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시장에 갔고, 시장 입구에서 친정어머니를 만났다.
4살배기 아들은 영리하고 야무진 개구쟁이 모습으로 사랑스럽게 따라왔다.
장을 거의 다 보고 시장 앞의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동안, 아이가 집에 먼저 가겠다고 시장입구의 횡단보도 쪽으로 향하더니 그후 보이질 않았다.
친정어머니가 내게 이것저것 사라고 하는 사이에 생긴 일이다.
시야에서 사라진 아이를 찾아 헤맸으나 길 건너편에도, 주변을 온통 뒤져도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헤매다 집에 왔다. 문이 잠겨 있고, 열쇠가 없다.
주머니를 뒤지니 핸드폰도 없고, 4살짜리 아이에게 연락할 방법도 없다.
빨리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하는데, 뜻대로 안된다.
집에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내 친구 S양이 자기 고향의 산물인 고기세트를 보내왔다.
어찌어찌해서 집안으로 들어가고, 고기 선물이 들어오고, 나는 아들을 찾아 뛰어나갔다.
튼튼한 신발을 찾아 신으려 했으나 내 신발이 없다.
겨우 찾은 신발은 내 발보다 10배 이상이나 커서 신을 수가 없고,
신발 밑창은 친구가 보내준 양질의 고기 육질로 가득 차서 선명한 붉은색을 드러냈다.
어쩔 수 없이 그 신발을 겨우 신고 아이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결국 찾지 못하고 집에 왔다.
집에 와 있어야 할 4살짜리 꼬맹이는 없고, 나는 손님들 때문에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북적이며 손님들이 와 있는데, 모두 작은아버지 가족들이다.
작은아버지 내외, 사촌 남동생들, 그리고 그들의 젊은 아내들...
친정어머니는 내 아이를 걱정하지도 찾지도 않고, 손님들과 맛나게 고기를 드신다.
사촌 남동생의 젊은 아내들이 내가 할 집안일을 떠안으며 아이를 찾으러 가도록 해주었다.
크고 무거운 신발을 신고 길을 헤매면서 아이를 찾아다녔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 꿈에서 깨어난 뒤 *****
휴~ 다행이다! 꿈이었구나.
내 아이는 꿈속의 어린아이처럼 4살이 아니고,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길을 잃을 일도 없으며, 몇 년 후에 20세를 넘을 거고, 부모에게서 독립할 나이가 되어간다.
그러면 꿈속의 아이는 누구일까?
세상에 조금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4살배기 남자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꿈을 깨고 난 뒤에, 내게서 사라진 그 아이가 만날 세계를 상상하게 되었다.
그 어느것에도 매이지 않고 씩씩하게 가버린 아이...
아이가 만날 세계는 어떤 것일까? 즐거운 상상을 하고 싶다.
꿈속의 상황에서, 뛰어가려 하지만 크고 무거운 신발도 인상적이다.
아이를 잃어버려 쩔쩔매는 나에게 완전히 무관심한 친정어머니도 특이하다.
첫댓글 내꿈이라면 무언가 확 오는 느낌이 있다. 그 아이는 신성한 아이인 것 같다. 신화나 민담이나 가장 중요한 코드 가운데 하나가 신성한 아이다. 예수도 신성한 아이 코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상징이다. 신성한 아이를 나도 내 꿈에서 발견하고 그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 아이는 영적인 아이이고, 앞으로 남은 내 후반기 인생의 동반자일 것이다. 나는 이 꿈을 꾸고 나면 오히려 몸이 아주 좋을 것 같다. 꿈은 비도덕적이다. 인간적이지도 않다. 그야말로 짚으로 만든 개처럼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는 깨우친 선생님이 올려주는 상징이라 보면 좋겠다.그 말씀의 의미를 듣기 위해 공부하고 또 말씀에 굴복해야 한다. 길을 떠난 그 아이를 찾아가
는 인생 후반기의 삶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탁발승의 자리로 내가 돌아가서 아이를 찾아 떠나보자. 그 아이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의 상징으로 내세워도 좋겠다. 즐겁고 유머러스하게 아이를 찾아떠나는 여행을 해 보자. 그게 삶이다. 꿈은 즐거운 숙제를 내게 주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밥선생님 말씀처럼, 잃어버린 아이는 신성한 아이 같아요.
잊을 수가 없는 꿈이 되었어요.
걷기 힘들 정도의 무겁고 커다란 신발도 잊을 수가 없고요.
꿈속에서 저에게 전혀 무관심한 어머니는... 저의 현실적인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삶의 순간들마다 더 깊은 사유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귀한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