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으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이직한 회사에서 유럽 인테리어 디자인 상품을 한국 시장에 마케팅하는 업무를 맡게 되면서부터였어요. 한국의 정형화된 아파트 구조가 실내 인테리어의 다양성을 헤친다고만 생각했던 저였지만, 리모델링 또는 가구나 소품만으로 그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변화되는 장면들을 자연스레 접하다 보니 언젠가 나도 내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공간을 꾸미고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4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하고 신혼집을 구하게 되면서 너무나도 감사하게 생각보다 그 꿈을 이룰 기회가 빨리 오게 되었어요. 도면과 인테리어 과정 선정한 업체와 공사 전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하나부터 열까지 저희의 라이프스타일을 한정된 공간에 반영하려 노력했고, 앞으로 우리가 가족으로서 살아갈 집이기에 업체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 노후한 섀시 전면 교체 - 침실 및 주방 붙박이장으로 수납 확보 - 입구 쪽 방 발코니 확장 - 주방 옆 작은방을 없애고 넓은 주방 공간 확보 공사 전 업체와의 미팅을 통해 이렇게 큰 그림을 잡고 콘센트 신설과 이설, 등기구 배치(조명도) 등 세부적인 것들을 미래의 모습까지 고려해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렇게 저희는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준비하며 이 모든 공정이 계획대로 잘 흘러갈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공사가 시작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갑자기 표현이 너무 격했죠? 복싱 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유명한 명언입니다. 이 명언을 아파트 리모델링 버전으로 바꾼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철거해 보기 전까진." 한 번이라도 전체 리모델링을 경험하셨다면 누구나 공감하실 거예요. 철거 후 집의 민낯을 마주했을 때부터 공사 중간중간 예상치 못했던 변수와 난관들은 늘 꿀잠 자던 저에게 불면증까지 생기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끝없는 고민과 걱정 속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그 짜릿함은 힘들었던 지난날을 모두 잊게 했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저희 집, 본격적으로 구경해보실래요? 현관 Before 이전에 존재하던 답답한 현관 박스는 다 철거하고 중문은 생략하였습니다. 방음과 외풍 차단의 목적으로 중문을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아 잠깐 고민했지만, 계단식 구조에 평수가 그리 넓지 않아 빠르게 의사결정이 가능했어요. 결론적으로는 중문 없이 생활하면서 전혀 불편함 없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현관과 거실 사이 가벽 파티션을 세우고 신발장을 제작해 넣었어요. 현관 근처로 가면 히든 센서가 동작을 감지해 천장의 2인치 다운 라이트 등과 신발장 하부의 간접조명이 자동으로 작동됩니다. 거실 Before |
거실 After
이렇게 저희 거실이 완성되었습니다. 어떤가요? 현재 모습과 정말 비슷하지 않나요? 바닥은 대다수의 좁은 평수에서 기피한다는 어두운 월넛 색상의 광폭 강마루를, 벽과 천장은 최대한 도장 느낌이 나도록 도배로 시공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 바닥을 묵직한 색상으로 선택했어요.
바닥을 어둡게 했을 때 제가 1순위로 꼽는 장점은 떨어진 머리카락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신 비교적 밝은 색상의 먼지는 더 잘 보이기 때문에 청소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거실의 전면은 무지주 선반과 수납장으로 구성했어요. 미리 정한 두께와 폭의 선반을 목공 단계에서 제작해 달아 주었습니다. 아래의 수납장도 제작 가구로 업체에 의뢰하려 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제작비용 때문에 예산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비슷한 디자인의 시판 가구의 스펙에 맞춰 거실 도면을 변경했답니다. 공사가 끝나고 도착한 가구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딱 맞게 들어갔을 때의 기쁨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라요.
수납장 높이보다 조금 더 높은 벽에 2구 콘센트를 좌우 대칭하여 신설해 두었어요. 수납장 위에는 스피커를 두고 선반에는 소형 식물들을 위한 식물 생장 등도 상시 대기 중이랍니다.
💡 콘센트 이설과 신설 계획은 철저하게!공사 전부터 각 공간의 목적과 쓰임새를 미리 계획한 뒤 콘센트의 위치를 정해두면 멀티탭 선들로 인해 공간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어요.
처음 이사 왔을 때는 텅텅 비어 있던 수납장이 하나둘씩 서서히 채워지고 있어요. 저희 둘 다 가지고 있던 짐이 그리 많지 않았던 터라 수납에 대해서 사실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 자리에 수납장 놓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존 발코니 확장부 내력벽은 철거가 불가능해 최대한 깔끔하게 마감하는 게 목표였어요. 유행하는 아치 형태로 할까 했지만, 구매할 가구와 소품들이 둥근 모양이 많을 것 같아 각진 형태로 변경했습니다.
저희 집 거실 천장 조명은 모두 2인치 다운라이트로 최소한의 조도만 확보할 수 있게 계획했어요. 낮에는 햇빛이 밝게 들어오고 저녁에는 여기저기 배치된 따뜻한 전구색의 스탠드 조명들로만 생활하다 보니 사실 이마저도 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1800mm 길이의 월넛 식탁을 두어 거실 겸 다이닝룸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평소 저희 부부는 TV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거실에 커다란 TV가 차지하는 공간이 낭비라고 판단하여 서재로 TV 자리를 정했답니다.
여기서 밥 먹고, 책 읽고, 노래 듣고, 일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종종 놀러 오는 지인들과 도란도란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혹시 눈치채셨나요? 저희 집 거실은 중대형 식물들이 여기저기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요. 저는 자취하던 시절부터 다양한 식물들을 키우며 플랜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직도 키워보고 싶은 식물 리스트가 끝이 없지만, 플랜테리어가 제일 예뻐 보일 때는 적당한 선을 잘 지킬 때인 것 같아요. 저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가는 중이랍니다.
💡 플랜테리어에서 식물을 배치할 때 중요한 점!식물들도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가 따로 있어요. 식물의 위치를 새로 옮겼다면 당분간 유심히 살펴보면서 상태가 나빠지지 않는지 체크해 주는 세심함은 식집사에게 필수!
반대편 거실 벽면은 빔프로젝터를 사용하기 위해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고 남겨두기로 했답니다. 아직 프로젝터를 구매하지 못해서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소품들로 자리를 채우고 있어요.
큰 전신거울을 잘 활용하면 공간이 확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이 거울은 각지거나 단조롭지 않고 부드러운 요소가 있는 프레임의 전신 거울을 찾다가 발견한 제품이에요. 보는 각도에 따라 거울에 비치는 거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주방 Before
이전에는 주방을 마주 보고 작은방이 있는 구조였어요. 주방 구조상 냉장고를 둘 곳이 애매해서 같은 평수 다른 집들도 새로 리모델링을 할 때 이렇게 방 안쪽으로 냉장고 자리를 만들고 가벽을 세우더라고요.
안 그래도 작고 좁은 방인데 냉장고 가벽으로 인해 더 답답하고 실용성이 떨어지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전에도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 가족이 이 집에 살고 있었지만, 이 방은 거의 창고처럼 방치되어 있었어요.
저희도 냉장고 가벽을 세우고 이 공간을 드레스룸으로 만들까 또는 냉장고를 베란다로 보낼 방법은 없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인테리어 실장님의 제안으로 현재와 같은 주방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리모델링 준비를 하면서 주방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은 것 같습니다. 들어가는 가전의 종류도 많았고, 1~2cm의 사소한 치수 차이도 혹시나 이후에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주방에서 요리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끝없이 상상했었어요. 다행히 과거의 이런 노력이 현재 너무 만족스럽게 사용하는 주방 공간을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주방 After
작은방을 가리고 있던 답답했던 가벽을 시원하게 철거하고, 있으나 마나 한 방을 넓은 주방 공간으로 탈바꿈했어요. 어디에 둘지 최대 고민거리였던 냉장고도 자연스럽게 거실과 가까운 주방 쪽으로 위치했어요. 빌트인 냉장고 사이즈에 맞게 냉장고장도 제작했기 때문에 거실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아일랜드를 추가로 제작해 1자 주방에서 11자 주방으로 만들어 넓은 조리 공간도 확보했습니다.
저는 리모델링을 하게 된다면 주방만큼은 꼭 신체 사이즈와 맞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주방을 이용하면서 허리를 굽혀야 한다거나, 머리를 과도하게 숙여 목이 아픈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일랜드를 포함한 주방 하부장은 높이를 92cm로 높였어요.
일반 기성 사이즈에 비해 높이를 많이 올린 편이라 주방 가구 사장님이 몇 번이고 재확인했던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제 키도 그렇고 허리선이 높은 편이라 그런지 정말 편하게 잘 사용하고 있답니다. 하부장은 싱크대 바로 아래만 제외하고 모두 서랍형으로 제작해 넓고 편리한 수납공간으로 꾸렸고요.
한쪽 벽면은 붙박이장을 제작해 맨 왼쪽 한 통은 시즌이 지난 옷을 보관하는 옷장으로, 그 외에는 주방용품을 보관하는 팬트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광파 오븐과 커피 머신을 놓기 위해 중앙에 오픈된 공간도 만들어 주었고요.
그리고 아일랜드 안쪽으로 다리를 넣을 수 있는 레그룸을 만들어 바 스툴을 두었어요. 간단한 식사를 할 때는 아일랜드를 식탁처럼 사용한답니다.
저희 부부는 홈 카페를 즐기는 방법이 달라요. 남편은 편리한 캡슐 커피를 이용하는 반면에 저는 핸드 드립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답니다. 아일랜드 옆 벽면에 저만의 커피존을 만들고 핸드 드립에 필요한 기구들을 선반 위에 보관하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커피는 아일랜드 위에서 내리게 되는데 이때 아일랜드에 보조로 설치해둔 수전과 미니 싱크대를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답니다. 사실 이 목적보다는 손을 씻거나 아일랜드에서 조리할 때 사용하기 위해 설치했던 건데 지금은 커피 전용이 되어버렸어요.
아일랜드에 수전과 싱크대를 설치하기 위해 기존 수도와 배관을 끌어오는 공정은 정말이지 상당한 공사 소음이었어요. 아직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신 이웃집 주민분들께 감사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에요.
메인 싱크대를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이에요. 벽체는 베이지색이 도는 600*1200 포세린 타일을 시공했어요. 오브제 냉장고와 색이 비슷해 의도치 않게 깔 맞춤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상부장 없는 주방에 대한 로망을 이참에 실현해 볼까 잠깐 고민도 했었지만, 현실과 타협해서 부분 오픈 장으로 제작했답니다. 아직은 비어 있는 곳이 더 많지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오픈 장은 레시피 책들을 꽂아 두려고 높이를 높게 만들었지만, 인터넷 레시피를 더 애용하는 관계로 현재는 예쁜 그릇이나 오브제를 두고 있습니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가는 통로 옆 벽면은 익시의 Banana Leaf로 채웠어요. 그림이 그려진 종이 카드를 모듈 형식으로 한 장씩 연결해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인데 언뜻 보기엔 타일같이 보여서 집에 오시는 손님들도 다들 타일이냐며 물어본답니다.
저는 익시의 라지 사이즈 두 개를 벽면 사이즈에 맞게 아래위로 연결해서 하나의 커다란 아트월로 만들었어요. 화장실과 주방에서 사용하는 스위치도 사용할 수 있게 사이즈에 맞게 잘라내었답니다. 질릴 때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벽면 손상 없이 깔끔하게 원상복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이 유명한 바나나 잎 패턴은 정말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그림이에요. 언젠가는 이 패턴으로 내가 사는 곳의 벽을 채워보고 싶다고 바라곤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처음 그림을 설치했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답니다.
침실 Before
침실 After
침실은 오롯이 쉼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수면에 방해되는 요소들은 생략하고 내일 아침을 잘 맞이하기 위해 숙면할 수 있는 환경으로 꾸며봤답니다.
저희 둘 다 아침잠이 많은 타입이 아니라서 암막 커튼은 생략했어요. 차가운 화이트 톤의 벽면과 침구이지만, 리넨 커튼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면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답니다.
저희는 침대 양옆으로 벽 등과 콘센트를 설치했어요. 사용하게 될 침대와 매트리스 사이즈를 기준으로 위치와 높이를 잡고 공사 전에 미리 배치도를 그려 작업자분들과 소통했답니다. 결국은 콘크리트 벽을 뚫고 전기와 콘센트 신설하는 것보다 침대 헤드보드를 세워 신설하는 것이 업체 측에서는 작업하기 수월하다고 판단했는지 어느 순간에 사전 얘기도 없이 헤드보드가 세워져 있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침실도 천장에는 메인 엣지 등 없이 3인치 주백색 다운 라이트를 설치했어요. 사실 이 조명도 잘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저녁에는 침대 옆 전구색 벽 등으로만 조도를 은은하게 유지한답니다.
드레스룸으로 사용할까 했던 작은방을 주방 공간으로 내어드리는 바람에 침실에 붙박이장은 필수가 되었어요.
저희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붙박이장 내부 구성을 미리 계획하고 제작 가구 담당자분과 조율했습니다. 하지만 실측 후에는 위 구성을 다 넣을 공간이 모자라 4통에서 3통 반으로 반 통이 줄어들었고, 창문 쪽 천장에 단을 내린 커튼 박스 때문에 내부 구성의 위치도 약간 변경되었어요.
그리고 손잡이 없이 깔끔하게 벽처럼 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푸시&풀은 잔고장이 많고 불편한 부분도 있어서 손잡이를 따로 부착했답니다.
침대 옆에는 종종 식물을 두고 있어요. 꽃을 좋아하지만 절단 화는 너무 빨리 시들어서 호접란을 주기적으로 화원에서 데려오고 있어요. 꽃봉오리가 꽃대에 같이 있으면 집으로 데려와 키우면서 꽃이 피는 것도 구경하실 수 있답니다. 크기나 색도 다양하고, 환경에 따라 3개월까지도 꽃을 보여주는 기특한 식물이라 저는 자취 시절부터 호접란은 주기적으로 집에 꼭 두었던 것 같아요.
서재 Before
서재 After
현관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만나는 방이에요. 기존에 있던 베란다를 없애고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하기 위해서 확장공사를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서재 겸 홈짐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남편과 같이 나란히 사용하고 싶어서 책상 배치를 이렇게 구성했는데, 저는 사실 거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그래서 아직 제 자리엔 제대로 된 서재 의자도 두지 않았어요.
저희 집 TV는 서재에 자리 잡고 있어요. 남편이 자취할 때 사용하던 걸 이사하면서 가져왔는데 55인치의 작지 않은 사이즈라 꽤 큰 공간을 차지해요. 필요할 경우에는 거실로 이동해 사용하려고 벽에 달지 않고 스탠드에 설치했어요. 가끔 방향을 돌려서 거실에서 보기도 한답니다.
인터넷 셋톱박스와 와이파이 공유기 등 이런저런 부속품들은 선을 정리해서 뒷면에 부착해 앞에서는 보이지 않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베란다 확장 부에는 간단한 프리 웨이트를 할 수 있게 헬스장 바닥재를 깔고 미니 홈짐을 만들었어요.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공간이랍니다. 공간 여유가 있어서 유산소 운동 기구를 하나 들여놓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마치며
집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요. 실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과 식물들 그리고 다양한 내부 요소들뿐만 아니라 햇빛, 바람, 눈, 비 등 외부의 자연적인 기후와 관련된 외부 요소들에 의해 지속해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어요. 편안하고 아늑한 집의 상태를 오랜 기간 동안 계속 느끼고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집에 대한 끊임없는 관리와 관심 그리고 적절한 지식과 정보에 대한 학습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첫 신혼집을 신축 아파트로 선택했다면 지금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집의 민낯부터 마주하며 그 위에 입혀질 재료들을 직접 고르고, 그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입혀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기에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한 애정도 그만큼 커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5주면 완성될 집이 인테리어 업체와의 갈등으로 인해 5개월이 걸려 겨우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그 긴 여정 동안 정말 많은 사건 사고, 불안과 걱정이 함께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면 책 한 권을 낼 수 있을 정도로요.
부정적인 기운으로 가득했던 이 집에 내가 과연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집은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결국 이 집에 사는 우리의 행복한 추억들이 하나씩 쌓여 힘들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의 정이 담긴 아늑한 집을 만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