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에 맞설 후보는 김문수뿐 2012 대선은 보수 승리로 돌아갈 것”
저자 홍기표(42)씨는 진보 진영의 인사다. 책 제목으로 봐선 보수 진영의 담론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들지만 홍기표씨는 ‘홍자루’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진보 논객이다. 진보신당 당원인 홍씨는 2006년 이른바 386 간첩단 사건(일명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터져나온 민주노동당의 종북주의 논쟁 때 ‘그만 이혼할 때가 왔다’며 민노당 내부의 NL계를 겨냥했었다. 2002년 대선 때는 진보 인터넷 매체 ‘대자보’에 노무현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노사모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골수 진보 인사인 그가 왜 ‘보수 집권 플랜’을 구상했을까.
4월 26일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2012 대선판이 결코 쉽게 갈 것 같지 않은데 박근혜 대세론에 안주하는 일반적 시각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각종 대선 분석서는 정치적 목적과 주장을 담고 있지만 저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판세를 한번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진보신당 후보는 어차피 승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제가 진보신당 당원이기 때문에 남의 동네 사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무리를 하면서도 판세를 단순화해 분석한 결과, 2012년 대선의 승자는 보수 후보라는 결론을 얻은 겁니다.”
“박근혜 대세론 지속되기 힘들다”
그 럼 플랜B는 무엇을 뜻할까. 플랜A인 박근혜의 승리가 아닌 다른 보수 후보의 승리가 예상된다고 본다는 점에서 플랜B라고 이름 붙였다는 게 홍씨의 설명이다. 홍씨의 말대로 그의 분석과 전망은 박근혜 대세론의 붕괴에서 출발한다.
그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지속되기 힘들다고 본다. 결정적인 것은 내년 4월 총선에서의 한나라당 패배다. 홍씨는 내년 4월 총선은 야당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전망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어야 한다는 요구 속에 민주당은 올해 11월부터 지도부 사퇴와 함께 박근혜 대항마를 뽑기 위한 이벤트에 들어가며, 동시에 밖으로는 ‘복지 동맹’을 앞세워 야권 연대 전략을 추진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복지 이슈의 극대화를 위해 복지 동맹이라는 가설 정당을 먼저 건설하고 어차피 승리하기 어려운 지역에 대한 전면적 공천권 양보로 선거 연합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심지어 ‘호남 불공천 전략’을 시도해 ‘광주를 비워줌으로써 대구를 흔드는 전략’까지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홍씨의 전망이다. 홍씨는 “2012년 총선은 이명박의 임기 말+야당의 선거 연합이라는 조건에서 치러지게 되고, 결국 한나라당은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지 못한 채 패배한다”며 “4월 총선 결과를 보고 12월 대선을 짐작하는 경마식 분석에서 12월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는 말은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전망했다. 4월 총선에서 박근혜 대세론은 완전히 붕괴되며 박 전 대표는 대세론의 엄호 없이 난관을 홀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친이계 진영에서 박근혜와 맞설 친이 단일 후보를 본격 등장시키는 것도 이 시점이라는 것이 홍씨의 전망이다.
복지·안보 이슈 박 전 대표에겐 덫
홍 씨는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선점 전략으로 나간 복지의 덫에도 갇히기 쉽다고 보고 있다. 이미 대중의 열망이 불붙기 시작한 복지 이슈는 내년 대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진보 쪽 표를 갉아먹기 위해 복지라는 이슈를 선점했지만 박 전 대표의 복지 노선은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과 비슷한 오류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홍씨의 지적이다. 당시 케리 후보는 핵심 이슈였던 이라크 전쟁을 겨냥해 ‘용감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선점해 나갔지만, “케리가 훈장을 받은 전투에서 베트콩의 사격이 없었고 케리는 비무장한 소년을 사살했다”는 공화당의 광고 한 방으로 나가떨어졌다. 상대방의 안방 이슈를 먼저 건드렸다가 제대로 맞붙어 오히려 스스로 목을 조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홍씨는 “박근혜가 총론으로서의 복지만 제시한 채 좋은 이미지만 만들어 놓고 도망가는 행태를 상대방들이 그냥 봐주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자들이 증세냐, 감세냐 등 민감한 부분까지 논쟁을 밀고나갈 경우 박근혜는 보수와 진보의 중간에서 어느 한쪽에 맞아떨어지는 입장을 취하기가 점점 곤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터져나온 북한의 핵실험이 이명박 후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듯이 2012년에 잠복해 있는 안보 이슈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홍씨는 “2012년 정권 이양기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북한의 급변 사태가 남한의 안보 이슈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2007년 경선에서 보듯 남성, 특히 보수정당의 남성 후보로 표심이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려면 경제·정칟군사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반드시 안정과 여유가 전제돼야 하는데 뭔가 조금이라도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는 순간 대중은 여성 후보에 대한 무언의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씨에 따르면, 2012년 대선은 이율배반적인 대중의 욕구가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양대 이슈인 복지와 안보에서 대중은 복지에서는 좌클릭하는 반면, 안보에서는 우클릭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런 구도에서 18대 대선은 결국 여야 4명의 유력 주자 간 경쟁 구도 속에 치러질 것이라는 게 홍씨의 전망이다. 4명의 유력 주자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다. 의외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배제됐다. 홍씨는 “대선 게임은 결국 지배적 정치 지형의 두 끝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표 선수 간 대결”이라며 “정당 기반의 한계가 분명한 유시민 대표는 단순화 모형에서는 제외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김문수 VS 손학규·정동영
이 들 4명의 여야 주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이 홍씨의 분석이다. 표의 확장성에 제한이 있지만 표의 집중력이 좋은 두 후보(박근혜, 정동영)와 표의 집중력은 떨어지지만 중간 지역으로의 접근이 쉬워 확장성이 높은 두 후보(김문수, 손학규)가 펼치는 쌍방 2 대 2 구도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의 집중력이 강한 경우 당내 경선에서는 유리하고, 확장성이 좋은 경우 본선에서 유리하다. 현재 가장 지지율이 앞선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지금까지 보듯 본선에서 가장 중요한 전쟁터인 수도권에서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럼 이들 4명의 대결은 어떻게 귀결될까. 홍씨는 4월 총선 패배 이후 치러질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결국 김문수 지사가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친다. 박근혜 대세가 한풀 꺾이고 선두 주자 박근혜에 대한 야당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친이계의 지지를 받는 김문수 지사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를 위협하는 건 앞서 박근혜 대항마를 뽑을 민주당에서 손학규 대표가 후보가 됐을 경우다. “김문수가 한나라당의 대안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는 ‘손학규 필승론’ 때문이다. ‘손학규 필승론’은 박근혜·손학규의 1 대 1 대결 시 표의 확장성이 높은 손학규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손학규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한나라당에서도 수도권 출신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손학규가 김문수를 불러내는 것이다.”
만약 김문수가 한나라당 후보가 돼 야권 단일 후보와 맞설 경우 최종 승자는 김문수라는 것이 홍씨의 결론이다. 이의 근거로 홍씨는 김문수 지사의 경우 대중의 변덕스러운 복지 좌클릭, 안보 우클릭을 만족시켜 줄 특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긴 유권자들이 대선에서도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홍씨는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심판 의지가 12월 대선에서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며 “2012년에 선출될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물론 한나라당 경선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단일대오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다. 경선 전부터 친이계가 단일 후보를 옹립하지 못하고 붕괴될 경우 한나라당은 박근혜를 중심으로 전면 재편되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맞게 된다. 홍씨는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한나라당은 친이 단일 후보를 내느냐 못 내느냐 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게 됐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