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분석을 할 때 가장 난감할 때는
양립하기 힘든 성격들이 내면에서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경우입니다.
가령,
외향적이면서(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함) 내성적인(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느낌) 케이스는
사람들과 어울리고는 싶지만 사회적 두려움이 커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곤 하죠.
이처럼 성격적으로 서로 안 어울리는 짝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본인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페어가 바로
게으름과 야망의 조합입니다.
누구보다도 뛰어나고 싶지만, 참고 견디며 노력하는 기질은 매우 떨어지는 사람들이죠.
양립불가능한(incompatible)
흥미로운 건,
게으름과 야망 모두 성격심리학에서는 성실성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는 점입니다.
본인의 게으름과 야망의 정도를 평가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 가셔서 성실성 부분의 자제력과 성취욕을 체크해 보시면 됩니다.
(자제력이 낮을수록 게으르고, 성취욕이 클수록 야망이 크다고 해석)
야망, 욕심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어서,
성취욕이 강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다른 친구들을 이기고 싶어서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고 숙제를 하곤 합니다.
즉, 내재적으로 강한 동기 부여가 저절로 일어나는 경우인 거죠.
하지만, 아무리 동기적 파워가 강하다한들,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자제력의 힘이 떨어지게 되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더 쉽고 더 재미난 일들에 금방 흥미를 돌리게 됩니다.
이를테면,
시험을 앞두고 다른 친구들을 꼭 이기고 싶은데,
막상 공부를 하려니 하기는 싫고 결국 웹서핑이나 게임 등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웹서핑이나 게임을 진정으로 즐기기는 하느냐?
막상 하면서도 찝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의식 너머에서는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과 압박감 등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게 되므로,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책임 없는 쾌락에 빠져 허우적대는 겁니다.
그렇게 허망하게 시험 준비 기간을 보내다가,
시험을 보고나서 내 욕심에는 절대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아들게 되면?
그 자괴감과 분노, 우울 등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죠.
자제력과 성취욕은 당연히 비례하는 것이 베스트요,
서로 어긋난다면, 차라리 자제력 쪽이 더 높은 것이 본인의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훨씬 더 낫습니다.
자제력은 강한데 성취욕이 떨어지는 케이스는
무슨 일을 해도 근면성실하게 임하지만 딱히 욕심이 없어서 그저 현실에 안주하며 만족하는 사람들입니다.
즉, 제3자가 봤을 땐,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도,
막상 본인들은 그러고 싶지 않다며 선을 긋고 적당히 워라벨을 즐기는 사람들인 거죠.
이들은 보통 본인의 기대치에 비해 성과가 뛰어난 경향이 있기에, 자존감이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는 편입니다.
워낙 욕심이 없어서 자신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높지 않으므로,
본인이 가진 근면성실함만으로도 삶의 미션들을 대부분 클리어할 수 있는 것이죠.
반면, 게으르지만 야심이 큰 사람들은
내가 해낼 수 있는 것보다도 항상 더 큰 목표를 좇기에 늘 현실과 이상 간의 크나큰 괴리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게 본인의 정신건강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이러한 만성적 고통이 내면을 잠식하게 되면
그들의 높은 야망이 뒤틀린 욕망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내가 안되면 다른 사람들을 끌어내리면 되지 않을까?
행복은 상대 평가이기 때문에,
내가 행복하지 않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이 불행하다면,
나는 상대적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곧 인간의 감정입니다.
놀랍게도, 은연 중에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바라는 심리는 인류 공통의 본성이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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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술램프를 발견한 농부가 램프를 문지르자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농부는 "이웃집에 젖소가 한 마리 생겼는데 가족이 다 먹고도 남을 만큼 우유를 얻었고 결국 부자가 되었다"고 요정에게 말했다.
그러자 요정이 "그럼 이웃집처럼 젖소를 한 마리 구해드릴까요? 아니면 두 마리라도?" 하고 물었고,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이웃집 젖소를 죽여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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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남들이 잘 안되기를 심정적으로 바라는 것과
남들의 추락을 위해 비열한 행동을 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전자는 인간이라면 인지상정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법한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후자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악독한 심성(dark triad)을 지닌 사람들이나 할 법한 행동이죠.
(cf. dark triad :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을 착취할 수 있는 어둠의 성격 3대장으로,
잠재적 나르씨씨즘, 잠재적 싸이코패시, 마키아벨리아니즘을 의미함)
다만, 악플 달기, 루머 유포하기, 이간질하기 등,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진 않더라도,
마음 속으로 다른 사람들의 추락을 기원하고,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질시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지게 되면,
그것이 내 심연에 영향을 미쳐 사람이 본질적으로 뒤틀릴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삐딱해지고, 염세주의자가 되고, 다른 사람들의 일에 지나치게 비판과 비난을 남발할 수 있어요.
이상과 현실 사이의 만성적인 괴리감은 얼마든지 사람을 불평분자나 불만쟁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들도 원래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장미빛 청사진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었겠지만 말이죠.
이 양립불가능한 성격들 간의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성격 사이에 밸런스를 맞춰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절제력을 높이거나, 성취욕을 낮추거나.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는 일이란,
내가 사실은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현실을 가슴 시리게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SNS에 비친 남들의 모습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내면은 안정감과 평안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당연히 쉽지만은 않겠죠.
지속적인 인문학적 공부와 끊임없는 자아성찰이 필요할 거예요.
반면, 나는 죽어도 내 원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그나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내가 성실해지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성실하고 추진력이 강한 사람들 곁에 꼭 붙어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게으른 사람일지라도,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들 속에 던져놓게 되면,
그들 역시 사회적 동물이지라,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게 돼요.
시류에 휩쓸리고 남들에게 등 떠밀리게 되서라도 혼자 있을 때보단 더 열심히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되죠.
동력이 없는 짐칸이 달리기 위해서는, 방법은 딱 하나, 동력이 있는 기관차에 연결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하네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른이의 불행을 바라는 심리, 즉 사촌이 땅사면 배아픈 심리가 이렇게도 해석이 되네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우와 역시 무명자님...
제 마음속울 콕 짚으시는군요 ^^;
마지막 야망(시간이 이제 없다는 생각)
그러나 몸은 이미 게을러진 상태.
쩔 수 없이 조직에서나 욕 먹기 싫어 일 하는 중이네요.
승부욕이 다시 불 붙혀야 하는건지
그냥 이제는 꺽고 살아야 하는건지
고민이네요 ^^;
제가 쫌 이래요.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나쁜 놈입니다. 그래서 성취욕을 많이 줄이고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못된 인간이라 자괴합니다.
현실에 그저 맞춰살며 성실히 살던가,
비현실적인 노력으로 야망을 실현하던가. 둘중 하나를 택하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가면 편해지는건데, 대부분은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힘들게 사는것 같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