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우연의 일치로 2주일에 걸친 바쁨 덕분에 경비아저씨(...)의 수령일을 기준으로 저의 시간제한이 시작되었습니다. 부랴부랴 주말에 왓챠! 독파하고 리뷰를 작성하려는데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이퀼리브리엄 같은 영화를 대위님께서 선수쳐서 다 가져가셨더군요 ㅂㄷ.ㅂㄷ. 가타카 같은 영화는 사실 잘 몰라서 상관없지만 위에 둘 중에 하나는 좀 남겨주시죠 ㅜㅜ
아무튼 그래서 저는 그냥 읽은 느낌 위주로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작 애니메이션의 존재조차 몰랐고 (덕분에 중반까지 주인공이 여자인 줄 알았;습니다) 무려 소설도 이미 전편이 있다는 것도 표지 검색하다가 알았다는 점 참고해 주세요.
일본판 표지와 한글판 표지인데, 보시다시피 미묘하게 색감이 다르고 글자 배치 정도를 제외하면 같습니다. 총 그림의 어디를 누가 더 글자로 잘 가리느냐로 마치 경쟁하는 듯 하군요.
제목의 사이코패스는 주로 개인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작중의 정신적 건강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만 현실 사회의 우리가 사용하듯, 사회적 이해나 관습이 통하지 않는 특이한 개인을 지칭하는 데도 쓰이는 듯 합니다. 이 세계는 사이코패스가 측정된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명사회(civilisation이 어원인 듯 한) '시빌라'와 그런 세계에 동화되지 못 한 '폐기구역'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시빌라에 살면서 폐기구역 오우기시마를 동경하는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순수한 아이, 토코가 등장합니다. 물론, 토코가 말 안 듣다 사건에 휘말리는 것까지도 속 시원하게 클리셰로 들어가 있습니다 -ㅇ-
다만, 시빌라의 기본 묘사와는 달리 작가는 이러한 공산주의 혹은 유토피아적인 세계를 비판하는 듯한 전개를 펴 나갑니다. 정해진 절차대로 일을 진행하는 엘리트 시모무라는 항상 일이 안 풀려, 점점 성과에 목을 매는 무능한 상사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담배 한 대 물고 '체제 아몰랑'하면서 멋대로 일을 진행하는 사사야마는 매번 동료들의 지지를 받으며 점점 사건의 진상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 그런 심정을 잘 보여주지 않나 싶습니다. 완성된 절차를 따르는 데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시스템이 그만큼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거이거 훌륭한 반공서적이었습니다.
영화 저지 드레드의 한 장면 (저질 드레드 아닙니다)
이제 좀 더 세밀한 영역으로 내려가 봅시다. 위의 표지에 크고 아름답게 그려진 저 총은 작중의 경찰들이 사용하는 '도미네이터(지배자)'라는 권총입니다. 이 총은 조준된 대상의 사이코패스를 감지하여 그 수치가 높으면 '엘리미네이터(제거기)'가 되어 사살하고, 수치가 낮으면 '패럴라이저(마비기)'가 되어 대상을 마비시킵니다. 수치가 너무 낮으면 '고철더미'가 되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집니다. (이중탄창+레이더라니 이거 완전 총덕들의 꿈과 희망!!) 작중에서 시빌라가 잠재적 범죄자를 걸러주고 그 수가 줄어든 경찰들의 절대적 권위와 정의성을 동시에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편, 이 개념은 '저지 드레드'라는 만화에서 차용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가 거의 망해버려서(..) 최후의 질서를 유지하는 치안판사들이 들고 다니는 권총과 기능이나 상징이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이코패스에서는 소수의 범죄자나 폐기구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도로만 쓰이기에 상징적인 면이 더 부각되긴 합니다.
주인공들의 집단인 경찰 세계에는 두 가지 부류가 존재합니다. 바로 '집행관'과 '감시관'입니다. 스트레스로 사이코패스가 망가지기 쉬운 경찰의 특성상 궂은 일은 집행관들이 맡고, 그들이 흑화하지 않도록 감시관들이 돌봐줍니다. 그래서인지 집행관은 잠재적 범죄자들 중에서 선별해 오는데 (범죄자는 범죄자가 잘 안다나요.. 그런 식으로 뽑아도 됩니까?) 이들은 언제나 자기 등 뒤에 감시관의 총알이 날아와 박힐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사사야마의 감시관, 코가미는 조금 더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했고 작중에서 발생하는 엽기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해 나가면서 서로의 직위를 넘어선 사나이들의 우정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제도와 개인의 대립과 그 해소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제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냥 막무가내입니다. 사사야마가 매번 '체제 아몰랑' 하면 코가미가 뒷수습하고 열심히 따라가서 '아 쫌!' 이러다가 후반부로 가니까 "코가미曰: 아아.. 저것이 형사인가!" 이러는데... 음 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결속의 힘으로 달려나가는 두 사람은 시빌라 체제의 경찰 맞긴 한 건지 마침내 사사야마의 '직감'을 기반으로 엽기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알아냅니다. コдコ;; 그러나 다시 한 번 꼰대 시모무라가 '돌입은 우리 2과가!'를 시전하며 발목을 잡히게 되고, 그걸 또 사사야마가 무시하고 돌격하는 건 뭐 이젠 그냥 너무 반복이라 당연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나가던 사사야마는 어두컴컴한 골목 속, 불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발견합니다. 상황이 급하다고 판단했는지 혼자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데... 저기요? 2100년인데 무전기 안 쓰세요...? 그 손목에 홀로그램 뭐시기도 있으시던데 안 쓰세요...? 그래도 뭐 주인공인지라 그다지 걱정 안 하면서 읽으셔도 되겠습니다. 사실 소설 내내 혼자 저러고 있었거든요 ㅡㅡ;;
내용은 저 정도에서 대략 끝이 나게 되니 다시 다른 부분을 조금 살펴봅시다. 이름 설정이 일단 흥미로운 편인데, 몇 가지 예시만 들자면 감시관 코가미 신야의 이름은 '어둠을 속이고 물어뜯는다.'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집행관 사사야마 미츠루는 '사사야마에 환하게 머무르다.' 정도인데 실제 사사야마시에서 이름을 떼어 왔고 이 도시가 1999년 4월(밀레니엄 이전)에 성립되었다는 걸 따져보면 주먹구구식 캐릭터가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주요 사건이 일어나는 오우기시마도 '비법(핵심)의 섬'이라는 식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소설이나 만화를 보게 되시면 인물들의 이름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재미거리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이건 정말 제가 이렇게 글을 난잡하게 쓰고 싶어지게 만든 치명적인 문제점인데,
오타가 너무 많습니다. 오타가 너무 많습니다. 오타가 너무 많습니다.
아아.. 불길한 기운의 시작은 8쪽에 적혀진 '배기 덕트'였을 겁니다. 보통 배기관이라고 적지 않나?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바로 다음쪽에 '비가 맞게 되는 일' ... 비가, 뭘, 맞는데요? 15p '행정부가 전체가' 56p '마로(바로)' 까지만 나오고 좀 잠잠하나 싶더니 130p, 140p, 176p로 이어지면서 극의 위기감과 함께 부다다닥 튀어 나오더군요. 이제 끝이겠지 하면서 후반부의 절정감을 음미하고 있는데 마지막 장의 입구라 할 수 있는 바로 전 페이지 마지막 줄이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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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렇습니다. 점만 찍은 줄이 하나 더 존재함으로써 오타계의 화룡점정을 한 번 보여주겠다는 친절한 경고가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때 마음가짐을 정갈히 하지 않은 죄로 결국 몰입을 못 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중요한 일을 때는' 으로 산뜻한 출발을 하더니 너무 많아서 그냥 기록 안 하고 으헝헝 거리면서 읽었습니다. 마침내... 292p에서는 바로 위아랫줄에 오타 원페어를 구성하는 경지에 이르고 맙니다 ㄷㅅㄷ
엽기연쇄살인사건이라고 한 부분에서 몇몇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운 편입니다. 시체나 살해 장면의 묘사가 너무 적나라하고 기묘해서 명랑한 소년만화를 기대하고 봤다간 충격을 크게 받을 부분들이 중간중간 나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긴장하고 숨죽인 채로 읽다가 몇 페이지 간격으로 오타가 눈에 들어와 대니 신경이 거기로 쏠려서 묘사고 내용이고 몰입이 안 됩니다... 이게 한두번이면 사람이 하는 일에 당연히 실수가 있겠지 하겠는데 너무 많아지니까 그냥 정신을 못 차리겠습니다. (어쩌면 이것 또한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며 개개인의 오타 확인을 요구하는 노블엔진의 큰 그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제나 내용은 상당히 참신하고 좋은데, 시빌라 시스템을 무시하는 사사야마나 홀로그램 시대에 얼굴 보는 마작을 선호하는 경찰들이 보여주듯 세세한 부분에서의 설정이나 묘사가 이질적입니다. 예쁜 틀 안에 그림이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바로 윗 문단에 썼듯이 중요 장면에서 오타 폭격을 맞아버리니 내용이 잘 안 읽힙니다 ㅜㅜ.
아주 열심히 소감대로 다 썼더니 내용이 길어졌네요. 이상 저의 사이코패스Φ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