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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을 때는 할 일이 없어서 일주일에 책을 많이 읽으면 한 열권씩도 읽었던 것 같은데, 사회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라든가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있기에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 아직 수령하고 나서 2주 안 지났으니 괜찮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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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도 제가 옛날에 관심을 가졌던 애니메이션의 프리퀄격 소설이 이번 리뷰 이벤트에 올라와 신청하고선, 그대로 잊어버리고 살다가 PoKion님께서 "당첨 되셨으니 빨리 확인 바람!!!"하고 댓글에 쪽지까지 보내주셔서 겨우 알았습니다. 정말 PoKion님께 감사 드립니다.
제가 리뷰 이벤트에 처음 응모할 때에는 "에이 되겠어?"하는 생각으로 응모를 했고, 이후 9월이 될 때까지 그냥 신경을 끄고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될 리가 있겠냐..."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고, 사실 제가 하고 나서 잠깐 실수 했다고 생각한 게.
전 사이코패스 원작을 안 봤거든요.
그래서 "지울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냥 냅뒀죠. 왜냐하면 "될 리가 있겠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근데 됐습니다.
그 다음에 약간의 멘붕.
그러던 중에 전 이전에 이 작품에 대해 리뷰를 쓴 글을 봤는데, 대부분은 "원작을 본 분이라면 재밌다"는 식으로 귀결이 되더군요.
애당초 애니메이션 기반의 프리퀄 소설이니까 솔직히 볼 사람만 보는 소설이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죠.
"그렇다면 아예 안 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리뷰를 쓰면 어떨까? 나처럼"
뭐 프리퀄이면 어떻습니까.
요런 것도 옛날에 원작 안 보고서도 재미있게 봤는데.공교롭게도 이것도 우로부치
"원작을 안 보고 보면 재미가 없다"는 건 오히려 그 작품이 그 자체로서 못나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원작도 안 보고, 이 작품도 안 분 분들을 위한 리뷰"를 쓰기로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것만 설명을 할 것이며, 그 외로는 기본적인 설정(해당 작품에서도 나오는 것) 이상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정신승리를 시전중인 곽달호였다.
PSYCHO-PASS는 2012년 10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방영했던 디스토피아 SF 애니메이션입니다. 당시에 우로부치 겐이 스토리 원안을 담당 했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그 때문에 저도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2012년 10월 첫째 주, 저는 이 작품의 1화를 봤었습니다.
"아까는 안 봤다면서 또 봤다는 건 뭐여?!"라고 화내지 마세요. 당시엔 딱 1화만 봤었고, 이 작품이 종영되고 나서 몇년이 지난 2014년에 5화인가 6화 즈음까지 봤던 거 같은데, 솔직히 이제와선 내용도 기억이 안 나니까 기냥 안 본거로 합시다! 네!
이 작품의 기본 설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보도록 하죠.
상술했듯, 이 리뷰에선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가능한 스포일러를 배제할 것입니다.
작중 세계는 현재(방영시점)으로부터 100년 후인 2112년을 다루는데, 작중의 세계는 "시빌라"라 불리우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디스토피아 세계입니다. 작중 무대인 일본은 시빌라 시스템 하에서 돌아가 살아남았고, 타국은 2020년대 신자유주의 체제의 붕괴로 연쇄촉발된 내전과 세계대전으로 모두 붕괴했다는 설정입니다.
시빌라 시스템이란 인간의 심리, 성격을 수치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이것으로 누가 범죄자가 될 지 미리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범죄를 예방한다는 점에서 전 이 작품을 떠올렸었는데,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음"이란 가능성만으로 잡아 가둔다는 설정은 엊비슷합니다.)
시빌라 시스템으로 사람들의 적성을 모두 분류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사람의 현 심리적 상태도 수치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중의 일본인들은 시빌라 시스템의 완벽한 통제 아래서 자신의 적성을 따라 직업을 부여 받으며, 이전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했던 분배의 문제마저 완전히 해결된 일종의 이상 사회입니다.
참고로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지배라는 건 작중에서의 완전한 창작이 아니라 실제로 소련에서도 행해졌던 연구입니다. 언제나 현실은 픽션을 뛰어넘는 법이죠(...) 당대 소련에선 "전산사회주의"라고 했습니다.
뭐 사람의 적성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파악하여 모든 사람들이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이상사회란 설정도 딱히 낯선 설정은 아닙니다.
이 분야를 다룬 작품에서는 영원한 명작 가타카가 있죠.
시빌라 시스템은 맨 처음엔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개인의 적성을 알아내 사회의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가 점차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작중 시점에선 "범죄계수"라는 것을 측정하는데, 이걸 간단히 설명하면 특정한 사람의 정신을 스캔하여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작중 세계에서는 길가에 쫙 깔린 드론이나 등장인물들이 속한 공안국의 형사들이 갖고 다니는 "도미네이터"란 무기로 실시간으로 측정되는데 이 범죄계수가 100점을 넘어가면 구금, 300점을 넘어가면 즉결처분 되는 사회입니다.
근데 이 범죄계수라는 게 좀 골 때리는 게 어떤 사람이 그 순간에 욱 하는 거나, 혹은 범죄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쭉쭉 치솟는 상황이 작중에서 줄곧 문제가 됩니다. 그 때문에 범죄와 크게 연관될 수밖에 없는 이전 시대의 경찰들은 전부 위험분자로 처리되어서 해직 처리되었다는 설정도 있습니다.
물론 이건 경찰들 얘기만이 아니라 사회의 일반인들도 마찬가지구요. 모든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이 비춰지고 있고, 그것으로 자신이 언제든 끌려가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감정을 항상 통제하고 있어야 합니다.
감정을 통제받는 인류란 설정은 이퀼리브리엄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었죠. 작중에선 "포르지움"이란 약품을 먹는 것으로 감정을 억제하지만, 사이코패스에서의 인류는 항상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만 합니다.
긍정심리학의 교조주의적 끝판왕이라고나 해야할까요, 혹은 "1984"나 "우리들"에서 이미 나온 바 있었던 상시-상호 감시와 자가세뇌의 발전형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이렇게 "범죄계수"가 치솟아서 이런 사람들을 잡아 넣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치안유지 대부분은 드론으로 해결하는데, 이러한 범죄자들을 도미네이터 들고 쳐들어가 직접 조지는 사람들이 있죠.
이런 사람들을 "집행관"이라 부릅니다. 집행관은 높은 범죄계수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졌는데, 높은 범죄계수를 가졌다는 건 그만큼 범죄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뜻이니 부려먹는 것이죠.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볼 것이다."
니체가 말한 명언을 그대로 구현한 사례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작중 일본 사회에서 집행관들은 언제 어떤 식으로 튈 줄 모르는 잠재적 범죄자들이기에 이들을 상시 감시하고 통제하는 보직이 또 있는데, 이들을 "감시관"이라고 합니다.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사회의 돌출물들을 조지는 것으로는 이 블레이드 러너도 있죠. 시각적으로도 사이코패스가 블레이드 러너를 본받았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뭐 대략적인 설정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상술했듯 프리퀄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3년 전 시점에서의 사건을 다루고 있죠.
이 소설에서의 주인공인 코가미 신야는 원작(2112년) 시점에서는 집행관인데, 이 소설(2109년) 시점에서는 감시관입니다.
(애니메이션 1화에서부터 나오는 얘기니까 딱히 스포일러도 안 됩니다! 아마도!)
신임 감시관으로서 "사사야마 미츠루"라는 공공의 적에서 나올 법한 불량한 집행관 형사를 담당하고 있죠.
작중에서 감시관이라는 사람들은 범죄계수가 아주아주아~~~주 깨끗해야 하는 사람들만 선별해 놓은 곳입니다. 그렇게 아주아주아~~주 깨끗하고 순수한 정신상태를 가지신 분, 코가미 신야는 현실에서도 사복 입으면 조폭처럼 보이는 전형적으로 불량한 형사를 부하로 거느리고 있다면 어떠실 진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을 거라 봅니다.
게다가 문제점은 이 아주 깨끗한 범죄계수를 가지신 분들이다보니, 사고회로 자체가 범죄자랑의 사고패턴을 읽어내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찍이 우로부치 겐이 썼던 팬텀 오브 인페르노에서 "사냥할 때에는 사냥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귀에 박히도록 떠들어대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입니다.
오히려 소설을 보고 있는 제가 더 답답해집니다. 모든 한국인이 아는 "동작그만 밑장빼기냐"도 모르고
뭐 작중의 설정 자체가 그런 것이니 신야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그런 순수한 영혼인 신야가 어떻게 때묻은 영혼(?)이 되고 사고방식이 완전히 범죄자처럼 되어가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발전일지 아니면 퇴행일지에 대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좀 맘에 안 들었던 것이 있는데, 작중에서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형사들로 묘사되는 집행관들을, 완전 초짜 책상물림인 신야가 닮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일본 드라마처럼 과장되었달까요. 그러한 과정을 그리는 것이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 납니다. 이 작품에서 거진 반 정도가 그걸 위해 지루하게 끄는 느낌이죠. 게다가 굳이 안 나와도 될 것 같은 캐릭터가 나와서 분량을 잡아먹는 것도 있어서, 300페이지 되는 소설 중에서 이해에 필요한 부분만 뽑으면 한 150~200페이지 내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와 동시에 존재하는 불만이라면, 그 장면들 중에서도 좀 쓸데 없는 대사나 지문과 묘사가 많습니다. 지문과 묘사에 대해서는 원래 일본 사람들이 좀 그렇게 늘여놓는 걸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번역상의 문제인지, 그도 아니면 작가의 문제인지 확언할 수 없습니다만. 작중에서의 묘사가 바로 앞에서 쓴 것처럼 좀 쓸데없이 많다는 게 거슬렸습니다. 이게 후반으로 가면서 줄어들긴 하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그런 묘사가 줄었다기 보다는 작품 전개의 템포가 엄청 빨라집니다. 그래서 사실 묘사가 줄었다기 보단 전반부에서 좀 끌던 내용이 후반 가서 너무 빨라지니까 못 느낀 것일 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 불만은 작중에서 전혀 나올 이유가 없는 캐릭터들이 나와서 활자수를 잡아먹는 것에서 나오기도 하구요. 동시에 중후반부에서 전반부에서 내리 나오던 딱히 이유 없는 대사들이 사라지고, 주인공이 탐정 갈릴레오의 갈릴레오의 유카와처럼 퍼뜩 단서를 떠올리고 나서는 사건 전개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카메라를 주연 3인에게만 맞추게 되면서 잔가지는 사라집니다. 그 때문에 전개가 빨라졌죠.
또, 마지막 장면에서의 전개가 작위적인 것도 좀 문제로 삼고 싶습니다. 물론 그 이유야 여기서 이 친구들이 사건을 해결해버리면 당장 원작과의 설정에서 틀어져 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방금 전까지 그렇게 훌륭하게 사건을 추적해 나가던 친구들이 갑자기 멍청해져서 허무하게 실패해버리는 상황은 작위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더군요.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1. 구시대식으로 수사 시작
2. 될 리가 없지. 삽질.
3. 삽질하다 지쳐서 노가리 깜.
4. 노가리 까다가 퍼뜩 단서를 떠올림.
5. 갑자기 급전개
6. ???
7. PROFIT!
좀 이런 느낌이 납니다.
사사야마는 희생된 것이다, 원작전개를 위한 희생, 그 희생 말이지
제가 이 작품을 쓸데 없이 까기만 했는데 알아 두셔야 할 것은 이건 어디까지나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실제로 보면 나름 심도도 있고 중간에 피식 하게 만드는 잔재미도 있습니다. 도중에 나왔던 캐릭터들이 어느 시점 가면 그냥 공기가 되어버리는 문제랄까, 본편에서 꽤 분위기 잡고 나오시는 마츠오카 형사 아저씨도 뭔가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눌 것처럼 굴다가 그냥 신야랑 미츠루가 알아서 잘 해결하는 분위기가 좀 맥 빠지게 해서 그렇지. 이 작품 자체로 봤을 때에는 사이코패스라는 원작이 없다 해도 충분히 재미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이 기본적으로 "프리퀄"로서 제작된 것입니다. 보통 원작이 있는 미디어믹스는 원작 스포일러를 까발려 버리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당장 이 작품에서 "코가미 신야는 원래 감시관이었는데 모종의 사건으로 집행관이 되었어." 같은 것 말이죠. 동시에 원작의 스포일러를 모르면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이 "이름없는 괴물"에서는 원작을 보지 않은 저도 이해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도리어 이 작품이 사이코패스라는 원작의 프롤로그 격이 된다 해도 그리 이상하게 볼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앞으로 진행될 원작의 설정을 딱히 모르더라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쉽게 말하면 "그 자체만으로 기승전결이 확실한, 잘 쓴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넷상에서의 리뷰들이 보통 "원작을 본 사람이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을 내리는데, 원작을 보지 않은 제 시점에서 보자면 "원작을 모른대도, 이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볼만 하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일단 이 작품을 무상으로 읽을 수 있게 해준 도서출판 영상 미디어와 다음 유로파 카페 운연진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며칠 째 확인 안 해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굳이 저한테 알려주신 Pokion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로써 리뷰 마치겠습니다.
첫댓글 모티브가 된 영화나 사상도 있었군요. 몰랐는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