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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통과 순환의 의미 ‘헌책·교복은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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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 교복을 맞추러 갔다. 다양한 형태의 교복이 줄지어 있었다. 우리 때 천편일률적인 교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둘째 아이는 처음으로 새 교복을 입는다. 중학교 입학시에는 학교 내에서 실시하는 ‘교복 물려입기’행사에 가서 아주 깨끗한 교복을 한 벌 골라왔었다. 3년 내내 아이는 별 투덜거림 없이 물려받은 교복을 입었다.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재킷은 턱없이 작아졌고 바지는 심하게 헐었다. 중간에 하나 구해놓은 조금 더 큰 재킷이 있어 잠시 대신할 수 있었지만 바지는 어쨌든 졸업시까지 버텨야했다.
고등학교 교복은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신설된 학교라 물려 입을 교복이 없다. 미리 구성된 학부모회에서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공동구매라 해도 인원이 워낙 적어서인지 가격은 상당히 비쌌다. 그 지역의 교복 가격이 모두 그 수준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대체로 그러한 가격이라면 김포시의 경우는 대단히 큰 결실을 이미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포시의 경우 작년의 대대적인 공동구매로 인해 각 교복사의 교복 가격이 공동구매 수준으로 떨어진지라 상대적으로 타 도시의 경우보다 저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동구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헌책·교복은행’을 설립하기로 하였으니 김포시는 인근 도시들보다 교복 면에 있어서는 훨씬 앞서가는 도시라 볼 수 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교복은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큰 아이의 경우는 정말 빠르게 자란지라 한 벌의 교복으로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중3때 교복 바지는 새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교복 물려입기 행사도 미비할 때여서 그 아까운 바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살 때도 아까웠고 버릴 때도 아까웠었다. 그 때 교복은행이 있었다면 참으로 유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 당시는 그러한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시 비싼 가격의 교복을 구입하지만 아이들은 빠르게 자란다. 교복 때문에 자라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작아지고 짧아진 교복을 여러 방법으로 수선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교복은행이 필요하다. 교복 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한 가격의 교복을 구입할 수 있고, 교복은행을 통해 아예 깨끗이 세탁된 헌 교복을 찾아볼 수도 있다. 작아진 교복을 맞는 교복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굳이 작고 짧아진 교복에 몸을 맞추어 입을 이유가 없어진다. 다양한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에 ‘헌책·교복은행’의 설립을 위해 교복 수거작업을 진행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그 첫 번째는 학교마다 교복 물려입기 행사가 나름 정착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사실이다. 어느 학교는 교복의 원활한 수거를 위해 사복을 입고 졸업식을 치루기도 했다. 물론 요즘 문제가 되는 교복 찢기, 밀가루 뿌리기 등의 졸업식 부작용들을 줄일 수도 있어 점점 확산되는 추세라 한다.
두 번째는 수거된 교복을 필요한 학생들에게 물려주는 작업 이후 교복 보관이 용이치 않다는 것이었다. 학교별로 남은 교복을 보관하기가 쉽지 않았다. 세 번째는 교복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새로 입학하는 경우도 있고 작아져서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헌 교복을 입는 것에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고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올해는 각 학교마다 나름대로의 교복 물려입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행사 이후 남은 교복을 수거해 올 예정이다.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협조를 부탁, 아파트 내에서도 교복 수거가 원활하도록 했다. 수거된 교복들은 매장이 만들어질 때 세탁과 수선을 거쳐 예쁘게 진열될 것이다.
교복과 함께 헌 책, 학습CD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집에 책이 한 가득이다. 교과서는 물론이고 별로 쓰지 않은 참고서와 문제집 그리고 매 학년마다 주어지는 필독서들……. 특히 비싼 돈을 주고 구입했지만 한 번 들으면 절대 더 듣지 않는 학습CD들은 버리기도 아깝고 다시 사용할 방법도 없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학교에서 꼭 읽으라는 필독서들은 한 번 읽히면 끝이다. 책꽂이는 점점 가득해지는데 진열 이외의 의미는 사라진다.
특히, 아이가 어릴 때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욕심에 많은 책을 산다. 아마도 가장 비싼 가격의 책을 다량으로 사는 시기가 이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 책들의 효용성은 곧 떨어진다. 조금만 아이가 커도 읽을 수 없는 책이 되어버린다. 들인 돈을 생각하면 정말 버리기 아깝다. 이럴 때 ‘헌책·교복은행’이 필요하다. 아깝지만 보지 않는 책들을 이곳으로 가져오면 다른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다. 한 번 보고 안 볼 책들은 이곳에서 구해갈 수도 있다. 책들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복, 책, CD 등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 일단 수익을 위한 매장이 아니므로 지자체에서 함께 해야 한다. 김포시는 다행스럽게도 교복은행의 취지에 동감하여 매장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아름다운 가게 김포점의 준비와 어우러져 함께 매장이 준비될 것이다. 운영 역시 김포시의 몫이다.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지만 그 주체는 김포시가 되는 것이다.
교육청과 각 학교의 협조도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교복은행이 가장 잘 운영되는 송파구의 경우도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어느 학교 교복은 다량 확보되고 어느 학교 교복은 전혀 확보되지 않는 불균형이 있었다. 그 불균형의 해소를 위해 교육청에서 이루어지는 교장, 교감 회의에 적극 참여하여 교복은행의 필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이번에 ‘헌책·교복은행’의 설립을 위해 국민참여당 김포지역위 교육분과, 소비자시민모임, 여성의 전화, 자원봉사센터가 함께 했으며, 녹색김포실천협의회가 전체적인 부분을 주관해주었다. ‘헌책·교복은행’ 설립에 흔쾌히 동의해주신 유영록 김포시장님과 시의회의 피광성 의장님, 학교별 홍보를 적극 도와주신 김용국 교육장님께도 참으로 감사를 드린다.
작은 일인 듯하지만 김포시에 아름다운 가게를 비롯 ‘헌책·교복은행’ 등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곳들이 하나 둘 생기는 것은 김포시가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예가 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창조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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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김포에도 이제 시작이군요 좀더 빨리 생기길...모든 학부형들은 바라고 바랬건만, 다른 시들의 모범사례를
참고 하여서 김포시에도 언능 정착혀서 낭비를 줄이며 아나바가가 확산되길....^*^
버려지는 참고서와 교복이 너무 아깝습니다. 취지를 살려서 잘 운영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