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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후군
by.crazy…
"모수안 군,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그래야겠네요, 저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자네, 혹시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있나?"
모수안은 교수님의 말에 혼란스러운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으며 생각을 해내기 위해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다. 한참동안이나 골똘히 생각을 한 모수안은 갑자기 자신의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자잘한 기억들이 스치고 지나가자 머리를 탁 치며 교수님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자 교수님은 갑자기 자신에게 달라드는 모수안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지만 모수안은 교수님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어깨 위에 얹은 손의 힘을 세게 가하였다.
"그때, 박사의 노트북에서 한 파일을 보게 되었어요."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말인가?"
"그래요,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아이들의 주소지가 있었다고요!"
모수안은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한심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지금은 이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모수안은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교수님의 어깨를 아래 위로 흔들었다, 당장 아이들을 찾으러 가자는 말과 함께. 모수안이 어깨를 세게 흔들자 시야가 흐릿해진 교수님은 핑 도는 머리를 다잡으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를 썼다.
교수님은 모수안의 행동이 점점 잦아들자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콧등까지 흘러내린 안경을 눈동자 위로 치켜올렸다. 그리고는 모수안에게 붙잡혔던 뻐근한 어깨의 근육을 풀면서 교수님은 모수안에게 따라오라고 지시를 하며 집 밖으로 천천히 나갔다. 먼저 문을 열고 나가는 교수님의 뒷 모습을 찬찬히 지켜보던 모수안은 의아함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신의 얼굴을 긁적였다.
그 자리에 못이 박힌 것처럼 가만히 서있던 모수안은 갑자기 창가 쪽에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시선을 휙 돌렸다. 모수안은 왠지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아 다급한 걸음으로 창가 쪽으로 다가가 밑을 내려다보자 그곳에서는 교수님이 인상을 찌푸리며 돌멩이를 휙휙 던지고 있었다, 얼른 밖으로 나오라는 듯이. 교수님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모수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모수안이 창가 쪽에서 사라지자 교수님은 손에 들고있던 묵직한 돌멩이를 공중에 던졌다가 다시 받으며 바닥으로 내던졌다.
그리고는 곧 나올 모수안을 위해 자동차에 먼저 탑승해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디 갈 때까지 가보자고. 교수님은 자신의 입가로 맺히는 미소를 마지막으로 모수안이 옆 좌석에 올라탄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고는 그대로 자동차를 빠르게 출발했다. 모수안은 아직 안전벨트도 매지 않았는데 격하게 차를 모는 교수님의 진지한 모습에 움찔했다. 그리고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가는 정말로 골로 가겠구나라고 생각을 하며 모수안은 황급히 안전벨트를 매고, 만약을 대비해 손잡이까지 잡았다.
"모수안 군, 어디로 가면 되나?"
"아, 일단 우회전부터 하시고나서 연구소가 보이면 직진으로 가면 돼요."
"알겠네, 혹시 내가 길을 이상한 곳으로 들게 되면 말 좀 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모수안은 단호하게 대답을 하며 바깥 상황을 살피기 위해 창문 쪽을 바라봤다. 이제 곧 있으면 연구소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며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나무처럼 긴 팔을 가진 남자 아이, 서이래의 거주지에 도착을 하게 된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많은 거부를 당해왔지만 이제는 절대로 뒤로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 혼자만의 다짐을 한 모수안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애써 입술을 꾹 깨물고, 창문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두 눈에 담았다.
교수님은 지나치게 조용한 모수안을 곁눈질로 대충 훑어보고는 브레이크를 거세게 밟아 시속을 더 더욱 높였다. 부아아아앙 거리는 모터 소리와 함께 교수님과 모수안이 타고있는 자동차는 서이래의 산골 쪽으로 들어섰다. 아무래도 산골이라 그런지 평지와는 다르게 자잘한 돌멩이들과 나뭇가지의 방해물로 인해 교수님의 차는 힘겹게 서이래의 거주지로 향했다. 잠시 후, 서이래의 집으로 추정되는 기왓집 앞에 자동차를 세운 교수님은 안전벨트를 빠르게 푼 다음에 차에서 내렸다. 먼저 차에서 내린 교수님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모수안 역시 안전벨트를 풀고나서 황급히 뒤따라 내렸다.
"흠, 아무리 둘러봐도 너무 조용한데?"
"그러게요, 도통 사람이 사는 집으로 안보여요."
"모수안 군, 아무래도 우리가 잘못 온 것은 아닐까?"
"설마요, 제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
모수안은 자신의 말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 교수님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자신의 두 눈을 손가락으로 툭툭 가리켰다. 그러자 교수님은 한숨을 내쉬며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한 발 물러나는 교수님의 행동에 모수안은 씨익 웃으며 어디에 있을지 도통 짐작이 안가는 서이래의 모습을 애타게 찾으며 기왓집 주변을 돌아다녔다. 도대체 이 어린 놈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분명히 박사님의 노트북에는 여기라고 나와있던데! 아무리 찾아도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는 서이래 때문에 이를 빠드득 간 모수안은 눈에 불을 켜고, 어떻게든 꽁꽁 숨은 서이래를 찾기 위해 주저없이 굳게 닫힌 기왓집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서이래, 지긋지긋한 숨바꼭질은 끝났다!"
모수안은 혹시나 서이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해 사방을 둘러보며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괜히 힘이 빠진 모수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카락을 털어내듯이 손으로 휘저었다. 정말 교수님의 말대로 여기가 아니라는 말인가? 헛다리를 짚은 듯한 불길한 예감에 모수안은 기왓집 밖에 서있는 교수님에게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갑자기 모수안의 눈 앞으로 검은 인영이 휙 나타나자 모수안은 기겁을 하며 흙으로 가득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으악! 너, 너 누구야?!"
"아따, 그라는 니야말로 누꼬? 와 남의 집에 허락없이 기어 들어오는디!"
"서, 서이래?!"
모수안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서이래 때문에 벌렁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힘겹게 말했고, 서이래는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있는 모수안을 내려다봤다. 바닥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이는 모수안에게 서이래는 자신의 한 손을 내밀었고, 모수안은 갑작스러운 서이래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서이래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자 서이래는 민망했는지 퍼뜩 안 일어나나!라고 다그치듯이 말하자 모수안은 또 다시 화들짝 놀래며 서이래의 손을 황급히 잡으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서이래는 모수안이 바닥에서 일어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모수안의 손을 공중에 휙 뿌리쳤다. 모수안은 병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서이래를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의 바지에 묻은 흙들을 툭툭 털어냈다.
"그나저나 니가 여긴 우얀 일이고?"
"어쩐 일이긴, 널 데리러 왔다."
"고런 시답잖은 일로 나를 찾아왔다면, 고마 주디 싸물고 돌아가라마."
서이래는 모수안의 당당한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거리는 웃음을 내보이며 모수안에게서 몸을 돌렸다. 모수안은 갑자기 차갑게 나오는 서이래의 행동에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까 넘어졌을 때에는 다정하게 손을 내밀었으면서 이제 와서는 차갑게 등을 돌리는 이유가 뭔데? 모수안은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서이래의 뒷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서이래에게 황급히 뛰어가 서이래의 어깨를 붙잡았다. 한순간에 모수안 쪽으로 몸이 휙 돌려진 서이래는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등 뒤로 감췄던 날카로운 낫을 꺼내 모수안의 단단한 목으로 겨눴다. 날카로운 낫의 날이 모수안의 목을 서서히 짓누르자 모수안은 안색을 굳히며 겨우 말을 꺼냈다.
"이건 뭐, 뭐야?"
"마, 내가 말했재? 고딴 일로 나를 찾아오지 말라고."
"절대로 못 돌아가, 너를 데려가지 않는 이상."
모수안의 흔들림 없는 진지한 눈빛에 움찔한 서이래는 아무런 말없이 모수안의 목에 겨눴던 낫을 천천히 빼냈다. 그리고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꿋꿋히 쳐다보는 모수안의 눈빛에 서이래는 진심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처음 모수안을 만났을 때부터 왜 그렇게 자신들의 증후군을 고쳐주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자신들의 증후군을 고쳐주면 모수안에게는 무슨 이득이 있는지.
모수안은 일렁이는 서이래의 눈빛을 알아채리고는 그대로 서이래의 굳은 몸을 껴안았다. 서이래는 갑자기 훅 느껴지는 모수안의 체취에 당황해 모수안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지만 단단히 옭아매는 모수안의 두 손을 차마 풀지는 못하였다. 모수안은 자신의 품에서 바스락거리는 서이래를 진정시키기 위해 서이래의 연약한 등을 손으로 토닥였다.
"서이래, 난 절대로 너희를 배신하지 않아."
"……."
"그러니까 제발, 날 좀 믿어줘."
"……."
"정말로 마지막 부탁이야, 이래야."
모수안의 낮은 속삭임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서이래는 두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는 예전 할머니께서 자신을 안아주던 따스한 품이 생각나 서이래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지금 모수안의 넓은 품 안이 마치 죽은 할머니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처럼 느껴져 서이래의 눈물은 끝내 멈추지 않았다. 모수안은 서이래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아무런 말없이 그저 서이래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어느 순간 눈물이 그친 서이래는 자신의 손등으로 눈물 자국을 닦고는 모수안을 믿겠다며 모수안과 기왓집 밖에 서있던 교수님을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모수안과 교수님은 서이래를 자동차 뒷 좌석에 태우고는 그 다음 아이를 찾아서 떠났다.
"모수안 군,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어, 글쎄요. 너 혹시 아는 거 있어?"
교수님은 핸들에 손을 얹은 채로 옆에 앉은 모수안을 쳐다보면서 말했고, 모수안은 교수님의 질문에 적당한 대답을 못 찾았는지 뒷 좌석에 얌전히 앉아있는 서이래에게로 화제를 돌렸다. 서이래는 갑자기 들려오는 모수안의 목소리에 푹 숙였던 고개를 위로 올렸다. 그리고는 아까 전부터 꼼지락 거리던 두 손을 멈추고는 똑바로 마주쳐오는 모수안의 눈을 쳐다보며 서이래는 대답했다.
"류제림, 금마는 왠지 연구소에서 얼마 벗어나지 못했을 끼다."
"류제림이라면, 그 연약한 남자 아이 말하는 거지?"
"그럴 끼다, 아무래도 조은우 금마 때문이겄지."
서이래는 아이들과 일을 꾸미고나서 박사의 연구소를 탈출하게 되었을 때를 천천히 떠올렸다. 아이들 중에서도 유독 말 수가 적었던 조은우는 이상하리 만큼 몸이 연약한 류제림에게만은 행동이 180도 달랐다. 평소 아이들에게 필요한 말만 했던 조은우가 류제림한테는 영양가 없는 불필요한 대화라도 많이 시도를 했었고, 또한 류제림이 몸이 연약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챈 조은우는 어디론가 이동을 할 때면 항상 류제림에게로 먼저 다가가 그를 들쳐 업거나 여자를 안 듯이 자신의 품에 꼭 껴안고는 보호를 했었다.
제 삼자의 시선으로 볼 때엔 조은우는 류제림을 관심의 대상을 넘어서 여자를 보는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괜한 쓸데없는 생각으로 소름이 확 끼친 서이래는 고개를 이리저리 내젓고는 얼른 연구소로 다시 출발하라며 모수안과 교수님을 재촉했다. 그런 서이래의 재촉에 덩달아 다급해진 교수님은 두 사람에게 꽉 잡으라는 말을 하고나서 처음 서이래를 찾으러 갈 때와 다름없이 브레이크를 세게 밟아 시속을 더 더욱 높였다.
"이런, 날이 너무 밝았어."
"어쩔 수 없네요, 최대한 아이들을 빨리 찾아야 해요!"
교수님은 연구소 근처에 자신의 차를 끼이이익 세우고는 그대로 힘이 빠졌는지 핸들에 머리를 푹 박았다. 그리고는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강한 햇빛 때문에 시야가 흔들거리는지 한동안 핸들에서 얼굴을 떼지 않고, 모수안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모수안은 그런 교수님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이 해야할 일이 생각나 단호하게 외쳤다. 그리고는 몇 분이라도 빨리 류제림을 찾기 위해 모수안을 안전벨트를 황급히 풀고나서 서이래에게 교수님을 부탁했다. 차 안에서 내린 모수안은 교수님의 말대로 눈을 찌를 정도로 밝은 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어딘가 있을 류제림을 찾아 나섰다.
"하여간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사람 속 태우는 건 여전해."
모수안은 머리 위로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손으로 겨우 가리고는 연구소 근처를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혹여나 박사님을 마주칠까 봐, 노심초사하며 모수안은 연구소 밖을 자세히 몰색했다. 그나마 서이래는 자신의 집에 있어서 그런대로 쉽게 찾았지만 류제림은 집이 아니라 넓은 연구소의 근처라고 하니 벌써부터 뒷골이 땡겨옴을 느낀 모수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이 어쩌다가 이런 팔자가 되었는지 애꿎은 돌멩이를 차면서 한탄을 했다. 증후군에 걸린 놈들은 도대체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길래 자신의 눈에 뿅하고 나타나지 않는단 말인가. 시간이 점점 지나갈수록 초조함을 느낀 모수안은 버릇처럼 짧은 손톱을 이로 물어뜯었다.
"저, 저기 혹시 모수안?"
"응?"
모수안은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얇은 목소리에 물어뜯던 손을 그대로 놓고는 뒤로 휙 돌았다. 그러자 모수안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안쓰러울 정도로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서있는 류제림의 연약한 모습이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류제림의 몸을 와락 끌어안으며 모수안은 류제림의 안색을 아래 위로 살폈다. 류제림은 갑자기 자신을 품에 가두는 모수안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모수안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둥바둥 거렸다. 그러자 모수안은 류제림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위로 꿀밤을 때리고는 자신의 품에서 류제림을 꺼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얼굴이 왜이래?"
"그, 그냥 아무 것도 아닌데."
"아무 것도 아닌 얼굴이 아니잖아!"
모수안은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류제림의 얼굴을 두 손으로 휙 잡아채고는 다그치듯이 외쳤다. 그러자 류제림은 순간 큰 소리에 당황했는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모수안의 시선을 외면했다. 자꾸만 자신의 눈을 피하는 류제림의 소심한 행동에 화가 난 모수안은 류제림의 얼굴을 더 더욱 세게 움켜쥐며 류제림의 반응을 살폈다. 류제림은 끈질기게 따라붙는 모수안의 진지한 눈빛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니가 그렇게 신경쓸 일 아니야."
"혹시 그 자식, 조은우 때문이야?"
"……"
"서이래한테 대충 들었는데, 맞구나. 아무튼 일단 가야해."
모수안은 힘없이 축 늘어진 류제림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고, 앞으로 찾아야 할 아이들도 많이 남았다. 그렇기에 더 더욱 다급해진 모수안은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버티는 류제림의 손목을 억지로 잡아끌었다. 서이래처럼 자신의 손을 뿌리칠 거라 생각을 했던 모수안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얌전히 따라오는 류제림을 내려다보며 살포시 웃었다.
역시 애는 애구나. 아무래도 조은우를 만나기 위해서 나를 따라오는 게 틀림 없었다. 모수안은 이렇게나 저렇게나 어쨋든 자신을 순순히 따라오는 류제림의 순종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모수안은 류제림의 가느다란 손목에 힘을 느슨하게 빼고나서 교수님과 서이래가 타고 있을 자동차에 다가가 서이래의 옆에 류제림을 태웠다.
"아따,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구만."
"시, 시끄러워."
"하여간에 조은우, 금마 어디가 그래 좋다꼬."
서이래는 자신의 옆으로 류제림이 앉자마자 그대로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류제림은 물기가 가득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서이래의 긴 팔을 주먹으로 퍽퍽 때리며 조용히 하라고 압박했다. 방심을 한 틈에 류제림에게 팔을 내준 서이래는 맞은 팔을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류제림을 노려보며 이를 빠드득 갈았지만 류제림은 꼬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혓바닥을 길게 내밀었다, 마치 서이래를 약올리는 것처럼.
그렇게 서이래와 류제림이 투닥투닥 다투는 것을 지켜본 모수안은 살짝 웃었다. 아무리 아이들이 잔인하다고는 해도 아직은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저렇게 사소한 걸로 아옹다옹 다투는 것을 보니 매우 귀여웠다. 모수안이 서이래와 류제림에게로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교수님은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파묻었던 핸들에서 일어나 뭉치는 어깨 주변을 주먹으로 툭툭 두들겼다. 모수안은 갑자기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에 서이래와 류제림을 쳐다보던 시선을 돌려 어느새 일어난 교수님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그리고는 교수님에게 이제 괜찮냐고 물어보자 교수님은 이제 괜찮아졌으니 얼른 목적지를 말하라는 뜻으로 어깨를 들썩였다.
"아, 이제 양상희라는 아이를 찾으러 가야해요."
"흠, 그렇구먼. 양상희는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 가나?"
"범위가 넓을 수도 있는데, 대략 부산이라는 것만 기억해요."
"알겠네, 일단은 부산에 도착하고나서 다시 생각하지."
"그러는 편이 낫겠네요, 그럼 일단 출발합시다."
교수님은 모수안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연구소에서 벗어나 부산으로 차를 몰았다. 모수안은 아직 서이래와 류제림, 두 명밖에 찾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힘이 쭉 빠졌다. 교수님의 집에서는 파이팅 넘치게 소리쳤지만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 안가는 아이들을 찾기란 매우 어렵고, 무리한 일이었다. 아직 찾아야 할 아이들이 네 명이나 남았는데, 이젠 무슨 수로 찾아야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이번에 찾아야 할 양상희라는 남자 아이는 짐승처럼 거칠기도 했으며 때로는 아련할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다. 모수안은 왜 양상희한테만 이런 복잡한 감정이 생기는지 짜증이 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뜯었다. 자신에게 이런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심어놓다니 빌어먹을 짐승 자식! 하필이면 연구소 안에서 아이들에게 또 다시 거부를 당했을 때, 양상희는 자신의 왼쪽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며 자신에게 그만 파고들라고 경고를 했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지? 모수안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탓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자신을 좋아한다거나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겠지?
"미친, 내가 무슨 여자도 아니고!"
"음, 갑자기 왜 그러나? 모수안 군."
"예, 예? 아, 아무 것도!"
모수안은 자신도 모르게 홧김에 내뱉은 말을 후회하며 빌어먹을 자신의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지금까지 이런 감정이 크게 들진 않았는데, 갑자기 양상희를 찾으러 가야하니까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또 뭐냐고! 그러고보니 양상희도 그 때, 분명히 자신 역시 모수안에게 느끼는 감정을 잘 모른다고 했었다. 그러니 지금은 자신과 동점이었다.
모수안은 나중에 꼭 양상희와 둘만 있게 된다면 그 때는 꼭 진지하게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문 밖의 풍경은 감상할 시간없이 빠르게 휙휙 지나갔고, 곧이어 부산의 자랑거리인 해운대 쪽으로 교수님의 자동차가 끼이이익
멈췄다. 넘실거리는 푸른 파도와 하얀 바닷가가 눈에 보이자 모수안은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어 두 눈을 손등으로 세게 비벼봤지만 눈 앞의 바닷가는 사라지지 않았다.
"저 교수님, 제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건가요?"
"아니, 제대로 보고 있는 걸세."
"여긴 해운대잖아요, 저희는 놀러온 게 아니라고요!"
"누가 놀자고 했나? 자네, 밖을 한 번 보세나."
교수님은 이상할 정도로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수안을 진정시키며 창문 바깥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교수님의 주름진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본 모수안은 두 눈이 놀랄 만큼 커졌다. 아까 전만 해도 분명히 바닷물이 하얗고, 푸르게만 보였었는데 왜 지금은 피처럼 붉은 빛으로 보이는 걸까? 모수안은 일렁일 정도로 흔들리는 눈으로 붉은 빛이 감도는 바닷물을 천천히 바라봤다. 그리고는 젖은 모래 위로 앉아있는 남자 아이의 뒷 모습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모수안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저 남자 아이, 자신이 찾는 양상희가 맞는 건가? 모수안은 가슴 부근을 떨리는 손으로 부여잡으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남자 아이의 뒷 모습만으로는 양상희인지 아닌지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모수안은 차 안에서 내려 남자 아이의 뒷 모습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밀려나오는 파도로 인해 젖은 모래 위에는 모수안의 발자국이 남았고, 모수안의 운동화에는 푹푹 밑으로 눌린 흙들이 한 가득 묻었지만 모수안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어느새 남자 아이에게로 가까이 접근한 모수안은 남자 아이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남자 아이는 모수안이 자신의 몸을 툭툭 건드려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답답함을 느낀 모수안은 그 남자 아이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얼굴을 살폈다.
"뭐야? 얼굴 저리 치워."
"너, 너 양상희 맞지?"
모수안은 잊혀지지 않는 양상희의 이목구비에 확신을 하며 말을 건냈다. 그러자 양상희는 무엇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얼굴 가까이 다가온 모수안의 웃는 얼굴을 손으로 휙 밀어냈다. 예상치 못한 양상희의 행동에 뒤로 밀려난 모수안은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고고하게 앉아있는 양상희를 내려다봤다. 양상희가 앉아있는 곳에 내가 철푸덕 앉는다면 백수나 아저씨처럼 보일텐데, 저 자식은 아무데나 앉아도 화보를 찍는 모델처럼 멋있게 보이네. 모수안은 괜한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양상희의 옆에 철푸덕 앉았다. 그리고는 양상희가 먼저 말을 걸어주길 내심 기다리고 있었지만 모수안의 예상과는 다르게 양상희는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모수안 역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양상희와 같은 곳인 바닷가 쪽을 바라봤다.
"너, 내가 거슬린다고 했던 말 기억나?"
"그, 글쎄. 나한테 그랬었나?"
"그리고 내가 그만 파고들라고 했던 것도."
모수안은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양상희의 말에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해 대충 둘러댔다. 그러자 바닷가를 쳐다보던 양상희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안절부절하는 모수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모수안은 양상희와 눈이 마주치자 이 상황이 매우 어색했고, 당장이라도 없었던 일처럼 이곳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도저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어색함에 모수안은 눈동자를 굴리며 대답을 회피했고, 양상희는 그런 모수안을 쳐다보며 모수안의 얼굴 쪽으로 손을 뻗었다.
모수안은 자신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양상희를 쳐다봤다. 양상희는 그런 모수안의 눈을 무시하고는 그대로 모수안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며 그대로 그의 입술에 살포시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모수안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사고가 정지 당한 것 마냥 멍한 시선으로 양상희의 입술을 받아들였고, 양상희는 고개를 틀어 더 더욱 깊숙히 입술을 맞춰왔다. 잠시 후, 양상희는 감았던 두 눈을 뜨고는 그대로 모수안의 입술과 얼굴에서 서서히 떨어져나갔다. 그리고는 아직까지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모수안에게 양상희는 반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먼저 내 앞에 나타났으니 이젠 안봐줄려고."
"양상희, 이게 무슨 짓이야?!"
모수안은 갑작스러운 양상희와의 입맞춤에 가출한 정신이 돌아와 양상희의 멱살을 확 잡았다. 그러자 양상희는 무조건 너의 잘못이라며 모수안에게 각인시키며 모수안에게 잡힌 멱살 그대로 다시 한 번 모수안의 붉은 입술에 살포시 입술을 내렸다. 그리고는 모수안이 주먹을 휘두르려고 하는 것을 눈치 챈 양상희는 그대로 모수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먼저 걸어갔다.
점점 멀어져가는 양상희의 뒷 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본 모수안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그리고는 잘 걸어가던 양상희가 어느 순간 멈춰서자 모수안은 양상희를 때리려고 들어올린 주먹을 공중에 정지했다. 정말로 저 것이 미쳤나 싶어 쳐다본 모수안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상희는 뒤돌아있는 상태에서 모수안에게 두 마디를 내던졌다. 양상희의 회심의 두 마디가 모수안에게는 크나큰 멘탈 붕괴 상태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아까 날 받아들였으니 나중에 또 해도 상관없지?"
"……."
"아, 그리고 다음에는 이걸로 안 끝내."
그 말을 끝으로 양상희는 멈췄던 걸음을 다시 움직여 교수님의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모수안은 황당한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로 멀어져가는 양상희의 뒷 모습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일어났다. 저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한거지? 예상치 못한 양상희의 반격에 모수안은 머리를 거칠게 털어내며 모래 위로 새겨진 양상희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붉은 피로 물든 바닷가는 양상희와 모수안이 벗어나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교수님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가, 모수안 군?"
"양상희가 이곳에 있다는 거 말이예요."
"글쎄, 늙은이의 직감이지. 이제 양상희도 탔으니 어디로 가야하지?"
모수안은 양상희가 뒷 좌석에 탑승한 것을 보고는 그대로 교수님의 조수석에 올라타 문을 쾅 닫으며 교수님을 향해 말했고, 교수님은 턱에 까칠까칠하게 돋아난 수염 자국을 손으로 나른하게 매만지며 말했다. 모수안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질문을 회피하는 듯한 교수님의 말투에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기로 생각하고, 윤키아루를 찾으러 인천으로 가달라고 부탁을 했다. 모수안의 부탁에 교수님은 피곤에 쩔어 매우 피곤해보였지만 애써 정신을 차려 인천 쪽으로 차를 돌렸다.
교수님의 차가 출발을 하고, 모수안은 누적된 피로를 풀려는 것처럼 자동차 시트에 몸을 푹 묻었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모수안의 무거운 몸을 감싸자 모수안은 그 느낌이 마음에 들어 살짝 웃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나서 교수님의 차는 인천의 연못 휴게소에 잠시 정차를 했다. 교수님은 오랜 시간동안 운전을 계속 해서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뭉친 근육들을 풀었고, 모수안은 자동차 시트에서 몸을 떼고나서 교수님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휴게소는 왜요? 잠시 쉬었다가 갈려고요?"
"음, 그럴 생각도 있고, 잠시 담배 좀 피려고."
"몸에 안 좋으니까 담배 많이 피지마요."
"그래, 걱정해줘서 고맙네."
모수안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교수님을 쳐다봤고, 교수님은 딱 한 대만 피고 들어오겠다며 조수석 옆에 있는 통을 뒤적거려 담배갑과 라이터를 들고는 그대로 나갔다. 모수안은 창문 밖으로 비춰지는 교수님의 담배를 피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이제 남은 아이들은 윤키아루, 유랑, 조은우. 아직도 세 명이나 더 찾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모수안은 감았던 두 눈을 뜨고는 아직도 교수님이 담배를 피는가 싶어 창문을 내리고는 교수님의 모습을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히 이 근처에 있었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신 거야? 모수안은 갑자기 교수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직접 찾으러 가야겠다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그대로 차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온 모수안은 혹여나 아이들이 도망을 갈까 봐, 뒷 좌석을 꼼꼼히 훑어보며 안심을 했다. 다행히 세 명의 아이들은 지쳤는지 깊은 잠에 빠져있었고, 모수안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안심을 하며 교수님을 찾기 위해 휴게소 쪽으로 달려갔다.
"하여간 날 가만히 두질 않네."
어느새 휴게실 안 쪽으로 들어와 화장실 근처를 기웃 거리던 모수안은 화장실 푯말을 확인하고나서 남자 화장실로 천천히 들어갔다. 화장실 끝 쪽으로 들어가자 뿌연 담배 연기와 함께 니코틴 타는 냄새가 나 모수안은 낮은 욕설을 지껄이고는 코를 한 손으로 들이막았다. 역시 언제 맡아도 담배 냄새는 토 쏠릴 정도로 짜증이 났다. 모수안은 어떤 놈인지 걸리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라고 다짐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야, 여긴 어쩐 일이냐?"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리는 남자 아이의 목소리에 모수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휙 돌렸다. 그곳에서는 자신이 그렇게 애타게 찾아나선 윤키아루가 있었고, 윤키아루의 옆에는 덤으로 유랑이 있었다. 윤키아루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얼굴로 모수안을 맞이했고, 옆에 있는 유랑은 모수안과의 다툼 이후로 처음 보는 거라 그런지 윤키아루의 등 뒤로 재빠르게 숨었다. 모수안은 차라리 트러블이 있는 유랑보다는 윤키아루가 먼저 말을 걸어줘서 정말로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 속으로 윤키아루에게 고마움을 느낀 모수안은 천천히 윤키아루에게 다가갔고, 이상하리 만큼 윤키아루에게 점점 다가갈수록 담배 특유의 냄새가 진동을 했다. 혹시 윤키아루와 유랑이 호기심으로 장난을 치는 건가? 왠지 모를 의심이 든 모수안은 윤키아루와 그의 등 뒤로 숨은 유랑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그들에게는 담배로 보일만한 의심스러운 물건은 전혀 없었다. 괜한 사람을 의심하는 건가 싶어 모수안은 어색하게 웃으며 윤키아루에게 말을 건냈다.
"아, 혹시 담배 냄새 안나?"
"저 인간이 지금 피고 있네."
"저 인간이라니?"
윤키아루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화장실 끝자락에 서있는 한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고, 모수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남자를 쳐다봤다. 맙소사, 아까 전만 해도 분명히 자동차 옆에 있었는데 어느새 이곳에 온 거지? 대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역시 교수님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모수안은 줄담배를 피고 있는 교수님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교수님의 주름진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있는 담배를 빼내 바닥으로 던지고, 혹여나 불씨가 커질까봐 운동화를 신은 발로 우지끈 짓밟아 불씨를 껐다. 그러자 교수님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모수안을 쳐다봤고, 모수안은 그런 시선에 익숙한지 다그치듯이 말문을 꺼냈다.
"교수님, 왜 여기에 계세요? 제가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그러는 모수안 군은 왜 여기에?"
"제 질문에 먼저 대답해주세요."
"아까 차 옆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갑자기 저 아이들이 보이길래 혹시나 싶어서 따라온 거야."
모수안의 흔들림 없는 얼굴에 교수님은 한숨을 내쉬면서 아직까지 자신들을 지켜보는 윤키아루와 유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모수안은 괜히 뜨끔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왠지 모르게 자신보다 아이들을 더 잘 찾는 교수님의 직감이 무서울 정도라 모수안은 괜히 소름이 끼치는 팔을 쓸어내리며 윤키아루와 그의 뒤에 숨어있는 유랑을 끌어내며 화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모수안이 윤키아루와 유랑을 설득하는 동안 교수님은 다시 새 담배를 꺼내 입술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희뿌연 담배 연기가 파란 하늘 위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본 교수님은 담배 필터를 깊숙히 들이마시곤 그대로 담배를 바닥에 버려 불씨를 없앴다. 그리고는 모수안이 윤키아루와 유랑을 손쉽게 차로 안내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교수님은 그제야 발걸음을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옮겼다. 이제 남은 아이 한 명은 조은우 뿐이라는 건가, 그러길 바라야겠지. 교수님은 자신의 입 안에서 쌉사름하게 퍼지는 담배의 맛에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간간히 축이며 갈증을 없앴다.
"모수안 군, 이제 조은우라는 아이만 남았지?"
"아, 알고 계시네요."
"자네가 그전에 말해줬으니까."
"그렇군요, 근데 조은우는 어디에 있는지 저도 잘 몰라요."
모수안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해보았을 때, 이상하게 박사님의 방에서 몰래 봤던 노트북의 파일에서는 조은우에 대한 집 주소지가 없던 걸로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건 이상하네. 분명히 증후군이라는 파일 말고는 다른 파일은 하나도 없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풀리지 않는 의문의 고리에 모수안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미간을 좁혔다. 그러자 교수님은 곤란한 표정으로 핸들을 붙잡고는 손가락으로 리듬을 타는 것처럼 툭툭 두들겼다. 한동안 모수안과 교수님은 아무런 말없이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을 하자 뒷 좌석에 곤히 자고 있었던 류제림이 어느새 깨어나 하품을 쩌억 하고나서 모수안에게 말했다.
"저, 저기 아무래도 조은우는 할 일이 있다고 했었어."
"할 일이 있다고? 그러니까 너희들이 다 떠났을 때, 조은우는 떠나지 않았다는 말이야?!"
"으, 응. 조은우가 사라질 때까지 내가 뒤에서 지켜봤는데, 분명히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어."
류제림의 충격적인 말 한 마디에 모수안은 정신 나간 사람 마냥 벙찐 상태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류제림의 말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정확히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무시하는 것도 그렇고,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분명히 아이들이 박사님의 연구소에 갇히게 된지는 대략 143년이 되었다고 들었다. 우연히 자신의 실수로 시험관이 모두 깨졌고, 여섯 명의 아이들은 시험관 안에서 나와 자신을 위협했었다. 그리고는 한시라도 빨리 박사님의 연구소에서 벗어나길 갈망했던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왜 조은우만은 그 자리에서 바로 벗어나지 않고, 위험한 연구소 안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안갈 만큼 이상했다. 분명히 조은우에게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모수안은 복잡해진 머리를 한 손으로 잡고, 기억을 더듬었다. 잠깐, 그러고보니 분명 자신이 아이들과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고나서 어두운 창고로 끌려가 기절을 했었고, 그 다음에 정신이 들었을 때 분명히 아이들 중에 한 명이 안 보였어! 그래서 내가 아이들에게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었고, 그 중 사투리를 어눌하게 쓰는 서이래가 창고에 갔다면서 대충 둘러댔었어. 서이래의 말에 의심을 하진 않았지만 혹시나 싶어 바닥에 떨어진 mes(매스)를 주울 때, 창고 쪽으로 대충 시선을 던졌었다.
분명히 어두운 창고 안에는 조은우라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조은우는 아이들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어디로 갔었던 것일까? 혹시 조은우는 박사님과 교류를 하고 있었던 건가? 그렇다면 조은우는 도대체 박사님과 무슨 사이라는 거야? 모수안은 깊숙히 밀려오는 불안감에 버릇처럼 손톱을 물어뜯으며 상념에 잠겼다.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은데, 분명히 조은우는 아이들의 편이 아니라는 것만은 장담할 수 있어. 모수안은 처음부터 치밀했던 조은우의 행동을 왜 눈치를 채지 못했을까 싶어 아둔한 자신의 머리를 탓하며 교수님에게 당장 교수님의 집으로 가자며 재촉을 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얼굴에 의문이 가득했지만 일단 모수안의 요구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의 집으로 차를 돌렸다.
"모수안 군, 도착했네."
"하루종일 아이들 찾느라 고생하셨어요, 교수님."
"아닐세, 내가 먼저 자네를 돕겠다고 자처했으니 말이야."
"아니예요, 정말로 감사해요."
모수안은 교수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교수님이 먼저 아이들과 함께 내리라며 기다렸다. 그러자 모수안은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는 뒷 좌석에 기절한 것처럼 퍼질러있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반강제적으로 끄집어내 교수님의 집 안으로 떠밀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은 처음에는 강하게 거부했지만 모수안이 위협적으로 주먹을 공중으로 휘두르자 그제야 얌전히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모수안은 순종적인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을 띄며 뒤따라 들어갔고, 그 뒤로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온 교수님을 마지막으로 열려있던 문이 굳게 닫혔다. 이제부터가 모수안과 박사님의 내기가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 후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24살이었던 모수안의 나이는 벌써 27살이 되었고, 마냥 12살의 나이었던 다섯 명의 아이들 역시 나이를 먹어 15살의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모수안과 교수님은 그동안 아이들의 증후군을 고쳐내기 위해 많은 인맥을 이용해 수많은 약들을 제조했고, 그 약들을 모조리 아이들에게로 먹였다.
아이들은 하루하루마다 많은 약을 복용하자 더 이상 무리라면서 거부할 때도 많았지만 모수안의 사나운 눈초리에 깨깽거리며 억지로 약을 삼켜냈다. 모수안과 교수님은 아이들이 약을 복용하고나면 그 후의 반응을 알기 위해 매일매일 보고서를 작성했고, 지극정성으로 아이들의 증후군을 살폈다. 하지만, 모수안과 교수님이 3년이라는 시간동안 온갖 노력을 해왔지만 결국 아이들의 증후군을 완벽히 고쳐내진 못했다. 3년 전, 연구소 안에서 박사님과 했던 내기는 결국 모수안의 패배로 끝맺음을 알렸다.
"모수안, 어디가?"
"응, 잠깐 밖에 나갔다가 올테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어, 교수한테는 내가 잘 말해둘게."
"고마워, 키아루."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3년이라는 세월동안 서먹서먹했던 다섯 명의 아이들과 제법 친해졌다. 아이들과의 안좋았던 감정들은 모두 그 날로 없애기로 했었고, 그 후로부터 다섯 명의 아이들은 모수안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모두 온순한 아이들이었고,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괴물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멸시해도 자신만큼은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아이들에 대해서 더 잘 알았다. 모수안은 현관문 앞까지 자신을 배웅해주는 윤키아루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밖을 나섰다.
이제 두 번 다시는 교수님의 집에 돌아올 수는 없겠지. 그리고 그나마 정들었던 다섯 명의 아이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겠지. 모수안은 제법 추워진 날씨에 한숨을 내뱉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어느덧 계절은 12월로 흘러 겨울이라는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칼바람이 불었고, 온통 주위에는 하얀 눈들로 뒤덮혀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새하얀 눈들은 더럽혀지지 않은 상태로 그 상태를 유지했고, 그 모습에 모수안은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상념에 잠겼다. 그리고는 지난 3년의 기억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모수안은 살포시 웃었다.
어떻게든 아이들의 증후군을 고쳐내기 위해서, 또 박사님과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밤 낮을 설쳐가며 그 지랄을 떨었는데 결국엔 아이들의 증후군을 끝내 고치지 못하였다. 모수안은 자신의 무능력함에 화가 나 눈물 한줄기가 얼굴을 타고 흘러 소복하게 쌓여있는 하얀 눈 위로 떨어졌다. 차갑게 얼어있던 눈이 모수안의 뜨거운 눈물로 인해 사르르 녹아내렸고, 사람들의 발길을 닿지 않았던 새하얀 눈은 모수안의 운동화로 인해 더럽게 짓밟혔다. 더 이상 아이들의 옆에서 웃을 수 없는 현실을 탓하며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모수안은 박사님이 있는 연구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모수안이 사라질 차례였다.
"정말 오랜만이네, 모수안 군."
"3년이 지나도 달라지신 건 없으시네요, 박사님."
"허허, 여전히 아름다운 자네보단 아니지."
"박사님과의 내기에서 졌으니 절 실험체로 쓰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요."
모수안은 박사님의 연구소에 제 발로 찾아와 소파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박사님을 쳐다보며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남자에겐 무릎이 자존심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긴 맞나보다. 모수안은 이 순간에도 자존심이나 운운하는 자신을 욕하며 피식 웃었다. 박사님은 3년이라는 지루한 시간동안 모수안이 제 손아귀로 들어오기만을 시퍼렇게 두 눈을 뜨며 기다렸다. 드디어 3년이 지나 자신의 실험체가 될 모수안의 몸을 아래 위로 훑으며 박사님은 음흉한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얌전히 기다리는 모수안의 팔뚝을 잡아채 실험대 위로 거칠게 올려놨다. 그리고는 모수안의 단단한 몸을 감싸고 있는 티셔츠를 목까지 확 올리고는 미리 준비해둔 mes(메스)를 가져와 모수안의 몸을 희롱하듯이 이리저리 가져다댔다.
"정말 아름다운 몸이야, 모수안 군."
"닥치고 빨리 끝내요, 박사님."
"여전히 입이 거칠어, 그런 것도 마음에 들지만."
모수안은 서서히 자신의 얼굴 쪽으로 다가오는 박사님의 욕망어린 얼굴을 마주하기 싫어 두 눈을 꽉 감았다. 박사님은 자신에게 순순히 굴복하는 모수안의 얼굴을 핥듯이 쳐다보고나서 mes(메스)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가해 모수안의 맨 몸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모수안은 예상치 못한 복부의 고통에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박사님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mes(메스)를 쳐다보더니 사악하게 말했다.
"허허, 그렇게 세게 찌르지도 않았는데 왜 그러나?"
"크윽, 정말 악질이시네요."
"자네가 너무 아름다운 탓이야, 정말 박제라도 하고 싶어."
박사님은 모수안의 붉은 피가 묻은 mes(메스)를 혀로 날름거리며 핥아올렸다. 그러자 모수안은 그런 박사님을 혐오스러운 얼굴로 쳐다봤고, 오히려 박사님은 낄낄거리며 그대로 모수안의 왼쪽 가슴으로 향해 mes(메스)를 푹 찔러 넣으려는 순간, 갑자기 철벽같던 문이 활짝 열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왔다.
"저기 있어요, 얼른 체포하세요!"
모수안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질끈 감았던 두 눈을 번뜩 떴다. 그리고는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순간, 갑자기 조은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까 말을 한 사람도 조은우였다는 건가? 이제와서 왜 나를 도와주는 거지? 3년동안 모수안과 교수님은 조은우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조은우의 머리카락 한 톨은 커녕 소식조차 들리지가 않아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상황에서 나타날 건 뭐냐고! 모수안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박사님에게로 집중이 되자 굉장이 부끄러웠다. 지금 자신은 박사님의 몸에 깔려져 헐벗은 몸으로 있는 상황이고, 그 위로 박사님이 음흉한 얼굴로 mes(메스)를 갖다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신을 차린 모수안은 재빨리 자신의 몸 위로 겹쳐진 박사님을 뒤로 밀쳐냈고, 박사님은 딱딱한 바닥 위로 나뒹굴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정부의 부름을 받고 온 백선휘라고 합니다."
"정부? 자네, 내가 누군지 모르나?!"
"잘 알죠, 정부를 속여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을 팔려고 했잖습니까."
박사님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악 아닌 발악을 했지만 정부에서 온 백선휘의 힘을 막지는 못했다. 박사님이 추하게 버둥거릴 동안 백선휘는 옆에서 동료가 은색 수갑을 건내주자 그대로 박사님의 주름진 손목에 수갑을 채워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러자 박사님은 당장 수갑을 풀라며 난동을 부렸고, 백선휘는 정부에서 같이 온 동료들의 손을 빌려 박사님, 아니 여훈을 검거했다. 그대로 박사님은 밖에 대기하고 있던 정부의 차에 올라타게 되었고, 실험대 위에 누워있던 모수안은 조은우의 부축으로 겨우 바닥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조은우는 모수안을 걱정어린 얼굴로 쳐다봤고, 모수안은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는 조은우의 순진한 얼굴에 속지 말자고 다짐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잠시만요, 당신들도 같이 가주셔야 합니다."
"아, 저희들은 왜 가야합니까?"
"일단 저 사람이랑 연관이 되었고, 또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 아닙니까?"
"……."
"할 말은 정부에 도착해서 해주시죠, 그럼 이만 따라오십시오."
조은우는 맞는 말만 하는 백선휘의 강압적인 말에 대꾸를 하지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그리고는 부축하고 있는 모수안의 어깨에 힘을 주며 겨우 발걸음을 내딛자 모수안은 어느새 연락을 받고, 달려온 다섯 명의 아이들과 교수님을 쳐다봤다. 아마도 조은우가 연락을 했겠지, 정부에 먼저 연락을 한 것도 조은우일 것이 뻔하고. 모수안은 자신을 부축하는 조은우의 얼굴을 흘깃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궁금한 것이 많지만 나중에 물어봐도 늦지 않아. 그렇게 모수안과 여섯 명의 아이들, 교수님은 백선휘의 지시에 따라 차에 올라탔고, 그대로 정부의 본거지로 향했다.
몇 분이 흐르고나서 정부의 본거지로 도착했다. 정부의 밑에서 일하는 간부들의 도움을 받아 정부의 차를 탔던 사람들, 모두 정부 안으로 진입을 해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으로 들어섰다. 정부의 손에 끌려온 모든 사람들은 차례대로 의자에 앉았고, 백선휘는 한 사람마다 빽빽히 정보가 적혀있는 종이를 나눠주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일단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이곳 정부의 도움으로 시설에 있게 되고, 자신의 이익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한 박사는 감옥에 13년동안 갇히는 걸로 판결났습니다."
거창한 말없이 필요한 본론만 말한 백선휘는 자신의 뒤로 차례대로 서있는 간부들을 바라보며 눈짓을 했고, 그녀의 신호에 나머지 간부들은 박사님을 연행해 정부 1층 지하로 끌고 내려갔다. 박사님이 간부들의 손에 끌려가는 것을 슬픈 눈으로 지켜본 조은우는 애써 시선을 돌렸고, 백선휘는 증후군에 걸린 여섯 명들을 시설로 안내하기 위해 데려갔다. 박사님과 여섯 명의 아이들이 나가자 모수안과 교수님은 단 둘이서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모수안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교수님을 바라봤고, 교수님은 답답했는지 담배를 입술에 물고는 불을 붙이며 말했다.
"혼란스럽지? 일단 그 종이를 봐보세나."
교수님의 낮은 말에 모수안은 시선을 내려 그녀에게서 건내 받은 종이를 쳐다봤다. 종이에 적힌 내용은 지금까지 자신이 몰랐던 사실들로 가득했고, 그것을 집중해서 읽고있는 모수안의 표정은 더할 나위없이 매우 진지했다.
*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의 이름이 외부에 밝혀지면 안되는 이유는 한 때, 증후군이 매스컴에 떠돌아 다닐 때, 정부에서는 공고를 한 적이 있다.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을 포획해서 온다면 그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포상금을 지원해준다. 그리고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정부에서 시설을 만들어 줄 책임이 있으며 무조건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증후군이 고쳐질 때까지 정부의 허락없이는 바깥 외출이나 일탈하는 모든 것들은 금지함.
* 아이들은 143년이 지나도 12살인 이유는 이것은 정부나 박사 역시도 모른다. 왜냐하면 박사의 집 안에서는 연구소를 대대로 물려받았기에 처음 연구소를 만들었던 분만이 ampoule(앰플)에 대해 모조리 알고 있다. ampoule(앰플)에 대해 알아내려고 해봐도 처음 연구소를 만들었던 박사는 이미 세상을 떴기 때문에 아무도 알아낼 수 없다. 다만, 시험관이나 ampoule(앰플)에서 벗어난다면 아이들의 나이는 보통 사람들처럼 일 년에 한 살씩 늘어남.
* 처음부터 박사 여훈은 정부의 눈을 속여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을 비싸게 팔 생각으로 연구소에 가두고, 정부에게는 아이들의 증후군을 고칠 목적으로 연구소와 연구원들을 지원 받았다. 심지어 박사 여훈은 자신의 아들까지 이용해 증후군에 걸리지도 않은 여은규(조은우)를 속여 나머지 다섯 명을 포획한 것으로 드러남. 모든 것이 탄로난 여훈은 정부를 속인 것에 모자라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정신적인 피해와 육체적인 고통을 줬으므로 감옥 13년행에 선고하며 증후군이 걸리지 않은 여은규(조은우)는 모르고, 한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박사 여훈의 계획을 도와줬다는 뜻으로 증후군에 걸린 다섯 명의 아이들 곁에서 똑같이 생활하는 것으로 판결남.
모수안은 종이의 담긴 내용을 전부 다 읽고나서 손에 들려있는 빳빳한 종이를 구겨버렸다. 그리고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휴지처럼 구겨진 종이를 바닥에 내팽겨치고는 그대로 문 쪽으로 달려가 손잡이를 돌렸다. 그러자 아무런 말없이 담배를 피우던 교수님은 담배 연기를 공중으로 내뱉고는 허둥지둥 서두르는 모수안에게로 말문을 열었다.
"자네, 이제 모든 게 끝났어.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전 아이들의 곁에 있을 겁니다."
"증후군을 영원히 고칠 수 없다고 해도?"
"네."
교수님의 말에 일절의 망설임도 없이 모수안은 뒤를 돌아 교수님의 얼굴을 쳐다보며 활짝 웃었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증후군을 고쳐낼 수 없다고 해도 아이들의 곁에서 계속 있고 싶다고. 모수안의 얼굴에서 답을 읽어낸 교수님은 씁쓸하게 웃으며 담뱃재를 바닥으로 툭툭 털어냈다. 그리고는 문 앞에서 서성이는 모수안에게 얼른 아이들에게로 가보라며 떠밀 듯이 교수님은 말했다. 그러자 모수안은 그동안의 교수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목례를 하고는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모수안이 뛰쳐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교수님은 담배를 입 안으로 빨아들이고는 그대로 뿌연 연기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교수님은 생각했다, 모수안이라면 절대로 아이들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이것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모수안은 그 공간에서 벗어나자마자 아이들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정부 안을 헤집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모수안은 말로만 들었던 정부의 안을 한낱 자신이 발을 들여놓을 줄을 상상도 못했었다,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진. 비록 자신이 박사님과의 내기에서 이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박사님의 실험체로는 쓰이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이들의 도움으로 박사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한 3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진 않았나보네. 모수안은 이마에서 땀이 질척하게 흘려내려도 웃음이 나왔다, 이제 곧 있으면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기뻤기 때문에.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시나?"
모수안은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발걸음 멈추고, 뒤를 휙 돌았다. 모수안의 눈에 담긴 사람은 다름 아닌 양상희였다. 양상희는 벽에 삐딱하게 기대선 채로 모수안에게 손을 흔들었고, 모수안은 왠지 여유로워 보이는 양상희의 행동에 울컥해 양상희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양상희의 팔을 잡아채며 말했다.
"다른 아이들은 어디에 있어?"
"너무한 거 아니야? 보자마자 다른 놈들부터 찾고."
"급해서 그래,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데?"
"저기에 잘 있어."
양상희는 모수안에게 잡힌 팔을 천천히 빼내며 섭섭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놈이 어울리지도 않게 왜 이러는 거야? 아무래도 그 때, 해운대에서 있었던 일부터 머리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모수안은 양상희가 자신에게 무슨 감정을 가지는지 알게 되고나서부터 양상희의 성격과 행동이 약간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꺼림칙해진 모수안은 소름이 돋아난 자신의 팔을 쓸어내리며 양상희로부터 떨어져 뒤로 물러났다. 모수안의 뒷 걸음질을 눈치 챈 양상희는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찌푸렸다.
"모수안, 미쳤어? 이리 가까이 안 와?"
"나, 난 다른 아이들을 찾아야해서!"
"내가 말했지, 다음에는 키스로 안 끝낸다고."
"하하, 그런 말을 했던가? 그럼 난 이만!"
모수안은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 섬뜩한 얼굴의 양상희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도망쳐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하마터면 양상희한테 또 당할 뻔 했네.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모수안은 쿵쾅 뛰는 심장을 애써 모르는 척하며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서이래, 윤키아루, 류제림, 조은우, 유랑이 각기 다른 표정으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모수안은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찌를 듯한 뜨거운 시선에 화들짝 놀라 문에서 떨어졌다.
"깜짝이야! 너희들, 여기서 뭐해?"
"아따, 와 그렇게 놀란당가? 허벌나게 기다리고 있었지라."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의 모수안을 살펴보며 서이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러자 모수안은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차례대로 살펴봤다. 방금 서이래가 기다렸다고 말했었나? 그러니까 나를 기다렸다고? 모수안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입을 쩌억 벌리고 있자 어느새 뒤따라 들어온 양상희가 혀를 차며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기억 안 나? 니가 우리들 책임지겠다고 했잖아."
"……."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모수안."
양상희는 처음으로 활짝 웃으며 모수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모수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밀어진 양상희의 작은 손을 잡았다. 마주닿는 따뜻한 양상희의 체온에 기분이 좋아진 모수안은 그제야 웃으며 양상희의 손을 놓치기 싫은 것처럼 꽉 잡았다. 양상희는 손에서 느껴지는 모수안의 악력에 인상을 찌푸리며 당장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모수안은 어디 당해보라는 심정으로 더 더욱 꽉 잡았다. 손을 내팽겨치려는 양상희와 그런 양상희를 괴롭히는 모수안의 모습을 보며 나머지 아이들 윤키아루, 유랑, 서이래, 조은우, 류제림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었다. 처음으로 보는 아이들의 진심 어린 웃음에 모수안도 진심이 담긴 웃음을 활짝 피웠다.
첫 만남에서는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변했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벌써 겨울이 아닌 봄이 찾아왔나 보다. 어느새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모수안을 받아들일 공간 한 켠이라도 내놓은 것에 모수안은 고마워하며 기쁨의 눈물 한줄기를 흘렸다. 그러자 아이들은 다 큰 어른이 운다며 모수안을 놀려댔고, 모수안은 아이들의 놀림에 버럭 화를 내며 차례대로 아이들을 주먹으로 퍽퍽 때렸다. 그나마 모수안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조은우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창문 밖을 내려다봤다. 어느새 멈췄던 눈이 다시금 하얗게 내리고 있었다. 조은우는 눈을 크게 뜨며 다른 아이들과 모수안에게로 크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하고, 여기로 와봐요! 다시 눈이 내려요!"
조은우의 큰 외침에 모수안은 아이들을 때리는 것을 멈추고는 시선을 돌렸다. 정말 조은우의 말대로 어둑어둑한 하늘에서는 하얀 눈들이 흩날리듯이 내리고 있었다. 어둠이 깔린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자 아이들은 모수안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빨리 조은우가 있는 창문 쪽으로 달려갔고, 그 중에서 뼈가 약한 류제림은 차마 뛰지는 못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어느새 창문가에서 다가온 조은우가 웃으며 류제림의 연약한 몸을 안아들었다. 그러자 류제림은 얼굴을 붉히며 조은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모수안은 그런 아이들의 소박한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살포시 웃었다.
"나 당신이라서 정말 고맙게 생각해."
모수안은 갑자기 자신의 옆에서 들리는 낮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옆을 쳐다봤다. 기척도 없이 언제 다가온 거야? 정말 무서운 놈. 모수안은 저 많은 아이들의 틈에서 언제 빠져나온 건지 놀란 표정으로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언제 왔어, 양상희?"
"불만이야? 방금 몰래 빠져나왔어."
"왜? 아이들하고 어울려서 놀지."
"난 너랑 있는 게 더 좋아, 모수안."
모수안은 아무렇지 않게 낯간지러운 말을 내뱉은 양상희를 쳐다보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자 모수안은 본능적으로 손 부채질을 했고, 양상희는 그런 모수안의 행동이 귀여웠는지 자신보다 키가 큰 모수안의 멱살을 휙 잡아서 자신의 눈높이만큼 내렸다. 한순간 양상희와 시선이 마주치자 모수안은 민망했는지 눈동자를 어디에 둘지 몰라 계속 굴렸고, 양상희는 피식 웃으며 멱살을 잡았던 손을 풀고는 그대로 모수안의 얼굴에 손을 올려 자신에게로 고정시켰다.
"어딜 봐? 날 봐야지, 모수안."
"무, 무슨 소리야? 보고 있잖아."
"그래, 한 마디만 할 거니까 잘 들어."
"……."
"나 너 좋아해, 그러니까 계속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모수안은 양상희의 고백에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양상희의 붉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양상희의 두 눈이 놀란 듯이 크게 떠졌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두 눈을 살며시 감았다. 모수안은 양상희의 고백에 별다른 말은 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입맞춤이 대답을 대신 해줬을 거라 생각을 하며 자신도 두 눈을 감았다. 두 눈을 감아서 그런지 앞이 보이진 않았지만 지금 입술에서 맞닿는 양상희의 뜨거운 숨결이 앞에 있다고, 옆에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모수안은 양상희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살짝 웃으며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욕심내도 괜찮지? 나도 내가 이기적인 거 아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욕심 좀 부릴게.
Fin.
<평소 증후군을 연재할 때>
*****
ㅋㅋㅋㅋㅋㅋㅋㅋ드디어 완결...아읭씡나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별히 증후군을 완결 맺었으니 발로 그린 그림을 투척!
자축하는 의미로...☞☜
그리고 바가지 소녀님, 일라이라 님!
첫 화부터 끝 화까지 저에게 힘이 되는 댓글을 주셔서 감사해요♥
증후군이 끝났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셔요ㅠ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저에게는 그 다음 소설이 있잖아여ㅋㅋㅋ
제가 다른 작품을 들고, 뿅하고 나타나도 기쁘게 절 맞이해줘여ㅠㅠ
그.......그....리고 저........절 잊....잊....지 말아줘여^o^
p.s)지금까지 증후군을 끝까지 애독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새로운 작품→"왕의 노예"로 돌아오겠습니다!
증후군(syndrome)
연재일:2012/7/16~2012/8/26
Fin
첫댓글 아~~작가님 완결이네요 그때 동안 재미있게 봤어융!!!ㅎㅎㅎ 마지막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좋아용^^ 다음작품 왕의 노예도 기대 되네요. 작가님 그동안 수고 했습니다. 다음작품도 수고하세요. 다음에 ㅂㅇㅂㅇ
흐얽얽!!!!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정말로 감사드려요♥ 그동안 증후군 재미있게 보셨나요?^o^ 재미있었다니 정말로 뿌듯하고, 기분이 좋네영!ㅎㅎ 마지막은 일라이라 님께서 원하신대로 조은우와 류제림이... 이어지긴 했어요 ㅋㅋㅋ 다만 소설에 그런 내용이 빈약해서 그렇지만...☞☜ 그래도 이해해주셔요~ 다음 작품인 왕의 노예에서는 절대적으로 러브라인을 많이 방출할 수 있도록 더 더욱 노력하겠슴니다! 그러니까 절 믿고 다음 작품에서도 지켜봐주세융!*ㅇ*// 왕의 노예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며 그때 우리 다시 만나요~저를 잊지 말...말아줘여^ㅇ^!! 그동안 비루한 증후군을 봐주셔서 수고하셨습니다^^*
완결이네요~!!!하아...함께한달넘게달려왔는...뭐저는읽는역할이지만요;;하핫!!ㅎㅎ여기까지오느라수고하셨구요~!전애정이식지않았습니다!!!증후군을정말사랑했다구요ㅜㅜ아쉽지만왕의노예에서다시만나요!첫화가나올때는업쪽보내주시길바라요~!수고하셨단의미로하트투척!!!♥♥♥♥♥♥♥♥♥♥♥♥♥♥♥♥♥♥♥♥♥♥♥♥♥♥♥♥♥♥♥♥♥♥♥♥♥♥♥♥♥♥♥♥♥♥♥♥♥♥♥♥
끄아아아앙!!!! 드디어 오셨어요, 바가지소녀 님!!!ㅠㅠㅠㅠ 역시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셔서 저는 매우매우매우 기뻐융!ㅎㅎㅎ 한 달이 넘도록 저와 같이 열심히 달렸죠ㅋㅋㅋㅋ 바가지소녀 님은 저에게 소중한 독자분이여요~ㅠㅠㅠㅠ 제 소설을 읽어주시고, 또 댓글을 달아주셔서 정말로 기뻤어요!ㅎㅎㅎ 증후군 완결까지 끝까지 달려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전 바가지소녀 님이 애정이 식었다고, 그렇게 믿었는데 아니었군요!*ㅇ*/// 증후군을 사랑해주셔서 정말로 감사감사감사해요! 조만간 왕의 노예 첫 화가 나오면 그때 바가지소녀 님께 업쪽 보내드릴게영~! 저도 수고하셨단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