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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법대 앞에서 친구랑 커피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지난 글에 썼던 일본어 교수가 이리저리 뭔가를 찾고 있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깐,, 문과대에서 예정됐던 세미나가 학생들 시위로 폐쇄되는 바람에 급하게 법대에서 진행하기로 결정돼서,, 미리 장소랑 장비 확인하러 왔다고 하길래,, 친구랑 프로젝터, 마이크, 커튼 등 상태 확인해 주고,,
어떤 세미나냐고 물어 보니깐,, 위안부 문제랑 일본 극우에 관한 거라길래,, 어떨결에 저도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했네요,, ;;
오늘 오전에 도서관에서 논문 정리 좀 하고,, 강의실로 향하는데,, 벽면 아래에 세미나 포스터 하나 덩그러니 붙여놨네요,,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갔더니,, 법대 친구 한명이랑 일본어 석사 과정 친구도 왔길래 옆에 앉아마자 세미나가 시작되었네요,, ;;
일본 여성단체인 WAM에서 아시아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활동 등을 소개했는데,, 특히, 필리핀에서도 활발하게 시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새로웠습니다.
그리고 2000년 도쿄에서 태평양 전쟁 시 일본이 저지른 성범죄에 관한 국제형사재판이 열렸고,, 그 결과 헤이그에서 일황 및 전범 책임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하더라구요,, 이건 처음 알았는데,, 이미 범죄자들이 다 죽어서 실제 처벌은 집행할 수 없지만,, 그래도 국제적으로 공식 문서로 전쟁범죄를 인정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할 것 같습니다.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어 강사 한분이 일본에서 위안부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냐는 질문에,, 사립 기관이라 정부 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개별 후원금이나 회비로 운영되어서 경제적으로 좀 어려움이 있고,, 협박 전화나 폭발 시키겠다는 전화도 받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해외 세미나 개최시 일본 대사관에서 직원을 보내서 방해하는 일이 자주 있는데,, 이는 사진 왼쪽에 일본어 강사님도 많이 겪었다고 하네요,, ;;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한 프랑스 학생이 일본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본인들도 확신이 없는 것 같던데,, 보상 금액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일본은 무결하다는 신념 때문일 거라고 답하더라구요,, ;;
첫번째 세션이 끝나고,, 두번째로 이일하 감독의 '카운터스'라는 영화를 시청했는데,, 사전 정보가 없이 들어갔다가,, 시작부터 엄청난 충격을 받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영화가 끝났네요,, 상영 내내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흘렀는데,, 옆에 일본을 엄청 좋아하는 프랑스 친구도 마찬가지더라구요,, 다른 프랑스 학생들도 일본 우익의 현실에 충격이 심했는지 상영 후 정말 열띤 토론이 이어졌네요,, ;;
토론 내용은 크게 자이니치의 현실, 일본 우익의 혐오 스피치와 프랑스 사례와 비교, 폭력에 대한 폭력의 정당성 등이었네요,,
먼저, 자이니치와 관련해 일본인에 비해 특혜를 받는고있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자이니치는 이민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민법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특별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실제로 행정기관에서 반려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구요,,
다음으로 '카운터스' 영화는 민주당 의원의 혐오 발언 금지법을 통과 시키면서,, 그나마 공개적인 시위에서는 혐오 표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여기서 제가 한 질문은 이러한 혐오 행위는 어떤 식으로든 변형이 될 텐데,, 예를 들어, 영화 말미에 극우 시위 대표가 도쿄 도지사 선거에 나와서 혐오 표현을 계속한다거나, 인터넷이나 출판물과 같이 더 확산력이 큰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변형된 형태의 혐오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하여,, 이 법은 처벌규정이 없고, 적용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에 공개 집회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 그리고 프랑스도 일본과 같이 포스트 식민주의 시대에 아직도 무의식적인 차별의 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공개적으로 집회나 구호를 외치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출판물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극우 집회에 대한 반대 집회(카운터스)를 열어서,, 혐오 스피치를 하는 사람을 린치하는 급진 그룹인 오토코구미와 관련하여,, 폭력에 대한 폭력이 정당해 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한 남학생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 같아 엄청 속이 시원했다라고 답하고,, 제 친구는 일반적으로 폭력에 대한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허용되어서는 안되지만, 영화에서와 같이,, 경찰과 법원이 카운터스 참석자에게만 차별적인 대우나 판결을 하는 경우와 같이 다른 방법이 없을 때는 비난하기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
모든 토론이 끝나고,, 두번째 세션에는 저 혼자 한국 사람이었는데,, 일본어 강사님과 다른 일본인 참석자들과 함께 저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길래,, 저도 사실 너무 놀랐고 이렇게까지 심한 줄 몰랐다,, 하지만 일본에 여러분과 같은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믿고,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라고 답하긴 했는데,, 실제로는 강의실을 나와서도 친구랑 줄담배를 한참 피고 나서야 조금 나아졌네요,,
한국에서는 '카운터스'라는 영화를 어떻게 볼 수 있는 지 모르겠지만,, 시간나시면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개봉했지만 주인공 다카하시의 성추문이 밝혀지면서,, 홍보가 무산되고,, 많이 알려지진 않은 것 같네요,, 저처럼 너무 놀라지 마시고,, 시청 전 마음을 단단히 먹으시기 바랍니다,, 혐오의 말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보다 매섭다는 표현이 실감나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