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상 과일…식재료로 많이 사용되며 채소로 입지
풋내 때문에 섭취 꺼려질땐 익히거나 구워 먹으면 해결
항산화물질 리코펜 풍부…암·심혈관질환 발병률 낮춰
3월말 갑자기 발생했던 ‘쓴맛 방울토마토’ 사건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문제가 됐던 쓴맛 방울토마토는 전량 폐기됐고, 원인물질까지 밝혀졌음에도 토마토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농가들의 시름이 깊다. 혹시나 구입한 토마토가 안전한지, 믿고 먹어도 되는지 소비자들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토마토에 얽힌 여러 이야기, 안전성에 대한 궁금증, 토마토를 더 맛있고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까지 ‘토마토의 모든 것’을 짚어본다.
# 뭐든지 잘 먹을 것 같은 회사 동료 A씨의 고백에 난감해졌다.
“내가 다른 건 다 잘 먹는데 말이지, 토마토는 힘들어.” 아뿔싸.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
토마토에 손이 덜 가는 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토마토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문답풀이를 준비했다.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 토마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채소다. 식물학상 분류에 따르면 과일의 일종인 ‘장과류’지만 많은 나라에선 대부분 요리 재료로 널리 이용된다. 국내에서는 토마토가 열매채소류(과채류)로 분류되며, 생으로 먹는 과일과 채소의 중간쯤으로 여겨지지만 요리 재료로 사용하는 일이 점차 늘면서 ‘채소’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여기서 토마토에 얽힌 역사 한자락. 남미가 원산지인 토마토가 유럽에 상륙한 것은 16세기다. 유럽인들은 이 낯선 식물을 불길한 독초로 여기는 한편 성적 매력을 높여주는 ‘묘약’으로 인식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와 영국에선 ‘사랑의 사과’로, 이탈리아에선 ‘황금 사과’로 부른다. 학명에도 ‘늑대가 먹는 사과’라는 라틴어인 리코페르시쿰(Lycopersicum)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정력의 상징’인 늑대처럼 토마토를 성적 매력을 높여주는 최음제로 인식한 것. 실제로도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해 효과가 있다.
17세기경 영국에선 금욕적 분위기와 함께 토마토를 먹은 귀족들이 연달아 사망하면서 토마토는 ‘악마의 열매’란 악명을 얻었다. 하지만 식기로 사용하던 백랍접시에 함유된 중금속인 납성분이 토마토의 높은 산도 때문에 녹아나오면서 생긴 일이었다.
미국에서도 1820년 뉴저지주에서 육군 대령 출신의 로버트 기번 존슨이 사람들 앞에서 토마토 24㎏을 먹는 쇼를 하고 나서야 오해가 풀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토마토에 얽힌 오해는 길고도 깊었다.
▶토마토 풋내, 질색이다. 냄새를 덜 느낄 방법이 있는지.
- 토마토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먹거리 가운데 하나다. 풀 내음과 비슷한 특유의 향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손쉽게 해결하는 길이 있다. 바로 토마토를 익히거나 구워 먹는 것이다. 풋내 나는 휘발성분이 날아가는 대신, 토마토 속 당분과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이 결합해 맛과 향을 내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일으켜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특히 기름에 토마토를 익히면 리코펜 흡수가 더욱 좋아진다.
이런 방법으로 토마토 구이, 토마토 파스타소스, 토마토 페이스트 등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토마토 페이스트의 영양분이 높은데 생토마토에 비해 칼슘·칼륨·비타민A는 5배, 비타민B1은 4배, 비타민B2는 6배, 비타민C는 2.5배 더 많다. 살짝 데쳐 겉껍질을 벗긴 토마토 과육을 갈아 만든 토마토 주스도 풋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양파·상추, 각종 소스가 들어 있는 햄버거나 샌드위치 속에 토마토를 넣으면 특유의 향이 가려져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B1의 흡수 측면에선 살짝 아쉽지만, 토마토에 설탕을 약간 뿌려 먹으면 풋내가 덜 느껴진다.
▶‘쓴맛 방울토마토’ 사태의 원인은. 혹시 먹으면 위험한가.
-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TY올스타>라는 특정 방울토마토 품종에서 검출된 ‘리코페로사이드C(Lycoperoside C)’란 물질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물질은 덜 익은 토마토 열매에 함유된 ‘토마틴’이 콜레스테롤 제거 효과가 있는 사포닌인 ‘에스쿨레오사이드A(Esculeoside A)’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데, 강한 쓴맛이 특징이다.
추위 때문에 쓴맛이 갑자기 증가했다는 추측도 사실이 아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분석 결과 쓴맛 물질은 <TY올스타>에서만 검출됐고, 국내에서 가장 소비가 활발한 방울토마토 3품종에선 검출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지난겨울 낮은 기온 때문에 방울토마토에서 쓴맛이 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유전자변형 토마토 때문? 달면 무조건 스테비아 토마토?
- 토마토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유통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특히 최근 인기를 모으는 ‘스테비아 토마토’에 대한 질문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토마토 중엔 GMO가 없다. 스테비아 토마토는 설탕의 200∼300배 단맛을 지닌 식물성 감미료인 스테비오사이드를 주입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또한 일반 토마토와 스테비아 토마토는 맛이 매우 다르다. 스테비아 토마토는 설탕을 바른 듯한 단맛이 나는 반면, 일반 토마토는 은은한 단맛이 돈다. 고당도 품종도 10브릭스(Brix) 전후이기 때문에 기존 토마토에 비해 달지만 스테비아 토마토만큼 단맛이 강하지는 않다.
▶토마토를 먹어야 하는 이유는.
- ‘토마토가 붉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는 유럽 속담처럼 토마토와 가까워지면 건강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토마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물질인 리코펜이다. 리코펜은 체내 활성산소와 혈관 속 노폐물을 제거함으로써 각종 암과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미국에서 6년간 이뤄진 한 임상연구에 따르면 토마토소스를 한달에 1회 먹는 사람들에 비해 일주일에 2회 이상 먹는 사람들의 전립선암 발병위험률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리코펜은 숙취 해소에도 좋다.
항산화물질인 루테인과 베타카로틴 역시 암 예방과 시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또한 비타민과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섬유질도 풍부하다. 또한 칼륨 함유량이 많아 혈압 조절을 돕는다.
다만 위산 역류 증상이 있거나 토마토 알레르기 환자,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자료=RDA인테러뱅 57호 ‘토마토의 건강한 매력 - 독초의 누명을 벗고 채소의 왕으로’, 미국 심장학회지 등
첫댓글 요즘은 짭짜리 토마토가 대세. 저도 박스채 사서 먹고 있어요.
나는 토마토 광인데 한번도 못 사먹었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