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솔바람 소리
주말 이틀은 도서관에서 보내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십일월 초순 월요일이다. 그간 날씨가 이상 고온에 가물었는데 새벽엔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렸다. “입동이 내일모레 반송천 냇바닥에 / 늦가을 장식하는 고마리 꽃을 피워 / 복원된 도심 하천에 새가 찾아 노닌다 // 텃새로 눌러사는 뺨이 흰 오리 한 쌍 / 곁에는 중대백로 먹잇감 찾는 모습 / 철새는 귀향을 단념 어울려서 산단다”
인용절은 ‘반송 소하천’으로 어제 도서관 가던 길에 봤던 반송천 풍경을 시조로 엮어 지기들에게 사진과 함께 보냈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사이 국수를 끓여 이른 점심을 때웠다. 전번에 밀양 수산을 지나다 사 왔던 수산국수 다발이다. 명품 수산국수는 일찍 동나 대체재인 서가네 국수도 정품에 뒤지지 않아 맛에서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시중의 국수와 확연히 구별되었다.
날이 개어가는 즈음 산책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난 길거리 보도에는 비바람에 낙엽이 흩어져 깔려 어수선했다. 올해는 지나간 여름에 우리 지역은 피해를 남긴 태풍이 없었는데 간밤에 폭풍을 동반한 비는 태풍급이었는 듯했다. 단풍으로 물드는 나뭇잎만이 아닌 마른 가지들도 함께 떨어져 길바닥이 어수선했다. 수습하려면 환경미화원들 손길이 일시 분주할 듯했다.
집 근처에서 102번 시내버스를 탔더니 도계동과 소답동을 거쳐 창원역을 지났다.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양덕동을 지날 때 건축 자재상이 보여 내렸다. 집의 욕실 바닥과 벽면이 맞닿은 틈새 접착이 일부 헐어 어떻게 해야 할지 주인에게 여쭸더니 작은 부분이라도 시공이 간단하지 않았다. 우선 응급처방으로 실리콘으로 메워두고 조금 더 지켜보면서 개선책을 찾아야 할 듯하다.
그곳 매장에서 파는 실리콘을 한 통 샀는데 그것을 바를 압축기는 철물점에서 구해야 한다고 해 한꺼번에 되는 일이 아니었다. 거리로 나오니 버스 정류소에는 구산면 명주 갯가 가는 65번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정보가 떴다. 집을 나설 때는 난포나 옥계 갯가로 나가보려던 행선지를 명주 갯가로 바꾸어 65번 버스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진동에서 광암으로 나가자 바다가 드러났다.
버스가 군령삼거리를 지난 해양 드라마세트장에서 내렸다. 거기는 박물관이나 다른 전시관과 달리 월요일도 관광객에게 개방되는 곳이었다. 새벽과 이른 아침까지 세찼던 비바람에 드라마세트장을 찾아온 이들의 발길은 아주 드물었더랬다. 안내소를 지나 망루를 비롯한 고풍스러운 목조 가옥이 들어선 드라마세트장은 들리지 않고 파도소리길로 가니 가족인 듯한 중년 일행들을 만났다.
드라마세트장에선 그간 해양 사극이나 영화가 다수 촬영되었다는 안내는 아까 들머리를 거쳐 오면서 봤다. 당국에서는 드라마세트장과 인접한 바닷가 솔숲에 산책로를 개설해 ‘파도소리길’로 명명해 놓았다. 흙이 묻을까 봐 깔아둔 산책로 야자 매트는 간밤 비바람에 갈색 솔잎이 떨어져 카펫처럼 폭신했다. 오전에 날씨가 궂었던 관계로 바깥으로 나온 이들이 드물어 한적해서 좋았다.
솔숲의 오솔길을 걸어 산모롱이가 끝나니 호수처럼 잔잔한 진동만 바다가 드러났다. 창원과 맞닿은 당항포 건너 고성에서 통영으로 이어지는 연안이 펼쳐졌다. 데크를 따라 걸어 전망대에 올라 전방을 바라봤다. 바다 가운데 봉긋한 봉우리는 가조도의 옥녀봉으로 교직 말년을 거제에서 보내 올라가 봤던 곳이기도 했다. 그 뒤로 계룡산 기슭 고현 장평의 아파트도 아스라이 보였다.
쉼터에서 내려와 남은 솔숲길 구간을 마저 걸었다. 언덕을 오르자 야트막한 산마루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해양 드라마세트장에서 진동만을 바라보며 걷기에 파도소리길로 명명해 놓아도 물결이 일지 않아 밀려오는 파도가 없고 연안에 부딪힐 바위도 없었다. 인적 드문 바닷가 솔숲에서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원점으로 회귀하니 명주 종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가 다가왔다. 23.11.06
첫댓글 솔숲 바닷길에서 만나는 해풍의 짭쪼름한 비릿내가 떠오릅니다
이날 아침 세찬 비바람으로 그곳으로 길을 나선 이가 적어 호젓해 좋았습니다.
물결이 일지 않아 海潮音은 듣지 못해도,ㅎ 香은 ~
늘 건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