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시간.
"야. 너 인기 진짜 많다.."
혼자 밥먹는게 싫어 비급식 신청을 한 나와,
등교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급식을 할 수 없던 예슬이는
고픈배를 움켜쥐며 매점으로 향했고..
매점에서 산 빵을 뜯으며 나를향해 묻는 예슬이.
...
"응. 인기가 많아져 버렸네.."
오늘일.
반이름이란 놈과, 윤예찬이라는 놈 때문에
2교시 쉬는시간에 3학년 3반앞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들 '복학생 윤별'을 보기위해 3학년 8반에 꾸역꾸역 모여들었고.
그런 날 지킨다며 우리반 뒷문을 수호하던 염홍택이 때문에
'복학생이 전지현 닮았대' 라는 루머가 생기고 말았다.
이제 쪽팔려서 학교 어떻게 다녀..
..
야금.
빵을 한입가득 베어물었다.
양 볼이 빵빵하게 차오르고, 그런 날 보며 예슬이가 인상을 찌푸린다.
"돼지냐..쪽팔리게.."
그리곤 옆구리에 끼고있던 새 빵봉지를 북 뜯고는
빵봉지를 바람에 휙 날려버린다.
바람에 날려가는 빵봉지를 바라보며 뒤를 돌았을 때.
운동장 구석 벤치에 앉아있는 한 여자애가 보인다.
..
"야.야야..잠깐만 멈춰봐."
"왜애.."
앞서걷는 예슬이의 춘추복 끝자락을 잡아당기자..
짜증을 내며 걸음을 멈추는 예슬이.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내 시선이 향한곳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 쟤..내가 그때 그랬잖아.
쟤 낯이 익다고. 쟤 우리학교잖아.."
"나 쟤 그때 처음봤는데.."
"그렇겠지. 쟤 원래 저렇게 존재감 없어.
그리고 2학년때 이과가면서 존재감이 더 사라져버렸지..응."
마지막 남은 빵을 한입에 집어넣고는
양손을 탈탈 털어보이는 예슬이.
근데 쟤는..점심시간인데 혼자서 뭘하고 있담.
멍하니 송오영의 바람상대인 여자애를 바라보고 있을때.
내 머리카락을 꾹꾹 잡아당기는 예슬이.
"쟤 이름이 뭐야?쟤 왜 혼자있어?"
"쟤. 왕따야 왕따. 신경꺼.신경쓰면 니만 골아프다니깐?
쟤 이름 그거잖아. 그거..오하나. 나름 유명한데. 몰랐어?
복학해서 몰랐나.."
"이쁘게 생겼는데. 왕따라고.?"
"원래. 이쁜애들이 외로운 법이야. 나처럼.."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며
팔짱을 껴보이는 예슬이.
그리곤 쩌억..하품을 해보이며 내 팔을 잡아당긴다.
"니가 하도 인기가 많아서 내가 잠을 못잤잖아.
얼른 교실가자. 참 그리고 앞으론 ㄴ.."
"잠깐만. 쟤 밥은 먹었대?"
"야..잠깐 야야야...신경쓰지 말라니깐!!!!!?"
...
깜짝놀라 소리치는 예슬이를 뒤로하고
운동장을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어제. 송오영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려나..
어떻게 보면 쟤도 하나의 피해자니까.
나한테 다시 사귀자고 한걸 보면..
저러구 혼자서 궁상떨구 있는걸 보면은..
쟤도 차인게 분명하니까.
..
"윤별.!!!이리오라구!!신경쓰지 말구!!!!!야!!"
..
"아씨..나 갈건데. 갈건데. 안갈테니까 와봐!!
윤별!!너 짜증나게 그럴래 진짜!!!?"
...
뒤에서 들려오는 예슬이의 목소릴 멀리하고
드디어 등나무 아래 혼자 앉아있는 오하나 앞에 섰다.
하얗고 자그마한 얼굴.
그날 봤던 얼굴 그대로다.
아래로 툭 쳐박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고 날 올려다본다.
"...?"
"안녕. 밥. 밥은 먹었어.?"
"...."
덜덜 떨며 물어본 내 질문에 커다란 눈만 꿈뻑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오하나.
아..
예슬이 말대로 괜히 온걸까.
..
내주제에 누구를 위로하겠다구.
그래도.
나도 혼자라는게 어떤건지 복학하면서 잘 알게되어서..
이런애들 혼자 냅둘수가 없는걸.
그렇게..
한걸음 뒤로 물러서려 할 때.
인상을 찌푸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는 예슬이가 보여
다시금 오하나 앞으로 한 발 다가갔다.
괜히왔다.
오는게 아니었어..-_-.
..
오하나 앞에서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을때..
가슴께에 차고있던 초록색 빼지가 반짝 빛나는가 싶더니..
오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니. 그날..그언니, 맞죠.."
"어?아.응. 송오영 부대에서 맞아. 나야. 그리고 저기 예슬이도 있구."
"그럼,"
"..."
"언니두, 차였어요.? 오빠한테.?"
...
툭.
그 아이의 큰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우는앨 제일 당황스러워 하는 내 앞에서 눈물을 흘려버린 이 아이.
어떻게 해야할까.
휴지따위 챙겨다니지 않는탓에..
안절부절 망설이고 있는데.
"..안써도 되는데, 쓸래.?"
어느덧 내 옆에 도착한 예슬이가
목에 걸고있던 가로 세로 20센치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오하나에게 건낸다.
나와 예슬이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 아이가
예슬이가 건넨 휴지를 조심스레 받아든다.
"고마워요.."
..
스윽스윽.
받아든 휴지로 얼굴 주변을 두드리듯 닦아내는 오하나.
빵을 손에 쥔 채 오하나앞에 서있는 나와,
어느새 오하나의 옆자리에 앉으며 오하나에게 말을 거는 홍예슬린.
"나는 너랑 동갑. 얘는 복학생.
그러니까 존댓말 해줘도 되는데 말 놔두돼.."
홍예슬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빵을 들어올리며 소리치는 나.
"나한텐 존대해!!"
"같은 학년이잖아. 치사하게 이럴거야?
나도 민증있고 얘도 민증있고 너두 민증있는데 무슨차이야!"
씨발년. 니가 내 나이 되어봐라.
한살차이가 열살차이보다도 더 크게 느껴지는 거야.
내가 임마. 복학만 안했음 대학생으로서
염연히 너희들하고 구분이 된단말이야.
니들은 빌릴수 없는 19세 비디오도..나는 빌릴수 있단말이야. 으흐흐..
...
"아참. 밥..안먹었지.?이거 먹을래.?"
"어떻게하면 먹던걸 줄수있냐.?"
"..그런가?그럼 내가 가서 새걸로 하나 사올.."
"아니에요. 잘먹을게요, 언니."
"아..응."
하도 크게 베어물어 빵이 내 입크기 만큼이 없어졌는데도..
내가 건넨 빵을 웃는얼굴로 받아드는 오하나.
착한애구나, 이 애.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을때
홍예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참나..말 놔두 된다니까는..쨌든 난 말 깔게요 언니!?"
이 아인..
새삼 느끼는거지만. 참으로 얄밉다.
..
"앞으론, 우리랑 밥 같이먹자. 괜찮지.?"
"네..그런데요 언니. 아까 물어봤던거요.."
"아. 오영이 일.?"
"오영이 일?그게 뭔데. 송오영 일이냐?그새끼가 왜?"
그러고보니..
지금 이 조합. 꽤나 우스운데.
본처인 나를 중심으로
내 오른쪽엔 첩1, 왼쪽으론 첩2
그리고 우리 세사람이 모여 남편의 뒷담을 깐다니.
휴. 어쩌다 윤별이가 이렇게 됐니.
하.?
남편.?
남편은 무슨. 이제는 친구도 아니다.
"나도 헤어졌어."
내 말에 오하나와 예슬이의 눈이 나를 향하고..
이제 어느정도 안정이 된 나는 태연한척 웃음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때.
부르르..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입가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오하나가 핸드폰을 꺼내든다.
"예.예에..아. 냈는데. 예?네..지금요?
네.네네.네.."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우리 두사람.
그러면 인상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아들던 오하나가
핸드폰을 닫은 채
근심스런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수학 서술형에 문제가 좀 생겨서요.
오늘 고마웠어요. 그리고.."
..
"..오영오빠 일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
꾸벅.
구십도로 인사를 해보이곤
먹다남은 빵을 손에 쥔 채 종종걸음으로 운동장 가로질러 뛰어간다.
멀어지는 오하나를 바라보다가
예슬이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도 송오영한테 차였냐?"
의자에 앉은뒤 대략 삼초쯤 후에 내가 건넨 말.
한참동안 말이없던 예슬이가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운동장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미친년. 내가 찼거든.."
"....차였구나."
"뭐래 미친년."
..
"너 홍택이 좋아하지?"
"좋아 죽겠다 미친년아."
"응.."
"믿는건 아니지?"
"응. 니가 차였구나.."
"...미친년. 재수없어."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하던 그녀는
결국 내앞에서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하고.
민망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그리곤..
꽤 좋지않은 시선으로 날 내려다본다.
"그래..말 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너는 찼어?"
..
그 아이의 초조해보이는 물음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첫댓글 예슬이 말투 넘 귀여워요!!! ㅋ.ㅋ
정말루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