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살리는 밥상. 대안스님의 자연바루
경남 산청군 금서면. 지리산 자락을 타고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이 산속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첩첩이 쌓인 산골 사이 이 고요한 곳까지 끼니때마다 차들이 줄을 잇는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걸까? 그 궁금증을 품은 채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사찰음식 명장 대안스님의 '자연바루'와 마주하게 된다.
자연바루. 이름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다. 자연에서 건져 올린 것들을 발우(바루)에 담아낸다는 뜻. 그러고 보니 반찬 그릇 하나하나가 둥글고 낮은 발우 모양이다. 단순한 식기가 아니라 비움과 채움을 되풀이해온 수행자의 시간이 깃든 형태다.
마늘도, 파도, 부추도 없다. 불교 전통에 따라 오신채(五辛菜)는 철저히 배제된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다시마, 표고, 들깨다. 자극이 아닌 깊이로 맛을 낸다. 식당 입구에 늘어선 수십 개의 항아리 속엔 스님이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 고추장, 그리고 과일과 채소를 발효시켜 만든 효소들이 익어가고 있다. 그 느리고 정직한 시간들이 결국 한 그릇의 밥상에 담긴다.
처음부터 요리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조계종 비구니 스님으로 수행에 정진하던 어느 날. 몸의 면역 체계가 무너지고 암이라는 중병이 찾아들었다. 현대 의학에 기대어 치료를 받았지만 몸은 갈수록 쇠약해졌고, 생존의 기로에 선 스님은 마침내 근본적인 물음 앞에 홀로 섰다.
“무엇이 나를 병들게 했으며, 무엇이 나를 살릴 것인가.”
스님이 선택한 곳은 지리산 자락의 산청이었다. 약초와 나물, 오염되지 않은 물과 공기 속에서 스님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깨달아갔다.
“음식이 곧 약이다.”
거창한 조리법보다 식재료가 품은 본연의 생명력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치유의 시작임을 알게 되었다.
공간은 놀랍도록 편안하다. 근사한 찻집에 들어선 듯 길게 낸 창 너머로 항아리들이 보이고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한쪽에 놓인 큼직한 달항아리는 말없이도 스님의 넉넉한 마음씀씀이를 전해온다.
연잎밥정식(22,000원)
사찰 연꽃밭에서 직접 채취한 연잎에 밥을 싸 찐다. 잎을 열면 그윽한 연향이 피어오르며 식욕을 조용히 흔든다. 딸려 나온 반찬들은 젓가락이 쉬이 내려지지 않는다. 제피 양념을 가미한 메밀묵은 부드럽고 향긋하고 연근 샐러드는 두부와 겨자 소스가 서로를 다독인다. 고소한 취나물 무침, 어릴 적 기억 같은 장떡, 오랜 연륜이 느껴지는 근대 된장국. 전분을 빼고 말려 튀겨낸 감자칩은 그 정성이 숨겨져 있다. 심지어 김치에도 해초가 들어가 감칠맛이 은근히 깊다.
콩스테이크정식(22,000원)
콩고기에 브로콜리, 생표고버섯, 파프리카, 양배추를 더하고 특제 효소 소스로 낸 불맛이 주물냄비 안에서 살아 있다. 고기 없이도 이토록 든든할 수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콩갈피자(25,000원)
지중해와 사찰이 만나는 자리. 통밀이나 메밀, 혹은 감자를 갈아 만든 도우 위에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콩으로 만든 갈빗살(공갈)이 올라간다. 때로는 연잎 가루를 섞어 은은한 향을 더하기도 한다. 전통을 품으면서도 시대를 거스르지 않는 스님의 감각이 도우 한 장에도 담겨 있다.
자연바루의 밥상은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먹고 나면 몸이 고마워한다.
스님이 병상에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그 물음의 답이 한 그릇 한 그릇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댓글 온갖 첨가물과 조미료로 치장한 음식들에 절어 사는데
저런 밥상을 받으면
자연의 해맑은 모습에
절로 맑아질거 같아요^^
예약 않고 가도 밥상 받을 수 있나요.
가보고 싶네요.
예약을 해야합니다
와우~
저도 가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동창중 산청기도원에 있는 퇴임 목사가 있네요. 다녀가라했는데 꼭 들려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