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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황조교(황정후)
발행일 : 2022년 5월 10일
판형 : 135*210
쪽수 : 392
값 : 20,000원
분야 : 인문 > 예술, 음악
■■ 책 소개
‘뮤지컬 천재 황조교’가 안내하는
뮤지컬이 선물하는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위로에 관한 이야기
자의반 타의반 ‘뮤지컬 천재 황조교'라 불리는 저자는 과제만점을 위해 우연히 시작한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저는 뮤지컬이 너무 좋아요. 당신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그럼 우리 함께 즐겨요!’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뮤지컬 콘텐츠를 전달해왔다. 이 책은 그가 다양한 뮤지컬 콘텐츠로 소통해온 결과이자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의 기록이다.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잘 전달되어 책을 읽는 모든 이의 일상에 뮤지컬이라는 새싹이 돋아나길 바라는 저자의 바람처럼 책을 읽다 보면 강한 호기심이 생기며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이제 당신만의 뮤지컬을 정의내릴 '지금 이 순간'이다. 뮤지컬이라는 우주로 떠나볼까?
책의 구성은 뮤지컬의 정체를 샅샅이 살펴보는 Act1(1막)과 극장 밖에서도 뮤지컬을 즐길 수 있게 안내하는 Intermission(인터미션), 그리고 당장 극장에 달려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Act2(2막)으로 되어있다. 뮤지컬의 음악과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본문 곳곳에 QR 코드도 함께 실었다. 저자가 추천하는 작품들과 ‘단 한 번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뮤지컬 현장의 이야기는 1막에 담았고, 인터미션에서는 일상을 뮤지컬로 만들어줄 상황별 뮤지컬 플레이 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2막은 예매 사이트와 극장에 가서도 당황하지 않고 뮤지컬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안내하며 마무리한다.
※ <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는 초록비책공방의 ‘뉴노멀을 위한 문화·예술 인문서’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인문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출판사 서평
“뮤지컬 보기 전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뮤지컬이라는 우주로 떠나는 특급 안내서
최근 다양하고 매력적인 뮤지컬의 작품이 많아지고 극장을 찾는 관객도 늘었다. 뮤지컬 무대가 화려해지고 스펙타클 넘치며 우리 배우들의 역량 또한 탁월해서 해외 창작진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참신하고 재치 있는 국내 창작 뮤지컬도 늘어났다. 그야말로 '뮤지컬의 시대가 다가왔다'. 이런 발전은 같은 작품도 여러 차례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과 뮤지컬 마니아를 만들어 뮤덕(뮤지컬 덕후)문화가 자리 잡게 했다.
허나, 이런 뮤지컬 문화가 도리어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뮤지컬에서는 왜 배우가 대사를 하다가 노래를 하고 춤을 출까? 뮤지컬 음악을 왜 넘버라고 부를까? 재미있는 뮤지컬을 보고 싶지만 어떤 작품이 좋은지 모르겠고 예매하는 방법도 복잡하다. 검색해서 찾아본 공연 후기는 좀처럼 알 수 없는 단어 투성이고, 무대에 쏟아져 나오는 화려한 배우들 중 누가 주인공인지, 어떤 의미로 다 같이 춤을 추고 합창을 하는지,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 이제 막 관심이 생긴 관객에게 뮤지컬은 비싼 티켓 가격만큼이나 장벽이 있는 콧대 높은 공연예술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콘텐츠를 전달해온 ‘뮤지컬 천재 황조교'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사소한 곤란함을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설명과 더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작품 추천, 일상밀착형 뮤지컬 넘버 플레이 리스트를 담은 것은 물론 당장이라도 예매 사이트와 극장에 가도 당황하지 않을 작지만 확실한 팁을 전수한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이제 뮤지컬이라는 우주를 여행하기 위한 특급 가이드를 만나보자. 세상의 변화에 소통하며 감동을 전달해온 뮤지컬을 끈끈하게 이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우리 일상에 즐거운 퍼즐 조각이 되길
뮤지컬로 소통하는 황조교가 선사하는 뮤지컬의 매력
어느 연인이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는 순간, 노래를 부르며 춤추기 시작한다. 갑자기? 그렇다. 그 누구도 현실에서 대화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지 않는다. 아무리 좋아하는 상대에게 사랑을 고백 받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가능한 곳이 있다. 바로 뮤지컬 무대이다.
뮤지컬은 인물의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하며 서사의 흐름을 이끌어나간다. 그러기에 감정이 녹아든 음악에 맞추어 관객의 마음도 나란히 풍성해지며 배우의 상대 배역이라도 된 양, 내 이야기라도 되는 듯 무대 위 세상에 몰입하게 된다. 현실은 점차 뒤편으로 물러가고 감동을 마음에 가득 담고 극장 문을 나서게 된다. 어떤가? 뮤지컬은 오글거린다기보다 오히려 친절한 장르가 아닌가.
하지만 극장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일은 생각보다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취향에 맞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부터,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서 좌석을 선택하고 극장에서 작품의 음악과 배우의 연기를 즐기며 마지막 커튼콜에서 마음껏 박수치는 일까지. 그러니 익숙하지 않은 관객은 어색해하며 특별한 날에만 보게 되는 고급 취미라고 느끼는 것이다.
저자는 익숙하지 않아 어색할 뿐, 뮤지컬은 그 어떤 장르보다 관객과 함께 살아 숨 쉬며 일상에서 느낀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장르라고 말한다. 뮤지컬 세상은 빗자루를 타고 중력을 거슬러 극장 천장을 향해 날아오르고, 고양이들이 발칙한 춤을 추며 매력을 발산하고, 가까운 미래의 서울에 버려진 로봇들이 서로 사랑을 하고, 탄광촌 소년이 발레의 꿈을 꾸기도 한다. 마법 같은 순간들이 성대하게 펼쳐진 뮤지컬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현실의 고민을 잠시마나 잊을 수 있는 위로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용기를 선물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뮤지컬이 여러분의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보다 더 많은 일상에 즐거운 퍼즐 조각이 되길 바란다.
당신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뮤지컬 꿀팁 대방출
Act1(1막) ‘뮤지컬, 도대체 너의 정체는?’에서는 뮤지컬은 왜 대사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하고 춤을 추는지, 뮤지컬 음악을 왜 넘버라고 부르는지, 뮤지컬이라는 공연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저자가 추천하는 작품들과 뮤지컬의 역사, 뮤지컬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그 무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뮤지컬 트렌드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Intermission(인터미션) ‘뮤지컬이 나의 전부란 걸’은 뮤지컬스러운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믿고 듣는 황조교 뮤지컬 플레이 리스트’와 한국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새로운 작품의 소개, 저자의 인생 지표가 된 뮤지컬 작품과 음악 이야기를 들어본다. 또 극장 밖에서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따라하다 보면 일상 전부가 뮤지컬로 반짝일 것이다.
Act2(2막) ‘뮤지컬을 마음속에 담는 법’에서는 내 마음에 쏙 들어올 뮤지컬 선택법, 극장으로 바로 달려가기 전 알아야 할 극장, 좌석, 예매처, 티켓팅, 관람 에티켓을 알아본다. 이토록 멋진 뮤지컬을 마음속에 저장하기 위한 리뷰쓰기와 SNS 활용법까지, 이제 여러분은 뮤지컬이라는 우주로 떠나는 데 있어 외롭지 않을 것이다.
<뉴노멀을 위한 문화·예술 인문서> 시리즈
뮤지컬 무대가 즐거운 일상이 될 때, 일상이 뮤지컬처럼 환상적일 때
소소한 기쁨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는 문화·예술, 하지만 특별한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예술을 쉽고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는 없을까? 초록비책공방의 <뉴노멀을 위한 문화·예술 인문서> 시리즈는 문턱을 낮추고 쉽게 다가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안내서로 기획되었다. 건조한 일상을 말랑말랑하게 해줄 문화·예술 관련 책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다정한 클래식>,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에 이어 <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가 무척 반가울 것이다.
■■ 추천의 글
책을 읽는 내내 공연에 대한 황조교 님의 사랑과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무대에 오른 뮤지컬 배우로서 또 뮤지컬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감사함을 전합니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
이 시대에 덕질이 전문성을 띠게 된다면 그 분야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책. 인플루언서의 정의는 이런 것이 아닐까? -가수·뮤지컬 배우 손승연
■■ 지은이
황조교(황정후)
한국외대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하다 우연히 만난 뮤지컬 《렌트》로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고 제대 후 뮤지컬과로 편입했다. 배우의 꿈을 키우던 중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SNS에 드러내라’는 전공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뮤지컬 천재 황조교’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팟캐스트를 넘나들며 ‘뮤지컬로 하나 되는 세상’을 그려나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hwangjogyo_musical
이메일 musicalgenius.hwang@gmail.com
■■ 책 속에서
공연 연습이 끝난 후 매일 밤 〈렌트〉를 보며 잠들었다. 거의 외우다시피 수십 번을 넘게 봤는데도 볼수록 둔해져야 할 감각 세포들이 오히려 새롭게 돋아나 내 감성을 간지럽혔다. 어떨 때는 작품 초반, “전기 나갔어!”라는 마크의 절규와 함께 시작되는 〈Rent〉의 전자 기타 소리만 들어도 그들이 겪게 될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눈시울이 붉어졌다. 작은 화면의 컴퓨터와 스피커로 마주하는 이야기도 이렇게 벅차오르는데, 무대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들의 연기는 얼마나 환상적일지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확신했다. 드디어 내가 사랑하는 것, 사랑한다고 선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냈다고!
주체할 수 없는 인물의 감정을 터져 나오는 음악으로 표출하는 장르.
때로 격렬하고 때로는 정제된 몸짓들이 한데 모여 인간의 모든 감성을 표현하는 장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예술적 도구로 새로운 세상이 무대에 펼쳐지고, 펼쳐진 그 무대 위에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장르, 뮤지컬.
- Overture(오버추어) 중에서, p7~8
극장 안 객석 등이 꺼지면서 숨을 죽인 적막과 함께 기분 좋은 긴장감이 온몸을 감싼다. 존재한 적 없는 ‘단 한 번의 순간’을 마주하기 전, 공연에 대한 기대가 현실과 뒤섞여 정적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조명이 무대 위를 채색해나가고 지휘자의 손끝에서 흐르는 음악이 극장 안을 채우며 숨을 불어넣는다. 이윽고 무대라는 공간에 우리를 판타지 세계로 이끌어줄 배우라는 별이 쏟아져 내린다.
설렘과 긴장만 존재하던 ‘무’와 ‘어둠’의 세계에서 새로운 세상이 태동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관객은 현실과 분리되기 시작하고, 극이 계속될수록 현실은 점점 저편으로 사라진다. 쏟아지는 음악과 함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 드디어 세상에 없던 마법 같은 순간이 눈앞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많고 많은 것 중에서 뮤지컬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 연극, 영화, 드라마도 관객을 환상의 세계로 얼마든지 데려다줄 수 있는데(그것도 비싸지 않게 적절한 비용으로) 우리는 뮤지컬의 어떤 매력 때문에 힘들게 일해서 모은 돈을 그대로 쏟아붓는 걸까?
- Act1. 뮤지컬, 도대체 너의 정체는? 중에서, p25~26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한 면을 선한 면으로부터 떼어내야 합니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들어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 파격적인 주장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헨리 지킬 박사가 성 쥬드 병원 이사회에 제안한 실험의 내용이다. 보수와 위선으로 점철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권력층에게 지킬 박사가 제안한 ‘선과 악의 분리 실험’은 야만적인 발상이자 터무니없는 헛소리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다.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아버지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지킬 박사는 결국 ‘자기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위험한 선택을 하고, 그 순간! 바로 〈지금 이 순간〉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지킬 박사의 ‘승리를 향한 확신’도 잠시, 이 실험은 그토록 제거하고자 했던 자신의 악한 면인 ‘하이드’를 불러내고, 하이드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런던 밤거리를 누비며 위선자를 처단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살인과 학대를 저지르고 다닌다. 하이드에 의해 서서히 지배당할수록 지킬은 하이드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지킬은 점점 ‘네가 나인지, 내가 너인지, 자신이 지킬인지 하이드인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져버린다. 과연 지킬은 또 다른 자아인 하이드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유일하게 자신을 지지하는 엠마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그런데 엠마는 도대체 무슨 죄야)?
작품의 매력과는 별개로 《지킬 앤 하이드》의 여성 캐릭터들은 최근의 주체적이고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와는 달리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에 그쳐있다. 변화하는 관객에 비해 작품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아쉽지만 경이로운 연기와 노래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역량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 덕분에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후 그가 작곡한 뮤지컬 《드라큘라Dracula》, 《시라노Cyrano》,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모두가 사랑받았다.
- Act1. 뮤지컬, 도대체 너의 정체는? 중에서, p48~49
몇 해 전부터 ‘여성 서사’는 공연계에 떠오르는 핫 키워드가 되었다. 여성 서사란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거나 남성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고 여성 인물들이 극을 주도하는 작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제는 ‘여성 서사 뮤지컬’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고 독립된 장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여성 서사 뮤지컬이 떠오른 것일까?
그 기폭제는 전 세계를 휩쓸었던 ‘미투(#MeToo) 운동’일 것이다. 남성 권력이 지배적이던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권력자에 의한 폭력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이는 영화, 드라마, 공연 등 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결과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고찰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목소리가 지지를 받자 문화예술계에서도 남성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단단하고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생겨났다. 여성 창작자, 여성 배우 누구 할 것 없이 진짜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뮤지컬계에도 여성 서사 뮤지컬이라는 붐이 일어난 것이다. (…)
그런데 잠깐, 여성 서사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왜 독립적인 하나의 뮤지컬이 아닌 ‘여성 서사’라는 수식어를 만연하게 사용하는 걸까? 남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뮤지컬을 ‘남성 서사 뮤지컬’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말이다.
이는 아직 ‘여성 서사 뮤지컬’은 주류를 벗어난 독특한 트렌드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평등한 사회에서는 여성 서사라는 말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훗날 하나의 트렌드가 아닌 여성 서사가 일상적인 소재가 되어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여성 서사 작품이 트렌드로 남는다는 것은 여성 서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공연을 통해 상처받는 또 다른 여성이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성별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각각의 독립된 공연으로써 창작자, 배우, 그리고 관객에게 작품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공연계가 되길 바란다.
- Act1. 뮤지컬, 도대체 너의 정체는? 중에서, p144~146
베를린 장벽이 있던 동베를린의 좁은 아파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을 듣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동독 소년 한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하지만 남은 건 사랑이 아닌 버려진 자신과 수술 실패로 인한 1인치의 살점뿐. 이후 그녀는 ‘헤드윅’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며 운명 같은 반쪽을 찾는 여정에서 겹겹이 쌓인 자신의 상처를 노래한다.
〈Midnight Radio〉는 헤드윅이 그간 겪어온 삶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들려주는 작품의 마지막 넘버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솔직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헤드윅은 그제야 자신이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이츠학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을 포장하고 있던 화려한 것들에 부질없음을 느끼고 모든 것을 벗어던진 채 진정한 자유와 사랑에 대해 노래한다. 차별과 사랑으로부터 받은 지독한 상처에서 아슬아슬하게 대치하고 있던 헤드윅과 이츠학이 서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화해의 손길을 건네는 순간이다. 클라이맥스에서 반복되는 ‘손을 들어’라는 가사는 진정한 자유가 가득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봐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헤드윅과 관객 모두의 연대가 이루어진다. 온갖 고생과 아픈 과거 속에서도 삶과 사랑에 진실한 헤드윅을 보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면서 그녀가 꼭 그녀의 반쪽과 함께 행복해지길 바라게 된다.
- Intermission. 뮤지컬이 나의 전부란 걸 중에서, p176~177
불안과 외로움으로 가득했던 2021년 가을, 생일을 며칠 앞둔 나는 쓸쓸함을 넘어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그려둔 서른의 내 모습은 이렇지 않았는데….’
가진 것 없는 모습을 들킬까 봐 진실하지 않은 화려함으로 나를 꽁꽁 싸매기 시작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가을날 갑작스레 들이닥친 이유 없는 불행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은 점점 더 심해졌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행과 혼란의 활시위가 나를 겨누고 있는 것 같은 공포와 ‘내가 못나서’라는 자책에 밤마다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무리 잠재우려 해도 불안이라는 녀석은 보란 듯이 몸집을 키워 나를 금방이라도 함락시킬 기세였다.
불안으로 휘청이는 내 모습을 직시할 용기도 없던 그때,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불안에 사로잡힌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았다. 바로 뮤지컬 《렌트》의 창작자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틱, 틱...붐!》이 ‘스파이더맨’으로 잘 알려진 앤드류 가필드(조나단 라슨 역) 주연의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한 것이다.
스크린 속 예술가의 위태로운 하루는 곧 나의 불안을 비추는 거울이 되더니 이윽고 나 자신이 되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갔더니 내가 느끼는 불안의 정체를 조금은 마주할 용기가 났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나만 불안한 게 아니잖아?’
- Intermission. 뮤지컬이 나의 전부란 걸 중에서, p198~199
“수업에 집중하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수능 전국 1등의 단골 대답 중 하나이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것보다 열린 마음으로 공연을 보고 느낄 수 있어야 좋은 공연이다. 그럼에도 비싼 값을 지불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우리는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 하나하나, 배우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이 또한 공연에 대한 애정인 건 분명하다. 단 예습, 복습을 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자신이 공연을 보고 느낀 점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살아있는 ‘정답’이라는 사실이다.
공연을 보고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감동을 받는다면 그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같은 공연을 봐도 공연을 본 관객의 수만큼 다양한 생각과 느낌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예습, 복습을 하는 것은 작품을 통해 본인이 느낀 것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즉 자신의 느낌을 존중하되 아는 만큼 더 보고 더 듣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예습, 복습은 관극의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앞으로 소개할 여러 방법 중 스타일에 맞는 방법을 취사선택한다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꽤나 유용할 것이다. 다시 한번 유념하자.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개인의 삶과 맞물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새로운 경험과 정서가 탄생하는 데 있다.
- Act2. 뮤지컬을 마음속에 담는 법 중에서, p260~261
극장은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이다. 무대 위 이야기가 거짓말인 걸 뻔히 알면서도 기꺼이 돈을 내고 몰려들기 때문이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극장은 무대와 객석이 있는 깜깜한 공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극장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던 관객 모두를 상상과 기대로 충만하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관객의 시선은 무대를 향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과 교감하기 시작한다. 관객의 미소와 눈물에는 저마다의 빛과 어둠이 스며있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의 조명이 다시 밝아지는 순간, 달라진 극장의 공기를 느껴보자. 빗장을 걸어둔 마음속 응어리를 어둠에서 탄생한 다채로운 빛의 율동과 음악의 선율로 실어 보내는 곳. 수천 가지 생각과 정서가 뒤섞여 오묘한 개운함을 자아내는 곳, 바로 극장이다.
- Act2. 뮤지컬을 마음속에 담는 법 중에서, p315
혹자는 우리나라의 엄격한 관극 문화가 ‘시체 관극’(시체처럼 경직된 상태로 공연을 보는 상태를 일컬음)으로 변질되어 새로운 관객층이 형성되지 못하는 방해요인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찾은 극장에서 다른 관객으로부터 받는 피해는 분명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직된 관극 태도 또한 작품을 보는 마음의 눈을 지치게 만든다. 물론 어떤 상황이 관크인지는 받아들이는 관객마다 상대적일 것이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괘념치 않고 집중할 수 있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주변 환경에 민감해 옆에서 숨만 크게 쉬어도 몰입이 깨지는 관객도 있다.
설령 공연 중 관크를 당했다고 해도 그 순간에 붙들려 휘둘리지 말자.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은 관크를 미리 걱정하지도 말자.
관크에 대한 서로 다른 기준이 있지만 관객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에티켓과 매너에 대한 합의와 교육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Act2. 뮤지컬을 마음속에 담는 법 중에서, p341~342
공연을 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던 2년의 세월 동안, 그럼에도 뮤지컬을 보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공연을 본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저 객석에 앉아있기만 하면 ‘보는’ 것인가, 극장이 아닌 온라인 공연은 ‘보는’ 것이 맞나? 공연은 관객이 ‘보는 것’일까, 완성된 작품이 ‘보여지는 것’일까? 공연은 관객이 보기 위해 ‘선택하는 것’일까, 운명처럼 ‘마주하는 것’일까? 공연을 보고 나면 우리의 어떤 것이 달라지는가? 왜 우리는 그토록 뮤지컬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이 질문들의 끄트머리에서 얻은 깨달음은 공연을 본다는 것은 단지 공연을 매개로 하는 관객들의 행위에 불과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 편의 공연은 어떻게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추억되는가’였다. 매일 반복되면서도 매 순간이 새로운 공연을 통해 누군가는 소소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일상을 바꿀 용기를 얻기도 한다. 적어도 객석에 앉아있는 순간만큼은 현실과 상관없이 ‘변화’할 수 있다는 찰나의 기대와 믿음이 스쳐 지나가거나 채워지기도 한다. 그 변화가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지독한 현생을 잠시나마 잊고 순간을 누리는 것도 값진 변화이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일상에서의 작은 변주를 통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힘. 바로 무대 위 뻔하고도 터무니없는 거짓의 세상을 보고 얻어가는 값진 진실이다.
- Cutain call (커튼 콜) 중에서, p356-357
■■ 차례
Overture (오버추어)
뮤지컬, 당신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Act1 (1막)
뮤지컬 도대체 너의 정체는?
뮤지컬과 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단 한 번의 순간’
눈을 감고 넘버를 느껴 봐
영업 확률 100% 보장 뮤지컬 (위키드/킹키부츠/빨래)
복수는 우리의 것, 스릴러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레베카)
소설 속 인물이 살아 숨 쉬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레미제라블)
어른이 더 감동받는 어린이 주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마틸다)
부모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배우들의 춤이 무대를 장악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캣츠)
믿고 보는 작가·작곡가 콤비의 띵작 뮤지컬 (레드북/어쩌면 해피엔딩/호프)
뮤지컬에도 원산지가 있다고
역사를 잊은 뮤덕에게 덕질이란 없다
그댄 내게 별, 배우
작품 창조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된다, 크리에이티브 팀
관객을 만날 때까지 벌어지는 일들
뮤지컬 트렌드1 젠더 프리 캐스팅
뮤지컬 트렌드2 여성 서사 뮤지컬
뮤지컬 트렌드3 관객 소통형 뮤지컬 혹은 이머시브 시어터
뮤지컬 트렌드4 온라인 중계와 웹 뮤지컬
Intermission (인터미션)
뮤지컬이 나의 전부란 걸
당신의 연애세포를 깨워줄 뮤지컬 넘버
울고 싶은 날 듣는 뮤지컬 넘버
스트레스 날려버릴 뮤지컬 넘버
지친 당신을 위로해 줄 뮤지컬 넘버
가슴이 웅장해지는 합창 넘버
계절의 기억이 담겨있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어쩌면 해피엔딩/틱, 틱...붐!/하데스타운)
한국으로 오기만을 기다리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웨이트리스/식스/해밀턴)
극장 밖에서 뮤지컬을 즐기는 방법
황조교의 인생을 바꾼 뮤지컬 넘버 TOP3
나도 몰랐던 새로운 세상의 대화법, 뮤지컬 언어
Act2 (2막)
뮤지컬을 마음속에 담는 법
실패 없이 뮤지컬을 선택하는 방법
티켓값 뽕 뽑는 예습 복습법
좌석 선택의 모든 것 다 내꺼야! 중블 1열 모두 다
예매처 선택하는 법 산책 다녀올게요
기다리는 자에게 티켓이 찾아오리니
다양한 티켓 할인 혜택 왜 나를 위해 할인해주지 않나요?
금손이 알려주는 티켓팅 꿀팁 나 이제 ‘피켓팅’ 피하고 싶어
플미충/양도사기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뮤지컬 극장 알 수 없는 그곳으로 모험을 떠나리
관극 루틴&필수템 극장 가기 전 필수 체크 리스트
관람 에티켓 최소한의 예의이자 규범
뮤지컬 리뷰 쓰기 작품을 마음속에 담는 방법
외롭지 않은 뮤덕이 되기 위한 SNS 활용법
Curtain Call (커튼콜)
“The Circle of Musi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