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사회라도 희망을 주는 사례와 이야기는 어느 곳엔가 숨어 있다. ‘향토시민학교’를 설립하여 15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준 김민창(42)씨는 길고 어두우면서 차가운 겨울밤의 스산함을 녹여 준다.
진주향토시민학교는 정규학교가 아니다. 이 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졸업 정도 실력을 길러주는 야간학교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일정 기간 공부에 열중하여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이 있을 수 없다. 실력 있는 정규교사가 있을 리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주향토시민학교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시민들을 육성해 낸 것이 800여명이다. 학생들은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다. 그 중 400여명은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이 막중한 일을 해낸 사람이 김민창씨다.
그는 1988년 경상대학교에 입학하여 1995년 이 학교를 졸업했다. 다른 직업을 구하지도 않았고 오직 향토시민학교 운영에 몸을 바쳤다.
우리 사회에는 배움의 터전이 넘쳐날 정도로 너무나 많다. 중학교 과정은 누구나 다녀야 하는 의무교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문턱이 높은 가정의 자녀들도 있다.
하나는 결손가정의 자녀들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배움에 둔한 가정의 자녀들이다. 배움에 둔한 가정의 자녀들은 대안학교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개 대안적 삶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를 향한 대안 방안에서 찾는다.
그러나 결손가정이나 배움에 굶주린 가정의 자녀들은 진정한 삶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학교에 다닐 수가 없다.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우리나라의 뼈아픈 현실이 바로 교육현장에 엄연히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꿈을 먹고 자란다. 어려운 오늘을 장밋빛 내일로 대체시킬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고된 오늘이 있기에 찬란한 내일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견지한다.
평생교육이란 말이 생소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씨의 진주향토시민학교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15년을 버텨낸 이 학교의 앞날에 번영과 희망이 깃들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