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도(狼島)의 아우성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성병조
(낭도의 아우성) 낭도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수와 고흥 사이에 있는 작은 섬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여수시 화정면 여산2리에 속한다. 외딴 섬이었는데 얼마 전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 등을 잇는 여수-고흥 간 다리가 놓이면서 육지처럼 변했다. 섬 형세가 여우를 닮았다고 하여 이리 낭(狼)자를 써 낭도라 하였으나, 주민들은 낭도의 모든 산이 수려하다 하여 고울 여(麗)자와 뫼 산(山)자를 써서 여산마을이라 부른다. 어제 대구문협 회원들과 들렀더니 심하게 붐빈다. 관광버스는 물론 승용차들로 좁은 도로는 만원이다. 자체 교통 안내원이 보이지만 역부족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용했던 섬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 배가 고파보니?) 여행만 가면 종종 느끼는 일이다. 아내와 함께 사진 찍고 싶은데 좀 어렵다. 젊은이들처럼 셀카에도 어둔하고 아내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을 꺼린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내가 종종 오지랖을 떤다. 가족이나 단체 사진 찍는 사람을 보면 가끔 끼어들어 돕기도 한다. 내 배가 고픈데 저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심 기브 엔드 테이크를 바란다. 대다수는 고마워하는데 어떤 분들은 노땡큐다. 그럴 땐 좀 민망하다. 낭도 방파제 등대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 찍는 사람이 보인다. 내가 나서 찍사 대신하면서 어디서 왔는지 물었더니 김해라며 무척 고마워한다. 사진 찍느라 단체에서 빠진다면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을 성싶다.
(식당엔 사인지 천지) 낯선 곳을 여행하면 맛집 찾기가 쉽지 않다. 아내나 아이들과 함께하면 잘 찾지만 나는 보이는 데로 들어가 버린다. 이번에 들린 여수 낭도는 식당마다 단체 손님들로 가득하다. 한적한 외딴 섬이 다리로 이어지면서 갑자기 관광객이 몰려든다. 그렇다고 도로나 식당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길가 식당들이 모두 붐비니 골목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겨우 찾은 식당 벽에는 다녀간 사람들의 코팅된 사인지들로 가득하다. 방송사 피디와 작가들의 이름이 많이 보인다. 그중에는 널리 알려진 이름도 있다. 탤런트 최불암, 윤영미 아나운서, 돌아가시기 직전의 박원순 서울시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흔적을 남겼다.
(천하제일의 미녀 회원?) 문학기행 때면 회원의 명찰이 준비된다. 집행부서 마련하느라 힘들긴 해도 이게 있으면 친교에 도움이 된다. 버스 5대, 2백 명이 넘는 대군이 참여하니 명찰과 먹거리 등을 준비하느라 애 많이 썼을 터이다. 우리가 간 곳은 여수 낭도 해변이어서 바람이 좀 심한 편이었다. 각자 명찰이 춤을 춘다. 아예 숨기기도 한다. 불량 학생처럼 명찰이 뒤집혀 이름이 보이지 않으면 보기 싫다. 그런 모습 자주 보이는 어느 여성회원의 명찰을 건네받았다. 수정해주고 싶었다. 펜으로 명찰 뒷면에다 ‘<최고 예쁜이> OOO‘ 라고 또렷이 써주었더니 흥겨워한다. 이제부터는 명찰이 뒤집히는 게 더 즐거운 천하제일의 미녀 회원이 되고 말았다.
(벼락퀴즈로 선물 잔치?) 단체 여행을 준비하려면 챙길 게 많다. 먹거리는 물론 여행 프로그램 진행에도 신경이 쓰인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터이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진행자가 갑작스럽게 요청해 온다. 14명분의 선물이 있으니 즉석 퀴즈로 원만히 해소해 달란다. 노래나 장기를 보이는 회원에게 나눠줄 예정이었는데 계획이 바뀐 모양이다. 어쩌겠는가. 긴급 처방을 내려야 한다. 해학과 재치를 곁들여야 재미있다. 쉬우면서도 난해한 질문? 이런 질문도 던졌다. ‘향일암, 장보고 대교는 어디에 있나?’ ‘박근혜 대통령과 성병조는 누가 먼저 출생?’ ‘대구문협 회비 면제는 몇 살부터?’ 등 즉석에서 마련한 퀴즈로 선물 경쟁을 부추겼다.
(대구문협 문학 기행, 2023.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