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찍 귀가한 덕에 쉰소리 하나를 다시 남긴다.
어느해 겨울 난 서울서 어느 아가씨와 하루밤 연을 맺은 적이 있었다.
난 그 아가씨를 찾으려 서울 갈 때 마다 수소문한 적이 있는데,
하루밤 인연으로 아가씨를 찾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그 관계자(?)들이
경계를 풀지 않다가 결국 연결을 해주어 만나게 되었고...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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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쯤의 겨울일 것이다.
강원도 강릉에서-
친구가 서울을 함께 가 달란다.
"왜? 뭔 일로?"
"핀토스진 대리점을 강릉에 내고 싶은데... 넌 S물산에 있었으니 다 잘 알거아냐?"
당시 청보핀토스는 S물산의 특정팀이 대거 자리를 옮겨 의류사업을 개시했다.
친구는 내가 S물산에 몸담고 있다가 내려온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글쎄, 대리점을 내주고 안내주고는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핀토스영업부까지 안내하고 소개하는 것이야 못할 게 없지..."
"그래 알지, 그럼 가자! 당장, 쇠뿔도 단김에 빼라했는데..."
"이래 가지고?"
"뭐 어때..."
그 친구의 차로 우리는 달렸다.
목적지는 광장동이었으나 저녁이 다 되었기에 일단 쉬어야 했다.
신사동로타리... R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친구의 친구가 경영하는 근처의 K카페에서 저녁도 먹고, 술도 한잔하고-
그 친구들이 모두 숙소까지 따라와
뒤푸리로 교자상을 편 카드판이 벌어졌다.
그러나 난 심심하다.
할 줄을 알아야 구경이라도 재미가 있지...
눈치를 챈 친구가 미안한지 옆방을 따로 잡아놓고 쉬라고 한다.
"피곤하지? 먼저 가서 쉬어라, 내부탁으로 올라왔는데 미안하다야~"
"그래 그럼, 난 가서 먼저 잘께"
난 옮긴 방에서 샤워를 한 후 TV를 켜고 자리를 폈다.
뉴스가 나온다. 9시 땡 뉴스다.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똑~똑~ 방문두드리는 소리다.
"누구세요?"
"문좀 열어주세요!"
? ? ?
여자 목소리네...
"누구세요?"
"옆방에서 왔어요"
? ? ?
"옆방에서 보내서 왔다니까요... 오빠 잘 모시라고 예... "
옆방의 친구가 나 혼자 자러 보낸것이 미안했던지 몸파는 아가씨를 들여보낸 것이다.
ㅋㅋㅋ
그러나 그날은 정말, 정말로 여자생각이 없었다.
그때는 한창 청춘이었음에도 그날은 특별히 그랬고 무척 피곤했다.
"아가씨! 옆방에서 돈 받았어요?"
"네~"
"그럼 됐어! 아가씨, 나 있잖아... 정말 생각없거든... 그러니까 가도 돼... 돌아가..."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돈도 받았는데..."
"그래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라고... 아가씨에게 써비스 잘 받은 것으로 할께...
아가씨 인상도 나쁘지 않은데, 정말 생각이 없어...
나 멀리서 온 사람이야... 무척 피곤하고..."
"그럼 이따가 올까예?"
"아니 안와도 돼..."
"정말 피곤하시면 한숨 주무세요, 나중에 올께예..."
나중에 오기는 뭐... 그냥 '감사합니다'하면 될 것을...
그 아가씨는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하고 갈 목적이었으나
내가 워낙 정중히 사양을 했으므로...
그날은 양귀비가 와도 싫었다.
겨우 그 아가씨를 달래어 보내고...
TV를 켜 놓은채 한참을 잤다. 정신없이 골아떨어진 것이다.
TV 화면은 별(?)이 반짝이며 '쒜~~엑~~ '하는 소리만 난다.
자정을 훨씬 넘어 새벽이 된 것이다.
난 소변을 봐야 했다.
방문을 여는데...
헉~~?
엊저녁의 그 아가씨가 아닌가!
바깥문은 안잠궜는지 욕실앞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다가 잠이든 모양이다.
날도 추운데...
참 대단하다.
"이따가 올께예"라고 한 자기말을 지키려 온 것이 아닌가 말이다!
누가 기다리지도 않았건만-
"이런~ 이사람이 추운데서 이게 뭐꼬? 그럼 노크를 하지, 언제 온거야? 뭣하러 다시 왔어?
안와도 된다 했잖아! 일단 들어와 추운데..."
그 아가씨는 고향이 합천이라 했다.
이름도 뭐라고 했다. 본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을 나온 이유도 말했다.
가정이 너무 어려워 뭐라도 해보려고 어찌어찌 하다가 예까지 왔다는 것이며...
이왕 이일을 하게 되었으니 열심히 돈을 모아 자그만 가게를 차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단다.
주변에 이런일을 하는 아가씨들 중에는 어설픈 남자 만나 사랑이라고 한답시고
몸팔아 모은돈 다 갖다 바치는 얼빠진 것들이 많다는 얘기도 했다.
알 수 없지만 이 아가씬 그래도 기특하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이불밑에 가지런한 둘의 발이 맞닿는다.
방의 온기는 그녀의 몸을 다 녹였고...
새벽잠이 날아간 가운데,
난 한숨을 제대로 잔 덕에 피로도 아까보다는 훨씬 덜하다.
침묵이 흐로고... 몸의 느낌이 다르다.
ㅎㅎㅎ
난 그녀를 안았다.
ㅎㅎㅎ
- 컷 -
그녀가 돌아 갈 시간이 되었다.
"저 말야..."
"네, 말씀하세요~"
"내가 말야 지방에서 어제 급히 남의 일로 올라오느라 빈지갑으로 왔거든..."
"아녜요~ 어제 옆방에서 돈은 다 받았어요"
"아니 그러니까, 그래도 내가 그러는게 아니지...
그래서 말인데... 나에게 가계수표가 있어,
현금이 아니어서 미안하지만 이거 가지고 은행가서 추심하면 되거든...
목욕값이나 해!"
"감사합니다!"
난 그날 그 아가씨에게 3만 원짜리 가계수표를 발행했다.
3만 원이면 많지도 작지도 않은 당시에 적당한 값(?)이다.
그날 난 친구의 일을 잘 봐주고 내려왔으나
공교롭게도 나의 가계수표는 부도가 나고 말았다.
어느 분에게 대여한 꽤 많은 금액이 메워지지 않아서...
이왕 부도가 났으니 거래처의 사람들이야 연락이 오면 회수하면 될 것이고...
가계수표 부도라야 부정한 계획성이 없었으니 약간의 벌금이면 되겠고...
다만 그 3만 원 짜리가 문제였다.
그 아가씨가 은행에 추심을 신청하였다가 부도라고 하면 어떤 표정일까?
그렇다고 3만원 변제해 달라고 연락을 취할일도 아니니
그러한 여자들의 입에서 나라는 사람이 뭐라고 회자될 것인가!
자식 말이야~ 별놈 다 봤어~ 그냥 놔두라고 했건만 부도수표 꺼내놓고...
뭐 목욕값이나 해? 누가 달라고 했어?
어디 나같은 사람에게...
폼잡고 그거(?) 팁 준걸 떼먹어? 그넘 참 3만원 짜리도 못되는 넘이구만...
ㅎㅎㅎ
이럴 수 있잖은가!
더구나 가계수표엔 발행자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이름 석자까지 있는데 더 말하여 무었하리...
결국 그 아가씨를 만나서...
그래서 3만 원을 다시 주기위해 그리 찾았다고 했더니...
자기는 이미 그 수표를 어느 시장에서 옷 사는데 써 먹었다고....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 아가씬 청이 있다며...
정말 별난 오빠(?)를 다 본다며, 꼭 점심을 사고 싶다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거절하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점심으로 가까운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얻어먹었지요.ㅎ
그래도 돌려 주려던 3만 원은 다시 쥐여주고 왔습니다.
동작그만/가계수표와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
오늘 샘터에서 어느 분이 쓴 첫날밤 글 읽고, 가계수표얘기에 옛 생각이나서...
흠~흠~~그런 순정 스토리가 있었군요. 읽는데 입가에 미소가 끝없이 퍼지고..내가 왜 이리 좋아 하는지 몰라~~마치 내 자신이 한 비스므리한 울산 이야기를 이 양반이 하고 있는거 아닌가 하기도 하고..아~지나면 다 그리운 추억이여~~동작그만~~고따구 생각하며 시방 왜 웃는겨~하는 마눌의 호통이 귀에 얼얼하다~~
첫댓글 잘 하셨어요..사람은 누구나 소중하지요...한 때는 그런 여자들을 불결하고 불순하게도 생각도 했었는데;..요즈음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차라리 그녀들은 솔직하게 삶을 산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지금 별 미친 놈들이 날 뛰는 세상을 보면서-
그런가요? 미친놈이 많다구요? ㅎㅎㅎ
ㅋㅋㅋ .... 그랬군요 ........즐감했습니다 ....^^*
ㅎㅎㅎ 감사합니다. 늦게 계셨군요...
ㅎㅎㅎ 양심있는 사나이? 그돈은 옷가게 주인에게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의 양심을 믿어야.....
글쎄요, 거창하게 양심이랄거야 없구요... 다만, 그런 여인들에게 욕먹지 않으려 한 것 뿐이지요 ㅎ
그당시로 돌아가는기분입니다,로가에 이있고, 청량리에 오팔팔, 용산역엔 군빵촌, 서울역에 양동이파, 경기도 파주에 용주꼴 코쟁이빵 많았지요, 그러나 순정파 아가씨들도 꽤 있었다는데 그중 한 아가씨와 정말 로멘스 추억을 간직하셨군요. 멋쟁이 싸나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시포요. 우리 춤세계에 "땐써의 순정"이 존재하듯 그시절이 그립답니다,,,/유제하
ㅎㅎㅎ 로맨스? 순정? 아닙니다. 그런것이 아니라 본인의 사회적 보호본능이 작용했습니다. 사랑이야기가 관점이 아니거든요 ㅎㅎㅎ
생각에 잠겨 봅니다~~~세상일이 복잡하네요~ㅎㅎㅎ
세상일이 시각에 따라서는 ㅎㅎㅎ
동작그만님! 그 때 그 하룻밤 여인이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죠? ㅎㅎ ^*^
글쎄요 ㅎㅎㅎ 뭐 그럴수도 있겠으나 ... ㅎㅎㅎ
사실적인 내과거를 적나라하게 아주 실감나게 써주셨네요 저는 머리가 캬우뚱
자랑스런 일도 아니지만, 뭐 과거랄 만큼 딱히 부끄러운 일도 아니기에... 그냥 다 지나간 옛날의 한 순간일 뿐이지요 ㅎㅎㅎ 그래서 우리가 웃을 수 있지 않습니까? ㅎㅎㅎ
본 이야기는 하루밤 사랑(과거)에 초점을 마추지 마시고, 가계수표에 얽힌 에피소드로 읽어주시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ㅎㅎㅎ
안녕하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안면에 미소지우며 읽었습니다 물론 이해는 충분하고요 마음이 따스한분 정이 많아 난처할때도 많은분 맞지요 ㅎㅎㅎ
그럼요, 알고 있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오늘이 12월의 첫날입니다.ㅎ
첫날 그여자가 노크할때 돌려 보내시고.... 돈은 끝까지 돌려주시고...동작그만님의 고운심성과 (닉네임대로)절제가 느껴 집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고는 못사시는 분으로 와닿네요 ㅎㅎ 글 즐감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래도 우황청심환이 없었다면 우리 어머니는 없습니다. ㅎㅎㅎ
두사람의 공통점은.........둘 다 맘이 이쁘닷!!!~~ㅎ
감사합니다. ㅎ
제가 그 아가씨한테 옷 판 사람이에요..부도 수표 찾아 가세요 ^^
아이쿠... 바로 걸렸네.... 배째세요 ㅋㅋㅋ
동작그만님은 사회적 책임감이 투철하고, 자신의 행동에 신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며, 품행이 방정하므로 이에 타에 귀감이 되어서 표창장을 상신하려고 합니다만 내용상 혹 일부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아쉽게 생략합니다.
누리했빛님, 생략하지 마세요 ... ㅎㅎㅎ
흠~흠~~그런 순정 스토리가 있었군요. 읽는데 입가에 미소가 끝없이 퍼지고..내가 왜 이리 좋아 하는지 몰라~~마치 내 자신이 한 비스므리한 울산 이야기를 이 양반이 하고 있는거 아닌가 하기도 하고..아~지나면 다 그리운 추억이여~~동작그만~~고따구 생각하며 시방 왜 웃는겨~하는 마눌의 호통이 귀에 얼얼하다~~
하늘별님, 쉿~ 조용히 하세요... 울 마눌 알면 전 죽습니다. ㅋㅋㅋ
~ 하 ~ 하 ~ 하 ~ 일장춘몽도 이렇게 멋진 글로 살아나 많은이를 웃게 하네요. ~ 동작그만 ~ 닉이 유난히 잘 어울립니다. ㅎㅎㅎ
ㅎㅎㅎ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동작그만님 그것도 운명이랍니다 마음이 아름다워 지금도 복 많이받고 있져 앞으로도 복 받을끼여~~~~~~
ㅎㅎㅎ 복은 무슨 복입니까? 만날 얻어터지고 사는대요.... ㅎ
ㅎ..........................
ㅎ..........................
동작그만님은 꼭 약속을 지키시는 분 같습니다.. ㅎㅎ ^^*
ㅎㅎㅎ 그럴리가 없습니다. 그저 알량한 자존심은 가지고 있습니다.
ㅎㅎㅎ 재미있었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