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찾아오면 첫눈을 시작으로 내내 눈 구경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내렸었는데 갈수록 눈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산길을 걷고 돌아와 보면 트레킹화는 물론 바지단까지 먼지가 풀풀 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겨울바람과 더불어 먼지조차도 겨울을 더욱더 삭막하게 만든다. 평소에 때(시간)를 잘 맞춰 생활하는 습관이 깃든 사람인데 그러한 고집들이 꺾이고 있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스스로 한탄한 적이 많다. 때를 놓친다는 것은 결국 약속되어 불변으로 이어진 개인적인 생활계획들이 흩으러 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 정도 하루의 생활에 대하여 점검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었었다. 30분 후 혈압과 체온을 측정하고 기록한 후 정각 6시에 마르티스 40 mmg 알약 하나를 섭취하고 본격적으로 하루의 문을 여는 것은 불변이었는데 숙면의 환경이 뒤죽박죽이 되니 이러한 사소한 시간의 환경이 종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늘은 새벽 2시 50분에 눈이 떠져 곤혹스러웠다. 30여분을 다시 숙면을 취하기 위하여 애를 쓰다 포기하고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뉴스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여 기록한 후 음악을 들으며 지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혈압체크와
약을 복용 후에 정 피곤하게 느껴지면 노루꼬리 잠이라도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새벽 겨울바람은 참으로 모질게 굴었다. 추녀 끝에 매달아 놓은 풍경의 추인 물고기가 진절머리를 내는 소리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풍경소리가 퉁탕거리면 겨울바람이 험하게 구는 것이고 경쾌한 맑은 소리로 마음의 정서를 다독거리며 바람도 선하다는 뜻이다. 영화 30도 이상을 품고 있는 시베리아 찬바람이 남하한다는 엄동을 예고한 바가 있어 그러려니 하였는데 모진 바람소리를 듣다 보니 애사 롭지 않게 느껴졌다. 해가 떠오르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에 살며시 침대로 가 이불자락을 목 아래까지 끌어올려 아늑하게 만들며 아늑하게 잠이 들 수 있는 소원을 마음에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모진 바람소리에 떠밀리지 않고 기적과 같은 잠이 들었는지...
동창이 밝아 깬 후 밖을 커튼 틈새를 벌려 바라보니 백설이 난분분하는 모습에 광채가 실렸다. 밝은 태양 아래 눈이 춤을 추니 오색 무지갯빛들이 나비가 되어 날아다녔다. 얼른 옷을 갈아 입고 장화를 신은 후 마녀가 밤마다 주인 몰래 타고 다니는 것 같은 빗자루와 눈삽을 들고 테크로 올라 와 쓸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차량을 수북하게 덮어버린 눈을 치우고 잔디에 여러 갈래 눈 오솔길을 만들어 놓은 후 산막으로 오르는 언덕길을 빗질하기 시작하였다. 온몸에 노동을 하게 되면 느껴지는 열기가 욱신 거리기 시작하였다. 기분 좋은 증세다. 운동이나 그밖에 버금가는 일을 열중하며 얻게 되는 열기와 그리고 후에 갖는 휴식은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