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언론들은 24일 한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일치를 봤다.
'이번 월드컵서 심판 판정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FIFA(국제축구연맹)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서특필하고 나섰다. 중심은 한국-포르투갈, 한국-이탈리아, 한국-스페인전 등 3경기다. 몇몇 신문은 1면에 'FIFA가 인정했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거의 모든 신문이 '이번 월드컵에서 오심이 난무했다'며 특히 한국의 경기를 재조명했다.
일본은 지금 월드컵 열기가 착 가라앉아 있다. 일본대표팀이 16강에서 멈췄고, 일본내 최고의 인기맨인 베컴은 22일 영국으로 떠났다. 오는 26일과 30일, 하이라이트인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남겨두고 있지만 점차 프로야구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한국의 쾌승질주와 무려 500만명이 거리를 붉게 물들이는 신바람을 보면서 못내 부러워하던 차에 때맞춰 이슈가 생긴 것이다.
한국을 어떻게든 끌어내려 자신들과 보조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일본의 한 방송은 지난 23일 패널들을 출동시켜 우승예상을 하면서 아예 한국은 제쳐두고 브라질과 독일에 초점을 맞췄다. 이유가 재미있다. '한국은 할만큼 했다'는 것이다.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것이 '심판의 힘을 등에 업고 여기까지 왔다'는 뉘앙스다.
24일 일본의 한 신문이 한국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조목조목 두들겨패면서 '지난 9일 일본-러시아전(일본 1대0승)에서 터진 이나모토의 결승골 역시 오프사이드'였다고 뒤늦게 인정하는 모습 또한 우습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일본의 어떤 언론도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 공동개최국이지만 경쟁관계인 양국의 특수한 상황을 떠올리면 일면 이해도 간다.
지난 90년 이탈리아월드컵서 카메룬이 아프리카 사상 첫 8강의 역사를 썼을 때도 그랬다. 모두가 놀랐고, 특히 유럽쪽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이제 아프리카는 세계 축구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만약 브라질이었다고 해도 유럽축구가 이를 문제삼았을까.
'애송이' 정도로 여긴 한국에 한방을 얻어맞았으니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국대표팀이 이에 동요하지 말고 재차 힘을 낼 또다른 이유가 생긴 셈이다. < 도쿄=박재호 특파원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