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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새끼, 반격 좀 해봐."
"……."
"그래서 네가 안되는 거야, 박이담."
2012년, 그해 여름은 눈이 부실 정도로 매우 뜨거웠다. TV에 나오는 각종 언론 매체들은 이러한 날씨를 죽음의 폭염이라고 불렀다. 그 놈의 빌어먹을 폭염이 뭔지 노쇠한 노약자들은 40도를 웃도는 바깥 날씨를 견뎌내지 못하고, 목숨을 쉽게 잃곤 했으며 사망자가 점점 더 많이 늘어갈수록 매스컴에서는 좋은 기자 거리가 나와 며칠 동안 이용을 하곤 했다. 차라리 폭염으로 인해 죽을 수만 있다면, 겁나 좋을텐데. 박이담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거리며 앞에서 자신의 몸을 사정없이 구타하는 이요한을 힘겹게 올려다봤다.
"박이담, 눈깔 뽑아버리기 전에 밑으로 깔아."
"하, 하윽!"
"네가 왜 왕따인지 알아, 박이담?"
씨발, 그딴 거 내가 알 게 뭐야? 박이담은 거침없이 자신의 복부로 파고드는 이요한의 거센 발길질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대로 옥상 아스팔트 바닥으로 우당탕탕 나뒹굴었다. 둔탁한 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를 때리고, 빈틈 없는 이요한의 거친 폭력에 정신을 못차린 박이담은 입에서 나오는 기침을 막을 수가 없었다. 콜록콜록 매마른 기침이 박이담의 입가에서 터져 나오자 이요한은 듣기 싫다는 듯이 자신의 귀를 새끼 손가락으로 후비적 거리며 더러운 바닥을 이리저리 나뒹구는 박이담의 몸뚱아리를 다시 한 번 발로 거세게 걷어찼다.
퍼억 거리는 묵직한 소리가 옥상 안으로 넓게 퍼지고, 박이담은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과 아직까지 입가에서 흘러 내리는 붉은 피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육체의 고통과 악마처럼 잔혹하게 웃고 있는 이요한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자신이 이 학교에 들어오고나서 부터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도 이 학교에서 악명 높기로 소문이 자자한 괴물같은 이요한에게.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나를 좀 구해줘. 박이담은 점점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는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힘겹게 내뱉었다.
"헉, 허억!"
"오늘따라 왜 이래?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제, 제발 살려줘!"
박이담은 자신의 온 몸을 지배하는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이요한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헷갈렸다. 그저 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악마같은 이요한 앞이라고 하더라도 그깟 남자의 자존심 따위 버릴 준비가 돼 있었다. 그 정도로 절박한 심정으로 박이담은 바닥에 추하게 엎어진 상태로 꼿꼿히 서있는 이요한에게 네 발로 설설 기어가 빳빳하게 다려진 그의 교복 바지를 두 팔로 와락 껴안으며 거머리처럼 매달렸다.
그러자 이요한은 눈썹을 위로 꿈틀 거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요한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는 박이담의 절박한 모습이 매우 웃겼다, 그리고 매우 추했다. 이러니까 내가 너를 왕따를 시킬 수 밖에 없는 이유야, 박이담. 한낱 너같은 더러운 거지 새끼가 고고한 내 몸에 손을 대는 건 정말 엿같은 일이지 않아? 당장이라도 나의 다리를 꽉 움켜쥐고 있는 너의 두 손을 칼로 끊어내고 싶어진다고, 이담아. 당장이라도 날카로운 식칼을 들고 와서 너의 하얀 몸 안에 박아 넣고 싶어, 그럼 붉디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겠지? 이요한은 머릿속으로 박이담을 칼로 토막을 내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매마른 입술을 붉은 혀로 끈적하게 핥아 올렸다.
"왜 그렇게 벌벌 떨어? 내가 죽인다고 말하지 않았잖아."
"미, 미안해. 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야, 너 잘못한 거 없어."
"……."
내 귀가 언제 이렇게 이상해졌지?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박이담은 갑자기 위에서 들려오는 이요한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흠칫하며 숙였던 고개를 황급히 들어올렸다. 박이담이 고개를 들자마자 이요한과 바로 눈이 마주쳤다. 한치의 망설임없이 올곧게 마주치는 이요한의 눈빛에 박이담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 손에 쥐고 있었던 이요한의 바짓가랑이를 놓았다. 얼마나 세게 움켜 잡았으면, 이요한의 빳빳했던 교복 바지가 눈 깜짝할 사이에 휴지 조각처럼 형편없이 구겨졌다. 이요한은 자신의 바지를 힐끔 내려다보고는 별다른 표정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자신을 바라보는 박이담을 내려다봤다.
박이담, 열 여덟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백 칠십도 안되는 볼품 없는 작은 키. 그리고 지금까지 광합성을 받지 못했는지 아니면 유전으로 인해 피부가 하얀 건지는 모르겠지만, 창백할 정도로 질린 새하얀 피부. 그런 새하얀 피부를 도드라지게 만드는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 머리카락.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이 박이담의 찰랑이는 검은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헤집자 긴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던 박이담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작은 키에 걸맞을 정도로 동그란 두 눈과 오똑한 코, 붉디 붉은 자그마한 입술이 한순간 이요한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멀쩡했던 정신을 흐트려놨다.
"네가 내 눈에 띄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요, 요한아."
"그것 말곤 네가 나한테 잘못한 건 없어, 이담아."
역시 네가 나한테 이렇게 나올 리가 없었지, 이번에도 너한테 기대한 내가 한심해. 박이담은 매번 이렇게 될 거 알면서도 또 다시 기대하게 되는 병신같은 자신에게 화가 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미친 사람처럼 고개를 뒤로 젖혀 크게 웃어재끼자 이요한은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그대로 박이담의 찰랑이는 검은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억세게 잡아챘다. 박이담은 당장이라도 머리카락과 두피가 분리될 것만 같아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박이담의 비명소리가 점점 더 커질수록 이요한은 이 순간이 즐겁다는 듯이 콧노래를 흥얼 거리고, 이내 박이담의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옥상 난간 쪽으로 끌고 갔다. 아, 정말 너는 내가 인정한 최고의 장난감이야. 그렇지, 이담아?
"이번에도 날 즐겁게 해줄 거지, 이담아?"
"미, 미친 새끼. 넌 제정신이 아니야!"
이요한의 거친 손놀림에 옥상 난간 위로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박이담은 악에 받쳐 그에게 소리쳤다. 박이담이 눈꼬리를 위로 치켜세우며 이를 바드득 갈아도 이요한은 무심한 얼굴로 박이담의 머리채를 밑으로 끌어내렸다, 더 이상 반항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매마른 입가를 붉은 혀로 나른하게 감아올리며 입맛을 다시는 이요한의 섬뜩한 얼굴을 바라본 박이담은 온 몸에 땀이 흘러 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는 이요한, 이 한 사람으로 인해 죽을 것 같은 극도의 공포를 실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박이담은 혹여나 이요한이 충동적인 행동을 할까봐 입 안으로 고이는 질척한 침을 꿀꺽 삼키고는 이요한의 반응을 살폈다. 박이담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이요한의 귓가로 파고들자 이요한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이담아."
씨발 새끼! 정말 상종도 못할 쓰레기같은 인간 새끼! 나른하게 읊조리는 이요한의 입가를 바라보며 박이담은 이요한의 구타로 인해 찢어지고, 피가 흘러 내리는 자신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따끔 거리는 화끈한 고통이 입 안 가득 퍼지자 박이담은 미간 사이를 좁히며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을 때릴 거면, 빨리 때리고 보내주던가. 벌써 점심시간 삼십분이나 지났다고, 개새끼야. 박이담은 마음속으로 이요한을 향한 거친 욕들이 이리저리 남발하고 있었고, 그런 박이담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요한은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박이담의 머리채에서 미련없이 자신의 손을 놓았다. 이요한이 손을 놓자마자 옥상 난간에 겨우 버티고 있었던 박이담의 낭창한 몸은 아스팔트 바닥으로 다시 한 번 뒹굴었다.
"하아, 하악!"
"오늘은 재미가 없어져서 말이야, 그래서 그만하려고."
"개새끼,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박이담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바닥에 엎어진 채로 삐딱하게 서있는 이요한에게 소리쳤다. 날카롭게 외친 목소리와는 다르게 빌어먹을 몸은 꼴사납게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편이 아닌 하느님을 탓하며 박이담은 입 안으로 한 가득 고인 핏물을 뱉어냈다. 녹슨 바닥 위로 붉은 피가 흩뿌려지자 박이담은 혐오스러운 얼굴로 이요한을 쳐다보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폭력으로 움직여지지 않은 몸을 겨우 움직여 바닥에 앉은 박이담은 자신의 입가로 흘러 내리는 붉은 피를 손으로 대충 슥슥 닦아냈다. 이요한에게 얼만큼 세게 맞았으면, 아직까지 피가 멈추지 않는 걸까? 박이담은 입 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느껴지자 기분이 매우 더러웠다. 그런 박이담을 내려다보며 이요한은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하긴 반응이 없는 인형같은 새끼보단 저렇게 박이담처럼 발악이라도 하는 인간 새끼가 낫긴 하지.
"이담아, 내일도 점심시간 때에 옥상으로 올라와."
"꺼져, 씨발 새끼야."
"오늘은 네가 귀여워서 봐주지만, 내일부턴 이렇게 기어오르면 잘 알지?"
"……."
"반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박이담."
이요한은 장난으로 던지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교복 바지 주머니에 넣어놨던 커터칼을 꺼냈다. 그리고는 두 눈을 힘껏 부라리는 박이담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그의 머리카락을 커터칼로 나른하게 그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요한의 돌발행동에 박이담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바닥 위로 잘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이건 명백한 경고였다, 아니 경고를 가장한 협박에 가까웠다. 한 번만 더 주제도 모르고, 미친 듯이 날뛰면 정말로 죽여버리겠다는 것처럼.
박이담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 위로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줍고나서 자신의 앞에 가까이 다가온 이요한을 쳐다봤다. 이요한은 어울리지도 않는 웃음을 내보이며 박이담의 찰랑 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슥슥 쓰다듬었다,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는 것처럼. 괜히 등골이 오싹해진 박이담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이요한의 묵직한 손을 저리 치워내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질 못했다. 왜냐하면 박이담의 머릿속을 이미 간파한 이요한이 섬뜩하게 웃으며 커터칼을 빛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너무 지체했어."
"……."
"그럼 내일 보자고, 내 노예인 이담아."
이요한은 그 말을 끝으로 박이담의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고는 그대로 미련 없다는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끼이이익 소름 끼치는 녹슨 옥상 문이 천천히 열리고, 그렇게 악마같은 이요한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요한이 옥상에서 사라지자마자 박이담은 이마에서 흘러 내리는 끈적한 땀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내고는 참았던 숨을 몰아냈다.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요한의 앞에만 있으면 고양이 앞에 쥐가 되는 것만 같아 괜스레 가슴이 먹먹했다. 박이담은 무거운 돌덩이라도 얹은 것 마냥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퍽퍽 치고나서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요한에게 인정사정없이 짓밟힌 몸뚱아리는 후들후들 거렸다.
"노예같은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씨발 새끼."
내가 네 놈의 노예라고? 그럼 네가 왕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박이담은 이요한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피식 웃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왕과 노예 타령이란 말인가? 정말 머리에 든 거 없는 병신같은 새끼같으니. 박이담은 부들부들 거리는 몸을 겨우 가눠서 녹슨 옥상 문을 천천히 열었다. 끼이이익 옥상 문이 열리고, 박이담은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갔다. 고작 계단을 내려가는 건데, 왜 이렇게 숨이 턱턱 차오르는지 모르겠다. 박이담은 한숨을 내뱉고는 조퇴하기 위해 교무실로 향했다. 힘겹게 교무실 앞까지 도착한 박이담은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노크를 했다. 그러자 안에 사람이 있는지 들어오라는 짤막한 대답이 들려왔다. 박이담은 그나마 선생님이 계셨다는 것에 안심하고, 교무실 문을 드르륵 열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몸이 왜 이러니?!"
"아,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어요."
박이담은 자신에게로 다가와 다친 몸을 아래 위로 살피는 선생님을 곤란한 얼굴로 쳐다보며 웃었다. 그런 박이담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측은한 얼굴로 박이담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박이담의 얇은 손목을 잡아채 교무실 안 쪽으로 데려가 푹신한 소파에 털썩 앉혔다. 박이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봤고, 선생님은 잠시만 앉아있으라고 당부하며 자그마한 연고와 반창고를 여러 개 가지고 왔다.
"너 혹시 학교 폭력 당했니?"
"아니요, 아까 말씀 드렸잖아요."
"얘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고 이런 상처들이 생기지 않아."
선생님은 되지도 않는 박이담의 거짓말을 무시하며 침착하게 말했다. 만약 저 학생의 말대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치더라도 이런 시퍼런 멍과 붉은 생채기들이 온 몸 곳곳에 생길 리가 없었다. 요즘 학교 폭력이 기승을 부린다고 하더니 저 학생도 마찬가지로 왕따를 당하고, 구타를 당한 건가? 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박이담의 상처난 부위에 연고를 바르고나서 그 위에 반창고를 덧붙였다. 박이담은 굉장히 쓰라렸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선생님이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어느 정도 피가 흐르는 곳을 지혈하고, 간단한 치료를 끝낸 선생님은 속 상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박이담의 상처 가득한 손을 마주 잡았다.
"얘야, 누가 그렇게 널 때린 건지 선생님께 말해보겠니?"
"선생님, 상처 치료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말 돌리지 말고, 선생님께 말해봐."
제길, 더럽게 눈치 빠르네. 박이담은 마음속으로 낮은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손을 맞잡고 있는 선생님의 절박한 얼굴을 쳐다봤다. 선생님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며 약속을 했지만, 박이담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솔직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는 말로 신뢰를 얻어놓고는 나중에 가서 항상 뒤통수 치는 게 사람이잖아? 그리고 애초에 학교 폭력이 쉽게 해결될 거면 모두 선생한테 이야기만 하면 다 해결이 되겠네? 정말 웃긴다, 웃겨. 왕따를 당하는 새끼도 문제가 있는 거지만, 아무런 조치도 안하고 입으로만 열심히 떠들어대는 학교 측도 존나 웃기지. 박이담은 가식적인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가를 비틀었다.
"선생님, 그거 괜한 오지랖이예요."
"뭐, 뭐? 너 무슨 말을 그렇게!"
"언제부터 왕따 당하는 학생한테 그렇게 관심 있으셨어요?"
"……."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제가 이렇게 맞고 오면, 행동이 달라지죠."
"……."
"이래서 인간들은 가식적이야,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마요."
박이담은 아직까지 자신의 손을 맞잡고 있는 선생님의 손을 세게 뿌리치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보시다시피 누구한테 구타를 당해 조퇴를 해야하니 알아서 조퇴로 처리해달라고 부탁을 하며 박이담은 그렇게 교무실에서 벗어났다. 원래는 이요한에게 구타를 당했을 때에도 오늘처럼 조퇴를 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처음으로 조퇴를 신청했다. 그 정도로 몸의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았다. 박이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교무실에서 여 선생님께 대충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박이담은 물 먹은 솜 마냥 축 늘어지는 몸을 애써 추슬렀다.
"씨발, 개같은 새끼가 골고루 밟아놨네."
한 달 전에 이 학교로 전학 수속을 밟게 되었을 때, 우연히 지나가던 학생들이 하는 대화를 엿 듣게 된 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그 말이 사실일 줄이야. 이요한이라는 남자가 있는데, 나이는 열 여덟으로 이 학교에서 악명 높기로 소문이 쫙 퍼졌다고 들었다. 얼마나 이요한이 대단한가 하면, 성적은 기본으로 전교 일 등을 달린다고 했었고, 공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소위 잘나간다는 아이들과 어울려 싸움짓거리를 즐기며 악마보다 더 잔인한 인간이라고 한다. 남자나 여자나 성별 상관없이 이요한에게 한 번 찍힌다면, 차라리 자퇴를 하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이요한은 무서운 존재로 불렸다. 하필이면 재수 더럽게 그런 악마같은 잔인한 새끼한테 찍힌 것은 바로 다름 아닌 나, 박이담이었다.
박이담은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이리저리 내저었다. 그리고는 한시라도 빨리 이 지옥같은 학교에서 벗어나기 위해 걷는 속도를 더 더욱 빨리했다. 다행히 박이담의 집은 학교에서 얼마 가지 못해 이십여분만 똑바로 걸어가면 바로 나왔다. 차라리 이럴 때는 집이 먼 것보단 가까운 것에 감사를 하며 박이담은 그대로 문을 주먹으로 탕탕 두들겼다. 둔탁한 소리가 박이담의 귓가를 자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천천히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간편하게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 극도로 짜증을 부리며 멍청히 서있는 박이담에게 소리쳤다.
"아, 병신이야? 열쇠 뒀다가 뭐하냐고!"
"학교에 가방을 놔두고 와서 그래, 박마리."
"지랄도 작작하….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래?!"
박이담은 자신의 다친 얼굴 쪽으로 빠르게 손을 뻗는 누나인 박마리를 내려다봤다. 박마리는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스무살인 어엿한 성인이었고, 현재 미술 쪽을 전공으로 살려 사년 제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아무래도 이렇게 이른 시간에 박마리가 집에 있는 것을 보니 오늘은 일찍 마쳤나 보다. TV에 나오는 왠만한 여자 연예인들에게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완벽한 황금 비율을 자랑하는 몸매를 아래 위로 훑어보며 박이담은 피식 웃었다. 차라리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박마리처럼 살게 된다면, 그렇다면 이요한과는 절대로 얽힐 일이 없었을까?
"계단에서 좀 굴렀어,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
"야,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오늘만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줘, 누나."
"너 장난해?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어떻게 모른 척 하냐고!"
"누나, 나 정말로 피곤해. 그러니까 나중에 대화하자, 알겠지?"
박이담은 끈질기게 자신을 추궁하는 박마리를 떨쳐내기 위해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자신의 얼굴 쪽에 붙어있는 박마리의 연약한 손을 떼어냈다. 박마리는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힘겹게 웃어보이는 박이담의 모습에 울컥했다. 어떤 씨발 새끼가 나도 제대로 못 때리는 박이담을 때려, 때리기는! 박마리는 구석진 곳에서 혼자 구타를 당했을 박이담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생각나 괜스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박마리의 속상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이담은 그저 한숨을 내쉬며 박마리의 붉어진 눈가를 손으로 슥슥 닦아주고, 오늘따라 한층 더 연약해보이는 박마리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누나, 나 진짜로 계단에서 구른 거라니까."
"씨발, 내가 어떤 새끼인지 잡아서 족칠 거야."
"무섭네, 우리 누나."
"그러니까 또 다시 이렇게 맞고 오면, 그 새끼 정말로 죽일 거야."
"응, 누나가 꼭 그 새끼 죽여줘."
박이담은 자신의 품 안에서 흐느끼며 말하는 박마리의 등을 손으로 토닥이며 진정하길 계속 기다렸다. 어느덧 박마리의 눈물로 인해 교복 셔츠가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박이담은 마음이 복잡했다.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눈물을 흘려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존재했다는 사실에 매우 고마웠고, 또 한편으로는 나같은 새끼 때문에 눈물을 펑펑 흘리는 박마리를 보자니 씁쓸했다. 박이담은 아직까지 입 안에서 맴도는 비릿한 피맛을 느끼며 차츰 눈물이 멎은 박마리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살살 밀어냈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박마리의 아름다운 눈가는 퉁퉁 부어올라 쌍커풀이 여러 줄 생겼다. 눈물로 범벅된 박마리의 얼굴을 착잡한 얼굴로 바라본 박이담은 박마리의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나 조금만 잘게."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을게, 그럼 쉬어."
"마지막까지 고마워, 누나."
박이담은 박마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입가가 찢어질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박마리는 걱정을 한시름 놓았는지 자신의 부은 눈가를 손으로 매만지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박이담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방 문이 쾅하고 닫히자 박이담은 그대로 문을 타고 바닥으로 주르륵 내려왔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요한의 노예로 구타를 당해야 하지? 그리고 이요한에게 맞은 흔적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언제까지 같잖은 변명을 해야 하지? 박이담은 그저 빌어먹을 이런 상황이 싫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요한에게 찍히게 되었을까? 그저 전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일 듯이 구타를 하는 건가?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요한."
박이담은 이요한을 향한 원망스러운 말만이 나왔다. 정말 이요한의 말처럼 자신이 노예고, 이요한이 왕이라면 나라가 잘도 돌아가겠다라고 생각하며 박이담은 피식 웃었다. 머릿속으로 대충 생각만 했는데도 존나 웃기잖아. 그리고 이요한같은 왕이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절대로 자신과는 만나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왕과 노예라니 정말 개같은 설정이네. 박이담은 더 이상 이요한을 생각하지 않기로 하며 주저앉은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찌뿌둥한 몸뚱아리를 겨우 움직여 푹신한 침대로 박이담은 몸을 날렸다. 털썩 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침대의 푹신한 스프링이 튕겨나와 박이담의 묵직한 몸은 공중으로 약간 띄워졌다. 왠지 모르게 상처 받은 자신을 침대가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진 박이담은 그대로 두 눈을 감았다.
"차라리 다른 세계로 가고 싶어, 이요한이 없는 곳으로."
정말로 이요한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박이담은 감은 두 눈 사이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려 베개가 축축히 젖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제발, 자신이 다시 눈을 뜨게 되었을 때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이길 바란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루어지지 않을 비현실적인 말에 박이담은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 자신이 생각을 해봐도 정말로 병신같은 생각이 아닐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을 끝으로 왠지 몽롱해진 기운과 눈이 부실 듯한 밝은 빛을 느낀 박이담은 자신이 벌써 꿈을 꾸는 구나 싶어 웃음이 새어나왔다. 박이담은 그렇게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고, 어두컴컴한 공간 속으로 자신의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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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ㅎㅎㅎ
저 굉장히 빨리 돌아왔져?ㅋㅋㅋㅋㅋㅋㅋ
증후군이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__)
금새 2번째 작품을 들고 나타난...☞☜ 부끄부끄//
타임 슬립에 도전하는 '왕과 노예'
많이많이많이 사랑해줘여♥♥♥♥♥♥♥♥♥
그...그리고 혹시라도 업쪽을 바라신다면....
댓글에 ㅇ← 이거 하나라도 해주....줘여...^o^
※타임 슬립(Time sleep):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 시간 여행을 한다는 것을 의미함.(ex:차원이동물)
첫댓글 오늘 들어가보니깐 작가님의 새로운 작품 왕과 노예가 있네요^^ 이번편 재미넹요ㅎㅎ 읽다 보니깐 다음편이 궁금해지는 군요.
일라이라 님,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증후군때 부터 제 소설을 처음과 끝까지 지켜봐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ㅇ^!!! 일라이라 님 덕분에 제가 폭풍 소설 쓸 맛이 나네여ㅎㅎ!! 새로운 작품, 왕과 노예 재미있으셨나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조만간 왕과 노예 2화 나와여~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여♡ ♡ ♡ ♡ ♡ ♡ ♡ ♡
이담이 이름 이쁘다ㄲㅋㄱㅋㅋㅋㅋㄱ
기대기대
우쇼 님,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이담이 이름 예쁜가여?ㅎㅎ 저도 이름이 예뻐서 왠지 탐나여+ㅇ+ 이 놈의 이름을 짓기 위해 몇 분의 시간이 갔는지 몰라여ㅋㅋㅋㅋㅋ 우리 박이담을 예쁘게 봐주세여~ 이 소설에서 제일 불쌍한 아이니까여ㅠㅠㅠㅠ!! 왕과 노예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조만간 왕과 노예 2화 나와여~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여♡ ♡ ♡ ♡ ♡ ♡ ♡ ♡
잘보고갑니당 ㅋ 너무무섭게나오는거같아서. . ㅜㅜ 불쌍해요. ㅜㅜ
starsavi 님,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이요한 이노무 짜슥이!!!! 때릴 곳도 없는 연약한 우리 이담이를 뚜시기 따시기 퍽퍽 때려가지고ㅠㅠㅠㅠ.... 요한이의 무자비한 폭력에 불쌍한 이담이는 죽어갑니다ㅠㅠㅠ 그래도 이제 요한이에게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풍악을 울려여ㅎㅎㅎ 그리고 다음편에 나오겠지만, 요한이보다 왕이 더 무서워여ㅠㅠㅠ 조만간 왕과 노예 2화가 나올 예정이니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여♡ ♡ ♡ ♡ ♡ ♡ ♡ ♡
글 감사해요 잘보고갑니다
발라드7 님,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누추하고, 비루한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제가 더욱 더 고개 숙여 감사드려요ㅎㅎㅎ 잘 보고 가주셔서 정말로 감사감사감사해요!>.< 발라드7 님의 시크한 댓글, 저에게 크리티컬 히트로 돌아왔어여ㅋㅋㅋㅋㅋ 아무튼 방금 왕과 노예 2화 나왔어여, 재미있게 읽어주세여♡ ♡ ♡ ♡ ♡ ♡ ♡ ♡
죄송합니다ㅜㅜ늦게왓습니다ㅜㅜ한동안인터넷을하지않아생긴일입니다ㅜ지금부터꼬박꼬박챙겨볼꺼에요!역쉬재밋어♥
바가지소녀 님,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우어어어어엃!!!!!!!!!! 너무너무너무너무 눈알이 빠지도록 기다렸어여!!!!ㅠㅠㅠㅠㅠ 바가지소녀 님의 부탁대로 쪽지를 보내드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으시길래 이렇게 떠나셨나 싶어 매우 우울했어여ㅠㅠㅠㅠㅠ 늦게라도 돌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요!>.< 정말로 기뻐여!!!ㅎㅎㅎ 앞으로도 열심히 읽어주세여♡ ♡ ♡ ♡ ♡ ♡ ♡ ♡
1화 느낌 좋아요 완결까지 쭉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