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글자 그대로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세태(世態)를 꼬집은 말이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이라는 관용구를 줄여 한문으로 옮길 한자성어가 없어서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이 처럼 신조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교수신문은 906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6개의 사자성어 후보를 두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시타비가 전체 32.45%(복수응답)에 달하는 588표가 몰렸다고 20일 밝혔다.
교수들은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도 여야가 도덕적 시비에 빠져 사회 전반에 극심한 피로만 낳았다고 비판했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아시타비의 뒤를 이어 후안무치, 격화소양, 첩첩산중, 천학지어, 중구삭금이 2020년 한국사회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꼽혔다.
아시타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표(21.8%)를 받은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였다.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뻔뻔함을 지적하는 말이다. 후안무치를 뽑은 교수들은 "임명직이 임명권자를 능멸했다." "586 집권세력의 초법적 행태"라는 거센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세번째는 16.7%의 표를 받은 '격화소양(隔靴搔癢)'이다. '신발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뜻으로 문제의 본질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표현한 사자성어도 있었는데, 답답한 현실을 표현한 '첩첩산중(疊疊山中)'은 12.7%를 기록했고, '말라가는 샘에서 물고기가 서로 돕는다'는 뜻인 '천학지어(泉涸之魚)'는 8.1%를 받아 뒤를 이었다. 천학지어를 선택한 한 40대 인문대 교수는 “아시타비한 세상에서도 국민들은 자기 자리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