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목숨을 걸었다. 축구가 아니면 나는 할 것이 없다, 나란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 그렇듯, 축구에도 흐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탈락과 그로 이어진 전기리그의 부진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더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K리그 우승과 세계 클럽 진출이라는 꿈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노력할 것이다."
- 오래간 수원 축구의 기틀을 다졌던 김호 감독이 떠나는 것에 수원팬들이나 선수들도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김호 감독님은 나를 수원으로 이끌어주신 분이다. 어떻게 보면 박건하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길로 처음 이끌어주신 분이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고 내 축구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분이다.
김호 감독님 덕분에 신인왕도 타고, 수원에서 활약으로 국가대표도 되고 지금이 있게 한 발판이 된 것 같다. 오래 기간 정도 들고 아쉬움도 남지만 프로라는 것이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도 김호 감독님을 존경하고 따르지만 시간이 되면 헤어져야하는 것이고, 또 새로운 사람이 와서 또 다시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다.
나 또한 시간이 되면 축구화를 벗고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와서 이끌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김호 감독님에 대해선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 김호 감독이 만들어왔던 수원과 차범근 감독이 만들어가고 있는 수원, 분명히 다를 것 같다. 어떻게 보는가?
축구라는 게 사실 크게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호 감독님 같은 경우는 어떤 틀 속에서 선수들이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셨던 것 같다. 어떤 선수가 너무 튀거나 그러지 않고 틀 속에서 가려고 하는 부분이 있으셨다.
차범근 감독님은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이 확 틀을 깬다는 의미보다는 공격적인 축구를 많이 하시려고 한다. 그런 면이 차이가 있다. 차 감독님은 어떤 선수가 튀는 것도 그렇게 싫어하지 않고, 잘하는 선수는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려고 하신다. 반면 김호 감독님은 하나가 확 튀지 않고, 팀 전체의 틀을 만들어 가시는 걸 중시하신 것 같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사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다 같고,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한다. 차이가 큰 것이 아니고, 선수들에 변화가 있고 약간 전술적 변화가 있을 뿐이다. 그 큰 틀을 얘기하고 설명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다.
2001년도의 박건하. 최진철을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수원삼성
- 대표팀 시절 이후 차 감독과는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됐는데, 새 감독의 부임은 아무리 주전선수였어도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차범근 감독은 박건하 선수에게 중앙 수비를 꾸준히 맡기며 신뢰를 보냈다.
처음 차 감독님이 오셨을 때는 예전에 대표팀서 봤으니 잘 챙겨주시겠지 생각을 했었다.(웃음) 하지만 오히려 그러시지 않고 더 강하고 냉정하게 선수들을 독려하셨던 것 같다. 감독님의 좋은 점이 어떤 선수를 좋아해서 이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선수, 열심히 하고 잘하는 선수가 나가야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어떤 선수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열심히 하면 나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어린 선수나 나이 많은 선수나 기회는 똑같다. 나 역시도 당연히 출장한다는 그런 생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다그치고 노력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 된 것 같다.
- 예전에 인터뷰를 보면 차범근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자기 관리에 다소 불만을 드러냈다. 자기 관리가 뛰어난 선배로서 보는 수원의 후배들은 어떤가?
선수들이 다들 열심히 한다. 어린 선수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열심히 하는 것은 사실인데 아무래도 그런 관점이 아닐까 싶다. 내가 봐도 어떤 때는 좀더 관리를 해야 될텐데,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게 눈에 보일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그렇게 보일 정도면 지도자인 감독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족한 점이 더 많아 보일 거라 생각한다. 우리 젊은 선수들이 좀더, 그냥 말로만 프로가 아니라 마인드 자체에 프로의식이 생겨야한다고 생각한다. 축구라는 게 그냥 볼만 차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그런다고 해서 프로축구선수가 아닌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이니까, 표현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는데 인생을 여기에 걸었으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는 젊은 선수들이 좀더 축구라는 것에 대해 목숨을 걸 정도의 열정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고, 꼭 목숨을 내던지라는 말은 아니지만(웃음) 그런 의식을 가져야한다.
'축구가 아니면 나는 안될 것이다', '축구가 아니면 난 할 것이 없다', '나란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안할 수가 없다. 그런 의식이 있다면 훈련도 열심히 하고 몸관리도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식을 가져야 하는게 아닐까, 그래야 더 좋은 실력을 보여주고, 자기 자신을 좀더 발전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토, 곽희주와 수원의 수비 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수비 라인의 리더로서 두 선수보다는 책임감이 클 것 같은데.
일단은 내가 이렇게 수비로 게임을 뛰면서 생각하는 것이 공격 선수도 마찬가지고 감독, 코칭스태프에게도 마찬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같이 옆에서 뛰는 마토, 곽희주에게 항상 고맙다는 것이다. 부족한 점을 서로 같이 메우고 열심히 해주는 것이 항상 너무 고맙다.
물론 운재, 호진, 대환이가 뒤에서 골키퍼로 버티고 있지만 최종수비수인 내가 뚫리면 골이라는 생각 때문에 항상 부담을 갖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팀의 고참이기 때문에 최근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많이 힘들었다.
아무래도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의 어떤 한 사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의 책임이 큰 것인데, 그 중에서도 최후방 수비에, 최고참이라는 부담이 매 경기 굉장히 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부담감 자체가 나 자신을 긴장시키고 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노력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인터뷰 중인 박건하 ⓒ스포탈코리아 김동환
- 최근 곽희주 선수가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옆에서 지켜본 곽희주 선수는 어떤가?
차범근호의 황태자?(웃음) 이건 농담이고, 우스갯소리로 그런 얘기를 하곤 하는데, 그만큼 잠재력이 분명히 있는 선수다. 희주는 이전부터 잠재력이 분명히 있었고, 본인도 열심히 하고 감독님이 잘 이끌어줘서 지금의 모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인 마크를 하는 것에 있어선 정말 어느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스피드 면이나 헤딩볼 처리 능력, 그런 면에서 대단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 우승을 하고 게임을 뛰면서 점점 발전하고 기량이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전에도 운동장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본인이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좀더 발전하려면 지금보다는 좀더 노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 위치에 오른 것에 만족하고, 대표팀에 들어서 경기를 뛰는 것에 만족하면 정체하게 된다. 기량 면에 있어서는 공간을 커버하는 능력이나 공격전방에 패스하는 능력에 대해 좀더 키우면 지금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수비수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나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
- 마토의 경우 올 시즌 처음 들어와서 초기 적응이 어려웠을 것 같다. 수원의 경기를 보면 초기에 박건하 선수가 화를 내면서까지 뭔가를 지적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마토 선수가 뛰어난 선수인 것은 확실하다. 제공권 능력이나, 1:1 패스 능력에다가 수비수임에도 골결정력까지 갖추고 있지 않은가.(웃음) 그때 얘기했던 부분은 우리가 사실 전기리그에 실점이 굉장히 많았는데, 마토 선수가 골을 많이 넣는 것도 팀으로서 좋고 중요하지만 수비수로 골을 많이 먹은 것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나라는 점이었다.
수비수로 일단 골을 안먹었으면 좋겠다. 물론 골도 안먹고 또 많이 넣으면 좋지만, 조금 더 마토 선수가 수비를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또 희주와는 작년부터 해왔지만 마토 선수가 새로 와서 서로 아직 호흡이 잘 안 맞는 그런 점도 있었기에 경기 중에도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좀 얘기를 했는데 그런 것은 차차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후기리그에서는 우선 우리가 골을 덜 먹어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 최근 수원 수비수들을 보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본인도 수비수 변신이후 올 시즌에 여러 차례 골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님이 나에게는 공격에 대해선 많이 주문하지 않는다. 워낙 마토와 희주가 공격가담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나까지 가담하게 되면 많이 위험해진다. 감독님은 앞으로 많이 나가기 보다는 고참으로서 뒤에서 안정적으로 리드해주길 바라시는 것 같다.
수원의 맏형 박건하 ⓒ수원삼성
- 전기리그 9위는 수원삼성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으로 알고 있다. 시즌 초, 수원은 정말 전관왕이라도 할 기세로 승승장구해왔고, A3대회와 수퍼컵, 삼성하우젠컵에서 수원은 분명 독보적이었다. 이때 모든 체력을 소진해버린 것인가?
한 가지 원인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게 제일 큰 원인일 것이다. 많은 경기수와 계속된 우승이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약하게 만든 면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에 가서 졌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나 자신도 세계대회에 너무 출전하고 싶었고, 우승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힘드니까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어진 상황이었다. 거기에 선수들의 부상이 많아지고, 핵심선수들이 빠져나가 전기리그를 많이 힘들게 했다. 그러나 분명 아까도 얘기했듯이 흐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기리그의 좋지 않은 성적이 우리에게 자극제가 될 것이다.
- 본인도 코뼈부상으로 많이 고생했는데. 마스크를 뛰고 경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평소와 같을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일단은 볼이 시야에서 잘 안보이기 때문에 힘들었고, 헤딩하기도 불편했고, 상대 선수를 보는 시야도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날씨도 덥고 하면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감독님이 정신력을 많이 강조하셨고, 그런 상황에서 고참으로서 다쳤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갔다. 하지만 결과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챔피언스리그에 올라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 은퇴 시기는 개인적으로 언제쯤으로 생각하는가? 현재 상황으로 봐선 K리그 최고령 기록도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퇴 시기라는 것보다는 내 능력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 떨어지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떨어지지 않는 데까지는 끝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다. 뛸 수 있는 능력이 없는데, 하고 싶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고령 기록이 몇 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보다는 운동장에 뛸 수 있다는 자체에 대해 지금 행복하고 감사하고 있다. 그런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느껴보고 싶다.
- 수원에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아무래도 세계무대에 대한 열망이 있을 것 같은데. 수원을 이끌고 세계 클럽 대회에 나가봐야 하지 않겠나.
정말 올해 너무 나가고 싶었고 꼭 우승을 하고 싶었다. 이번에 우승을 하면 그만둬도 여한이 없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갔었는데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꼭 해보고 싶은데 내가 체력이 떨어지지 않고, 능력이 되고, 또 구단이나 코칭스태프가 기회를 준다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더 몸을 관리하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은퇴 후에는 지도자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수원의 감독으로 부임하는 것도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지금은 지도자를 생각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는 한 게임 한 게임, 하루하루 운동할 때 나 자신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있고, 그러고 싶다. 지도자를 하게 되거나, 뭘 하게 된다고 하면 내 자신이 약해질 것 같아서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하는 것에, 그리고 경기에 나가는데 집중하고 관리하고 그러고 싶다.
- 아직 은퇴한 것은 아니지만 수원에서의 10년은 본인에게나 구단에게나 전설과 같은 시간이었다. 멋진 멘트로 정리해본다면?
일단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선수생활에 함께 해준 것에 대한 그랑블루,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내가 10년 동안 이렇게 불꽃이 꺼지지 않고 탈 수 있엇던 것은 팬여러분의 응원이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그래서 좀 더 수원을 밝게 밝힐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 좋은 인터뷰 감사드린다. 박건하 선수의 불꽃이 점점 더 환희 불타오를 수 있길 바란다.
첫댓글 박건하 선수 화이팅!!
옛날에 싸인 받았었는데.... 초딩때였는데..ㅋ학교 가져가서 자랑했는데 어떤 개장식이 샘쳐갔음..ㅠㅠ
ㅋㅋ
ㅋㅋ
ㅋㅋ
박건하 올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