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TV에서 1969년 발사된 아폴로 11호 달 착륙 40주년이 다가온다고, 앞으로 미국의 태양계 탐사 계획과 전망에 대해 얘기를 한 적 있다. 어쩌면 일본과 중국, 그리고 인도의 달 탐사선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금년에는 또 우드스탁(Woodstock) 세계평화와 로큰롤(Rock and Roll) 음악축제가 열렸던 40주년이라고도 떠들어 댄다. 25주년도 아니고 50주년도 아닌 40주년인데 왜들 이렇게 떠드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달이 밝으면 나는 가끔씩 달을 쳐다보고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그게 아마 1969년 5월 초였던 것 같다. 카키 바지와 셔츠, 옛날 우리나라 군화 같이 목 높은 구두를 더플백에 싸서 메고, 이른 아침 기숙사를 나와 만남의 장소로 갔다. 아마 그때 보름이 지났었나 보다. 이른 새벽 한산한 거리 위로 찌그러진 반달은 유난히 밝았다. 팀장 노만과 다른 3명의 학생들과 같이 여름방학 일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토론토에서 썬더베이까지, 그리고 스터전호수까지 하루 종일 걸려 갔다. 스터전호수 근처 캐빈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 수상스키를 단 비행기를 타고 벨호수에 가서 텐트를 쳤다. 지난 2년간 나는 여름이면 이렇게 캐나다의 북쪽에 가서 지구물리탐사를 하고 학비를 벌었었다.
전나무, 자작나무와 오리나무 숲에 컴퍼스로 줄을 치고, 일정거리에서 자력계를 가지고 전 지역 지구의 자장을 측정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텐트 안에서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는 것이었다. 7월16일 아폴로(Apollo) 1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매일 아침저녁으로 우리는 소형 파나소닉 트랜지스터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인간의 달 탐험 과정에 흥분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곤 하였다.
암스트롱(Niel Armstrong)이 달의 평온해(平穩海·Sea of Tranquility)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관제실에서 터지는 환호성과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는 아직도 어제의 일인 듯 귀에 생생하다. 길도 없어서 수상스키를 단 비행기를 타고, 이 외진 늪지 숲에 와서, 아비 물새(Loon)들이 어린 새끼들을 훈련시키며 퍼득이는 호수를 내다보며 들었던 인류의 첫 달 착륙 뉴스는 현실과 너무 멀었다. 물론 텐트 앞 물가에 매어놓은 카누(canoe)의 뱃전에 잔잔한 물결이 출렁거리며 부딪치던 그 오후시간에, 우리 인류가 내 디딘 달의 첫 발자국은 유럽인들의 신대륙 발견보다도 더 대단한 뉴스였다. 처음으로 인류가 지구의 중력권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에 따라 우리 자신들을 생각하는 동물 ‘Homo Sapiens’,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동물 ‘Homo Erectus’, 도구를 만드는 동물 ‘Homo Faber’로 칭해왔다. 인류를 기술하는 이런 다양한 정의가 역사적으로 쓰여온 것을 보면, 분명 우리가 사람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우리가 맑은 밤하늘에서 곧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보고 무한한 우주를 상상해보듯이, 또 동녘 하늘에 높 이 뜨는 보름달을 보고 노래 부를 때, 계수나무와 토끼를 상상하고, 이태백을 생각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우리는 분명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동물, 즉 호모 이마지누스(Homo Imaginus)라는 말이다.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상상하며 추리할 수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 시를 쓸 수도, 또 어느 장르의 예술에서도 창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의 달 착륙을 계기로 미국의 일부 부동산 업자들은 달을 쪼개서 팔겠다는 광고를 했고, 달을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NASA는 1972년 달 탐사계획과 아폴로 프로그램을 전부 취소하였다. 그들은 달의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푸른 구슬, 즉 지구의 사진 한 장을 남겨 놓고, 달 탐사와 아폴로 프로그램을 모두 포기했는데, 그 이유를 나는 아직까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측컨대 태초부터 우리 인류의 낭만적인 꿈과 아름다운 상상력의 거울이 되었던 달을 그들이 혹여라도 이해하고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근래 NASA에서 다시 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왜 그럴까? 2007년 9월 일본에서 올린 셀레니 달 탐사선 때문? 아니, 같은 해 10월 중국에서 올린 창이(선저우 7호) 달 탐사선 때문에? 그도 아니면 작년 11월 달 궤도에 오른 인도의 찬드리안 달 탐사선을 포함해서 아시아 세 나라의 연이은 달 탐사 프로그램들이 우주경쟁의 열기를 한 단계 높인 탓일까?
지난 세기 40년 전 우리가 달에 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미국과 우드스탁 축제에 앞장섰던 아쿠아리우스 시대(Age of Aquarius) 젊은이들의 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오늘 아시아의 3국과 미국이 달 탐사경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이러한 우리 인류의 순수했던 꿈과 이상보다는 서로의 무모한 국가 간의 경쟁과 우주를 제패해보겠다는 제국주의 근성 때문은 아닐까? 생각할수록 씁쓸함이 입안에 가득 돈다.
• 캐나다 한국일보
발행일 : 200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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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 몇일 안 있으면
대 보름이 - 추석 이라는데 ... 우리가 달을 보고
무슨 생각들을 하시려는지 ?
어떤 시정(詩情)들을 느끼시려는지 ...
2 년전 9월 일본의 달 탐사선 셀레니, 10월에 중국의 창이 (또는 항이 ? ), 그리고
작년 11월에 인도의 챤드리안 - 3개의 탐사선들이 우리 쳐다보는 달의 궤도를 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 얼마전 인도의 챤드리안은 기술적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에헴, 여러분들, 오늘도 좋은 하루들을
그리고 여학생님들 _ 즐겁게 해드리시고 . . .
(2009. 09. 24. )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 ㅎ ㅎ , 근래 - 남아공의 금메달 탄 육상 선수의 성(남, 여) 문제의 기사를 읽다 보니, 여자도 Homo Erectus 의 자격을 인정 받을 만한 자그만한게 있다던데 . .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글쎄 ? - 현재 이메일 주소로는 wmoon@cc.umanitoba.ca 를 주로 쓰고, ... 사실은 moosimheun@hanmail.net 은 잘 안 쓰지만 메일이 계속 들어 오는 것 같은데 . . .
뒤늦게 글을 읽었습니다.과학도의 인문적 안목과 글솜씨에 탄복했습니다. 무심헌님께 謹表敬意!
이런 _ 전문가 앞에서 죄송합니다. 나도 나이가 들아가는 때문인가 ? 생각하는 것과 말하고 싶은게 많아져, 글로 쓰려 하면 ... 참 쉽지가 않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_ 또남님의 중국의 자세하고 자상한 中秋節 얘기 잘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글 읽었네요. 감사....
맑은샘님, 안녕하시지요 ? 근래에는 왜 좋은 글과 Jokes를 안 올리시는지 ?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 ㅎ ㅎ , "... 태양계는 사라지나 인류는 살아 남아야 한다라는 ... " 꿈이 너무 대단하십니다 !