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프리랜서에게 가장 중요한 성격적 덕목은 "성실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일과와 고정적 수입이랄 게 없어서,
내가 자발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평균 이상의 성실성은 꼭 갖춰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성실성을 과대평가하면서
내가 프리랜서를 한다면 정말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가령, 회사를 다니며 자신의 업무에 열심히 매진했던 사람이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직장을 나와 프리랜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사람은 본인이 회사 생활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일해도 당연히 성실하게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성격적으로 성실하지 않더라도, 조직 생활을 할 때 유독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성향적 성실과 상황적 성실의 차이
조직(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여러 종류의 책임감에 얽매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을 받았으니 그만큼 일해야 한다는 직업 윤리적 책임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한 연대적 책임
내 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도의적 책임
등등
즉,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을 이행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조직 생활을 열심히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아무리 조직 생활을 열심히 한다 한들,
그것이 그 사람의 진정한 성실성을 재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
조직 생활에서의 성실성은 상황적 압박에 의한 왜곡된 성실성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태생적으로 성실을 타고난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일관적으로 성실한 경향성을 보입니다.
어디에서고, 언제든지, 누구와 함께 있더라도,
한결같이 성실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평범하거나 게으르지만,
그래야할만한 이유가 있을 때, 즉, 내 성실성을 요구하는 상황적 압박이 있을 때에는
그러한 상황에 순응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곤 해요.
가령,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사람들은
조직 생활에서 부지런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조직 생활에서의 내 의무와 역할, 책임을 다하려는 동기가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해야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고, 타인의 시선에 바람직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비록 내가 성실하지 않더라도, 일을 열심히 해야만 하는 충분한 동기가 존재하는 겁니다.
성실한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그랬고, 어디에서나 그랬고, 누구랑 일하던지 성실했기 때문이죠.
반면, 상황적 성실을 보이는 사람들은 조직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종종 놀라곤 합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성실했었나?'
'잘 몰랐는데, 의외로 나 성실했었네?'
'지금에서라도 그만두고 내 일을 차려 볼까?'
'공부를 더해서 석사 박사까지 한 번 도전해 볼까?'
상황적 압박에 의해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 상황적 압박에서 해방되고 나면,
날 강제로 열심히 일하게 만들었던 수많은 의무와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그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내가 지금 열심히 일하지 않더라도,
나 혼자니까,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으니까,
상황적 성실인들은 머잖아 본성을 회복하여, 성실성이 급감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내일 하자, 다음 주에 하면 되지, 다음 달에....
이런 식으로 해야 할 일들을 계속 뒤로 미루면서, 뒤늦게 계속 회사나 다닐 걸이라며 후회를 할 지도 모를 일이죠.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 반드시 성실해야만 할 필요가 있을 땐,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가장 특효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방만한 생활을 영위했던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절실함을 지니고 새롭게 정신 무장을 해야 할만큼 상황적 압박이 강한 환경으로 날 이끄는 것이죠.
또한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본인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길 싫어하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타입이라면,
뭐든지 혼자 하는 것보다는, 남들과 함께 어울리고 같이 일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일상을 꾸려 나가는 편이 좋습니다.
가령,
재수를 시작하게 됐다면,
혼자 공부하기 보다는, 그룹을 만들어서 각자 할당량을 정리하고 서로서로 가르쳐주면서 공부한다던지,
프리랜서로 일을 해 보고 싶다면,
함께 일할만한 동료들을 물색해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한다던지 이런 식으로 말이죠.
상황적 성실함은 태생적 성실성이 아닌 조건부 성실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게 있다면,
내가 성실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상황적 장치를 고안하여 그 안에 나를 밀어넣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러한 장치들이 바로 타인과 나를 연결함으로써 나의 책임감을 자극시키는 방법인 것이죠.
사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각별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을 느낄 수 있다면,
굳이 저런 방법까지는 필요가 없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는 별다른 책임감이나 의무감을 느끼는 것 같지 않죠.
나 혼자만의 일이니까, 나 하나 잘못되면 되는 거니까
라는 식으로 스스로의 태만함을 자기합리화하며 해야 할 일을 별다른 죄책감 없이 계속 뒤로 미루기란 쉬운 일이니까요.
내가 입을 수 있는 사소한 손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내 게으름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나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불편감이나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최대의 미스테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상황적 압박에 의한 왜곡된 성실성
딱 저군요.
나도 내가 독불장군 혼자 일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디까지나 기생하는 환경이 있어야 일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혼자서는 너무 의지박약이 심해져서 백수 때 이력서 작성에 집중하는게 너무 어려웠어요
저는 프리랜서는 절대 못할듯
스파르타!!!
제가 상황적 성실성의 극의에 달한 사람입니다.
다만 다행인건 제가 게으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ㅋㅋ
제 얘기같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