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좋지?
눈송이들이 하늘에서 하얀 색으로 펑펑 내려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지기도 하고 무슨 일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설레기도 하고
캄캄하게 잃어버린 어린 날들이 환히 불켜지기도 해
턱을 고이고 앉아
아주 천천히 지상으로 하염없이 내려오는 눈송이들을 보고 있으면 참 행복해
무슨 말인가 자꾸 하고 싶지
눈은 이리저리 어디나 내리므로
내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는
슬픔의 빨랫줄에 가 앉기도 하고
추억의 기타줄을 딩동 건들며 가기도 하지
그리움의 호수에 가만가만 떨어져 금세 사라질 파문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나뭇가지에는 그냥 앉지 못하고 살짝 비켜가기도 해
그리고, 눈은 어디에 내리든 다 녹아
눈이 녹지 않으면
눈이 아니지
내리는 눈을 이렇게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누군가 꼭 올 것만 같지?
"안 그래?" 하며 나 혼자 옆을 쳐다보며 웃기도 한다니까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눈을 가득 쓰고 뚤방에서 두 발을 쿵쿵 굴려 눈을 털면서
"어어, 참 눈이 많이도 온다."고 투덜거리며
들어설 것만 같아
그리움에 젖은 눈길이 자꾸 문밖으로
가고
나는 손을 깨끗하게 씻고
싶어
손을 깨끗이 씻고 밖으로 나가
그리운 사람이 되어 나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내리고 싶어
눈이 오면 참 좋지
그렇잖아
저렇게 깨끗한 것들이 어디에 있다가
저렇게 수도 없이 지상으로 내려오는지
내리는 눈송이들을 바라보는 일이 일인 날
생이 저 눈송이만큼이나 가벼운
이런 날은 심심해서
참
행
복
해
- 나무, 창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