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시대 잘못 읽은
죄, 민주당은 어떻게 몰락하
나
日 사회당 의석이
한 자릿수 되는 데
딱 10년 걸렸다...
시대를 거스르는
민주당의 몰락도
그리 먼 일이
아닐 수 있다
박정훈 논설실장
일본 사회당의 돌연한 '소
별'은 세계 정당사(史)의 최
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자민당과 함께 전후
(戰後) 일본 정치를 양분해
온 '1955년 체제'의 주역이
었다. 40여 년간 1ㅔ1 야당은
로 군림하며 총리까지 배출했
던 거대 정당이 존재감조차
없이 쪼그라들었다. 사회당
에서 당명을 바꾼 일본 사민
당의 중의원 의석은 현재 단
1석이다. '소멸'이란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일 사회당의 쇠락은 시대를
잘못 읽은 탓이었다. 자유. 개
방. 민주주의로 진행하는 역
사의 발전 방향을 오독해 친
북. 친중. 반미의 역주행 노선
을 달렸다. 사회당은 한반도
정세부터 거꾸로 읽었다. 한
국을 '남조선'으로 부르며 실
패 국가 취급한 반면 북한은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이 이
끄는 성공 모델로 칭송했다.
미국을 '남조선 침략자'로 규
정하고 '살인 병기 미군' 철수
를 주장했다. 북한의 실상이
하나둘씩 드러난 뒤에도 사
회당은 친북 환상을 버리지
않았다.
몰락에 쐐기를 박은 것이 납
묵자 문제였다. 80년대 들어
일본인 실종자들이 북에 납치
됐다는 증언들이 쏟아졌지만
사회당은 "한국 안기부가 조
작한 정보"라며 인정하려 들
지 않았다. "북한이 그런 만
행을 저지를 리 없다"는 식이
었다. 2002년, 방북한 고이
즈미 총리 앞에서 김정일이
납치 사실을 깔끔하게 시인해
버리자 사회당의 입장은 붕
떠버렸다. 뒤늦게 "우리도 북
에 속았다"라고 말을 바꿨지만
일본 국민의 신뢰는 떠나간
뒤였다.
일본 사회당의 오늘은 한국
민주당의 내일일 수 있다. 민
주당 또한 시대의 패배자 진
영에 서있기 때문이다. 민주
당의 북한 핵 딜레마는 일본
사회당을 수렁에 빠트린 납북
자 이슈와 판박이처럼 닮았
다. 수십 년간 북한은 한순간
도 핵 개발을 멈춘 적이 없지
만 민주당은 "북한엔 그럴 능
력도 의지도 없다"라며 현실을
부정해 왔다. 결국 핵은 완성
됐고 김정은이 '핵 보유국'을
선언하자 민주당의 북핵 옹호
는 한낱 헛소리가 돼버렸다.
일본 사회당은 그나마 "속았
다"고 변명이라도 했지만 민
주당은 단 한마디 사과도 없
이 여전히 미국 탓, 보수 정권
탓만 하고 있다. 현실을 거꾸
로 읽은 나머지 끝없이 세상
을 속여야 하는 자기기만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지난주 히로시마 G7 정상회
의는 이 시대를 이끄는 주류
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 주었다. 중국. 러시
아. 북한 같은 권위주의 체제
의 폭주를 방치하지 않을 것
임을 재확인한 무대였다. 20
세기 중반 이후 세계 질서는
미국 중심의 자유 진영이 주
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다. 이것이 역사의 발전 방향
이기도 하다. 더 자유롭고 더
민주적이며 더 개방적인 세계
로 나아가는 게 역사의 진보
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
교'는 그 흐름에 올라타겠다
는 선언이었다.
윤 대통령이 G7에 간 동안 민
주당은 후쿠시마 공격에 화력
을 집중했다. 오염수를 "우물
에 푸는 독극물"에 비유하며
장외 집회까지 나가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의 공격은
그러나 '과학'으로 접근하는
글로벌 해법과 동떨어진 것이
렀다. 국제 사회를 대표하는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오
염수 방류가 문제없다는 잠정
적 판단을 내렸고, G7은
'IAEA의 검증을 존중한다'는
합의문을 내놓았다. 과학 아
닌 괴담에 가까운 민주당식
시비는 국제무대에서 억지로
비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이 자유
민주의 주류 연대에 합류하는
것을 방해하려 작심한 듯한
다. 한미 동맹 강화를 "글로
벌 호갱 외교"로 몰았고, 한
일 협력 복원을 "빵 셔틀 굴
욕"으로 공격했다. 북의 도발
에 대응한 한미일 연합 훈련
을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
하며 '자위대 군홧발' 운운했
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개입에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
발언이 "평지풍파를 일으켜
다"며 중국 편을 들기도 했
다.
문재인 정권 5년간 우리는 글
로벌 질서의 주류에서 비켜나
있었다. 중국을 "높은 산봉우
리"로 떠받들며 '중국몽
(夢)'을 찬양하고, 북한에 "비
핵화 의지가 있다"는 거짓말
로 세계를 속이면서 친중. 친
북에 기울었다. 그렇게 나라
를 변방으로 몰았던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뒤에도 역주행을
계속하며 국가 진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정당
의 몰락은 필연적이다. 4차
산업혁명 앞에서 '국가 주
도'를 외치는 당,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하하는 당, 북한. 중국의 인
권 유린에 침묵하는 당, 해방
70년이 넘어서도 죽창가 타
량하는 낡은 정당이 이 숨 가
뿐 21세기의 한복판을 버텨
낼 수는 없다. 위선과 내로남
불, 끝없는 거짓말 습관 등 민
주당이 비판받을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그중에서도 시대에
역행하는 퇴행적 체질은 치명
적이다.
일본 사회당의 의석이 149석
에서 한 자릿수로 쪼그라드는
데 정확히 10년 걸렸다. 민주
당의 몰락도 그리 먼 훗날 일
이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