교회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 잡상인들 모두 내 쫒고 로타리 부근 도로상에서 가게 없이 자동차 정비를 하는 노동자 100여명도 쫒아낸다. 나는 예배보는 동안에만 쫒아내는줄 알았다
오후에 까루프를 다시 찾으니 총든 군인들이 몇 명 남아서 잡상인과 정비공들을 아직도 영업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별을 단 군인 이런식으로 예배 보면 천당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자기하나 예배보기 위해 100여명의 군경을 동원하여 주변 보초를 서고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수많은 사람들 하루 장사를 못하게 하면서 자기는 예배를 본다. 하나님께서 절대로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으다.
이 나라는 아직도 부정부패가 너무 심해서 내가 농민들을 위해 수로 공사와 논밭사이 길 만들어주는 사업을 하러 왔는데 정부측 담당자들이 와서 내가 하는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무조건 나보고 돈 주고 가라며 돈을 달라고 한다.
공무원들도 못사니까 그렇겠지 하다가도 가끔 씩 화가 치민다.
내가 부정부패를 따르면서 대충 일을 해주고 가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내가 하는 일에서 만큼이라도 부정부패와 싸우고 (이곳 공무원과 벌써 수차례 심하게 싸워서 나보고 싸우는 것 좋아하는 군인이라고 부른다) 사업을 취소시켜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까 여러번 생각하고 고민해 봤다.
우리 정부에서는 어차피 케냐 공무원들을 고칠 수는 없고 정부간 협정을 맺은 일이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사업을 마무리 하고 돌아오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많이 늙었는데도 아직 승질이 남아 있는게 문제이다.
아 나라 사람들은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다.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안낸다.
그러다가 내가 소리지르고 화내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 줬으니 나를 상대하기를 꺼린다. 와이프도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내게도 좋지 않다고 한다. 오래 사는데 지장이 있을 거라고 한다.
우리나라 60년대 돈이 정말로 궁할 때 우리도 많은 공무원들이 부정부패가 심했던 기억이 난다.
2025년 현재 아직도 우리나라 상당수 정치인들은 많은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산다는 것도 안다.
내 혼자 힘으로 이들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올해 한해 참고 더 버티며 대충 돈 떼먹는거 눈 감아주면서 사업을 수행해 보려 마음을 잡는다.
첫댓글 오랫만에 글 반갑습니다. 케냐에서 노고가 많으시네요.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사정이 어려운 케냐같은 나라에서는 그냥 인류애적? 관점에서
승질 죽이시고 케냐를 위해 사업 잘 수행해보세요.
총 차고 예배보며 천국행 노리는 자 보다 훨씬 좋은 일하는듯 합니다. ㅎ
거 참, 나 같으면 어떻게 할지...... 고민 많이 하겠다. 그러다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 영향을 많이 받았을테니 까르푸가 들어가 있구나. 아, 다시 읽어보니 영국 식민지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