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세기 전 고등학교 3학년에 같이 다녔던 친구들이 부부동반으로 울산 일대를 둘러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영주에서 터잡고 사는 친구 열 세명 중에 열 명이 같이 했습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비소식이 있었지만 날씨가 아주 쾌청했습니다.
울산은 바다를 앞에 두어 바람이 조금 드세다 싶었지만,
대곡천 암각화박물관과 반구대까지의 산책길은 새로운 봄기운을 맛볼 수 있었네요.
몇 명 사모님들은 공룡발자국을 보러 냇가로 내려가기도 했고,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살폈습니다.
친구 하나가 해설사를 모셔와 자세한 해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버스 안에서 우리 고장의 어제와 오늘의 문제를 짚어주던 친구는
긴 설명 도중에 '혹은'이라는 낱말을 여러번 사용했습니다.
'혹은'은 한자 或을 씁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또는 그것이 아니라면.", "더러는"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부분의 진단이 공감을 사는 것이었지만 저라면
"그렇지 않으면"이라는 뜻인 '또는'을 썼을 것입니다.
한자를 쓰는 '오늘 혹은 내일'보다
깨끗한 우리말을 쓰는 '오늘 또는 내일'이 더 어울리니까요.^*^
지인 중에 교육장을 지내신 분은 '의거'라는 낱말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의거'는 한자 依據입니다.
"어떤 사실이나 원리 따위에 근거함."인데,
'무슨 규정에 의거...'라고 하면 '무슨 규정에 따라...'로 반드시 바꿔 얘기하셨습니다.
당연히 '의거'라는 한자보다는 '따라'라는 깨끗한 우리말이 더 좋다고 여기신 게지요.
태화강 십리 대숲길에서 사모님 중 한 분이 영주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전하셨습니다.
뜬급없는 3월의 눈 소식이어도 가뭄 해결에 도움이 되 거라 생각하니 흐뭇했네요.
잠깐 동인이었어도 온 세상이 깨끗해졌을 겁니다.
우리말도 늘 이렇게 깨끗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