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레만호 / 사진〈Bing Image〉- 1878년 차이코프스키가 레만호 앞 로잔 근교 클라렌스(Clarens)에 머물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번호 35를 작곡했다. 바로 지금 흘러나오는 이 곡 BGM~^^
그들은 꿈꾸던 곳으로 갔을까
이 규 리
건축학을 공부하고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스시 식당과 마트로 성공한 재영 씨는 50이 넘으면
레만호가 보이는 곳에서 작은 라면집을 하며 조용히 살 거라고,
그럼 나는 라면 앞에서 레만호를 바라보는 사람이 되겠다 했지만,
레만호는 금호호였다가 단산호였다가 파계호가 되었고
라면집은 어디에 있었던가 몰라
우리는 모두 장소를 갖고 싶어서
장소에 목말라서
고시텔과 빌라를 거쳐 소형 아파트에 쾅쾅 인테리어를 했지
슬리퍼를 끌며 편의점의 맥주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넘어지지 않았다면 깨지 않았을 꿈들을
k여사는 한강 뷰가 있는 곳에 아파트를 사겠다고 상경했는데
나는 그가 그 일에 성공했으며 쓸쓸했을 거라고
로망은 로망으로 둘 때 뷰가 된다는 거지 같은 말이나 하면서
영화〈패터슨〉에서 매일 저녁 패터슨이 가던 맥줏집 있지
술집 주인이 패터슨에게 말한다
- 오늘은 질 것 같아
- 상대가 누군데?
- 나 자신
때때로 나 자신이 장소가 될 때
못을 박지 않아도 노을이 와서 척 척 걸린다는 배경 이야기는 시시한가
좁은 방은 나를 크게 만들어
어느 날은 벽이 솟아나게도 하지
넘어지는 곳이 새로운 곳이라며
어때, 맥주 한 잔
- 계간『청색종이』2023년 겨울호 -
Tchaikovsky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 |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